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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670501
    작성자 : 치즈오븐구이
    추천 : 5
    조회수 : 514
    IP : 14.47.***.24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2/26 23:42:12
    http://todayhumor.com/?sisa_670501 모바일
    혹시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시 아시나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 만에
    우리는 모두 오랜만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 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저는 저 시를 볼 때 마다 느끼지만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시에요.
    사촌오빠가 저한테 저시를 보여주셨는데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싶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 또한 변할까봐 두렵다.

    뭔가 필리버스터 지켜보면서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변치않은 열정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기에 여기까지 우리나라가 올수있었던거구나.

    어른이 되신분들. 가장이 되신분들에게는 아직 어린 제가 감히 이런 소시민적 사람이 되지 말아야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안고계신 생계의 무게를 제가 체감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그래도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갈 이십대 사람으로서 
    사회가 이리 돌아가는구나.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
    이정도는 꼭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진짜확드네요.
    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 주위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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