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퍼가지 마세여. 진짜.</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가끔씩 가장 끔찍하게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었다.</div> <div>내 생각에는 굶어죽는 편을 최악으로 꼽고 싶다.</div> <div>천천히 수척해지는 와중에 뭐라도 한 입 먹고 싶어서 점점 미쳐가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려 봤었다.</div> <div>생각만해도 너무 무섭다.</div> <div>상상 속의 모습이라는 사실만이 그나마 나를 진정시켜줬다.</div> <div> </div> <div>허나 지금은. 지금은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됐다.</div> <div>나는 문이 굳게 닫힌 지하실에 잡혀 있는 처지가 됐다.</div> <div>온세상이 엉망진창이 됐다.</div> <div>지하실에는 한때 음식캔이나 바로 먹을 수 있는 끼니로 가득했지만 옛날에 다 먹어버렸다.</div> <div>굶주림에 휩싸였다.</div> <div>찌르는 듯한 복통에 몸도 약해지고 현기증까지 난다.</div> <div>몸이 계속 으슬으슬하다.</div> <div>체중도 빠르게 줄어들었다.</div> <div>뼈가 튀어나올 정도인데도 여전히 배는 볼록하게 튀어나왔다.</div> <div>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다.</div> <div>쉽게 혼란에 빠진다.</div> <div>혼을 빼놓는 악몽도 꾼다.</div> <div>피골이 상접하는데도 대책이 없다.</div> <div>먹을 것을 구하러 밖으로 나가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게다가 계단을 오르기에도 벅찬 상태이다.</div> <div> </div> <div>혹시라도 못보고 지나친 음식 쪼가리라도 있을까 싶어 피로에 쩔어 푹 들어간 두 눈으로 지하실을 훑어봤다.</div> <div>'아 신이시여. 이렇게 끝나지만은 않게 해주소서. 이런 식으로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div> <div>그러다가 내 옆에 놓여있는 고기 덩어리에 시선이 멈췄다.</div> <div>마음 속에서는 이 고기를 먹으면 안된다고 외쳤다. </div> <div>고기가 썩었으니까.</div> <div>하지만 지금은 겉만 살짝 구워진 스테이크처럼 보인다.</div> <div>나도 이제 견딜만큼 견뎠다.</div> <div>고문같은 하루하루가 끝났으면 좋겠다.</div> <div>고기를 집어들고 크게 한 입 뜯었다.</div> <div>'끄아아아아아아!!'</div> <div>내가 물어버린 다리의 주인이 울부짖었다.</div> <div>계단 기둥에 두꺼운 밧줄로 묶여있는 아내를 바라봤다.</div> <div>"여보 미안해. 너무 배고파서 못참겠어."</div> <div> </div> <div>서너입을 더 먹고 나니 마침내 배고픔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벽에 기대고 앉아 씁쓸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div> <div>몇 시간만 지나면 나도 감염 되겠지.</div> <div>그래도 굶어 죽지는 않겠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