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상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panic_5138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panic_51384</a></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中></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최민섭의 몸의 일부는 전국 곳곳에 흩어져 유기되었다. 2년전, 우리는 심야 열차를 타고 무작정 떠났다. 우리의 손에는 묵직한 가방이 들려져 있었고 가방 안에는 냉동포장된 최민섭의 손이나 다리 따위가 들어 있었다. 덜컹덜컹 열차가 흔들릴때마다 가방이 달아날까 싶어 다리를 오므렸다. 태준은 옆에서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가시돋힌 시선을 이해했다. 우리는 애초에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연주라는 공통점이 없었더라면 평생 모른척 하고 살았을 터였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목적지는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관광명소가 대부분이었다. 괜히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은 피했다. 어느집에 누가 사는지 빤히 아는 시골 동네를 어슬렁거렸다간 목격자만 만드는 셈이었으니까. 내 잦은 여행에, 어머니가 넌 어떻게 사진 한장 찍어오질 않느냐고 타박했다. 태준과 나는 여행을 빙자한 유기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경치가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그 사정을 알리 없는 어머니는 자기도 산중에 있는 큰 절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고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전국 순회가 끝나고 나니 남은 것은 머리였다. 머리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염산에 녹인다든지 믹서기로 갈아버린다든지 하는 잔인한 방법까진 쓰고 싶지 않았다. 태준과 나는 가위바위보로, 누가 최민섭의 머리를 보관할지를 정했다. 참으로 안일한 결정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으로 여겨졌다. 마침 토막살인으로 전국이 들썩거리던 시기이기도 했고, 다른 부위면 몰라도 머리는...살갗과 조직이 썩어서 백골만 남았더래도, 남은 치열로도 신원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다. 적어도 우리가 보아온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랬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그런 연유로 놈의 머리가 내 자취방 냉동실에 처박히게 된 것이다.</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얼음은 이것밖에 없는데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편의점 조끼를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컵에 든 얼음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그 손동작에도 쉽게 떨어져 나가 흔들리는 작은 얼음조각들로 뭘 하라는 걸까.</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시체의 부패를 방지하기는 커녕, 집에 가는 도중에 반은 녹아버릴 듯한 모양새였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대용량은 마트에 가셔야 있을 거예요. 어떡할까요, 드릴까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그거라도 주세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커피는 안가져가세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커피도 주세요. 얼마죠?"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나를 보는 아르바이트생의 눈빛엔 '저 놈 수상하다'고 써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 내 등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십여개는 족히 되어보이는 커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여름이면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였다. 나는 손에 집히는대로 아무거나 꺼내 내밀었다.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조금 더 미묘해진다. 내가 내민 것은 레모네이드였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머저리같은 자식아!'</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분명 태준이 옆에 있었다면 가감없이 독설을 퍼부었을 테지.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밖으로 나오면서 상상한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옆집 아줌마가 기웃대다가 냄새를 맡고 내가 없는 사이에 119를 불러서 집을 수색한다. 대원들은 냉장고에서 풍기는 악취를 어렵잖게 발견할 것이고, 경악을 금치 못할 거다. 곧 경찰에선 탐문수사를 시작할 것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증언할 것이다. 사체가 발견된 날에 수상한 남자가 '얼음을 달라'고 주문했으며, 커피를 달래놓고 레모네이드를 사갔다고. 아니, 그 전에 119가 들이닥친 집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나니까 수색할 것도 없이 용의자에 오르겠구나.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머릿속에 스릴러 영화 세네편이 뚝딱 만들어져서 상영됐다가 엔딩크래딧이 올라가기를 반복한다.</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아스팔트 위를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걷어찬다. 그러나 속은 풀리지 않는다.</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나는 걷는 속도를 올렸다. 서둘러야 했다. 마트까지 가려면 10분을 걸릴테고, 다시 오는데 10분, 얼음을 찾고 계산하는데 5분, 총 25분이 소요될 것이다. 그때까지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기를. 나는 끝없이 이어진 내리막길을 노려보다가 컵의 포장을 뜯고 얼음을 와작와작 씹어 먹기 시작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는 한적했고 평화로웠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어딜 돌아다녀?"</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태준이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나는 자랑스레 얼음팩을 들어 올렸다. 마트 봉지 한가득 들어있는 얼음 때문에 양손이 묵직했다. 나는 그를 스쳐지나가며 질문했다.</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회사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쨌지." 하고 심드렁하게 답하며, 내 뒤를 바짝 따라왔다. 두 사람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좁은 통로에 울려 퍼졌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그 전활 받고 어떻게 사무실에 앉아있겠냐.” </span>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하긴 그렇지.”</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가볍게 응수했다. 태준은 벌써 계단을 올라와서 내가 현관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컥. 잠금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묵직했다. 자취방에 들어서는 순간 태준이 코를 쥐었다. 내가 맡기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사내놈이 기거하는 방 특유의 쿰쿰한 냄새 때문에 코를 쥐었는지, 고장난 냉동실 속의 그것 때문에 코를 쥐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태준을 냉장고로 안내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물이라도 줄까? 미지근한 물 뿐이지만.”</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얼음 이리줘봐.”</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나는 봉지째로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나 분하게도, 팔이 처진다든지 하는 반응은 없었다. 보기보다 힘이 센건가 싶기도 했지만 바짝 긴장된 팔의 근육이 보였다. 봉지를 쥔 손등의 핏줄은 파랗게 도드라져 있었다. 나는 새삼 태준의 정신력에 감탄했다. 무거울텐데도 팔은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방향제 있어?”</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그가 물었다. 나는 봉지를 턱으로 가리켰다. 태준이 알아서 그 속에서 방향제를 찾아 꺼냈다. 천원 이천원 하는 싸구려 방향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악취를 상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제품일테지만, 몸통에 인쇄된 은은향 따위는 풍기지 않았다. 악취를 포용하기 보다는 더 강한 향으로 덮어버리려는 의지가 강했다. 태준이 분사버튼을 연달아 여러차례 누르자마자 눈이 시큼했고 코가 쓰라렸다. 좁은 자취방 한가득 정체모를 향기가 한가득 떠돌아다녔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들고 있어.”</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잠자코 방향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태준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태준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코와 입을 가리고 얼음이 들어있는 봉지들을 꺼내어 냉동실에 쑤셔박았다. 냉동실 문은 최소한만 열어놓은 채였다. 이윽고 탁!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태준이 나를 보고 섰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이거, 새 걸로 교체해야겠는데.”</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냉장고 살 돈 없어.”</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내가 내.”</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돈은 둘째치고, 배송기사가 뭐라고 하겠어. 쓰시던 냉장고 치워드릴까요? 이러겠지.”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가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일단 들어내자.”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들어내면?”</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자리에서 들어내고 네 말대로 새걸 주문하든지 하자고. 일단 새 냉장고 들여놓을 자리는 있어야 되니까.”</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독거남의 자취방 특성상 두 대의 냉장고를 들여놓는 건 불가능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우리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냉장고를 자리에서 빼내는데 성공했다. 묵직한 무게에 허리가 저절로 휘었다. 방바닥에 드러누운 우리는 가만히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다. 손에 느껴졌던 무게보다도 마음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무게 때문에 녹초가 돼버린 탓이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태준이 문득 물었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리움이냐?”</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뭐?”</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니면,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거냐?”</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넌?”</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모르겠어.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아직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왠지 로맨티스트를 흉내낸 가식인 것 같고. 때때로 마음을 종잡을 수 없는 걸 보면 사랑인 것도 같고.”</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연주는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천국에 있을지도.”</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천국을 믿냐?”</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연주는 교회에 다녔으니까. 믿어줘야지. 평온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그래야 위안이 되지 않겠어?”</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문득 2년 전의 그날이 떠오른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최민섭은 시뻘건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그는 우리를 한낱 애송이로 취급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2대 1, 머릿수도 우리쪽이 유리했는데, 놈은 방심하다 못해 오만한 관용을 부리고 있었다. 태준과 나는 오랜 추격 끝에 연주를 해친 범인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1년동안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 현실은 딴판이었다. 최민섭이 성인 여자 한명쯤 거뜬하게 들어올리고 휘두를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라는 걸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던 태준과, 어려서부터 비실비실했던 나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폭력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우리는 절망적인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때 놈이 히죽대며 말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년 살결이 얼마나 보들보들하던지, 만지는 것만으론 성이 안찼어. 흐흐흐.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게 아주 일품이더군.’</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놈은 그런 말을 해선 안됐다. 입을 놀리는 대신에 차라리 우리를 죽이는 게 나았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킬킬킬킬. 뭐야 니들. 설마, 한번도 못 따먹은 건 아니겠지? 사내새끼 둘이서 한 년 가지고.’</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으아아아아!!!’</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 태준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나왔다. 흡사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멍하니, 태준이 최민섭의 목을 물어뜯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곧 최민섭의 몸이 거목이 쓰러지듯 쿵! 바닥을 울리며 넘어갔다. 태준은 미친놈처럼 놈의 머리를 깨부쉈다. 그가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최민섭의 사지가 감전된 듯이 경련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태준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발작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최민섭은 어떠한 충격에도 미동하지 않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태준은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최민섭의 꼴을 보면 피를 뒤집어 쓰는 것도 당연했다. 태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기괴하게 빛나는 두 눈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네가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응징을 내가 대신 했노라고 말하는 듯했다. 연주를 사랑한 것은 우리 둘 다였지만, 그녀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걸 내던 진 것은 태준 한사람뿐이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괜찮을까?”</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잠깐인데 괜찮겠지. 새 냉장고가 배달되면 바로 넣으면 돼.”</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렇게 말하면서도 태준의 눈빛은 불안했다. 당연했다. 비록 끔찍한 짓을 저지르긴 했어도,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최민섭처럼 살인을 하고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비록 최민섭이 죽어 마땅한 악인이었을지라도 말이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태준이 사온 아이스박스를 꽉 끌어안고 집안을 서성였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창문을 쳐다봤다. 아이스박스 위로 아침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볕이 들지 않는 자리로 달려갔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지난밤, 이웃들이 깊은 잠에 빠지길 기다린 우리는 냉장고를 들쳐 업고 계단을 내려갔다. 한 두 번 정도 벽에 부딪치긴 했지만 처음치고는 퍽 안정적적이었다. 태준은 창가에 서서 길에 내버려진 냉장고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살인의 흔적이 남아있는지를 보고 있는 거였다. 몇시간 동안 청소한 덕분에 냉장고엔 최민섭의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때였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똑똑.</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주말에 찾아오는 교회 사람들 말고 내 집에 찾아올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태준이 나를 돌아보았다. 누구냐는 의미였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얼음처럼 얼어붙어서 현관 밖에 서있을 사람을 상상했다. 누굴까.</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똑똑. 똑똑. 똑똑.</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예의바른 노크 소리는 이내 굉음으로 바뀌었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쾅쾅!</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총각!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문 열어봐요.”</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옆집 아주머니 목소리였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쾅쾅쾅!</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태준이 눈짓했다. 나가보라고. 나는 아이스박스를 내려놓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무슨 일이세요?”</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주머니는 성화를 부렸던 것치곤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밖에 내놓은 냉장고 말이야. 총각네 물건이죠?”</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닌데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내가 들었는데? 저기 저 친구랑 새벽에 몰래 내놓았잖아.”</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렇다면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스티커를 붙여야지.”</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왜 그렇게 쳐다봐요? 내가 틀린 말했나. 바로 총각처럼 규칙을 지키는데 무심한 이웃들 때문에 동네가 지저분해지는 거야.”</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알았어요. 붙이면 되잖아요. 어디에 파는데요?”</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지갑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기 직전 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혈색하나 없이 창백했다. 10분 걸리는 마트에 가서 스티커를 사오고 보니 순식간에 30분이 지났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버린 거 아니야? 젊은 사람이 왜 이래, 꽉 막혀선. 어차피 버린 물건 좀 가져다가 쓰겠다는데.”</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고장난 거라니까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고치면 되지.”</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근처에 사는 재활용품점 아저씨였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태준은 내 운동화를 구겨 신고 있었다. 그는 아저씨를 달래듯이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아저씨에게 그 방법이 통할 리 없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무슨 일이에요?”</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지나가던 사람이 호기심을 보였다. 아저씨는 태준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별 이상한 고집을 다 부리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저씨가 가져갈 권리가 없다니까……!”</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황급히 태준의 팔을 붙잡았다.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이미 이 황당한 실랑이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됐을 터였다. 태준이 이를 깨달았는지 말꼬리를 내렸다. 재활용품점 아저씨는 의기양양하게 것 보라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냉장고를 트럭에 실었다. 우리는 미묘한 얼굴로 떠나가는 트럭을 보고 서있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시체를 2년동안이나 품고 있었던 냉장고를 살 사람이 불쌍하긴 했지만 수명이 다한데다 오래된 중고품을 누가 살까 싶었던 것이다. 아저씨야 욕심 때문에 가져갔겠지만 결국 팔리지 않아서 매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거나 분해되거나 할 테지.</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태준이 사준 신형 냉장고가 우리 집으로 배송됐다. 굳이 최민섭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아이스박스채로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그 큰 게 들어가고도 공간이 널널했다. 이렇게 좋은 걸 사주다니 태준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우리집으로 좀 와]</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태준한테서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주소를 더듬더듬 떠올리며 그의 집으로 향했다. 최신식 오피스텔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눈에 띄었다. 누렇게 변색된 몸체가 “오랜만이야”하고 인사를 보내는 듯했다. 나는 냉장고에서 눈을 떼고 태준을 쳐다봤다.</span></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저게 왜 여기 와있냐. 발이라도 달려서 널 쫓아다니든?”</span></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 쭉 기다리고 있답니다.</div> <div class="바탕글"> 좋은 하루 되세요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 </div> <div class="바탕글">   <div></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