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9년 2학기, 내가 행정병으로 복무중이던 육사에 축제의 시기가 왔어.

이름이 화랑제였나? 3년이 지나니 기억이 잘 안나네 ;; 당연한 얘기지만 병사들 말고 생도들을 위한 축제였지.

육사에선 매년 축제때 걸그룹 한팀을 불러서 3곡정도 부르게 했었지.

2008년에 왔던건 카라야. 카라 팬인 사람들은 알겠지만 2008년까지 카라는 인기가 별로 없었어.

카라를 어느정도 띄워준 프리티 걸이 2008년 12월엔가 나왔을테니 아무튼 인기가 별로 없었어.

그래서 육사에선 카라를 불렀지. 인기가 없는데 왜? 싸니까.

나름 관계자 인맥 동원하고 해서 3곡에 500~700(사실 정확히 알고는 있지만, 왠지 딱 밝히기가 그래) 정도로 불렀었지.

그걸 감안했는지 2009년에는 걸그룹 초빙(?) 예산으로 700~900정도로 책정되었어.

그런데 문제는 1년 사이에 카라가 많이 컸다는거지. 이미 카라는 1000 밑으로는 어림도 없는 그룹이 되어버린거야.

2009년 당시 책정된 예산으로 부를 수 있는 걸그룹을 찾다보니... 티아라가 걸렸지.

2009년엔가 대뷔해서 역시 많이 싼 시절이었으니까.

근데 문제가 있었어. 너무 싼 나머지 자기네들 곡이 3곡이 안되는거야. 거짓말하고 모르는 노래 하나 더 있었나? ㅡ_ㅡ;;;;;;

대안이라고 나온게 티아라한테 다른 그룹 노래라도 더 부르게 해서 3곡을 채우자였어. 근데 뭔가 좀 그렇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어. 예산 증액은 힘들고 그 예산으로 부를 걸그룹은 별로 없었지.

그룹마다 스케쥴이란것도 있고, 완전 듣보잡 그룹을 부르면 생도들이 분노하겠지...

그때 누가 소문을 퍼뜨렸는지 몰라도 소녀시대를 부르자는 의견이 나왔어. 그떄 스케쥴이 괜찮았나봐.

물론 소녀시대는 지금 예산으로 어림도 없는 소리였어. 2009년에 군생활 해본 사람들을 Gee를 기억하겠지?

인기도 가격도 킹왕짱이었어.

그럼 어떻게 소녀시대를 부르느냐? 생도들이 각자 1~2만원정도씩 걷어서 예산에 보태면 충분히 소시를 부릴 수 있는 돈이 나오는거야.

당연히 남생도들은 눈에 불을 켜도 찬성을 했지. [티이라 Vs 소시] 결과는 너무 뻔한거였지.

근데 이 계획은 취소가 되었어.

전해듣기로는 여생도들이 훈육관에게 찔렀다나? 물론 예산에 생도들의 돈을 보태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거긴 했고.

아무튼 이렇게 해서 결국 2009년 육사 축제에는 티아라가 왔어.

내가 생도는 아니라 정면에서 보진 못했지만, 이래저래 축제 준비하면서 주워 보긴 했어.

아까 썼던데로 자기네들 노래가 3곡도 안되고, 그나마 알만한게 거짓말밖에 없어서 다른 그룹 노래 2곡을 연습해왔더군.

그러고 휭~ 가버렸지.

그리고 2010년 초에 나는 전역을 했고, 후임한테 전해듣기로는 2010년에 또(...) 티아라가 잘 커버려서 못 불렀다는군.

그래서 다른 싼 걸그룹을 불렀는데, 너무 안 유명한 그룹이어서 이젠 기억조차 안나네 ㅡㅡ;

아무튼 태어나서 곁으로나마 걸그룹 라이브공연을 직접 처음 본게 티아라여서, 이후에 나름 잘 커가는거 좋게 봤었는데

요즘 광범위하게 폭격을 당하고 있네.

쏟아져 나오는 티아라 글들을 보다보니 그 때 일이 생각나고 내키는데로 써봤어.

지금 모습이나 학생때의 과거가 어떻든간에, 대뷔 초에 인기도 노래도 없이 빡빡했을 때의 기분과 초심을 떠올려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