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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5043
    작성자 : 비비스케
    추천 : 31
    조회수 : 5593
    IP : 123.109.***.17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4/01 16:40:16
    http://todayhumor.com/?panic_45043 모바일
    [2ch][번역] 친구의 방
    A가 대학 입학 후 자취를 시작한지 2년 째 되는 해 일어난 일이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한 초겨울의 밤중에 A는 방에 불을 켜둔채 편의점에 갔다.

     잡지를 조금 읽다가 마실 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시계를 보자 새벽 두시 반이었다.

    누군지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자 친구인 B의 전화였다.

     

     

     

     

     

    B는 A와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다.

    서로 책을 빌려보며 친하게 지냈었지만, B가 멀리 떨어진 전문대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소원해진 친구였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시간에 그것도 간만에 전화를 한것인지 A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걸려 온 B의 전화 였기 때문에 A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B냐? 이시간에 왠일이냐?"
    "야 A 너 지금 어디야!!! 아직 편의점이야?"

     

    다급한 목소리로 B가 물었다.

     

    "갑자기 뭐야, 편의점이냐니? 설마 너 요 근처에 있어?"
    "아직 밖인거야? 집에 간거 아니지?그럼 절대 가지마!!!"

     

    A는 갑작스러운 B의 명령에 놀랐다.

    이미 집에 도착했는데...

     

    "아니 나 벌써 집인데.....뭐야, 왜그러는데?"
    "이미 집에 온거야....?부탁할게, 날 믿고 지금 당장 그집에서 나와."

     

    A가 망설이자 B는 더욱더 기묘한 말을 했다.

     

    "너네 집 방 안쪽에 책장있지? 뭔가 달라진거 없어? 책 두권이 떨어져 있지 않아?"

     

    B의 말대로 그쪽을 보니 정말로 책 두권이 책장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A는 더욱더 혼란스러웠다.

    대학 가고나서 한번 만난 적도 없는 B가, 어떻게 이것을 알고있는 거지.

     

    "떨어져 있는 책들 OO 최신판이랑 회색 하드커버 양장본 아냐?"

     

    B의 말 대로였다.

    책장 근처로 가지 않아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역시나 그렇구나. 여튼간에 지금 당장 거기서 나와!"

     

    꺼림찍해진 A는 편의점에 나갔던 복장 그대로 방 불도 끄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는 편의점 이외에는 연 가게도 없었거니와, 편의점이 멀었기때문에 A는 걸으면서 B 와의 전화를 지속했다.

     

    "야 B. 너근데 우리집에 와본적 없지 않나?"
    "너희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너희 집에 들어가 봤어. 나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는 B는 그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B가 언제나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허나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어두컴컴한 주택지에 서있었다.

    와본 적 없는 거리였기에 B는 놀랐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건 꿈이라는 자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눈앞의 한 건물에서 A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B는 오랜만에 보는 A가 반가워 말을 걸었으나, A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대로 근처의 편의점에 들어가는 A를 보며 B는 '꿈이니까' 하고 납득을 했다.

    B는 갑자기 A가 요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졌다.

     지금 나온 그 건물에서 사는건가? B는 아파트에 들어갔다.

    한번도 온적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B는 A의 집이 어딘지 알수 있었다.

     

    3층 복도 끝에서 3번째 집.

     

    B는 당연히 잠겨 있을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에 세탁기.

    조금 더 들어가서 왼쪽에는 화장실.

    그 안에 불이 켜있는 방.

    방 한가운데에 놓여진 코타츠, 왼쪽 벽에는 침대, 그리고 오른쪽 벽에는 책장.

     

    A다운 방이구나 하고 B는 생각했다고 한다.

    A는 그것을 듣고 오싹함을 느꼈다. 집이 있는 층수나 위치, 내부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B는 책장을 보자 A와 서로 책을 빌려보던 시절이 그리워져서 책 한권을 빼들었다.
    이 만화 신간 나왔네. 저 회색 책은 소설인가?
    책 한권을 더 뽑아 들었을 때 갑자기 B는 강한 인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그쪽을 본 순간, 그는 뽑아 든 책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책장 한쪽 구석의 벽에서 여자의 얼굴이 B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 머리에 가운데 가르마를 탄 단정한 얼굴이었지만, 무표정이었고 피부는 벽지색과 같은 흰색이었다.

    순간 B에게는 가면으로 보였다고 한다.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여자의 얼굴이 B에게 물었다.

    B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이건 꿈이 아니다. 내가 여기 와서는 안되었던거야'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무표정이었고 평범한 말투로 말하고있었지만, B는 그것을 듣는 것 만으로도 죽고싶을 정도의 공포감으로 이 집에 들어온 것을 후회했다.

     

    "니가 여기 있을거라면, 난 너를- "

     

    벽에 있는 얼굴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을 보고 B는 부지불식간에 여자의 입을 막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이상 이 여자가 하는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강하게 여자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벽의 감촉인지 사람의 감촉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여자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B를 바라볼 뿐이었다.

     

     

     

     

     

     

    B는 여자의 입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형국인지를 생각했다.

     

    이 여자의 입을 막고만 있으면 꿈에서 깨는건가.

    애시당초 이게 꿈이기는 한건가.

    A의 집에 왜 이런 것이 있는걸까.

    나는 이여자에게 홀린 것일까.

    그리고 만일 이여자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때 당시 B는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이 여자 아까 무슨말 하려고 한걸까.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지.  

    이대로 여기서 못나가면 나는 내집 침대 위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것일까.

    어쩌면 A도 이미 이여자에게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그 순간,

     

    입이 틀어막혀있던 그여자의 표정이 일순간 바뀌었다.

    살짝 눈썹을 찌뿌리고는 가볍게 B를 노려보고있었다. 어째서

    표정이 바뀐것인지 B는 알수 없었지만 바뀐 표정이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살짝 곤란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지. 하고 B가 생각한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목덜미를 잡아 챈 것처럼 뒤로 세게 당겨졌다.

    여자의 입을 틀어막고있던 두 손은 여자의 얼굴에서 떨어져, 엄청난 기세로 뒤로 쓰러졌다.

    여자가 뭔가 말하는게 보였지만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들을수는 없었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기 직전에 그는 자고있던 이부자리 위에서 정신이 들었다.

     

     

     

     

     

     

    잠시동안 B는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혹시 이게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가 걱정이 되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책장 근처에 그가 꿈 속에서 떨어뜨렸던 책이 똑같이 떨어져 있음을 확인하고 꿈이 아닌것을 확신하고 A가 집에서 나오기를 재촉했다고 한다.

    B의 이야기를 듣고 A는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편의점 가려고 나왔을때 B가 근처에 있었던가?

    내 집에서 B가 그런일을 겪고 나간순간 내가 돌어왔다는 건가?

    지금까지 아무일없이 평온하게 살아왔던 내집에서 정말 그런일이 있었다고?

     

    A는 일단 B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날이 밝은 후 집으로 돌아가겠노라 약속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밖이 밝아오고 차량과 행인이 늘어났을 쯔음 A는 결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커텐이 드리워져 어두컴컴했다.

    현관의 불을 켜고 책장을 예의주시하며 방 불 스위치를 켠 순간 A는 깨달았다.

    B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나가는 통에 방 불을 끄지 않고 나갔다는 것을.

     

     

    결국 계약문제때문에 A는 두달 후에야 이사할 수 있었다.

    그 두달간 A는 책장 주변에 소금을 둘러놓았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B에게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몇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듯 , B가 전화를 모두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다시금 소원해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사한 후 A는 다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A와 B가 겪은 기묘한 사건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A를 만나 먼저 이 이야기를 들었고, 추후 B와도 전화로 확인한 후 두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두사람 다 지금은 잘 지내고, B는 시간이 지나 이일을 가볍게 입에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A가 그 사건 이후로 전화를 참 많이 줬었는데 미안할뿐이라고 했다.

    A의 집에 정말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B가 A의 집에 간 것은 정말로 꿈이었을까. 만약 정말 무엇인가가 있던거라면 B는 어째서 살아남았던 것일까.

    어째서 소원했던 B가 연관된 것일까.

    이제와서 알수있는것은 없다.

     

    하지만, 그 아파트는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어서, 지금 이순간도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때 그방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A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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