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좀비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 월요좀비들은 축 늘어져서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고군분투하는 나를 포함한 일명 졸개라인은 월요좀비들을 보며 빨리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결국 시간은 흘러 퇴근시간. 행복에 겨워서 뛰어나가다가 휴대폰을 놓고 온 것을 깜빡한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다. 근데 내 자리에도 없는
내 휴대전화. 당황해서 찾고 있는데 내 가방에서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 안도의 한숨을 쉬고 메시지를 확인하니 여자친구가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밖으로 나가니 내 차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친구. 손에는 1/3 정도 남은 오곡라떼 take out 컵을 들고
축구감독 패딩을 입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휴대폰을 찾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앉아있다가 나왔다고 해서 미안함이 약간 상쇄된 후
나는 여자친구가 휴대폰으로 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것은 바로 장안의 화제인 '포켓몬GO.' 여자친구는 포켓몬GO에 심취해 있었다.
여자친구의 계정을 보니 레벨은 11, 잡은 포켓몬은 38마리. 야돈, 쏘드라, 윤겔라, 고라파덕, 아보크, 이상해씨, 꼬부기 등 많은 포켓몬을 잡았다.
근데 그 중에서 니드런 수컷을 내가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이거 오빠야. ^^. 오빠는 니드런이야 ㅋㅋㅋㅋ."하며 웃었다.
여자친구 캐릭터의 옆에는 니드런이 자리잡고 있었고 같이 걸어다니면 아이템도 준다는 말에 나는 그저 웃었다.
파이리가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을 뒤로 한채 나는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는 초밥집으로 향했는데 안타깝게도 나오자마자 정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 순간. 효과음이 난 후 여자친구는 "어, 어, 어............ 꺄아~~~."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파이리가 나와서
몬스터볼 한 방으로 잡은 것이다. 임무를 완수한 여자친구는 이제야 저녁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겠다며 초밥집으로 가기를 재촉했다.
도착한 곳은 초밥뷔페. 여자친구는 첫 접시부터 거하게 가져와서 열심히 먹었다. 한 입을 먹은 여자친구는 입가에 미소가 만연하여 그때부터
갑자기 자신의 접시에 있던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더니 "니드런, 아~~~."하며 나에게 먹여주려고 했다. 내가 별 말 없이 받아 먹으니 웃으며
좋아했다.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채 1시간 정도 초밥을 먹은 다음 여자친구는 마트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나에게 제안했고 난 그 제안을
수락하여 마트로 운전했다. 주차하고 내리려는데 여자친구는 내 머리를 쓰담쓰담하며 "잘했어. 니드런."하고 하차했다. 난 당황해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여자친구가 "니드런, 뭐해. 빨리 내려."하며 매장 방향으로 걸어갔고 나는 뒤를 쫒아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자친구에게 카트를 위한 100원을 받고 카트 쪽으로 가다가 100원을 떨어뜨렸는데 그 100원을 한 꼬마아이의 발 앞에서
멈췄다. 그 아이는 100원을 주워서 나에게 주고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자 어린이집에서 배운 듯한 인사를 하고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갔다.
여자친구는 그 장면을 보고 "진짜 귀엽다. 저런 딸아이 있었으면 좋겠다."하며 나에게 반강제적(?)인 동의를 구했다. 근데 나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딸아이가 있으면 더 퇴근하고 싶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고 여자친구와 카트를 끌며 대용량 샴푸, 린스, 바디워시.
칫솔 등을 사며 돌아다니다가 라면 코너에서 라면을 집자 여자친구가 내 손을 잡으며 "라면 먹지마. 몸 관리해야지. 응?"하며 나에게
권유했다. 건강검진 결과 굉장히 건강하다고 나왔는데 여자친구는 내가 라면을 먹는 것이 그다지 탐탁지 않았나 보다. 여자친구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나는 라면을 내려놓고 과일 코너에서 내가 좋아하는 딸기와 씨없는 청포도를 샀다. 과일은 비쌌지만 그래도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리했다.
여자친구는 사온 과일을 집에 있던 베이킹파우더로 딸기와 청포도를 씻고 헹궈서 가져왔다. 내가 딸기를 먹으려고 하자 여자친구는
딸기를 집어들며 "니드런, 아~~~~."하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별 저항없이 받아먹었고 여자친구는 웃으며 행복해했다.
근데 의문점이 생겼다. 나는 언제 니드리노로 진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