댓글에도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습니다만...
저는 30대 후반의 미혼녀입니다. 동생은 결혼해서 조카가 있지만, 저는 딱히 안 할 생각도 할 생각도 없이 그냥 저냥 지냅니다.
심지어 애들을 안 좋아합니다. 남들은 조카가 너무 예뻐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데 저는 '얘가 내 조카다' 정도.
하지만 세월호 사고를 보며 정말 많이 아픕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하죠.
'내 새끼 하나 없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걸 보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얼마나 아플거고, 단원고 부모님들은...'
무릎 꿇는 유가족을 단상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통령을 보면
파란옷 입고 외국정상 만나는 대통령을 보면
사과도 제대로 안 하고 버티는 대통령을 보면
'결혼도 안 한 사람이...'
'애도 안 낳아본 사람이...'
라는 말을 하시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만,
이건 결혼과 자녀의 유무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요.
제가 제일 처음했던 생각은 '부모가 대체 뭘 가르쳤나' 였습니다만
또 생각해보니 부모님 케어를 제대로 받지 못한 분들도 바르게 크신 분이 많으니 그것도 아니고...
그럼 대체 왜 저러는 것인가...........
ㅡㅡㅋ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 분은 살면서 몇 번이나 사과를 해봤을까?' '살면서 (선거유세때 만나는 사람 말고) 몇 명이나 진심으로 대해봤을까'
13평 아파트 300만원 하던 시절에 6억으로 살 생각 하니 막막했다던 그 분의 개인 문제 아닐까요?
정말 별 거 아니지만..
전 투표권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딱 2번 선거투표 못 했습니다.
12년 전 지방선거때는 선거 당일 새벽에 동생이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서 전화오고, 수술하는 바람에 경황이 없었고
서울 무상급식 찬반투표때 일부러 안 했습니다.
집회도 몇 번 참가하고, 1인 시위도 몇 번 했습니다.
세상에 관심을 껐던 적도 없고, 나름 세상을 바꾸려고 제 딴엔 노력을 하고 살았지만
이런 참사를 마주하고 나니 제 평생 뭘했나,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후회되고, 미안하고..
그냥 다 미안합니다. 무릎 꿇고 울면서 빌고 싶을 정도로 미안합니다.
그냥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이번 사고로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는 사는 것 뿐이다'라고 생각했다가도
'저 아이들이라고 그 생각 없어서 저리 되었겠나'하는 생각에 또 죄지은 기분에 미안합니다.
애를 안 낳아봐서
결혼을 안 해서 그 심정 모른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저 뿐만이 아닐겁니다.
진짜 이해 안 되는건, 어쩜 저렇게 사고(thinking) 능력이 없을까 하는 것이죠.
유가족들이 거리로 나왔고, 여론이 안 좋으면 하다 못해 청와대 춘추관에서라도 기다리시라고..
아니면 차가운 길에 모포 한장 덮고 계시지 말라고 매트라도 깔아드렸으면 이렇게까지 욕 먹진 않을텐데
그 많은 청와대, 여당, 야당, 정부 인사 중에 그걸 생각하는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데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그냥 저들은 자리보전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겠죠. 그러니 이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