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달 전 회사를 그만두면서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부터
오피스텔 관리실 영감님이 이것 저것 부탁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처음은 간단한 문자 메시지 부탁이었습니다.
제가 관리실 앞에 지나갈 때 저를 불러 세워서
자기가 스마트폰을 샀는데 문자보내는 법을 모르겠다며 문자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귀찮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해드릴 수 있지요,
그런데 이게 매번 반복되는 겁니다.
심지어 각 호실별 문자 공지까지 저보고 부탁하기 시작하더군요.(보증금 인상 문제 등등)
한번 보내는게 아닙니다. 보낼 꺼리가 있으면 저를 찾습니다.
지나가는 저를 불러 세우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방에 찾아옵니다.
그러다가 이번엔 오피스텔 건물주가 건물 청소상태를 매일 사진으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나봅니다.
주차장부터 건물 11층 까지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보고(총 3~4명한테 보고)를 해야 한다면서
1층부터 저를 11층 까지 데리고 다니는 일이 몇번이나 반복되었습니다.
복도, 계단, 로비 등등을 사진으로 찍고 누구는 카톡으로, 누구는 문자메시지로 보내달랍니다.
며칠 전에는 관리인의 모친이 별세하셨다며, 장례식에 오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내달라더군요.
문자메시지, 카톡 으로요.
이런 건 컴퓨터로 엑셀에 정리해서 뿌리오 같은 사이트로 보내는게 훨 낫다고 말씀드렸지만,
관리실 컴퓨터가 안된다며 저한테 일일이 보내달라더군요.
환장합니다
찾아오는 시간대도 자기 맘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백수입니다.
라이프 사이클이 무너지는 바람에, 낮에 자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아침부터 띵똥띵똥 (벨을 한번 누르는게 아닙니다. 전형적인 노인 조급증입니다. 한 10번은 누르는거 같습니다)
일부러 없는 척 하고 무시하고 자면 몇시간 뒤에 또 찾아와서 띵똥띵똥띵똥
진짜 미치겠습니다.
팬티 차림으로 문열어준것만 몇번입니다.
어제는 자기가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데, 인터넷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면서 잠을 깨우더군요.
전 답답한게 싫어 선풍기를 몇대 틀고 현관 문을 열고 잡니다.
(잠귀가 밝고 헬스를 좀 해서 등치도 커 도둑 두명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 걱정 ㄴㄴ)
대충 집 안에 아무 소리 안나고 불도 꺼져있고 그러면
아 자는구나 생각하고 내려가야 할거 아닙니까?
주무십니까 띵동띵동띵동띵동
진짜 아오..
네 자요 그러면 문을 더 열고 들어와서 잠 깨워서 죄송합니다 하고 자기 볼일 다 말합니다.
진짜 돌아버리겠습니다.
적어도 내 시간 자유롭게, 방해 받고 싶지 않아서 오피스텔 전세를 사는건데
이 영감님이 제 영역으로 자꾸만 침범합니다.
어제는 자기가 도서관을 갔는데 인터넷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면서
저보고 해달라고 하더군요.
자고 있는 거 다 알면서 방에 찾아와서는요.
제가 죄송한데 일어나서 나가봐야 한다고, 말하니
자기가 이름이랑 주민번호 적어두고 간다고 꼭 부탁한다고 하더니
펜을 달랍디다. 자기 멋대로 방에 들어와서요.
저는 침대에 누워있는데요. (말했듯이 문을 열고 잡니다;;)
제가 어제 집에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어제는 가입을 못해드렸고 오늘 아침에 가입을 하려니,
개인 인증을 해야 한다길래 본의아니게 못했습니다.
밀린 빨래, 설거지를 하고 밥을 차려서 tv 보면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띵동띵동띵동
"제가 오늘 아침에 도서관을...."
제가 밥을 먹고 있는데도 말이죠.
이따가 오겠습니다 하고 내려가면 되는데
팬티만 입고 밥먹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 자기 할말 다 하고 내려가더군요.
지금 이 영감님 올라올 거 기다리고 있는데
이거 언제 올라올지를 몰라서 게임도 못하겠고...
아오 진짜 승질나서 못살겠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