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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91516
    작성자 : 베타초콜릿
    추천 : 4
    조회수 : 858
    IP : 121.64.***.13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9/01 20:00:05
    http://todayhumor.com/?pony_91516 모바일
    [팬픽] 다이아몬드 티아라의 노예가 된 유동이 5
    <div><br></div> <div> <p style="padding:0px;margin:0px;color:#1e1e1e;font-family:Gulim, '굴림';font-size:13px;line-height:24px;"><img src="https://derpicdn.net/img/2016/2/5/1080554/large.png" style="padding:0px;margin:0px;border:0px none;vertical-align:top;" alt="" filesize="654590"></p> <p style="padding:0px;margin:0px;color:#1e1e1e;font-family:Gulim, '굴림';font-size:13px;line-height:24px;"><img src="" class="txc-image" style="padding:0px;margin:0px;border:0px none;vertical-align:top;clear:none;float:none;" alt=""></p></div> <div>이제 안바쁘니 빨리 마무리 지어야 겠네요! 길고 긴 군생활이 끝나갑니다!<br></div> <div><br></div> <div>전역하기 전에는 다 써야지</div> <div><br></div> <div> <div><span style="color:#1e1e1e;font-family:Gulim, '굴림';font-size:13px;line-height:19px;">전편 - </span><a target="_blank" href="http://blog.naver.com/dbghd122" style="color:#0000FF;text-decoration:none;font-family:Gulim, '굴림';font-size:13px;line-height:19px;">http://blog.naver.com/dbghd122</a></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머리가 아파서 괴로운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술기운이 남아도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숙취때문에 뱃속과 머릿속은 난장판이었다. 머리에 있는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밖에 되지 않았다. 잠에서 들었을 때가 1시가 막 지나갔을 때 였으니 잠도 6시간 밖에 못잔것이다. 여러모로 컨디션이 최악인 아침이었다. </div> <div><br></div> <div>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는데도 몸도 정신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눈이 반 이상 떠지지 않았고 머리는 누가 종을 치듯 울려왔다. 어젯밤 까지만 해도 얼마나 마셨는지 세지도 못했는데 이제야 내가 얼마나 처마셨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너무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그런지 내 스스로도 절제하지 못했었다.</div> <div><br></div> <div>제일 먼저 급한 것은 물이었다. 목이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듯 했다. 다이아네 집이었으면 지나가던 청소부라도 불러서 물이라도 갖고오라고 시킬텐데 여긴 넓기만 더럽게 넓었지 수발들어주는 놈이라곤 스파이크 혼자 뿐이었다.</div> <div><br></div> <div>한동안 앉아있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신음을 하며 괴로워하던 중 노크소리에 문을 쳐다보니 스파이크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br></div> <div>"유동아, 일어났어?"</div> <div><br></div> <div>"어......"</div> <div><br></div> <div>목소리가 문 밖에 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스파이크는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스파이크는 침대에 걸터앉은 날 보더니 내 상태를 확인하러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 앞으로 오더니 불쾌감을 드러내며 코를 부여잡았다.</div> <div><br></div> <div>"술냄새!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술통에 술이 거의 없던데... 설마 둘이서 다 마신거야?"</div> <div><br></div> <div>"소리치지마. 머리 아프니까."</div> <div><br></div> <div>문득 스파이크를 살펴보니 스파이크의 복장이 눈에 띄었다. 스파이크는 가운데 커다란 하트모양이 그려진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있었다. 앞치마 주위로 장식천도 주렁주렁 달린게 누가봐도 남자용으로 보이진 않았다.</div> <div><br></div> <div>"너 취향이 참 이상하구나."</div> <div><br></div> <div>"어?"</div> <div><br></div> <div>스파이크가 내 시선을 따라오더니 자신의 앞치마를 보았다. 그는 새삼 자신이 입고있던 앞치마를 의식하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div> <div><br></div> <div>"난 그런 취향 아니야! 나도 이거 입기 싫다고."</div> <div><br></div> <div>자연스럽게 그 옷을 입은채 내 방에 들어와선 그렇게 주장하다니 참 설득력이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럼 벗으면 되지 왜 입고 있는건데."</div> <div><br></div> <div>솔직히 앞치마 입은 스파이크 모습이 귀엽긴 했다. 마치 애완견에게 옷을 입혀준 느낌이랄까.</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나한테 맨날 이런걸 입혀. 난 이런 여자같은 옷은 싫다고 그냥 평범한 거로 입겠다고 하는데도 억지로 나한테 이런걸 입힌다고."</div> <div><br></div> <div>스파이크는 불만이라는 듯 툴툴거리며 말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다이아가 내게 옷을 선물해주겠다며 래러티의 부티크로 가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사서 내게 입혀준 적이 있었다. 래러티와 다이아는 내 꼴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고 나는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었다. 스파이크도 여기선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는듯 했다. 트와일라잇은 남자애인 스파이크한테 자신의 취향인 드레스를 억지로 입히곤 수치스러워 하는 그 모습까지 즐기는 듯 했다. 어쩐지 스파이크에게서 연민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아침 차려놨는데 먹을거야?"</div> <div><br></div> <div>지금 심정으로는 물이나 한 잔 마시고 잠이나 더 퍼질러 자고 싶었다. 딱히 배고픈 상태도 아니었고. 그래도 어젯밤 술로만 배를 채워놔서 뭘 먹기는 해야할 듯 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스파이크를 따라나섰다. 식당에는 트와일라잇과 스타라이트, 심지어 대쉬까지 앉아있었다. 대쉬는 나처럼 숙취에 괴로워하며 잠이나 잘 줄 알았었는데 의외로 멀쩡하게 팬케익을 뜯어먹고 있었다. 난 이렇게 앓고 있는데 날 이렇게 만든 원흉은 멀쩡한걸 보니 갑자기 빡침이 몰려왔다.</div> <div><br></div> <div>"좋은 아침이야, 유동아. 아침 먹어."</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날 보며 인사하더니 마법으로 내 자리의 의자를 빼주었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식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앞에 정갈하게 정리된 식기에 담긴 팬케이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포크로 팬케익을 조금 잘라내어 목으로 넘겼다. 스파이크의 요리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평소라면 맛있게 먹었겠지만 입맛이 없는 지금은 맛보단 배에 채워넣는데에 집중했다.</div> <div><br></div> <div>대쉬는 괜찮은 척 연기를 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그 많은 양의 술을 나와 같이 먹은 포니라는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포니는 해독이 인간보다 빠른가 어떻게 저렇게 멀쩡한지 억울할 지경이었다.</div> <div><br></div> <div>대쉬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씨익 눈웃음을 지었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div> <div><br></div> <div>"유동아, 왜 그래? 어제 술을 너무 무리하게 마셨니?"</div> <div><br></div> <div>대쉬는 걱정이라곤 조금도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대꾸할 기운도 없어 팬케익이나 마저 먹었다.</div> <div><br></div> <div>"아, 맞아. 너희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난 중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아서."</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중간부터라니. 첫잔부터 바로 뻗었으면서.</div> <div><br></div> <div>"우리 둘이 엄청 마셨지."</div> <div><br></div> <div>"그 통에 있는걸 거의 다 마셨어."</div> <div><br></div> <div>스파이크가 맞장구 쳤다.</div> <div><br></div> <div>"근데 난 괜찮았는데 유동이는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div> <div><br></div> <div>대쉬는 역시나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마음껏 떠들어라. 나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div> <div><br></div> <div>"정말?"</div> <div><br></div> <div>"말도 마. 술도 약한 주제에 괜히 나랑 따라 마시다가 갑자기 쓰러져서는 내가 얘를 방까지 업어줬다니까."</div> <div><br></div> <div>나는 쥐고있던 포크를 식당에 쾅하고 내려놓았다. 도저히 저 말은 참을 수가 없었다. 뇌가 술에 잠심당해 기억세포라도 손상된걸까, 마치 진짜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말해주듯 떠들고 있는 대쉬는 뻔뻔함을 넘어 당당했다. 솔직히 나도 어제일을 다른 포니에게 떠들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대쉬가 진심을 보였다해도 우리둘은 취했으니까. 남의 술버릇을 떠벌리고 다닌는 것도 별로 좋은 행동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쉬가 이렇게 몸소 진실을 말해달라 호소하고 있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어제 정말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줘?"</div> <div><br></div> <div>포니들이 내 말에 나를 주목했다. 나는 혼자 낄낄 웃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포니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몹시 기대됐다. 포니들은 내 이야기를 반신반의 하며 대쉬를 쳐다볼것이다. 대쉬는 혼자 얼굴 전체가 새빨개지면서 거짓말이라고 호들갑스럽게 소리치며 내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줄것이다. 미안하다, 대쉬. 나도 말할 생각은 없었어. 네가 다 자초한 일이야.</div> <div><br></div> <div>"무슨 일이 있었는데?"</div> <div><br></div> <div>스타라이트가 내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놀라지나 말아. 나랑 대쉬랑 술을 다 먹어갈 때 쯤이었어. 나도 대쉬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지. 근데 갑자기 대쉬가 눈이 탁 풀리더니 날 쳐보더면서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거야. 내가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다고. 그러더니 대쉬가 날 덮치면서 내게 강제로 키스해서는..."</div> <div><br></div> <div>나는 중간에 끊고서는 대쉬의 반응을 슬쩍 확인했다. 이 때 쯤이면 흥분해서 끼어들 때가 됐을텐데 어쩐지 잠잠했다. 하지만 대쉬의 표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얼굴이 붉어지지도 않았고 안절부절하거나 흥분한 기색도 없었다. 마치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얘기를 들었을 때 처럼 입꼬리만 올린 냉소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머지 포니들의 반응도 비슷했다.</div> <div><br></div> <div>"유동아, 너 머리 어떻게 됐니?"</div> <div><br></div> <div>대쉬가 이번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배려가 어쩐지 더 열받게 했다.</div> <div><br></div> <div>"기억안나? 네가 분명 그랬잖아!"</div> <div><br></div> <div>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하며 소리쳤다. 흥분한 나와 반대로 대쉬는 너무 침착했다.</div> <div><br></div> <div>"유동아, 넌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어. 내가 널 방 까지 업어줬잖아."</div> <div><br></div> <div>"그게 무슨 개소리야! 업어준건 네가 아니라 나였다고!"</div> <div><br></div> <div>대쉬는 콧방귀를 뀌었다. 자신이 어젯밤 나를 업어줬다는 왜곡된 기억을 믿어 의심치 않은 듯 했다. 나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대쉬는 지금 시치미를 떼고 있는것이 아니었다. 저 반응은 정말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하나도 기억못할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저기 유동아, 혹시 네가 너무 취해서 꿈이랑 헷갈린거 아닐까?"</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나를 달래듯 말했다.</div> <div><br></div> <div>"뭐?!"</div> <div><br></div> <div>나는 머리를 쥐어 뜯었다. 꿈? 꿈같은 소리 하고있네!</div> <div><br></div> <div>"상식적으로 레인보우 대쉬가 그럴리는 없잖아."</div> <div><br></div> <div>"맞아. 혹시라도 내가 그런걸 해주길 바란다면 꿈 깨셔."</div> <div><br></div> <div>"진짜라고 샹년들아!"</div> <div><br></div> <div>내가 소리치며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내 말을 믿는 것 같지 않았다. 실수했다. 말하는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대쉬는 어젯밤 있지도 않은 개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겉보기엔 멀쩡한 상태였고, 나는 진실을 여과없이 말하지만 지금은 술냄새나 풀풀 풍기며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상황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떠들어도 주정뱅이의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분하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그 순간에 사진기라도 있었으면 그 추태의 순간을 온 포니빌에 뿌렸을텐데.</div> <div><br></div> <div>대쉬는 여유롭게 식탁위로 다리를 꼬며 날 보더니 피식 웃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유동아. 내가 아무리 술에 취했다해도 너한테는 그딴 짓 안해."</div> <div><br></div> <div>아, 그러셨어요. 나는 대쉬의 말을 무시한 채 팬케익을 먹었다.</div> <div><br></div> <div>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나니 조금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대신 졸음이 다시 쏟아져왔다. 내 방 침대에 다시 드러누워 못다한 잠을 청하려 했다. 다이아의 집에 살았을 때면 지금쯤 다이아는 학교에 가고 없었을것이다. 이럴 때면 혼자 집에 남아있다 지루해진 나는 견디다못해 다이아 몰래 포니빌을 돌아다녔다. 그마저도 다이아가 학교에 돌아오기 전까지 시간제한이 있었다. 어쩌다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면 나는 시간에 맞추길 빌며 집으로 뛰어가야했다. 하지만 여기선 이제 그럴 일이 없었다. 내 마음대로 나가도 되고 내 마음대로 들어와도 되고 다른 포니와 만나는 걸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왜일까. 그토록 바랐던 일이지만 생각만큼 기쁘진 않았다.</div> <div><br></div> <div>그 때 갑자기 대쉬가 문을 차고 내 방에 들어오더니 놀랄틈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던 나를 강제로 일으켰다.</div> <div><br></div> <div>"야, 유동아. 소화도 시킬겸 비행이나 하고 오자."</div> <div><br></div> <div>"최소한 노크라도 하고 들어오면 안되니?"</div> <div><br></div> <div>내가 말하자 대쉬는 피식 웃으며 내 팔을 툭쳤다.</div> <div><br></div> <div>"우리 사이에 노크는 무슨. 빨리 나와."</div> <div><br></div> <div>"나 지금 졸린데."</div> <div><br></div> <div>대쉬는 내말을 듣지 않는지 내등을 떠밀며 나를 억지로 문쪽으로 밀어냈다.</div> <div><br></div> <div>"잠은 이따 실컷 자. 지금 시간이 안더울 때라 딱 비행하기 좋단 말야. 니가 어제 분명 태워달라 했잖아."</div> <div><br></div> <div>나는 대쉬의 머릿속에 뇌가 아닌 우동사리가 들어있을거라 확신했다. 안그럼 술취할 때 뿐 아니라 맨정신일 때 지가 했던 말도 기억을 왜곡시킬 수 가 없었다. 게다가 이제는 말만 자기가 특별히 해주겠다고 말하지 온몸으로는 나랑 비행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날 재촉하는 저 태도에 한껏 들뜬 기분하며 신이 난 날개짓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알았어, 알았어."</div> <div><br></div> <div>내가 대답을 했는데도 대쉬는 내 등을 자꾸 떠밀었다. 대쉬는 적극적으로 나를 이끌었다. 성을 나와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엉덩이 쪽을 내 앞으로 돌리더니 발굽으로 자기 등을 툭툭 쳤다. 한시라도 나랑 비행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듯 했다.</div> <div><br></div> <div>두번째 탑승은 생각보다 안정감이 좋았다. 중심도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잡고 대쉬의 몸도 자연스럽게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 대쉬는 날개를 펄럭이더니 서서히 지면에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포니가 80kg에 가까운 나를 이렇게 힘든 기색없이 들어올릴 수 있다는게 참 대단했다.</div> <div><br></div> <div>"진짜 안무거워?"</div> <div><br></div> <div>"어? 내 등 뒤에 누가 있었던가?"</div> <div><br></div> <div>대쉬의 허세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는 어느덧 성의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공중으로 올라왔다. 이번 비행은 꽤 느긋한 속도로 이어졌다. 아마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날 위한 대쉬의 배려가 아닌가 했다. 어제와 같은 속력으로 날았다간 속이 뒤집어져서 뱃속에 있는 것들을 포니빌에 흩뿌릴 수도 있었다. 천천히 비행하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바람은 시원하게 느낄 정도로 적당히 불어왔고 발 밑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도 있었다. 지나가던 페가수스들을 보며 인사하는 것도 가능했다. 페가수스들은 우리들을 신기한 생물체 보듯 쳐다보며 지나갔다.</div> <div><br></div> <div>우리는 마을 광장서부터 상가 거리, 주택가, 시장가, 스윗 애플 에이커,플러터샤이의 오두막까지 포니빌을 한바퀴 돌았다. 대쉬는 일어나면 항상 아침에는 마을 주변을 한바퀴 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굳은 날개를 풀어주고, 날씨 관리일을 할 적에는 날씨 관리도 같이 했었다고 한다. 포니빌에 이사하고 난 뒤 매일 빼먹지 않은 습관이었다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러고보니 날씨 관리는 이제 안하는거야?"</div> <div><br></div> <div>"맞아. 원더볼츠에 입단하고 나서는 그만뒀어."</div> <div><br></div> <div>"그럼 지금은 누가 하는데?"</div> <div><br></div> <div>"지금은 플리터랑 클라우드 체이서가 할거야. 근데 걔네 솜씨가 워낙 시원찮아서 AJ는 가끔 날 불러서 농장 날씨 관리좀 대신 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있어."</div> <div><br></div> <div>"어쩐지. 요즘 날씨가 미친듯이 덥다 했더니."</div> <div><br></div> <div>대쉬가 웃음을 터뜨렸다.</div> <div><br></div> <div>"맞아. 포니들 불만이 장난 아니라니까! 내가 맨날 구름 위에서 낮잠자는 것 같아도 일은 확실히 했다고."</div> <div><br></div> <div>대쉬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이것만큼은 잘난 척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비행에 관해서라면 아마 누구도 대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div> <div><br></div> <div>"잘했어."</div> <div><br></div> <div>내가 대쉬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쉬는 이제 내가 머리를 만져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여기 와서 느낀건데 포니들은 갈기를 만져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 손으로 갈기를 쓰다듬어주는 느낌이 기분 좋은걸까, 한번도 거절하거나 싫어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더 해달라고 떼를 쓰는 포니들은 본 적이 있다. 대쉬는 겉으로 싫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분명 좋아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티도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주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마지막으로 포니빌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도착했다. 레인보우 대쉬가 살고있는 구름 집이 있는 곳이었다. 원래 아침 산책 코스의 마지막 도착지점이 되어야 할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이 마지막이 될 수 없었다. 대쉬는 구름 집 주위에서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살고 있던 그녀의 집은 이제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누가 못들어가게 막고있는 것도 아니고 집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은 그 종이 한장이 그녀를 가로 막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아직 못가져온 물건들이 저기 잔뜩 있는데."</div> <div><br></div> <div>대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div> <div><br></div> <div>"대체 왜 지멋대로 내 집을 빼앗는거냐고."</div> <div><br></div> <div>대쉬는 신경질을 내었다. 대상은 분명 필시 리치를 향한 것 일것이다. 원인이 다이아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할테니. 하지만 그 문책은 어쩐지 나에게 향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유동아, 넌 무슨 일인지 알아? 갑자기 포니들의 집을 빼았는 이유가 뭐야?"</div> <div><br></div> <div>"글쎄..."</div> <div><br></div> <div>말해줘도 믿지 않을테지만 믿어줘도 문제가 될 것이다. 말해준다 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것도 딱히 없었다. 난 더 이상 다이아와 관련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두고봐. 이따 가서 멱살이라도 잡으면서 따질거니까."</div> <div><br></div> <div>대쉬는 각오가 담긴 말을 하며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며 날아갔다. 대쉬는 이제 다시 성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div> <div><br></div> <div>"잠깐 가기 전에 어디 한군데 들러도 될까?"</div> <div><br></div> <div>"어? 어디?"</div> <div><br></div> <div>대쉬는 공중에서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나는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이게 정말 맞는 생각일까. 뜸을 들이다 대쉬는 나를 재촉했다.</div> <div><br></div> <div>"어딘데. 빨리 얘기해."</div> <div><br></div> <div>"포니빌 초등학교."</div> <div><br></div> <div>"거긴 왜?"</div> <div><br></div> <div>의외의 대답이라 생각했는지 대쉬는 눈이 커졌다.</div> <div><br></div> <div>"그냥.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div> <div><br></div> <div>"왜? 옛 주인님한테 미련이라도 있어서?"</div> <div><br></div> <div>대쉬는 내 의도를 간파했는지 단박에 물었다.</div> <div><br></div> <div>"모르겠어. 그냥."</div> <div><br></div> <div>나 조차도 내 자신에게 확신할 수 없었다. 분명 다이아와의 인연은 더 이상 끝이라고 다짐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은 찜찜함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정말 미련이라도 있는걸까. 어제 다이아의 집에 나왔을 때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다이아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했다. 학교는 제대로 나오는지, 집에서는 잘 지내고 있는지, 과외는 잘 받고 있는지, 밤에 방에서 혼자 잘 자고 있는지. 차라리 다이아가 아무 일도 없는 것 처럼 멀쩡하길 바랬다. 어쩌면 그녀가 나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어서 일지도 몰랐다. 알량한 자기만족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확인하지 않으면 이 마음은 정말 미련이 되어 나를 괴롭힐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알았어. 가자."</div> <div><br></div> <div>대쉬는 흔쾌히 허락해줬다.</div> <div><br></div> <div>"고마워."</div> <div><br></div> <div>우리는 금세 포니빌 초등학교로 날아갔다. 나는 대쉬에게 우리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쉬는 구름이 있는 높이까지 올라가더니 구름위에 안착했다. 페가수스는 구름위로 올라탈 순 있지만 나는 구름 위로 올라갈 수 없으니 자기 등에서 내리지 말라고 대쉬가 말했다. 나는 구름에 몸을 숨긴채 빼꼼 고개만 내밀었다. 이퀘스트리아의 구름은 높이가 낮은덕에 포니들의 모습과 소리를 어느정도 구분할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마침 학교는 야외수업인 듯 했다. 조그만 망아지들은 학교 앞 놀이터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망아지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고급스런 티아라를 쓴 연분홍색 망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놓쳤나 싶어 조바심이 난 채로 하나씩 살펴봤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학교마저도 나오지 않은걸까.지금이라도 내려가서 망아지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div> <div><br></div> <div>활발했던 놀이터가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 마치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 처럼 아이들은 노는 것을 멈추고 이야기를 멈췄다. 왜 저러는거지? 나는 원인을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변화같은건 일어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어. 저기 티아라 아냐?"</div> <div><br></div> <div>대쉬의 발굽이 가리키는 곳으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이아는 학교안에 있었는 듯 했다. 학교 입구에서 그녀는 혼자 놀이터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학교에서 움직이는 것은 다이아 혼자 뿐이었다. 멈춰버린 시간속에서 다이아 혼자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이아는 그들을 개의치 않고 공터쪽으로 걸어갔다. 포니들이 공놀이를 하던 곳으로 간 다이아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div> <div><br></div> <div>"꺼져!"</div> <div><br></div> <div>꽁꽁 얼어붙던 얼음이 산산조각이 나듯 포니들은 다이아를 피해서 뿔뿔히 흩어졌다. 그것을 기점으로 그녀가 걸어가면 주위의 포니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무질서하게 뛰어가던 포니들은 서로의 발이 걸려 넘어졌지만 금세 일어서더니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어느 한 포니는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그 자리에 벌벌 떨며 도망도 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이아는 그 포니를 마주보더니 그녀의 머리를 앞발로 걷어찼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며 울음을 터뜨렸고 다이아는 그 포니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내 눈앞에 걸리적 대지마!"</div> <div><br></div> <div>포니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어느덧 활기로 가득 차던 놀이터는 한 마리의 포니도 남지 않게 되었다. 다이아는 휑한 놀이터를 둘러보았다. 한마리라도 자기 눈에 걸리면 가만 안두겠다고 이를 갈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div> <div><br></div> <div>"다 꺼져!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div> <div><br></div> <div>충격적인 광경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차라리 여기 오지 말고 돌아갈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다이아는 예전보다 더 포악해져 있었다. CMC들을 괴롭히기는 했어도 그건 모두 자신의 고고한 자존심과 잘난척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모든 포니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다이아의 성격으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폭군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실버스푼조차 곁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학교와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야, 너 용케 쟤랑 한달동안 살았다."</div> <div><br></div> <div>마음이 착잡했다. 원래는 저렇지 않았는데.</div> <div><br></div> <div>"핍스퀵은 어딨는거야? 학교 회장인데 이 문제를 보고만 있는거야?"</div> <div><br></div> <div>물론 지금의 다이아는 누구도 함부로 건들일 순 없다지만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실버스푼이든 CMC든 핍스퀵이든 그녀와 얘기를 해줘야 했다. 그녀를 진정시키고 빨리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야 했다.</div> <div><br></div> <div>"핍스퀵? 저기 구석에서 짜져있는 포니말이야?"</div> <div><br></div> <div>핍스퀵은 학교 구석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며 겁에 질린 채 다이아를 보고 있었다. 다이아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아예 숨어있던 중이었다. 그의 무능한 모습에 화만 났다. 저래놓고 무슨 학생 회장을 한다고.</div> <div><br></div> <div>"치얼리는 어디 갔어? 이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이 나서야 하는 거 아냐?"</div> <div><br></div> <div>"저기 핍스퀵 뒤에 같이 숨어있잖아."</div> <div><br></div> <div>치얼리는 핍스퀵과 같은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심지어 핍스퀵 뒤에 서 있었다.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이아를 말릴 수 있는 포니는 이 학교에 없는걸까.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라는게 믿기지 않다. 겨우 내가 뭐라고 그 순진했던 다이아가 저 지경까지 되는걸까.</div> <div><br></div> <div>내가 지금 여기서 다이아 앞에 나타난다고 그녀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될까. 하지만 섣불리 나서겠다는 생각은 나지 않았다. 다이아가 날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다. 그토록 날 좋아했던 그녀가 내 눈앞에서 나를 경멸하는 모습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만 가자."</div> <div><br></div> <div>나는 구름에 몸을 숨기며 말했다. 대쉬는 여전히 땅밑을 내려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정말? 이대로 갈거야?"</div> <div><br></div> <div>"그래..."</div> <div><br></div> <div>내가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집을 나왔으면 그 결심을 지켜야 했다. 어쩌면 닥쳐오는 문제를 직면하기 싫어서 회피하는 것 일수도 있었다. 확실한건 더 이상 그녀의 변한 모습을 보기 싫다는 것 이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다시 성으로 날아왔다. 역시 학교에는 괜히 갔었다. 더 이상 다이아와 마주칠 일은 없게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서둘러 마음을 정리해 머리속에 그녀를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내가 다이아의 집에 나온것은 우리 둘 다에게 옳은 선택이었을것이다.</div> <div><br></div> <div>다이아는 분명 괜찮아 질 것이다. 어제 일의 충격으로 잠시 신경이 예민해 졌을뿐 분명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나는 다이아에 대한 생각을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div> <div><br></div> <div>착잡한 마음으로 성 복도를 걸어가던중 트와일라잇을 만났다. 트와일라잇은 날 보더니 반갑게 내쪽으로 뛰어왔다. 그녀는 의사처럼 하얀 가운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유동아, 어디 갔던거야? 한참 찾았잖아."</div> <div><br></div> <div>"그냥. 레인보우 대쉬랑 산책갔었어."</div> <div><br></div> <div>"그랬구나."</div> <div><br></div> <div>그녀는 날 보더니 혼자서 씨익 웃기 시작했다. 어쩐지 트와일라잇이 날 보며 평소에 짓던 웃음과 비슷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웃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웃음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겨났다. 가뜩이나 심정도 복잡한데 그녀의 미소가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div> <div><br></div> <div>"무슨 일 있어?"</div> <div><br></div> <div>"이제 내가 부탁한 걸 들어줄 때야."</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잊고 있었던 또 다른 문제가 생각났다. 내가 우정의 성에 머물게 하는 조건으로 트와일라잇은 내게 어떤 부탁을 하였다. 하지만 그 부탁이 무엇인지는 트와일라잇은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부탁을 먼저 말해버리면 내가 우정의 성에 살지 않겠다고 할까봐 일부러 그런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부탁이길래 그러는걸까. 트와일라잇의 복장은 그것과 관련된 걸까.</div> <div><br></div> <div>"아, 그래..."</div> <div><br></div> <div>지금은 혼자 있고 싶었지만 부탁은 들어주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div> <div><br></div> <div>"자, 날 따라와."</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은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성은 정말 고요했다.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고 트와일라잇의 발굽소리만이 복도에 낮게 울려퍼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무슨 일인지 이제 알려줘도 되지 않아?"</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은 점점 더 성의 깊숙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주변에 창문은 보이지 않았고 복도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걸어가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내가 한 질문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나는 그제서야 어젯밤 흐려진 기억을 떠올렸다. 스타라이트가 했던 마지막 말이 내 머리를 스쳤다. 왜 지금에서야 그걸 떠올린걸까. 그녀는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했던 걸까. 무수한 추측과 불길한 상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러는 중에도 우리는 점점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가 걸어온 복도가 까마득했다. 지금이라도 뒤로 돌아 달아날까하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섣불리 그럴 순 없었다. 트와일라잇이 자기 의도와 틀어지면 나를 어떻게 할 지 몰랐다. 내가 아무리 빨리 뛰어도 결국 알리콘 손바닥안 일 것이다. 게다가 아직 확실한건 하나도 없었다. 괜한 걱정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있는것 일 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역시 어젯밤 스타라이트가 했던 말은 뭔가 마음에 걸렸다.</div> <div><br></div> <div>우리는 복도끝에서 두 문이 나오는 지점에서 멈춰섰다. 하나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는 문이었고 하나는 어두운 방이 보이는 문이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들어가기 싫었다.</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div> <div><br></div> <div>불안감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주위에 어두운 탓에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지금 웃고 있을까.</div> <div><br></div> <div>"이 방으로 들어가면 돼, 유동아."</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조용히 말하고는 어둠이 잠식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은 곧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한참이나 문 앞에서 고민을 했다. 진심으로 저 공간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단지 지나친 망상에 불과하길 바랬다.</div> <div><br></div> <div>나는 방안으로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희끗한 가구들이 방안에 어렴풋이 보였다. 트와일라잇은 어디로 갔는지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은 대답이 없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이런 어두컴컴한 방에서 들어주는 부탁이 좋을리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나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먹구름처럼 몰려왔다.</div> <div><br></div> <div>철컥</div> <div><br></div> <div>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나마 있던 빛들은 사라지고 주위는 어둠으로 칠해졌다. 나는 패닉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 방향감각을 잃어버려 내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문을 찾기 위 미친듯이 휘저었지만 발디딜곳도 찾지 못해 그대로 넘어졌다. 나는 악을 질렀다. 폐쇄의 공포가 나를 옥죄었고 뭔가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삼켰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리를 지르는 것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 때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변했다. 천장의 눈부신 불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유, 유동아, 너 괜찮아?"</div> <div><br></div> <div>위에서 들려오는 트와일라잇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트와일라잇은 천장보다 낮은 높이에서 공중에 날고있었다. 트와일라잇은 당황한 얼굴로 어쩔줄 몰라했다.. 나는 그제서야 방안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방안에는 새하얀 벽에 여러 기구들이 보였다. 마치 병원의 진료실 같았다. 커다란 책상에는 맞은편에 각각 의자가 있었고, 책상에는 포니들의 뼈를 형상한 모형과 장기들을 형상한 모형이 올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청진기와 돋보기가 놓여져 있었다. 방의 구석에는 침대 하나가 놓여져 있었고 체중과 키를 재는 도구가 있었다. 그 밖에도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구들이 많이 보였다.</div> <div><br></div> <div>"여기 어디야...?"</div> <div><br></div> <div>소리를 얼마나 질러댔는지 목이 아팠다.</div> <div><br></div> <div>"여긴 내 진료실이야. 사실 내가 의학 지식도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div> <div><br></div> <div>진료실이라니. 뜬금없는 공간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내가 도와주고 싶은 일이 뭔데."</div> <div><br></div> <div>나는 적개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div> <div><br></div> <div>"사실 유동이에게 건강검진을 해주고 싶었거든. 혹시라도 유동이가 이퀘스트리아에만 있는 질병에 걸리면 안되잖아. 그래서 내가 검사해주려고 한거야. 놀래켜 줄려고 일부러 말을 안하고 왔는데 네가 그렇게 놀랠줄은 몰랐어. 미안해."</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은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다며 내게 사과했다. 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트와일라잇을 보았다. 말하지 않은게 그저 날 놀래켜 주려고 한건가 아직도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방안의 풍경은 전혀 위험해 보일 것 없는 평범한 성의 방중 하나였다. 내게 미안해하고 있는 트와일라잇도 내가 평소에 알던 트와일라잇과 똑같았다. 불안했던 마음이 내 판단을 흐리게 했던걸까. 왜 내가 겁에 질렸는지조차 알지 못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다음 밀려온 것은 분노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두운 방안에 혼자 집어넣고 문을 닫아버린건 장난치곤 너무 심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며 트와일라잇을 노려봤다.</div> <div><br></div> <div>"시발, 그럼 진작에 말을 하던가. 존나 놀랐잖아 개같은 년아!"</div> <div><br></div> <div>분노가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입으로 나왔다. 트와일라잇은 어쩔줄 몰라하며 발굽을 만지작거렸다.</div> <div><br></div> <div>"미, 미안해. 그렇게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div> <div><br></div> <div>화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고작 건강검진 하나 때문에 날 이 꼴로 만들었단 말이지. 다이아 일 때문에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스타라이트의 말 때문에 괜히 사람만 심각하게 만들었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div> <div><br></div> <div>"검사... 하지 말까?"</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소심하게 물었다. 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div> <div><br></div> <div>"그래, 하자. 검사."</div> <div><br></div> <div>내가 대답하자 트와일라잇은 발굽을 치며 좋아했다. 내가 네 속셈 모를줄알아. 건강검진은 핑계에 불과했다. 평소 그렇게 인간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질문을 해대니 건강검진만 할 리 없었다. 건강 검진도 하면서 나에 대한 연구도 같이 할게 분명했다.</div> <div><br></div> <div>하여간 너드새끼들은 장난 같은거 치면 안된다. 아직도 가슴이 놀라서 진정할 생각을 못했다. 생각할수록 빡치네.</div> <div><br></div> <div>우리는 곧이어 간단한 건강검진을 하게 됐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냥 병원에서 흔히 받는 기본적인 검사와 똑같았다. 체중과 신장을 검사하고, 시력을 측정하고, 체온을 검사하고, 혈압을 검사하고, 진찰기로 내 몸을 확인하고, 입을 벌려 입안을 살펴보기도 했다. 트와일라잇은 고양된 표정으로 내가 검사를 하나씩 마칠때마다 흥미롭다는 얼굴로 종이에 무언가를 잔뜩 적기 시작했다. 역시 건강검진따위는 핑계에 불과했던거다.</div> <div><br></div> <div>"좋아, 유동아. 기본적인 검사는 끝났어."</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은 내 몸으로 충분히 뽑을걸 뽑았는지 만족하는 표정으로 말했다.</div> <div><br></div> <div>"딱히 아픈데는 없는거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매일 매일 정밀 검사를 하는게 좋을 거 같아. 내일은 아침먹지 말고 검사 받자."</div> <div><br></div> <div>한번으로 끝나지도 않은건가. 여긴 다시 오기 싫은데. 이곳이 위험한 곳은 아니란걸 알게 되었지만 꺼림칙한건 변함이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럼 가도 좋아 유동아."</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은 방금 얻어진 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하려 하는건지 이제 난 안중에도 없었다. 난 내쫓기듯 그 방을 나왔다.</div> <div><br></div> <div>좁고 길게 뻗은 복도가 다시 나왔다. 다시 봐도 분위기가 조금 으스스했다. 대체 진료실을 이렇게 구석에다 처박아논 이유가 뭘까. 모르겠다. 그냥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div> <div><br></div> <div>문득 옆에 있던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이 보였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그 공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정의 성에도 지하실이 있었던가? 내가 그곳을 보려 고개를 돌리자,</div> <div><br></div> <div>쾅</div> <div><br></div> <div>갑자기 문이 엄청난 속도로 저절로 닫히자 나는 주춤했다. 계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묵직한 철문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div> <div><br></div> <div>"나가는 곳은 저쪽이야."</div> <div><br></div> <div>트와일라잇이 언제 왔는지 방안에서 나와 말했다.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의 목소리는 방금전 행동과 맞지 않게 지나칠정도로 차분했다. 나는 서둘러 그 복도를 빠져나왔다.</div></div> <div><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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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span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br></span></div>『<a href="http://blog.naver.com/dbghd122" target="_blank" style="color:#0000FF;text-decoration:non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자작 마이리틀포니 팬픽들</a><span style="line-height:21.600000381469727px;">』</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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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6/09/03 22:22:51  112.154.***.239  namnam  668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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