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벌써 20년은 된 이야기로,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야마나시현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죽순을 캐러 갔었다.</div> <div><br></div> <div>봄방학이었는지 골든 위크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매년 초봄이 되면 할아버지 집 뒷산에 죽순을 캐러가곤 했었다.</div> <div><br></div> <div>그 날도 예년처럼 다들 아침부터 뒷산에 올라 죽순을 캐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조가 되고, 나는 할아버지와 한 조가 되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죽순을 무척 잘 찾아내셔서, 나는 할아버지가 파보라는 곳을 파보는 것만으로 쑥쑥 죽순을 캐낼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div> <div><br></div> <div>그 덕에 오후가 될 무렵에는 가져온 자루가 가득 차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부모님 쪽도 풍년이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슬슬 이제 정리하고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죽순을 더 캐고 싶었던 나는 할아버지에게 떼를 써서 조금 더 뒷산에서 죽순을 캐기로 했다.</div> <div><br></div> <div>그리하여 캤던 죽순은 아버지에게 넘겨주고, 할아버지와 둘이서 잠시 죽순을 캐고 있을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디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감귤 같은 것의 냄새인지, 오렌지 같은 냄새가 풍겨왔다.</div> <div><br></div> <div>어느새 그것은 냄새가 나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치 밀실에서 향수병을 확 풀어놓은 것 같이, 주변 전체가 갑자기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것이다.</div> <div><br></div> <div>숨을 쉬면 오렌지가 입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div> <div><br></div> <div>주변을 돌아봤지만 그럴만한 꽃이나 과일 같은 건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대나무숲 속이니 당연한 것이지만.</div> <div><br></div> <div>할아버지도 나도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좁은 산길을 둘이서 죽순을 껴안은채 달려갔지만, 아무리 걸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점점 무서워져서, 울면서 할아버지 옷자락을 부여잡고 계속 걸었다.</div> <div><br></div> <div>시간으로는 20분 정도 걸렸을까.</div> <div><br></div> <div>터벅터벅 걸어서 간신히 도로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오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오렌지 냄새는 사라진 후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정작 큰일은 돌아온 후였다.</div> <div><br></div> <div>어찌된 영문인지 나와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이튿날 점심 무렵이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부모님과 헤어지고 꼬박 하루가 지났던 셈이었다.</div> <div><br></div> <div>나와 할아버지로서는 아버지에게 죽순을 건네주고 헤어진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었다.</div> <div><br></div> <div>아버지 말에 따르면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된 나머지 뒷산으로 찾으러 갔지만, 어디에서도 나와 할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디에서 넘어지기라도 한게 아닌가 싶어, 주변 마을 사람들과 소방서에 연락해서 뒷산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못 찾았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그 후 일단 나와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도 없었다.</div> <div><br></div> <div>결국 나와 할아버지가 할머니랑 어머니한테 잔뜩 혼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로도 종종 할아버지 집에 놀러갔었지만, 무서워서 뒷산에는 차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오렌지 냄새에 관해서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 집 주변의 노인분들도 전혀 모른다는 말 뿐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679?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679?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