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뿡분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1-24
    방문 : 385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47923
    작성자 : 뿡분
    추천 : 12
    조회수 : 814
    IP : 112.146.***.6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5/19 11:54:44
    http://todayhumor.com/?panic_47923 모바일
    소설] 붉은 비가 내리는 마을 下

     

    상편> http://todayhumor.com/?panic_47889

     

    중편> http://todayhumor.com/?panic_47890

     

     

     

     

     

     

    下>

     

    “자세히 말해보려무나. 무엇을 봤다고?”

    “걔 말이 맞았어요. 온통 새빨간 아줌마.....난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범석은 소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소녀가 있었던 마을에서도 병이 돌았던 것과, 그 무서운 아줌마에 대해서.

     

    “도대체 그걸 어디서 들은 게냐?”

    “사실은요........제가 걜 숨겨줬어요.”

    “뭐?! 어디다!”

    “우리집 헛간에요.......”

    “뭐?! 이눔이!!!!”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범석아범의 팔을 박희완이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더 급한 일이 있지 않는가. 원래는 아이의 아버지를 찾으러 온 길이었지만. 진짜 잡아야할 놈이 따로 있었군.”

    “걔 아빠요?”

    “범석이 너는 곧장 마을로 내려가거라. 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하지만!”

    “어서!”

     

     

     

     

     

     

    헉헉헉......

    사내 셋이 산을 내달리고 있었다. 잔가지가 시야를 방해하며 들러붙는다.

    앞장 선 범석아범이 칼을 휘두르면서 길을 만들어 나갔다. 나이가 많은 박희완은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다. 그런데도 곧잘 쫓아오는 걸 보니 의지가 대단했다.

    범석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차오른 눈물을 소매로 꾹꾹 눌러 닦았다. 아버지와 박희완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말이 있지. 붉은 여인이 나타나면 망조가 든다고.’

    ‘그게 그 여자애란 겁니까?’

    ‘그 애가 이번 일의 원흉이든 아니든, 범상치 않은 아이임이 분명하네.’

    ‘그렇다구 그 어린 것을 잡아다가 족칠 수도 없는 일이잖습니까.’

     

    아버지도 아저씨도 다 바보다.

    그 여자앨 죽이려는 모양이다.

    착하고 예쁜 앤데.....걔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야?

     

    끼이익.

     

    “왔어?”

     

    종일 어두운 헛간에 숨어있었을 텐데도 소녀는 밝은 미소를 함박 지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불타게 하고 있었다. 그 붉은 빛이 소녀의 얼굴을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범석한테는 그 모습이 꼭 선녀님 같았다.

    범석은 소녀의 손을 끌고 헛간밖으로 나갔다.

     

    “우리 아빨 찾은 거야??”

    “아니. 못찾았어.”

    “그럼.....?”

     

    그가 끌고간 곳은 범석의 방이었다. 좁은데다 세간도 변변찮았지만 두 사람이 지내기엔 충분히 안락해 보였다. 소녀는 방 한가운데에 앉아서 방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범석은 옷을 뒤져서 소녀의 몸에 맞을만한 옷을 꺼냈다.

     

    “입어.”

    “네 옷을?”

    “아버지랑 아저씨들이 널 죽이려고해.”

     

    소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얼른 도망쳐야 돼. 네가 우리집에 숨어있는 걸 알았어. 내가.....말해버렸어. 미안해.”

    “그치만......”

    “내 옷을 입고 도망쳐. 다들 나인 줄 알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럼 넌? 너는 어떡해?”

    “너랑 나랑 잠깐 바꾸는 거야. 네가 안전하게 빠져나갈 때까지만.”

    “뭐어?”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 범석의 등쌀에 못 이겨 소녀가 범석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돌아 앉아 있던 범석도 소녀가 벗어 놓은 원피스를 끌어 당겨 머리를 집어 넣었다. 둘 다 마른 체구였기 때문에 범석이 소녀의 옷을 입는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리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어깨 부분이 꽉 끼고 치마는 허벅지 위로 올라온다.

    소녀가 그 모습에 풋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마!”

    “미안.....”

    “그런데 머리는 어떡하지?”

    “잠깐만.”

     

    소녀가 일어나 부엌으로 가 칼을 가져왔다. 그러더니 제 머리를 붙잡고 서걱서걱 잘라내기 시작했다. 범석의 눈이 홉떠졌다. 하지만 말릴 틈도 없이 소녀의 머리는 모두 잘려나갔다.

     

    “이러면 되지?”

     

    소녀가 빙긋 웃었다.

    머리를 자르고 범석의 옷을 입혀 놓으니 영락없이 사내아이다. 밝은데서 보면 여자아이란 게 들통 날 테지만 곧 밤이 될 것이니, 그럴 걱정은 없다.

     

    “얼른 가. 우리 아부지 오기 전에.”

    “......고마워.”

    “얼른 가래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지 미적거리는 소녀한테 범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에 놀라서 돌아섰던 소녀가 다시 돌아와 범석을 와락 끌어안았다. 작별인사였다. 범석은 문간에 서서 소녀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작고 마른 몸이 길을 총총 뛰어간다. 한동안 물끄러미 보고 있던 범석이 헛간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잠깐이라도 속일 수 있을 거다. 산에 걔네 아빠가 있다고 했으니까, 산까지만 가면 안전하겠지.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낼 테지만, 그때뿐일 거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니까. 얼큰하게 취한 날이면, 자는 범석을 끌어안고 세상에 둘 도 없는 보물이라며 볼을 부비곤 했다.

    범석은 헛간에 들어가 포대 위에 기대 앉았다. 그러자 곧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루가 고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헛간 창으로 횃불의 불빛이 어른어른 비치고 있었다.

     

     

     

    박희완과 범석 아범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범석아범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는 쥐고 있던 칼자루를 내팽개쳐버렸다.

     

    “저더러 살인자가 되란 말씀입니까?!!”

    “누가 자네더라 살인을 하라고 했나?”

    “귀신을 벨 거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렇게 꼬드겨놓구선 이제 와선 나보고 그 어린애를 베라구요?”

    “아무도 그리 얘기하지 않았네. 진정하게.”

    “........허지만......그 말이 그 말이잖습니까.......그 애가 원흉이라고.....”

     

    온 산을 헤집어도 범석이 말한 그 붉은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더 이상 수색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러다간 세사람도 길을 잃고 말 터였다.

    범석이야 아직 어려서 소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어른들의 머리로는 쉽게 그림이 그려졌다. 모두 직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귀신은 소녀를 따라다니는 게 분명하다. 그 소녀에게서 무얼 얻고자 따라다니는 지는 몰라도, 소녀가 살아있는 한 어디로 가든지 따라다닐 것이다.

    이때 황 씨가 끼어들었다.

     

    “처음부터 죽어있는 몸을 베는 것이니, 죽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네.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것 뿐이야.”

    “그렇지만 그 애는 산사람이지 않소!”

    “자네가 선택하게. 자네가 만든 칼이니.”

    “하고 싶어 한 일이 아닙니다. 만들고 싶어 만든게 아니라구요. 그저 돈 때문에,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받아들였다구요. 그런데....저한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라 하시면.....”

    “아무튼 서둘러 내려가자구. 돌아다니는 횃불이 한두개가 아니야. 또 사단이 날 지도 몰라.”

     

    게슴츠레한 눈으로 마을 쪽을 바라보던 황 씨가 먼저 앞장 섰다. 저 횃불들은 꼭, 소녀를 붙잡으려고 혈안이 됐던 그날 밤하고 똑같았다. 오히려 수는 더 많아졌다. 마을 사람 모두가 나선 것처럼.

    범석아범은 뒤처지는 박희완을 밀치면서 산 아래로 내달렸다. 불긴한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는 한달음에 집까지 달려갔다. 집 주변에는 횃불을 든 사람들 몇 명이 서성대고 있었다. 횃불 아래 드러난 사람들의 피부는 울긋불긋했다. 꼭 죽기 직전의 농부가 그러했듯이, 두피에서 발등에 이르기까지 온통 붉은 반점으로 뒤덮혀 있었다. 게다가 저들의 눈에 서린 광기는 또 어떠한가. 여자애는 벌써 도망친건지 헛간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는 범석의 이름을 불러댔다.

     

    “범석아!!”

     

    방에는 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 범석아범은 헛간을 지나쳐 툇마루 위로 올라가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검은 실뱀같은 것들이 범석의 옷가지 위로 떨어져 있었다. 범석아범의 신발이 방을 가로질렀다. 그는 실뱀같이 생긴 걸 주워들었다. 실뱀이 아니다. 머리카락이었다. 긴 머리카락, 여자처럼 긴.......

     

    “!!!!”

     

    헛간이 활짝 열려 있었지.

    헛간 문이.

    그 앞을 지키듯이 서있었던 사람들.

    헛간에서 새어나오던 불빛.

     

    “범석아!”

     

    그는 미친 듯이 달려갔다.

     

    “죽어...!! 죽어!!! 죽어!!!!!!”

     

    열린 문 사이로 여인의 괴성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밖의 사람들은 이를 방관하고 있었다.

    헛간에 있는 사람은 농부의 아내였다. 하얀 소복에는 여기저기 피가 물들어 있었다. 물 한모금 제대로 못마셨는지, 마른 장작처럼 새하얗게 마른 팔목 위로 붉은 반점이 버섯처럼 피어있었다. 그녀는 상체를 수그리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얀 소복자락 아래에 깔린 것은 분명 어린아이의 다리였다. 다리가 팔딱거릴 때마다 펄럭이는 것은 분명 붉은 원피스 자락이었다. 그 소녀였다.

     

    그런데.

     

    “끄.....으....ㄱ.......아....아부....지..........”

     

    왜.

     

    저 괴로운 신음은 내 아들의 목소릴 닮았을까.

     

    범석 아범은 멍하니 팔딱거리다가 축 늘어져버리는 팔다리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일순 으아악!!! 소리지르며 농부의 아내를 내팽개쳤다.

     

    “범석아!!!!!!!!!!!!”

     

    “히히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

     

    여인은 나동그라진 채로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 죄의식 따위는 결여된 모습이었다.

    “왜 네가 그걸 입고 있는 거냐.....응??? 이놈아!!!!!”

     

    범석아범은 미동도 않는 아들의 몸을 끌어 안았다. 심장에 귀를 대보고 코에 손가락을 대봐도 살아있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아들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일어나라, 이놈아, 해가 중천에 떴어! 사내녀석이 잠이 많아 뭐에 쓰려고!’

     

    아침잠이 많아서 깨우려면 한바탕 난리를 쳐야했었다.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범석의 얼굴 위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범석아범이 범석을 놓고 일어났다. 내팽개친 칼을 주워 들었다.

     

    ‘누가 산 사람을 베라그랬나?’

     

    박희완이 목소리가 귓전에 메아리친다.

    범석아범은 뭐에 홀린 듯 멍한 눈으로 깔깔 대며 웃고 있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푸욱.

     

    손 끝에 망설임은 없었다.

     

    여인의 뱃가죽을 뚫은 칼날은 이내 웃고 있는 입술을 찢었다.

    농부의 아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기 몸에 구멍이 뚫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가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저 소녀를 죽였다는 성취감에 취해 있었다.

    범석 아범은 여인의 몸에 박힌 칼을 쑤욱 뽑아 들었다. 피에 흠뻑 젖은 칼날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범석이는.......

     

    “으아아아아!!!!!!!!!!!”

     

    슬픈 비명이 온 마을에 울려 퍼졌다.

     

     

     

     

     

     

     

     

    소녀는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아버지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달릴 작정이었다. 죽은 몸으로도 소녀를 보살펴주었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나타나지 않을 모양이다.

     

    철퍼덕.

     

    돌부리에 걸려 몸을 반바퀴 구르며 넘어졌다. 소녀는 쓰라린 손바닥을 문질렀다. 엉엉 울고 싶었다. 범석이처럼 목 놓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는다. 울었다간 들키고 말 거야. 여기서 빠져나가야 돼. 범석이랑 약속했는 걸.

    소녀는 앞만 보고 달렸다.

    유일한 길잡이는 달빛, 별빛 밖에 없었다.

    다행이도 오늘은 달빛이 밝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길은 어느새 내리막길로 변해있었다. 소녀는 데굴데굴 구르며, 넘어지며 길을 달리고 달렸다. 새카맣던 하늘은 푸르게 밝아오고 있었다. 벌써 새벽이 된 것이다. 곧 해가 뜨리라.

    체력이 고갈돼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였다.

     

    저 멀리에서 두런두런 대화 소리가 들렸다. 젊은 사내들의 목소리였다.

    소녀는 이를 악 물었다. 눈앞이 새까맣게 어두워졌다가 환해지기를 반복했다. 눈꺼풀이 천근 같았다. 다리는 뻣뻣하게 굳어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비틀대며 걸어갔다.

     

    “엥? 넌 누구냐?”

     

    젊은 사내가 소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래?”

     

    저 쪽에서 그의 동료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사내는 동료를 향해 외쳤다.

     

    “이리 와봐. 산에서 어린애가 내려왔어!”

     

    “뭐? 혼자?”

     

    달려온 동료는 두 명이었다.

     

    “부모님은 어쩌고 너 혼자 돌아다니는 거냐? 저 산을 넘어온 거야?”

     

    소녀는 대답할 기력도 없어서 고개만 주억거렸다. 사내가 허리춤에 찬 물통을 내밀었다. 소녀는 꿀물을 마시듯이 꿀꺽꿀꺽 달게 받아마셨다.

     

    “이제보니 여자아이로구나. 그런데 왜 사내애 옷을 입고? 혹, 어머니가 안 계신 거냐?”

     

    “네......”

     

    “아버지는?”

     

    “......아빠도... 이젠 없어요.”

     

    슬픈 소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사내가 “울지 말거라”하고 다정하게 소녀를 토닥여주었다. 부모 없는 고아가 집도 없이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다니는 모양이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헐렁한 남자애 옷을 입고 있었다. 꼭 누가 입다가 버린 옷을 주워입은 것처럼. 영락없이 거지 꼴이다. 그는 소녀가 가여워서 혀를 쯔쯧찼다.

     

    “난 또, 산에서 뭐가 내려오길래 귀신이 나타난 줄 알았구먼.”

     

    그의 말에 옆의 동료가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이 사람아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나?”

    “귀신은 있어요.”

    “뭐?”

    “저 마을에 귀신이 있다구요.”

    “이 애가 이상한 얘기를 하는군. 귀신이 있다 쳐도, 네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이냐?”

     

    “저한테는 보여요. 우리 아빠도, 무당 아줌마도.....그리고 그 새빨간 귀신도.”

     

    먼 곳을 응시하던 소녀가 사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곱상한 얼굴 위에 자잘한 상처들이 뒤덮여 있었다. 고생을 어지간히 했는지 입술도 다 부르터 있었다. 소녀는 아직도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못된 마을 사람들이 구걸한다고 소녀를 괴롭혔던 모양이다. 저 나이 때는 사람도 귀신이라고 생각하고 믿는 법이지. 사내들은 모두 소녀의 말을 가볍게 흘려들었다.

     

    “아무리 귀신이래두 여기까지는 못 쫓아오겠죠?”

     

    “그럼. 얼마나 먼 곳인데 여길 따라오겠어. 산을 하나 넘어야 되는데.”

     

    사내가 소녀를 안심시키려고 동료에게 눈을 찡긋하면서 말을 맞춰주길 부탁했다.

    동료가 시원스레 웃으면서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누구한테 붙어서 왔다면 또 모를까. 하하.”

     

    “...........”

     

    "..........."

     

    “에이, 이 사람아. 소름끼치게 그런 소릴 하고 그러나?”

     

    “난 우스갯소리로 한 건데. 왜 그러나?”

     

    사내는 소녀를 안아 올렸다. 건장한 몸에 안긴 소녀는 갓난아기처럼 작아보였다. 사내는 소녀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안심이 될 만한 말을 생각했다.

     

    “자, 가자꾸나. 너를 돌봐줄만한 사람을 찾아보자. 도시에는 사람이 아주 많으니, 그 중에 좋은 부모가 돼줄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게다.”

     

    사내의 품은 크고 따뜻했지만 그리운 체취는 맡을 수 없었다. 소녀는 슬픈 눈으로 수풀이 우거진 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안녕, 아빠....'

    그 순간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손을 흔들 듯이.  소녀는 사내의 가슴에 코를 박고 눈물을 삼켰다.

     

     살랑살랑....

     부드럽게 흔들리는 나뭇잎.

     그 사이로 붉은 눈 한쌍이 소녀를 쳐다보고 서있었다.

     

      기기긱....

      기기긱......

     

     

     

     

     

     

     

     

     

     

     

     

     

    /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

     길죠?

     다른 장편소설에 비하면 짧지만 제가 쓴 공포 중에 제일 긴 것 같네요.

     

     광기에 미쳐가는 마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귀신 얘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별로 무섭지가 않네요. 하하........ㅠㅠ 

     앞으로 귀신 연습 좀 해야겠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05/19 12:11:07  112.154.***.77  가수를본사람  177191
    [2] 2013/05/19 13:01:52  211.205.***.147  히드록시기  108167
    [3] 2013/05/19 13:27:00  175.209.***.232  RudyWade  98362
    [4] 2013/05/20 11:19:11  121.162.***.78  원피스홀릭  356710
    [5] 2013/05/20 17:12:02  210.121.***.253  Toxin  143953
    [6] 2013/05/29 20:07:39  110.70.***.131  미필적고의S2  227146
    [7] 2013/06/11 14:56:10  139.216.***.5  만사오케이  243763
    [8] 2013/06/16 07:36:58  110.47.***.78  saphare  121027
    [9] 2013/07/15 04:11:09  221.157.***.151  훑뚫뚫  411280
    [10] 2013/09/23 01:38:44  59.29.***.153  설레임♬  456158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
    단편] 윙윙, 벌레 뿡분 13/06/28 21:04 131 5
    67
    소설] 특명 : 냉장고를 유기하라 - 中 뿡분 13/06/28 08:19 119 1
    66
    소설] 특명 : 냉장고를 유기하라 -1 뿡분 13/06/27 16:42 53 1
    65
    단편] 지구 [3] 뿡분 13/06/25 20:30 194 27
    64
    오랜만에 뿡분 13/06/21 01:44 19 0
    63
    단편] 흐트러진 침대 [3] 뿡분 13/06/16 22:43 109 30
    62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완결> 뿡분 13/06/15 21:06 42 25
    61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11 뿡분 13/06/15 21:04 18 14
    60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9, 10 뿡분 13/06/15 03:47 90 15
    59
    단편] 버튼 뿡분 13/06/14 21:43 39 0
    58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8 뿡분 13/06/14 03:57 29 16
    57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7 뿡분 13/06/14 03:57 34 16
    56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6 뿡분 13/06/12 17:36 35 18
    55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5 뿡분 13/06/11 22:34 17 17
    54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4 뿡분 13/06/10 12:14 39 19
    53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1~3 뿡분 13/06/09 18:43 35 25
    52
    단편] 아내의 방문 뿡분 13/06/09 18:40 90 0
    51
    단편] 1분 35초 [1] 뿡분 13/06/05 15:08 151 9
    50
    단편] 영원한 친구(한밤의 추모식) 下 [1] 뿡분 13/06/01 00:50 47 1
    49
    단편] 한밤의 추모식 上 뿡분 13/05/31 21:29 35 14
    48
    단편] 아가야, 아가야 뿡분 13/05/29 18:10 125 2
    47
    단편] 이 시대의 새로운 가족형태 下 [1] 뿡분 13/05/27 18:26 100 2
    46
    단편] 이 시대의 새로운 가족형태 中 뿡분 13/05/26 23:52 101 1
    45
    단편] 이시대의 새로운 가족형태 上 [1] 뿡분 13/05/26 02:04 54 1
    44
    단편] 리어카속의 해피 크리스마스 뿡분 13/05/25 01:48 58 1
    소설] 붉은 비가 내리는 마을 下 뿡분 13/05/19 11:54 48 1
    42
    소설] 붉은 비가 내리는 마을 中 [2] 뿡분 13/05/18 22:22 36 1
    41
    소설] 붉은 비가 내리는 마을 上 뿡분 13/05/18 22:19 37 0
    40
    단편] 무시하지 마시오 [1] 뿡분 13/05/17 13:36 148 6
    39
    소설] 돌아오는 사람들 2 [1] 뿡분 13/05/16 23:30 32 1
    [1] [2] [3] [4]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