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결혼 생활 24년 차 동안 매주 데이트에 큰 싸움 한번 안하시고 행복하게 사심
어렷을 적 기억부터 부모님이 큰 소리로 싸우는 거 본적 한번도 없음
부모님이 같은 대학 영화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나이 50을 넘기신 지금까지 매주 주말 영화보러 나가시고
아빠는 꼭꼭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삶의 이런 저런 부분을 기록하심.
그리고 그 기록 중에 아름다운 곳, 예쁜 곳에는 꼭 엄마를 모델로 사진을 찍음
이제야 사랑이 뭔가, 누군가를 사랑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나로서
부모님의 사랑이 놀라울 때도 있고, 나도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가할 때도 많음.
그래서 그냥 심심해서 곰곰히 우리 부모님이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오래 사랑하는 이유? 같은걸 생각해봤음
1. 내강외유 우리 아빠 내유외강 우리엄마
우리 아빠는 키도 크고 풍채도 좋음. 목소리도 크심ㅋㅋ
그래서 어디서 부당한 일 절대 안넘어가시고 항상 정당한 의견 제시를 하실줄 아는 분
밖에선 그렇게 단단한 우리 아빠는 엄마 앞에선 그냥 순둥이
엄마를 위해선 무엇이든 예스맨, 꼭 20대 첫사랑 처럼 무엇이든 다 들어주려하고 공주처럼 모심ㅋㅋㅋ
그렇다고 우리 엄마가 아빠한테 의지만 하고 이기적이었다면 우리 부모님 관계가 절대 이렇지 않았을 꺼임
우리 엄마는 겉으로는 아빠한테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주도하고 마음대로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생활 속을 보면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 아빠가 좋아하는 옷,
세세한 것 하나하나 아빠한테 맞추고 티 안내고 전부 챙겨줌
어렷을 적에 난 우리 엄마가 독불장군인 줄 알았음. 맨날 엄마가 이거 하자, 저건 싫어 하면 아빠는 그래그래~ 응응~ 만 하니깐
근데 우리 엄마가 생활 속 세세한 모든 것을 아빠한테 맞추면 아빠는 엄마가 직접 표현하는건 모두 들어주는
한마디로 거의 완벽한 타협점을 유지한다는 걸 깨달음
+ 우리 아빠는 사실 흥분하면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타입인데 절대로 엄마한텐 큰소리 안냄
2. 항상 서로 칭찬일색 부모님
생활하다보면 엄마 없이 아빠랑만 있을 때도 있고, 아빠 없이 엄마랑만 있을 때도 있음
근데 그렇게 서로만 없으면 서로에게 고마워하심
근데 그것도 진짜 특별한 고마움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 소소한 것 들임 ㅋㅋ
아빠는 "너 자취할 때 안좋은거 먹는다고 음식 챙겨주고, 응? 집에라도 들어온 날이면 잠자리 다 챙겨주고
이런 엄마가 어딨냐? 엄마 정말 고맙지 않아? 엄마는 너네 전부 나가 살아도 아빠 아침밥 꼬박 꼬박 챙겨줘. 얼마나 고맙니?"
그러고 아빠 없을 때 엄마는
"아빠 요즘 매일 밤 늦게 들어와. 너네 아직 공부 멀었다고 사무실 거기 추은데 양말 두겹 신고 일하신다(ㅠㅠ) 얼마나 고맙니?
너네 나가고 나서는 주말마다 아침밥도 차려. 어찌나 고마운지"
이런 식임 ㅋㅋ 서로 귀엽다는 말도 엄청 하심 ㅋㅋㅋ
퇴근 길에 말도 안했는데 엄마 좋아하는 만두를 사왔더라 정말 귀엽다.
엄마랑 영화 보러 나갔는데 KFC 같이 안먹어줘서 삐졌다. 그래서 영화보고 나오는 길에 세트로 사왔더니 좋아라 한다. 엄마 귀엽지 않냐
난 두분이 더 귀여움ㅋㅋㅋㅋ
3. 취미생활은 언제나 함께
위에도 썼지만 우리 부모님은 영화동아리에서 만남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매주 영화보러 나감 나보다 더 영화를 많이 보시고 좋은 영화 일부러 찾아보심
영화보고 집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선 그날 영화가 어땠는지 감상을 이야기하다 토론 아닌 토론도 하시고 ㅋㅋ
영화가 아빠에게 조금 더 집중된 취미생활이라면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등산을 같이 가심.
우리집은 부모님 성향이 바뀐건지, 아빠가 영화보고 미술 작품 보고 하는 정적인걸 좋아하고
엄마가 등산하고 베드민턴 치고 하는 액티브한걸 좋아함 ㅋㅋ
그래서 번갈아가면서 하심
분명 더 선호하는 취미생활이 있지만 뭐가 더 좋다, 이건 싫다 이런 말 한마디 안하고
사이 좋게 여가생활 하심
그냥 심심해서 끄적인 이유도 있지만
나도 나중에 이런 부부생활을 하고 싶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하나씩 정리해봄
간단히 정리하자면 서로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게 아닐까 싶음
또 의지? 희망? , 누군가는 이런 말 질려하겠지만 긍정적인 마음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함
내 친구 중에 나보고 '너 진짜 집 잘사는 줄 알았다'고 하는 친구가 있었음
우리 부모님이 매주 영화보러 나가고 나도 자주 따라 나가고
또 가족이 화목해 보이니깐 여유로워 보이고, 그게 경제적 여유라고 생각했다고 했음
근데 우리 집도 경제적으로 엄청 힘들 때 있었고 지금도 풍요롭지 않음.
나 학생 때는 보일러비 아낀다고 보일러도 못 틀고 손 시려워서 장갑끼고 ㅋㅋ 공부하던 때도 있었음
내 10대의 대부분이 경제적 부족함의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부모님한테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말 못하고 20살 이후 등록금부터 자취까지 완전히 스스로 해결함
그때 부모님 돈 없는거 알고 나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걸 알아서 죽었던 기가 잘 펴지지 않음
하지만 우리 엄마는 긍정킹왕임. 아빠 사업이 잘못 돼서 집 밖으로 나앉을뻔 했을 때도
나한테 주어진 상황은 모두 복이다 라는 마음 하나로, 결혼 이후 줄곧 가정주부만 하셨지만 일도 찾아 나가시고
아빠의 힘든 상황을 그 긍정파워 하나로 버티고 희망을 가지셨음
힘든 상황에서도 등산, 영화같이 함께하는 여가를 포기하지 않으신 것도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데 한몫했다고 생각함
나이 어린 자식이 어설프게나마 본 우리 부모님 20여년 결혼 생활임
지금 나는 사실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을 20대지만
부모님 같은 50대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긍정적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음
그렇게 본받을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정말 어마어마한 복을 가졌다는 생각&자랑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