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소나타의 학교생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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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ony_85547

작성자 : 베타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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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5/10/04 0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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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소나타의 학교생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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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dcimg2.dcinside.com/viewimage.php?id=20b1c0&no=29bcc427b38377a16fb3dab004c86b6f6b6cb2befff220e0528f9938cee83e0839247331e2ceb557eb00083a38c49443e6170b" style="padding:0px;margin:0px;border:0px none;vertical-align:top;" alt=""> 소나타의 학교생활 <하> ※이 팬픽은 우정게임 설정과는 관계 없습니다. [상편] -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pony_85292">http://todayhumor.com/?pony_85292</a> ============================================================== "세이렌들이 또 다시 여기 나타났다고?" 애플잭이 놀라 물었다. 레인붐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밴드 연습을 위해 항상 연습실로 모이곤 한다. 이제는 서로가 약속한 듯 종이 울리면 모두가 이 자리로 모였다. 선셋은 그 시간을 틈 타 오늘 아침 그녀가 본 중대 사실을 모두에게 발표했다. 시끄러웠던 연습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아니, 세이렌 전부가 아니라 소나타란 애 혼자만 온거야." 레인붐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소나타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사실 세이렌중에서는 아다지오 말고는 옆에 있던 두명은 기억이 희미했다. "왜, 왜 온거야? 혹시라도 힘을 되찾아 우리한테 복수하는거라면..." 플러터샤이는 겁에 질린 눈으로 손을 모았다. 기타를 치고있던 레인보우 대쉬가 연주를 멈추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리 무서워? 다시 덤비면 우리가 또 박살내면 되는데." "일단은 힘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아." "그럼 대체 왜 온거래?" 래러티가 피아노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선셋은 그저 한숨만 쉬었다. 선셋은 1교시 때 수업을 듣다 창문에서 교실을 둘러보던 소나타를 봤었다. 누굴 찾으러 온 것 같지는 않고 몇분간 창문으로만 교실안을 살펴보기만 했다. 수업도중 뛰쳐나가 소나타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미 창문에서 사라진 뒤였다. 왜 그랬는지 그녀는 아직도 알지 못했다. "그게 문제야. 대체 왜 온건지 모르겠어. 괜히 신경끄자니 무슨 일이라도 꾸미고 있을까 걱정되고." "혹시 몰라. 그냥 심심해서 온 걸지도!" 핑키 파이가 소리쳤다. "그건 분명 절대 아닐거야. 어떤 할 짓 없는 사람이 학교에 심심하다 오겠어." 대쉬가 말했다. 그녀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그녀의 인생이 학교보다 재미있는것이 없을 정도로 따분하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것이다. 운동장에 있는 잔디를 세도 학교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 보다야 재밌을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오늘 하루 소나타를 관찰하는게 좋겠어. 소나타가 들어가는 수업을 몰래 들어가서 눈치못채게 감시하는거야. 혹시라도 의심을 살 수 있으니 한명씩 돌아가면서 소나타를 매 교시마다 감시하자."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 애플잭이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선셋은 피식 웃었다. "왜? 옛날처럼 스닙스, 스네일스한테 시켜서 24시간동안 도촬하고 약점 하나 잡아서 협박하고 학교에서 쫓아내는 것 보단 훨씬 인간적인 방법이잖아." 선셋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애플잭은 반박할 말을 잃고 고개를 끄덕였다. 2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여섯 명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셋은 나가기 전에 스마트폰을 꺼내 모두에게 보여줬다. "이번 교시엔 내가 감시할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소나타가 수상한 행동을 하면 언제든 대화방에 연락할게." 선셋은 복도를 나와 소나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자기 교실을 찾아가는 무리들 속에 혼자 유유자적한 포니테일을 한 파란 머리를 포착하자 서둘러 그녀를 뒤쫓았다. 선셋은 소나타가 교실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 한 후 그녀 역시 뒷문으로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갔다. 그녀가 등록한 수업이 아니었기에 교사에게 들키지 않게 자리에 앉아야 했다. 맨 뒷자리에 앉은 선셋은 소나타의 위치를 확인했다. 수업이 곧 시작되고 선셋은 소나타의 뒷통수만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특별히 하는 행동은 없는 듯 했다. 소나타는 수업에 집중하는 듯 칠판만을 보고 있었다. 그 때, 선셋의 엉덩이에 진동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그녀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책상 아래로 꺼내 화면을 켰다. 그녀는 흘끗 앞을 살펴보고 방금 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래러티 : 얘들아 큰일났어!」 선셋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소나타를 봤지만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선셋 쉬머 : 뭔데 그래」 「래러티 : 이번에 과제로 내는 드레스의 밑단을 로즈색으로 해야 했는데 실수로 체리색으로 했어」 「래러티 :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래러티 : 디자이너로써 실격이야!」 「래러티 : 망했어! 다 망했다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메세지는 캐릭터가 울고있는 이모티콘으로 마무리됐다. 선셋은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집어넣기를 망설이다 재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선셋 쉬머 : 중요한 일 아니면 문자 보내지마!」 돌아오는 대답은 래러티가 방금 보낸 똑같은 이모티콘이었다. 곧 이어 이번에는 다른 메세지가 도착했다. 핑키 파이였다. 「핑키파이 :얘들아 나 어쩌면 수상한 거 찾은 거 같아」 선셋은 다시 고개를 올려 소나타를 확인했다. 자기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소나타는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애초에 소나타는 자신과 함께 있는데 메시지를 보내려면 소나타를 관찰하는 선셋이 문자를 보내야 했다. 선셋은 이번엔 기대하지 않았다. 「핑키 파이 : 내가 사진을 하나 찍었거든 한번 봐봐」 핑키가 올린 사진을 보자 선셋은 흠칫 놀랐다.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은 레인보우 대쉬가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서 자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 대쉬는 무지개 색깔의 번개가 치는 구름 무늬의 속옷을 입은 채 침대 위에서 입을 크게 벌리며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핑키 파이 : 어 잘못올렸다」 「레인보우 대쉬 : ??? 야 미친 너 이거 뭐야. 언제 찍은거야」 「핑키 파이 : 비밀이야 :-D 」 「레인보우 대쉬 : 뭐? 비밀? 빨리 말 안해?」 「레인보우 대쉬 : 게다가 저기 내 방이잖아. 어떻게 들어온거야」 「레인보우 대쉬 : 안 지워? 빨리 지워라」 「핑키 파이 : 싫어 」 핑키는 캐릭터가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것을 도화선으로 대화방은 대쉬의 욕설로 가득 채워갔다. 도저히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저속한 언어에 핑키는 웃는 이모티콘으로 계속 답장해줬다. 선셋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방의 알림을 끄더니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소나타 감시는 점심시간까지 성과없이 끝났다. 3,4교시는 각각 애플잭, 플러터샤이가 감시를 했지만 선셋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소나타가 수업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마치 정말 수업을 들으려 학교에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수학시간엔 애플잭도 풀지 못한 문제를 소나타가 나와서 직접 풀었다고 고백했다. "달링, 네가 너무 걱정하는 것 같아. 왜 그렇게 까지 그 애 한테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돼. 적어도 위협은 되지 않은 건 확실해." 래러티가 말했다. 레인붐은 식당의 한켠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선셋 혼자만 표정이 어두웠다. 애플잭과 플러터샤이가 감시할 때 선셋은 1분마다 특이 사항이 없냐고 계속 문자를 보내왔다. 그것도 모자라 자리에 있는지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강요했고 조금이라도 답장이 늦으면 지금 당장 가겠다고 강박적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선셋을 제외한 레인붐은 소나타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듯 했다. 하지만 선셋은 단순히 신경을 끄자기엔 세이렌이 너무 위험한 생물이란 걸 알고있다. 그녀가 이퀘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했을 때 사이렌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불신이나 먹고사는 평범한 마법 생물 따위가 아니다. 세이렌들이 이곳에선 이퀘스트리아 마법을 흡수하지 못해서 그렇지 고대엔 이들 때문에 이퀘스트리아가 멸망할 뻔 한 적이 있다. 마법의 힘이 강력해 도저히 감당이 안돼 내린 결정이 바로 마법이 없는 다른 세계로의 추방이었다. 트와일라잇이 여기오고 이퀘스트리아의 마법의 힘을 흡수한 세이렌은 이 학교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비록 지금은 레인붐에 의해 보석이 깨졌지만 어떤 방법으로 보석을 되찾는다면 분명 이 학교 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질것이다. 선셋은 그녀의 친구들에게 그들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야, 핑키! 네 폰 당장 내놔!" 대쉬는 맞은 편에 앉은 핑키의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씩씩거리며 그녀는 사진첩을 뒤졌다. "대체 그런 사진은 언제..." 대쉬는 자신의 사진을 찾다 무언가 잘못됐단걸 느꼈다. 핑키의 사진첩에 저장된 자신의 사진이 한 두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가장 오래된 사진부터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깐, 이건 대체... 세상에, 내가 이 짓 한 것도 찍었다고?" 대쉬가 사진을 넘길 때 마다 그녀의 볼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것도, 이것도." 대쉬는 도저히 자신의 수많은 사진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스마트폰을 핑키에게 다시 건냈다. 삭제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괜히 핑키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이 수많은 사진 중 단 하나라도 유출이 될까봐 두려웠다. 핑키는 대쉬에게 윙크를 하며 그녀가 건낸 스마트폰을 받았다. "오후에도 계속 감시하는거야? 솔직히 난 의미가 없다고 보는데." 애플잭이 태평하게 말하고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미안. 내가 좀 고집을 부리고 있지만 딱 오늘 까지만 감시하자. 그 후엔 내가 트와일라잇 공주에게 조언을 구해볼게." "뭐, 그 정도 쯤이야." 대쉬가 말하자 선셋은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 때, 그들의 눈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걸어가는 것을 선셋은 포착했다. 소나타는 점심이 담긴 쟁반을 한 식탁위에 두더니 자리에 앉았다. 식탁에는 아무도 없이 소나타 혼자뿐이었다. 선셋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반 쯤 먹고 있던 식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은 여기 있어. 내가 소나타한테 가볼게." 세이렌들이 본격적으로 이 학교에 불신을 퍼뜨리기 시작한 게 바로 점심시간 이었다. 그들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인 틈을 타 마법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조종했었다. 그 때가 바로 밴드들의 결투가 시작된 계기였다. 어쩌면 지금이 소나타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는 위험한 시기일 지 몰랐다. 애초부터 그녀가 노렸던건 지금일지 몰랐다. 선셋은 자연스럽게 소나타의 맞은 편에 앉아 그녀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 또 만났네." 설마 그 새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선셋의 걱정과 다르게 소나타는 그녀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선셋!" 소나타는 아직 식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그녀는 잔뜩 기대감에 차 있는 눈으로 쟁반 위에 놓여진 그녀의 점심을 바라봤다. 쟁반위에는 원기둥 모양의 음식이 종이랩에 감싸져 있었다. 선셋은 점심을 먹고 있었지만 온 신경을 소나타에게 집중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샌드위치가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도 신경쓰지 못했다. "있지, 이 학교 정말 대단하지 않아?" "응?" 선셋은 갑작스런 물음에 놀라 입에 넣은 샌드위치가 목에 걸릴 뻔 했다. 그녀는 기침을 하며 급하게 물을 마셨다. 소나타는 입가에 침을 흘리며 종이랩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화요일마다 타코가 나온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타코야. 난 타코는 꼭 하루에 한 번 먹어야 해. 특히 이 학교 타코는 이제껏 먹었던 타코중에 제일 맛있어!" 선셋은 적당히 대꾸해줬다. 타코 얘기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종이랩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벗겨질 때 마다 소나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선셋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근데 오늘은 화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인데." 선셋의 말과 함께 종이랩이 벗겨졌다. 소나타는 내용물을 보며 굳어버렸다. 양파, 양상추, 칠리, 치즈, 고기가 한 가득 모여 먹기 좋게 또띠아와 감싸져 있어야 할 음식이 그녀 눈앞에 있지 않았다. 선셋은 10초가 넘도록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선셋은 그녀를 보며 얼굴 앞에 손바닥을 흔들어 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슨 문제 있어?" "이건 브리또잖아!" 소나타가 갑자기 소리치자 선셋은 화들짝 놀랐다. "브리또...?" "그래! 이건 타코가 아니라 브리또라고! 왜 타코가 나오지 않은거야?!" "그야 오늘은 수요일이니까." 선셋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지만 소나타는 전혀 납득하지 못한듯 했다. 선셋은 진심으로 눈 앞에 있는 세이렌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 정도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봤다. 그것도 이유가 타코 때문이라니. 이 애가 정말 고대에 이퀘스트리아를 위험에 빠뜨린 그 세이렌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녀 눈엔 그저 머리가 좀 모자라 보이는 고등학생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선셋 자신은 그런 그녀가 무서워 아침부터 행동 하나 하나를 감시하는 과대 망상증 환자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어쩌면 방심이 그녀가 원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모습이 어떻던간 소나타가 세이렌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비슷한 거니까 그냥 먹는게 어때?" 선셋은 자기 나름의 조언으로 소나타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진정은 커녕 흥분하며 거칠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비슷한거라니! 타코와 브리또는 엄연히 다르다고! 비슷한 거니 그냥 먹는다면 타코에게 수치라고, 수치!" "어... 미안해. 몰랐어." 서둘러 선셋은 사과했다. 더불어 친구들이 있는 식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 앞에 타코에 이성을 잃은 여자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 따위 브리또 따위!" 소나타는 한 손에 브리또를 움켜쥐더니 망설임없이 허공애 내다 던져 버렸다. 선셋은 브리또의 궤적을 눈으로 쫓아 저 편 식탁에 앉은 레인보우 대쉬의 얼굴에 불시착 한 것을 목격했다. 대쉬의 얼굴에서 브리또가 미끄러 지더니 소스에 범벅된 그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식탁에 앉아 있던 네 친구들은 대쉬만을 쳐다봤다. 대쉬는 얼굴에 묻은 소스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더니 먹고있던 스파게티를 한 손에 움켜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이 대쉬님한테 음식 싸움 신청한 거 맞지?! 후회하게 해주겠어!" 대쉬의 눈은 목표물을 찾아다녔다. 손에선 스파게티 소스가 뚝뚝 떨어지며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래러티는 장난끼가 발동한 어린 아이를 야단치듯 소리쳤다. "레인보우 대쉬, 지금 그거 당장 내려놔! 우리가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런 품위없는 짓은 절대 용납못해. 혹여나 내 옷에 음식이라도 튄다면 가만 안 둘줄 알아!" 대쉬는 씩 웃더니 스파게티를 맞은편에 앉은 래러티의 상체에 던져버렸다. 누가봐도 의도된 행동이었다. 피할 틈도 없이 스파게티는 래러티의 상의에 맞았다. 래러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방금 있었던 일을 믿지 못한다며 눈으로 다시 확인하듯이. 새하얀 블라우스가 토마토 소스로 빨갛게 참수당한 광경을 보자 래러티는 살해 현장을 본 목격자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푸하하하하!" 대쉬는 래러티를 보며 폭소했다. 누가 그녀에게 브리또를 던졌나는 금세 그녀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래러티는 블라우스를 냅킨으로 닦아봤지만 핏자국같은 얼룩은 지워지지 않았다. 대쉬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숨도 제대로 못쉬며 웃어댔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래러티는 식탁 위를 탐색하다 애플잭이 반 쯤 먹다만 사과를 집어들고는 팔을 뒤로 젖혀 온 힘으로 대쉬에게 던졌다. 느닷없는 강속구에 깜짝 놀란 대쉬는 머리를 숙이며 가까스로 사과를 피했다. 빗나간 사과는 뒤 테이블에 앉아있던 학생의 뒤통수에 맞아 산산 조각이 나버렸다. "누구야?!" 뒤통수에 난 혹을 만지며 학생이 소리쳤다. 범인을 밝히기도 전에 그 학생은 자신이 먹고 있던 점심을 사과가 날아온 방향으로 던졌고 그 음식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었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식당은 엉망진창 음식 싸움이 시작됐다. 공중에는 각종 음식들이 나타나 식탁, 바닥,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누가 적이고 누굴 공격해야 할지 모르며 학생들은 음식을 집어던졌다. 래러티는 일찌감치 식탁밑으로 피신을 갔고 대쉬는 음식을 맞으며 수많은 적들에 맞서싸웠다. "싸움이야? 나도 끼어야지!" 그 중 제일 신이 난 건 핑키 파이였다. 그녀는 두 발로 식탁에 올라서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그녀의 몸집만한 파티 대포였다. 그녀는 먹고 있었던 컵케익들을 몽땅 포신 안으로 쑤셔넣었다. 그녀는 쏟아지는 음식들을 맞으며 소리를 질렀다. "다들 모여!" 폭발음과 함께 무수한 컵케익 파편들이 하늘을 덮었다. 학생들이 던지는 음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화력으로 식당을 포격했다. 운이 좋아 음식에 맞지 않았던 학생들은 핑키의 파티 대포 한방으로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점심이 떨어지자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줏어들어 집어던졌다. 의미도 목적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은 멈출 생각을 안했다. "얘들아. 그만. 이제 그만 하라고!" 유일하게 선셋은 싸움의 중심에서 중재를 외쳤다. 그녀의 옷과 얼굴이 더럽혀져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리가 이러면 세이렌이 불신만 더 흡수할 거라고!" 그녀의 목소리엔 애절함과 다급함이 묻어있었다. 만약 이대로 혼란이 멈추지 않는다면 소나타가 불신을 흡수하고 힘을 되찾을 것이다. 그녀가 가장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소나타는 애초부터 이걸 노렸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멍청한 척해서 자신을 방심하게 만든 뒤 이런 짓을 꾸몄던 것이다. 왜 좀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선셋은 후회를 접어두고 우선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는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선셋의 간절함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바지에 던진 머핀이었다. "얘들아, 제발... 우리가 이럴수록 여기 소나타가..." 선셋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소나타가 있는 곳을 가리켰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선셋은 당황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어디갔어!" 식당에서 불신을 흡수하고 있어야 할 소나타는 어디에도 없었다. 선셋은 어딘가에 숨어있을거라 생각해 식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선셋은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브리또를 던졌던걸까. 선셋은 찾다 못해 설마하는 마음으로 식당 출입문을 열고 복도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복도 저 편에 이 혼란을 야기한 장본이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선셋은 머리에 토마토를 묻힌채 소나타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다. "야! 어디가! 여기서 불신을 흡수해야지!" 선셋은 보이지 않는 소나타를 보며 소리쳤다. 점심이 끝날 무렵 레인붐은 학생 식당 문을 열고 줄줄이 나왔다. 모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음식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유일하게 블라우스에 커다란 자국만을 남긴 래러티가 깨끗해 보일 정도였다. "정말 재밌었어! 나중에 또 하자!" 핑키 파이가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다. 핑키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털어대자 머리카락에 박혔던 컵케익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니, 다신 하고싶지 않아." 대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지개 색이었던 그녀의 머리가 무슨 색이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핑키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씻어야 겠어... 다들 내 축구부로 와서 씻어. 이대로 있다간 음식들이랑 같이 몸이 썩어버릴 것 같아." 대쉬가 앞장서자 모두가 뒤따라갔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 브리또는 누가 던진거야?" 대쉬는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따지고보면 모든 일의 원흉은 그 브리또에서 시작되었다. "소나타 더스크." 선셋이 짧게 말했다. "뭐? 대체 왜?" "점심에 타코가 아니라 브리또가 나와서 던져버렸어." "...... 진심이야?" "그래. 그리고 정작 본인은 싸움이 있기 전에 식당에서 나가버렸고." 선셋은 자기가 말하고도 황당한지 헛웃음이 나왔다. 대쉬는 선셋의 말을 믿지 않은 듯 했다. 선셋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도 처음엔 불신을 흡수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일을 꾸민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이젠 정말 그 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멍청한 척 하는건지 진짜 멍청한건지, 우리에게 복수하러 온건지 심심해서 온건지. 그 애를 따라다니다 보면 나도 머리가 어떻게 되는거 같다고!" 선셋은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보다못한 플러터샤이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것 봐, 달링. 네가 너무 예민했던 거 라니까." 래러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애초부터 신경을 껐어야 했는데..." 선셋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오후엔 감시하기는 중단된거야?" 플러터샤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셋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젠 그 애가 무슨 짓을 하던 신경 안쓸거야." 마지막 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소나타는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녀는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교실에 혼자 앉아 칠판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앉아서 내일 1교시가 시작되기 전 까지 기다릴 수 없기에 아쉬움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는 하교하는 학생들이 떠나고 한산했지만 완전히 텅 비지는 않았다. 방과후 학교 활동을 위해 남아있는 학생들이 몇 있었기 때문이었다. 캔틀롯 고등학교의 방과후 활동은 다양했다. 강제로 남아서 수강해야하는 보충수업 부터 춤, 밴드, 동물 보호, 독서 등 각양 각색의 동아리와 축구, 농구, 야구등의 운동부 활동도 있었다. 소나타의 눈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녀는 금새 신이 나며 복도를 돌아다녔다. 어떤 방과후 활동을 들을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녀는 눈에 띄는 교실 하나를 골라 들어가기로 했다. 소나타가 문을 열고 들어간 교실은 어두었다. 잘못 들어온건가 싶어 문을 닫으려는 순간 교실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트릭시의 놀라운 마술 쇼가 시작됩니다!" 소나타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조그만 방안엔 무대와 접이식 의자들로 이루어진 간이 객석이 있었다. 무대 위에는 트릭시가 복장을 차려 입으며 무대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객석에는 4명이, 핑키, 모드, 스닙스, 스네일스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트릭시가 자신을 소개하자 객석에는 초라한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소나타는 살금 살금 걸어가 관객들의 옆 빈자리에 앉았다. "그럼 놀라운 마술쇼에 앞서 관객 중 한 명이 지원자로 트릭시를 도와줘야한다. 자, 누가 이 트릭시의 지원자가 될 영광을 가지게 될것이냐!" "나! 나! 나! 나! 나! 나! 나!" 핑키가 양손을 번쩍들더니 소리치면서 양팔을 흔들어댔다. "거기. 새로 온 녀석. 니가 올라와라." 트릭시는 손도 들지 않은 소나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핑키는 아쉬운 소리를 내며 양팔을 내렸다. 소나타는 양쪽을 두리번 거리다 트릭시의 손가락과 자신을 번갈아 보았다. "나?" "그래. 너." 소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딱히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트릭시의 옆에서 뭘 해야할지 모른채 멀뚱멀뚱 서있었다. 트릭시는 카드 뭉치를 꺼내더니 뒷면이 보인채로 부채모양으로 카드를 펼쳐 소나타 앞에 가져댔다. "카드를 한 장 뽑도록." 소나타는 잠자코 트릭시의 말대로 카드를 뽑았다. "잘 보고 난 뒤 다시 이 카드뭉치에 넣어봐라." 역시 시키는 대로 했다. 트릭시는 카드뭉치를 능숙하게 섞기 시작했다. "자, 이제 카드는 섞였고 트릭시는 카드뭉치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분명 넌 트릭시가 펼쳐준 카드에서 아무 카드나 뽑았고." 트릭시는 관객들을 보며 망토를 펄럭였다. "이제부터 트릭시는 미래를 예측해 보겠다. 트릭시는 지갑에 항상 카드 한 장을 넣고 다니는데 그 카드 한장은 사실 이 지원자가 뽑을 카드를 예측해 미리 집어넣은 것이다!" 스닙스 스네일스가 서로를 쳐다보며 놀랐다. "말도 안돼! 뽑을 카드를 미리 알고 그 카드를 넣어놨다니!" "이 트릭시는 가능하지!" 트릭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녀는 지갑속에 있는 카드 한 장을 꺼내더니 뒷면을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모두가 그 카드에 집중했다. "자, 여기 니가 뽑았던 카드와 같은 문양, 같은 숫자의 카드가 있어. 이제 관객들에게 말해보거라. 니가 뽑았던 카드가 뭐였는지." 관객들은 소나타의 말 만을 기다렸다. 트릭시는 그녀가 입을 열 때 동시에 카드를 뒤집을 준비를 했다. "까먹었는데." "뭐?" 트릭시가 놀라 물었다. "까먹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트릭시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뒤집기 만을 기다리던 카드는 도로 지갑으로 들어갔다. "뭐였는지 까먹었어." "뽑은 카드를 기억하는건 마술에서는 기본중에 기본이잖아! 어떻게 그걸 까먹을 수 있어!?" 트릭시는 기가차며 소리쳤지만 소나타는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소나타는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처음 보는 마술에 기본중에 기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트릭시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아냈다. 공연중에 흥분했다간 망치기만 할 뿐이었다. "됐어. 지원자는 다른 사람으로 할거야. 들어가!" 소나타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트릭시는 헛기침을 한 뒤 다시 원래의 말투로 돌아왔다. "다른 지원자를 뽑도록 하겠다! 이 놀라운 트릭시의 마술에 동참할 영광을 가진 자는 누구더냐!" "나! 나! 나! 나! 나! 나! 나!" 이번에도 유일하게 손을 든 건 핑키 파이였다. "핑카미나 다이앤 파이! 올라오도록." "예이!" 핑키는 일어서더니 폴짝 뛰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마술을 해보겠다." 트릭시는 무대 뒤에 가려진 커튼 사이로 이동형 선반을 꺼냈다. 선반 위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진 검은색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트릭시는 검은색 상자의 바닥을 들어 핑키와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곤 상자의 윗면에 뚫린 구멍으로 상자의 내부도 보여주었다. 상자의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트릭시는 구멍이 난 부분을 바닥으로 가게 뒤집고는 상자를 흔들어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트릭시는 상자를 다시 선반 위에 두고는 기다란 지팡이를 꺼냈다. "아무것도 없는 이 상자를 트릭시가 이 지팡이로 두들기면." 트릭시는 탁탁 지팡이를 상자에 두드렸다. 그리고는 상자안으로 팔을 집어 넣더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트릭시가 팔을 빼자 그녀의 손 안에는 땅콩버터 크래커가 한가득 했다. "와!" 핑키가 놀라며 소리쳤다. 스닙스와 스네일스는 박수 갈채를 보냈다. 소나타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트릭시를 쳐다봤다. 모드만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릭시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고 관객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었다. "보시다시피 상자엔 아무것도 없다!" 트릭시는 다시 상자를 들어 관객들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상자 안은 이전과 같이 텅 비어있었다. "내가 해볼래!" 핑키가 말했다. 트릭시는 피식 웃더니 상자를 핑키에게 건냈다. 이 마술은 상대에게 상자를 직접 확인 시켜줘야 신비함이 커진다. 실제로 장치가 된 건 상자가 아닌 선반쪽이었다. 아무리 상자를 살펴봐야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든지." 핑키는 상자를 집어들더니 구멍안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파이양, 뭔가 집히긴 하나요?" 트릭시가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응! 파이가 있어!" "뭐?" 트릭시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손에는 파이가 들려있었다. 트릭시는 말문이 막힌 채 입이 벌어졌다. "다시 해봐!" 핑키는 파이를 다시 상자안으로 집어넣고 팔을 휘저었다. 트릭시는 이번엔 한 눈 팔지 않고 핑키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했다. 이번엔 상자에서 컵케익이 나왔다. "마... 말도 안돼." 핑키는 컵케익을 다시 집어넣더니 여러가지를 꺼내고 집어넣었다. 커다란 돌을 꺼내기도 하고, 상자안에 또 다른 상자를 꺼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녀와 똑같이 생긴 포니를 꺼내기도 했다. 그녀의 피부색과 똑같은 털색에 그녀의 머리와 똑같은 갈기와 꼬리를 가진 포니는 핑키의 손에 업히며 발굽을 휘저었다. "안녕!" "으아악!" 포니가 핑키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트릭시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핑키는 다시 포니를 상자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녀는 다시 빈 손으로 상자를 트릭시에게 건냈다. 트릭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를 가로채고는 상자 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곤 상자 안밖을 손으로 더듬으며 꼼꼼히 살펴봤다. "대체 어떻게 한거야?" 트릭시는 존경심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보다 더 대단한 마술을 보인 핑키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핑키는 씨익 웃더니 트릭시의 귀에 다가갔다. "그건 말이야." 트릭시는 기대한 표정으로 핑키가 할 말을 기다렸다. 핑키는 관객들이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비밀이야." 핑키가 다시 얼굴을 떼더니 트릭시를 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트릭시는 귀에서 증기가 뿜어나올 정도로 얼굴이 빨개지더니 핑키를 노려봤다. "됐어! 알고 싶지않아! 어딘가에 숨겨둔걸테지. 그 이상한 동물은 인형으로 복화술 한거잖아." 트릭시는 그 이후로도 여러 마술을 보여줬지만 핑키가 옆에서 흉내낸 마술과는 겨룰 수 없었다. 가령 트릭시가 손에 있는 하얀 공을 1개에서 2개, 4개로 늘린다면 핑키는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박수를 칠 때 마다 하얀공이 하나씩 떨어지게 했다. 박수를 10번이고 100번이고 칠 때 마다 공이 무수히 떨어졌다. 트릭시는 무대 위에 장치가 있나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소나타는 둘의 마술 대결을 보며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녀는 교실안에서 시간 가는줄도 모른채 마술 공연을 봤다. 소나타는 텅 빈 복도를 걸어가며 울려퍼지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방과 후 활동까지 끝이 난 학교는 어느 때 보다 고요했다. 시끌벅적하고 붐볐던 복도는 혼자 다니기엔 너무 넓었다. 이제 학교를 나서야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복도를 돌아다녔다. 그녀는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석양을 빤히 쳐다봤다.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이면 어쩐지 그녀를 울적하게 만든다. 이곳은 저절로 해가 뜨고 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는 반드시 갔다. 그녀가 해가 지는걸 수천, 수만, 수십만 번을 볼 때 마다 그녀 주위에 있는 세계는 변해갔다. 오직 그녀만 빼고. 사람이 변하고 세상이 변해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변화없었다. 소나타는 해가 지는 것을 볼 때면 그녀만이 이 세계에서 멈춰있는것 처럼 느꼈다.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럴 때 마다 소나타의 가슴은 뻥 뚫려버린 기분이었다. 이럴 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타코로도 그 구멍을 채울 수 없었다. 띠링 소나타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다지오 대즐이었다. 「지금 일 끝남. 아직 학교야? 데리러 갈까?」 소나타는 문자메세지를 보며 배시시 미소지었다. 그녀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웃고있었다. 그녀가 답장을 하려 하자 길게 늘어진 그림자 하나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소나타 더스크 맞지?" 소나타가 올려다보자 파란 머리의 남학생이 그녀를 보며 웃고있었다. 입은 웃고있었지만 하나도 자연스럽지 않은 웃음이었다. 본능이 경고를 알리자 소나타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난 플래시 센트리라고해. 잠깐 얘기 좀 해도 될까?" "나 집에 가야하는데." "타코 사줄게. 타코 좋아하지?" 그 한마디에 소나타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학교 앞에 있을게'라는 문장을 완성하고 전송만을 기다리던 스마트폰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그녀는 한가득 침을 머금은 채 말했다. 플래시는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따라와." 소나타는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버린채 플래시를 따라갔다. 그녀의 머릿속엔 아다지오 대신 타코가 가득 들어앉았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문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걷고있었지만 소나타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플래시는 소나타를 데리고 학교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한쪽 복도는 벽에 막히고 다른쪽은 모퉁이로 벽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도착했다. 전등도, 창문도 없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플래시는 우두커니 소나타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이곳에는 타코가 없는 것 같은데. 소나타는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끼고 플래시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엔 부자연스러웠던 미소가 걷히고 대신 차가운 무표정이 나타났다. "너,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란 애 알지?" 플래시가 조용히 말했다. 소나타의 눈이 불안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게 누군데?" "시치미 떼지마. 넌 알고 있잖아." 플래시가 한 발자국 걸어가자 소나타는 서둘러 한 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를 막다른 벽으로 몰고갈 뿐이었다. 소나타는 플래시의 뒷편을 흘끗 살펴보았지만 모퉁이만 보일 뿐 복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복도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진짜 몰라, 그런 사람." "밴드들의 결투에서 너희와 겨뤘던 그룹의 리더인데 그걸 모른다는게 말이 돼?" 플래시는 말을 할 때 마다 한 발자국씩 앞서갔다. 소나타는 뒷걸음질 치다 결국 들이 벽에 맞닿았다. 소나타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레인붐이라면 아침에 만났던 선셋도 그 얘길 했었다. 그 중 있었던 멤버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소나타는 추측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났지만 아는가 모르는가가 지금 중요한게 아니었다. "걔가 왜...?" 소나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가슴팍에 손을 갖다댔다. 있어야 할 세이렌의 보석을 찾지 못하고 오른손은 허공을 헤맸다. 호흡이 가빠지는지 그녀의 손이 가슴과 함께 빠르게 오르내렸다. "그 애가 어디서 온 줄 알지? 어떻게 해야 이곳에 다시 올 수 있는지도." "모, 몰라." "거짓말 하지마!" 플래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소나타는 깜짝 놀랐다. 다리가 풀리려 했지만 몸을 뒤로 기대 간신히 중심을 유지했다. 플래시의 얼굴은 무표정에서 분노로 변해갔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그에게 퍼져나가는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넌 알고있어! 분명 알고 있다고!" 플래시가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이번엔 그녀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뒤통수가 벽에 튕기더니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신음을 내뱉었다. 소나타는 그에게서 아리아의 옛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았다. 가끔씩 아리아의 전 남자 친구들이 술을 먹고 집으로 찾아오곤 했다. 소리를 지르며 과격한 행동을 하고 아리아를 만나게 해달라고 깽판을 부리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소나타는 겁을 먹고 집안으로 숨어있었다. 숨어있는 동안에는 아다지오가 아리아가 알아서 해결 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다지오도, 아리아도, 심지어 마법도 없는 상태였다. 소나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법을 모른다고 하면 센트리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다. 그렇다고 안다고 해도 누군지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애를 이곳에 불러올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소나타가 두려움에 찬 눈으로 플래시를 바라보자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달았다. "말하는 게 좋을거야." 플래시는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우악스런 손이 그녀의 옷가지를 구기며 어깨를 뒤틀었다. "아... 아파." 소나타가 신음을 흘리며 말했지만 손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말하지 않으면..." 플래시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손아귀가 점점 더 조여왔다. 소나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도와줘.' 소리를 잃은 목소리는 그녀의 입술을 헤맸다. 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나타는 비명을 질렀다. 벽에 기댈 힘도 풀리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소나타는 어둠에 눈을 맡기고 무기력하게 흐느꼈다. 그녀의 왼쪽 귀에서 털썩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랐다. 한참이 지난 후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어깨는 아직 욱씬거렸지만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플래시를 영문을 모른채 보았다. 소나타는 센트리를 손가락으로 푹 찔러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괜찮아?" 소나타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선셋 쉬머가 왼손에 야구 방망이를 든 채 소나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거친 숨을 쉬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미안. 내 전 남친이 정신에 문제가 있거든." 선셋은 야구 방망이를 땅바닥에 던지고는 허리를 숙여 소나타에게 손을 뻗었다. "너희들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이퀘스트리아에서 온 고향 친구인데 모른 척 지나갈 순 없더라." 소나타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소나타는 선셋이 건낸 손을 쳐다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선셋이 무안해하며 손을 슬며시 내리자 소나타는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선셋의 품에서 흐느끼는 소나타를 어쩔 줄 몰라하다 선셋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이제." 선셋이 부드럽게 말했다. 소나타는 한참을 선셋의 품에서 울었다. 소나타는 눈물로 일그러진 얼굴로 선셋을 보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소나타는 목소리가 쉬어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했다. 선셋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선셋은 그녀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플래시는 쓰러진 채로 어둠속에 홀로 남겨졌다. 소나타가 학교를 나가는 문을 모른다고 하자 선셋은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소타나는 선셋과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마침 소나타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스마트폰을 꺼내 완성해 두었던 문장을 보냈다. 「금방 갈게. 기다려」라는 메세지가 곧바로 도착했다. 소나타는 화면을 보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오늘 학교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온 줄 알았어. 그래서 오전 내내 널 감시했었거든. 사실 아직도 네가 무슨 생각으로 여기 온 건지 모르겠지만." 선셋은 말하기 껄끄러웠지만 고백했다. 어쩐지 더 이상 그녀가 위험하단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그냥 왔어. 혼자 있으면 심심하거든. 학교에는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좋아. 재밌는 일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소나타는 솔직하게 말했다. 선셋은 이제 소나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려고?" 선셋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소나타는 학교에서 내내 혼자 다녔다. 수업시간에도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았고 식당에서도 혼자서 밥을 먹었다.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 할만한 성격도 아니었고 그럴 기회도 많았었다. 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소나타를 알아보고 말을 걸고, 다가갔지만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들을 피해다니고 혼자서만 행동했다. "아니. 나는 친구는 안 사귀어." 소나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왜?" 선셋이 물었다. "옛날에는 나도 친구가 많았는데 다 날 두고 먼저 가버렸거든. 그럴 때 마다 너무 슬퍼. 그래서 더 이상 친구는 안 사귀어. 아다지오랑 아리아가 내 가족이자 친구야." "아......" 선셋이 흘끗 소나타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서글픈 미소를 짓고있었다. 어쩐지 물었던 사실이 미안해졌다. 둘은 말없이 복도를 걸어갔다. 학교를 나서는 문을 열자 하늘은 석양빛과 잿빛이 나란히 하늘에 깔렸다. 소나타는 주위를 둘러보다 아다지오의 차를 발견하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난 가볼게." 소나타가 인사를 했다. 선셋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있잖아." "응?" 소나타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괜찮다면 내가 네 친구가 되도 될까?" 선셋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친구?" 선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친구를 안 사귄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선셋은 잠깐 뜸을 들였다. 소나타는 잠자코 들었다. "친구하나 없이 지낸다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 그래도 친구라는게 없는것 보다 있는게 훨씬 좋거든." 선셋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미소를 보자 소나타도 따라 웃게 되었다. 선셋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빵빵. 느닷없는 경적 소리가 소나타를 재촉했다. 아다지오가 창문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빨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소나타는 손을 흔들며 선셋에게 멀어졌다. "고마워." 멀어지는 소나타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선셋은 그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아다지오의 수다로 채워졌다. 주로 그녀가 다닌 직장에 대한 불만이 그 내용이었다. 월급도 짠 주제에 시키는 일이 많다는 불만, 사장이 툭하면 자길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는 불만, 진상 손님에 대한 불만, 자기만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는 불만. 불만은 끝도 없었다. 아다지오는 자기가 힘만 되찾으면 그 사람들을 찾아가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나타는 그저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창분 밖을 내다봤다. 기분좋은 바람을 선사하며 그녀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그래. 소나타 넌 어땠어? 학교는 재밌었어?" 아다지오가 자신의 불만을 모두 쏟아냈는지 소나타에게 물었다. 소나타는 지평선 너머에 깔린 석양을 바라봤다. 어쩐지 이번에는 석양을 봐도 허전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재밌었어!" 소나타가 웃으며 말했다. ----------------------- 이렇게 길게 될 줄 알았으면 상중하로 나눌걸. 원랜 좀더 윾쾌하게 끝내려 했는데 쓰다보니 왠지 훈훈한 결말로 되버림

베타초콜릿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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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10/04 11:17:49 121.182.***.128 소나타헤비 67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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