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옆 열도에서도 4.16 참사와 같은 재앙이 2011년 3월 11일 일어났습니다. 토호쿠 대지진까지는 천재지변이지만 후쿠시마 사태는 전형적인 인재의 수순으로 갔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을 기점으로 반경 수십km는 이제 일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지만 재앙의 끝은 멀었습니다.
선천적으로 혹은 사고로 인한 대뇌피질 손상으로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싸이코패스가 있습니다. 타인의 희노애락을 모르면 괴물이 된다고들 합니다. 강호순, 김길태, 유영철 같은 연쇄 살인마들을 통해 타인과의 감정 교류가 불가능하면 지옥에서 어떤 악마가 기어 올라오는지 알 수 있지요.
다시 일본이야기입니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시위 중에는 표현의 자유를 뒤집어쓴 헤이트범죄, 혐한시위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후쿠시마 근처 주민들 또한 참고 참아도 감감무소식인 도쿄전력과 정부의 보상에 항의 하는 시위 또한 하고 있죠.
혐한시위의 주체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2ch(니챤네루)의 네또우요(넷우익)를 기본으로 재특회라는 모임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고요.
방사능 위기는 망국의 위기입니다. 소련 해체의 주원인중 하나로 지목 받는 체르노빌급의 핵재앙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입니다. 아무리 인간의 욕구 욕망이 다양하더라도 근본적인 생존의 무결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후쿠시마의 난민들에게 힘을 실어 주지는 못할 망정 이웃국가의 혐오 시위에 더 적극적이란건 어딘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지요.
바로 이런 이들이 싸이코패스가 아니고 무어겠나요?
게다가 일본의 언론들또한 후쿠시마 난민들이 지금 어떤 생활을 하는지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이 어떻게 사태를 얼버무리고 있는지, 그리고 혐한시위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간략하나마 일반적인 보도는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반적인 일본인 또한 이들에 대해 무관심 합니다. 소름 끼치지 않나요? 싸이코패스들의 혐한 시위도 무관심하고 자국의 난민들에게 무관심하고 난민에게 무관심한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무관심 하고. 아니 소름 끼친다기 보다는 이상하다고 해야 겠네요.
일본 전국민이 싸이코패스인가 아니면 일본 국민들은 분노를 잊어 버렸는가?
어느 쪽이 맞을 것 같나요?
87년 직선제를 이끌어낸 6월 항쟁의 방아쇠는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사망 사건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의로운 이들의 의로운 죽음에 사람들은 슬퍼했고 의롭지 못한 정치인들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SNS도 인터넷도 휴대폰도 심지어 PC 통신조차 없던 시절에 두 의인의 죽음은 전국민을 한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보다 더 참혹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정부의 무능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책임지라고 그 자리 앉힌 인간은 도망가기에 바쁩니다.
피어나지도 못하고 가버린 어린애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슬픔은 있지만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 정부의 무능으로 사그러진 것에 대한 분노는 없습니다.
6.25 이래로 처음, 이토록 많은 학생이 때몰살 당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고 통신이 끊어진 상황에 놓인 소수인원의 그룹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주의적인 토론보다 한 시라도 빨리 의견을 통합해서 한 덩어리로 뭉쳐서 위기상황에서 잽싸게 빠져 나와야 합니다. 이 때 리더는 그룹내에서 일어나는 반목은 어떤 형태로든 다스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사 구성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단합된 조직의 힘이야말로 위기 상황에서 개인을 구할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4.16 참사에서 리더십은 어디에 있었나요? 책임자는 누구 였나요? 더 이상 구조 작업은 안됩니다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책임자가 누구 였나요?
자기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 가슴에 피멍 든 실종자 가족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의 힘을 보여주었나요?
이 사건의 주체는 자식 잃은 부모이고 피붙이 잃어 버린 가족입니다. 지금 어느 누구보다 이성적 판단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납득할 만큼의 최선을 보여주는게 힘들다고 얼버무리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 천지 다 잃어 버린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고 나서 안된다고 하는게 순서입니다. 이성적 판단은 지금 이 자리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병으로 가족 잃은 사람에게 가장 크게 후회가 남는 건 그 때 그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병구완을 했느냐 입니다. 좋다는 치료 좋다는 약 심지어 미신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방법 다 동원하고도 안된다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포기 하는게 사람입니다.
바보라도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의 학생 하나 지키지 못하며 심지어 그럴 의지도 없는 무능한 집단이며 우리는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이들에 공감하여 분노 할 필요가 있음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