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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0086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13
    조회수 : 6750
    IP : 223.194.***.6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4/07/11 17:02:30
    http://todayhumor.com/?panic_70086 모바일
    (19) 세이렌
    세이렌


    "세희야 오늘은 뭐해?"

    "세희야! 오늘 나랑 쇼핑하러가자!"

    "세희 나랑 오늘 영화보러갈건데?"

    오늘도 세희의 주변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있었고 시끌시끌거리며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음이 가득했다.

    세희는 학교의 여신이었고 수많은 남자들이 세희를 몰래 연모하거나 대놓고 좋아했다.

    나 역시도 세희에게 관심이 있었으나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세희이기에 나는 그러한 마음을 깊숙히 숨겨두고 멀리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세희는 정말로 예쁜 여자였다.

    나름 인서울 중위권인 우리 학교에 올 정도이니 머리가 좋은것은 물론이고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 그리고 호수같이 맑은 눈 하며 어디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여자였다.

    정말로 세희와 비교하자면 스크린에 나오는 영화배우나 가수들도 그 미모의 빛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예쁜 세희와 나도 대화를 나누고 싶다...나도 세희랑 쇼핑하고 영화를 보고싶다...



    -탁


    "자 수업시작하겠습니다"

    교수님이 들어와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내 상념은 깨졌다.

    물론 그것은 잠시였고 교수님이 수업을 시작하고 나자 내 시선은 책이 아닌 세희를 향했다.

    아...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외모이다.

    매끄럽게 잘 빠진 턱선과 연결되는 목선이 아름다웠고 오똑한 콧대도 사랑스럽다.

    무엇보다도 눈...

    호수처럼 맑고 투명한 눈 저 눈속에 빠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는 마치 그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깨닳았다.

    세희는 고개를 돌려 나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자 얼굴이 화악 달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세희는 수업시간에 자신을 훔쳐보는 나를 더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 나는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나처럼 더러운 놈이 감히 여신같이 고결하고 아름다운 세희를 넘보다니!!

    수업이 끝나지도 않은 중간 쉬는 시간에 나는 결국 그 자리에 남아있지 못하고 가방을 챙겨들고 나왔다.

    등뒤로 나를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남은 수업이 있지만 집에 돌아온 나는 컴퓨터를 켜고 앞에 앉았다.

    며칠전 새롭게 업데이트 된 게임의 신규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한 연예인이 일본의 닌자와도 같은 복장을 입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광고를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곧 다시 음울한 기분에 빠졌다.

    나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검게 변한 모니터에 내 얼굴이 반사되어 눈에 들어온다.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에 도수높은 안경 헝클어진 머리...

    내가 봐도 혐오스럽고 못났다.

    이렇게 생겨먹은 내가 빤히 세희를 바라봤으니 세희가 얼마나 놀랐을까?

    그자리에서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꺼진 모니터를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누웠다.

    핸트폰을 들어 시간을 보니 오후 4시였다.

    전공과목을 들으러 가야 했으나 수업을 들으러 가면 또 세희와 마주치게 된다.

    세희를 다시 볼 자신이 없었고 그녀와 같은 공간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좋으면서도 두려웠다.

    여신을 흠모한 죄로 나는 고통속에 갇혀 버렸다.

    -지잉-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평소 시계로 쓰이는 핸드폰이 울린 것은 오랜만에 일이었으나 분명 어머니나 대출 문자같은 스팸문자일 것이 분명했다.

    나같은 인생의 패배자에 못생인 찌질이 아웃사이더따위에게 연락을 주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


    018-9456-12xx
    오빠!
    대출최대 500만원 즉시 지급!!!

    역시나 스팸문자였다.

    잠을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가가 촉촉히 젖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자 햇볕이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너무 오래 잠을 잔 탓인지 오히려 몸이 무겁고 기운이 빠졌다.

    핸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8시였다.

    어제 저녁 6시에 잠이 들었으니 12시간이 넘게 잠을 잔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력하게 화장실로 향했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문득 거울을 보자 역시나 못생긴 내 얼굴이 거울에 반사된다.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나는 이를 닦고 화장실을 나섰다.

    아침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으나 나는 굶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



    강의실에 도착하자 아무도 없었다.

    항상 나는 제일 먼저 강의실에 들어왔고 오늘도 역시 내가 제일 먼저 강의실에 도착했다.

    나는 평소처럼 적당히 뒷줄에 자리를 잡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 엎드렸다.

    강의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누구든지 나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나는 계속 자는척하며 엎드려 있었다.

    -툭툭

    방금 들어온 누군가가 내 옆에서 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뭔가 싶었지만 그냥 잘못해서 건드린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모른척 계속 자는척을 했다.

    -톡톡

    "저기"

    계속 자는척을 했더니 이번에는 더 세게 어깨를 두드렸고 목소리를 내에 나를 불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목소리는 다름아닌 세희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무슨말을 하려고 나를 건드렸을까?

    혹시 어제 쳐다봐서 재수없으니 꺼져달라는 것일까?

    온갖 잡생각이 머리속을 어지럽혔다.

    -톡톡

    다시 세희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더이상 모른척하지 못하고 고개를 슬쩍 들었다.

    고개를 들어 세희의 얼굴을 확인하니 나는 또 가슴이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다 나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물어보았다.

    "어,으, 왜?"

    너무 당황해서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버벅대고 말았다.

    간단히 왜라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말하는 내 스스로가 병신같이 느껴져서 나는 더욱 침울해졌다.

    그때 세희의 목소리가 내 기분은 날아갈 듯이 만들어주었다.

    "저기 어제 교수님께서 중요한 과제를 내주셨는데...못들었을까봐 알려주려고"

    세희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같은 병신을 위해서 세희는 그 고운 손으로 더러운 내 어깨를 건드렸던 것이었다.

    역시 세희는 얼굴만이 아니라 마음씨도 예쁘다.

    "고,고마워"

    "아냐 동기끼리 챙겨야지! 그리고 앞으로 너도 모임에도 나오고 친하게 지내자"

    세희는 과제 프린트를 챙겨준 것도 모자라서 나에게 친하게 지내자고까지 말해주었다.

    나는 그러한 관심에 몸둘바를 몰랐고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여신께서 나를 챙겨준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이 뿌듯함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세희는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희가 전화번호를 알려주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세희는 나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연락하고 지내자는 말을 하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다른 학생들이 들어와 자리를 하나씩 채웠고 곧 세희의 주변은 다시 세희를 좋아하는 남학생들과 세희와 친한 여학생들이 벌떼처럼 몰려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는 그러한 광경을 보며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 흥분감에 젖어들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또 세희를 훔쳐보며 마음속에 행복을 더했다.

    교수님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세희만이 내 세상에 가득하게 들어왔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또 혼자서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세희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세희를 둘러싼 구름과도 같은 사람들의 무리를 보자 자신감이 없어져서 그냥 나와버렸다.

    대신 집에 가는길에 세희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세희야 오늘 고마웠어 

    문자를 보내고 나는 내가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려 또다시 흥분이 되었다.

    -지잉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아냐 당연한 건데 뭘~

    답장...세희에게서 답장이 왔다!!

    나는 세희에게서 온 답장을 받는 순간 또한번 강렬한 쾌감과 흥분을 느꼈다.

    그렇다 이제 나는 세희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여신인 세희와 나의 거리는 멀지만 한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워 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세희와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의외로 세희는 적극적으로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고 나는 세희와 문자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세희 : 
     자?
    오전 12:01

     : 
     아니 아직 안자 너는 왜 안자?
    오전 12:01

    세희 : 
     그냥..ㅋㅋㅋ요새 학교 좀 별로야
    오전 12:03

     :
     왜?? 너는 인기도 많고 재밌을거 같은데??
    오전 12:04

    세희 : 
     너무 힘들어 걔들 너무 귀찮아ㅠㅠ
    오전12:10

     : 
     힘내!! 그래도 나는 주목받는 니가 부러운걸...
    오전12:10

    세희 : 
     정말??ㅎㅎ 이제 자야겠다 내일봐
    오전12:12

     :
     응!! 잘자!
    오전12:12

    나는 항상 세희의 문자가 오기를 기다렸고 세희에게 문자가 오면 칼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답장을 보내며 세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세희의 답장이 늦어지거나 하는 날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으나 그러한 기다림도 나에게는 즐거운 기다림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나는 세희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여신과도 같던 세희가 점점 나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 매우 좋았다.





    세희와 연락을 하고 지낸지 한달이 지나자 나는 이제 세희와 완전히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학교에서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긴 하지만 나는 문자를 통해서 세희와 소통하고 세희의 고민을 들으며 세희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세희는 학교에서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부담스럽다고 했으며 가식적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메스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니가 있어 큰 힘이된다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그 이후로 세희의 곁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안쓰러웠다.

    세희가 웃으며 상대해 주지만 정작 그들은 세희의 진정한 마음을 모르는 쭉정이들이다.

    오로지 나만이 세희와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친구이고 저들은 학교내에서 인맥을 위한 가짜들이다라는 생각에 나는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과 다른 나에대한 자부심이 들었다.

    나는 나와 세희 둘만의 비밀에서 오는 달콤한 감정에 매일매일 행복을 느꼈다.

    이전의 생활과는 명확히 다른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수업이 시작되고 세희 주위의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또 세희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황홀감에 젖어들었다.

    -지잉

    바지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세희의 옆얼굴에서 시선을 떼 핸드폰을 확인했다.


    세희 : 
     우리 수업 끝나고 같이 저녁먹을래?

    세희에게서 온 문자는 나를 또다시 행복한 충격에 빠트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한자한자 조심스럽게 문자를 입력하여 전송했다.

     :
     나야 좋지!! 어디서 먹을건데?


    세희 :
     음 학교 근처는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조금 멀리로 가자! 우리 집 근처에 맛있는 곳이 있어!


    세희의 집 근처라... 잘하면 세희가 사는 집이 어떤 곳인지 구경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세희는 어떤 집에 살까? 여신같은 세희와 어울리는 집이려면 으리으리하고 멋진 성같은 집일 것이다.

    나는 그러한 상상을 하며 세희에게 답장을 보냈다.

     :
     좋아 거기로 가자!

    세희 : 
     음 그럼 수업끝나고 6시 쯤 학교 후문에서 보자!

     :
     응!!

    그때부터 수업이 끝날때까지 나는 행복감에 젖어서 세희와 사귀는 상상을 했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먹고 세희의 집에 바래다주고 함께 밤을 보내고....

    상상만으로도 하체에 피가 쏠렸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진 수업시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멋을 내고 6시에 시간을 맞추어 후문으로 향했다.

    후문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하니 5시 58분이었다.

    나는 세희가 나타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6시가 조금 넘어서야 세희가 나타났다.

    세희는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따라붙는 친구들을 떨쳐내고 오느라 늦었다며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직 여신 같은 세희가 옆에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여신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남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만이 머리속에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세희와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세희의 자취방이 있는 신림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림동에 온 세희와 나는 분위기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와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고 가격이 조금 부담이 되었으나 여신을 위해서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레스토랑의 음식은 꽤 맛있었으나 나는 세희와 함께 마주앉아서 식사를 하고있다는 사실에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식사를 했다.

    식사중에는 평소에 문자로 나누던 이야기와 비슷한 패턴의 대화가 오고갔다.

    늘상 비슷하게 세희가 푸념을 늘어놓으면 나는 그냥 맞장구를 치거나 하는 둥의 대화였다.

    사실 세희가 무슨 고민은 하는지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맞장구를 치며 무조건 세희의 편을 들어주면서 세희의 얼굴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너무나도 예쁘다.

    세희는 정말로 여신이 틀림없었다.

    식사를 끝내고 세희를 원룸까지 바래다 주면서 감히 여신을 대상으로 불손한 생각이 고개를 들기도 했으나 세희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곧 추악한 망상을 지워버렸다.

    그럼에도 세희를 바라보면 나도모르게 하체에 피가 쏠리고는 했다.

    세희의 집 앞에 도착하자 세희가 웃으면서 내가 상상도 못할 제안을 했다.

    "라면먹고갈래?"

    세희의 그 말에 나는 가슴이 터질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머리속에 세희의 제안이 구름이 되어 뇌를 흐리게 만들었고 나는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마음속의 한쪽 편에서는 세희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세희의 영역에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을 누를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서 세희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세희의 원룸은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소녀풍의 핑크빛 벽지에 고풍스러운 화장대를 보니 과연 여신이 사는 거처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희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틀었다.

    무슨 음악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듣기 좋은 소리였다.

    세희의 방안은 훑어 보며 음악을 듣던 나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세희의 얼굴에 당황했다.

    "여기까지 온 건 니가 처음이야"

    세희는 얼굴을 조금더 내밀어 내 귀에 대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진정을 할 수 없었다.

    심장을 전력질주를 하고난 다음의 상태와 같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얼굴에는 화끈하게 열기가 느껴지며 달아올랐다.

    그리고 세희가 옷을 한겹씩 벗기 시작하자 하체에는 피가 급격히 쏠리며 나의 분신이 거칠게 일어섰다.

    "세,세희야?"

    세희가 모든 옷을 벗고 깨끗한 나신이 되자 나는 그 눈부신 육체를 바라보며 세희의 이름을 불렀다.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듯한 완벽한 턱선에서 이어지는 매끈하고 긴 목을 지나 봉긋하게 솟은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의 가슴과 잘록한 허리와 대비되어 탄력있어보이는 엉덩이와 허벅지 매끈하게 뻗은 다리 그리고 이 모든 매력적인 몸을 두르고 있는 하얀 피부가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들어와"

    세희의 말에 나는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나는 원래도 추악한 외모처럼 거친 짐승과도 같이 세희에게 달려들었고 나의 분신은 세희의 안으로 들어갔다.

    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던 감각과는 확연히 다른 강렬한 쾌락이 척추를 타고 흐르며 온몸에 전율을 선사했다.

    나는 미친사람처럼 허리를 경련하듯이 빠르게 들썩이며 세희의 육체를 탐했다.

    "아!"

    열기가 살짝 오른 세희의 얼굴이 그리고 세희의 목소리가 나를 더욱더 부추켰고 나는 내 분신은 하늘을 찌를 기세로 끝을 모르고 부풀었다.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이 행위가 주는 쾌락에 마비된채 다른 행동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몇번이고 불출하고 또 분출했다.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에 맞추어 나는 몸을 계속 움직인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문득 세희의 화장대에 비춰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울에 비치는 것은 미친놈처럼 허공에 발작을 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하다.

    마치 미이라처럼 말라버린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거울 속의 어디에도 세희의 모습은 비춰지지 않았다.

    나는 계속하여 허리를 움직이며 내 밑에서 신음을 흘리는 세희를 바라보았다.

    매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그러나 그것은 상체만의 이야기였다.

    세희의 하반신은 어느새 깃털로 뒤덮힌 새의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갑자기 뚝 끊겼다.

    태양에 매료되어 하늘 높이 올라가던 이카루스가 비참하게 추락했듯 나 역시 여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간 죄로 심판을 받았다.

    음악이 꺼짐과 동시에 내 의식도 끝을 모르는 깊은 어둠속으로 추락해버렸다.



    음악이 끊기자 세희는 조용히 자신의 위에 힘을 잃고 쓰러진 미이라같은 시체를 걷어냈다.

    "그동안 고마웠어....그리고 저녁 참 잘 먹었어"

    세희는 시체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하고는 시체를 바닥에 남겨둔채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씻는다.

    홀로 침대에 남겨진 미이라와도 같은 시체의 눈에는 정체를 알수없는 물이 고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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