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내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여자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시켜줄 때 할머니는 우리의 결혼에 대해서 아주 고집적으로 반대를 하셨다.</div> <div><br></div> <div>할머니가 우리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div> <div><br></div> <div>예전부터 할머니는 그런 궁합이나 사주 등의 미신에 심취해 계셨고 조금이라도 용하다고 소문나면 점쟁이고 부적이고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셨다.</div> <div><br></div> <div>그런 할머니이신지라 궁합상 나와 여자친구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쟁이의 말을 철썩같이 믿어버린 우리 할머니는 정말로 극심하게 반대하셨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하듯 결국 우리는 식을 올렸고 할머니는 그 일이 그렇게 충격이 되셨는지 앓아 눕고 마셨다.</div> <div><br></div> <div>할머니께는 죄송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내 인생을 함께 걸어갈 반려자로써 아내를 선택했고 할머니를 제외한 다른 모든 가족분들은 우리 사이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할머니 한 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믿어준 것을 걷어찰 수는 없었고 별개로 나는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했다.</div> <div><br></div> <div>나는 할머니께 죄송해서라도 결혼 후 할머니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가정을 꾸렸다.</div> <div><br></div> <div>아내를 상전모시듯 챙기며 부모님과 조부모님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러나 할머니께서는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셨고 시름시름 앓다가 내가 결혼식을 올린지 1년만에 돌아가시고 말았다.</div> <div><br></div> <div>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에 나는 상당히 힘겨웠다.</div> <div><br></div> <div>나는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몇번이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으나 영정사진 속의 할머니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밝게 웃고만 계셨다.</div> <div><br></div> <div>할머니의 장례식 절차가 끝나고 나는 할아버지에게서 할머니가 나에게 남기신 유품이라는 달마도를 한 점 받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이거 가져가거라"</div> <div><br></div> <div>"할아버지...이게 뭔가요?"</div> <div><br></div> <div>"느그 할매가 너 장가보낼때 뭣하나 해준게 없다고 이거 전해달라고하더라"</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나는 할머니의 유품이라는 달마도를 받고 할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보려했다.</div> <div><br></div> <div>"그거 할매가 참말로 아끼던 달마도다...너한테 반대해서 미안했다고 꼭 잘살라고 하면서 눈 감았다."</div> <div><br></div> <div>나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div> <div><br></div> <div>할머니께서는 그렇게 반대를 하셨으면서도 결국에는 나의 행복을 바라고 계셨던 모양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할머니께 죄송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에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며 달마도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div> <div><br></div> <div>집에 돌아오는 내내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으나 참았다. 앞으로 잘사는 것이 하늘에 가신 할머니를 안심시켜 드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할머니의 달마도는 집의 거실에 걸리게 되었다.</div> <div><br></div> <div>달마도의 부리부리한 눈매를 보니 앞으로 집의 액운을 모두 몰아내 줄 것만 같은 듬직함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앞으로 잘부탁합니다 달마스님"</div> <div><br></div> <div>달마도 때문인지 시기상 운이 좋았던지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나는 점점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느꼈다.</div> <div><br></div> <div>회사에서 승진에 성공했으며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입지를 다져나갔고 아내는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정말로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div> <div><br></div> <div>이 모든게 할머니와 달마도의 축복처럼 느껴져서 나는 더욱 더 정성스럽게 달마도를 관리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저녁이었다.</div> <div><br></div> <div>그날은 아내가 친정에 잠깐 내려가게 되었고 나는 회사의 일로 야근을 하느라 조금 늦은 새벽에 귀가했다.</div> <div><br></div> <div>집에 혼자있는 것은 꽤 오랜만이라 나는 살짝 외로움을 느끼며 맥주를 한캔을 꺼내들고 거실로 가 TV를 켰다.</div> <div><br></div> <div>그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광경을 보게되었다.</div> <div><br></div> <div>달마도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면서 집안 곳곳을 훑어보기 시작한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한참을 눈을 굴리던 달마도는 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눈물을 흘렸다.</div> <div><br></div> <div>달마도가 그려진 종이가 촉촉히 젖어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내가 달마도의 근처로 가까이 다가가자 달마는 다시 눈을 굴려 베란다로 시선을 던졌다.</div> <div><br></div> <div>자연스럽게 내 시선도 베란다를 향해 이동했다.</div> <div><br></div> <div>어두움에 덮힌 창문쪽에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온몸을 긴장시킨채 베란다로 몸을 옮겼다. </div> <div><br></div> <div>베란다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다만 창문이 열린 채로 블라인드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내가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창문을 닫으려는 순간 나는 배란다의 창문 밑에 매달린 채 나는 노려보는 어떤 검은 형체와 눈이 마주쳤다.</div> <div><br></div> <div>그 형체는 잠시 나를 째려보며 눈을 빛내더니 곧 밑으로 뛰어내려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순간 얼이 빠진 나는 당황한채 한참을 도망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div> <div><br></div> <div>띠리리링</div> <div><br></div> <div>내가 넋놓고 있는 동안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div> <div><br></div> <div>발신자는 친정에 가 있을 아내였다.</div> <div><br></div> <div>"어, 여보?"</div> <div><br></div> <div>"당신 괜찮아?! 방금 꿈에 할머니께서 위험하다고...걱정이 되서"</div> <div><br></div> <div>"어,어 아무일도 없었어"</div> <div><br></div> <div>나는 얼버무리듯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후 거실로 와 다시 달마도를 관찰했다.</div> <div><br></div> <div>달마도는 무슨일이 있었냐는듯이 평소와 같이 부리부리한 눈을 한 채 현관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런 험악한 인상의 달마도이지만 나는 왠지 달마도가 웃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왠지 모르게 달마도에서 따듯한 온기가 나를 감싸는 것 처럼 느껴졌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