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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7890
    작성자 : 뿡분
    추천 : 12
    조회수 : 744
    IP : 112.146.***.6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5/18 22:22:31
    http://todayhumor.com/?panic_47890 모바일
    소설] 붉은 비가 내리는 마을 中

     

     

     

     

    中> 

     

     

     

     

    깡!

    깡!!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온 집 가득 울려 퍼졌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범석은 이불 밖으로 더듬더듬 일어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버지가 묵직한 망치를 들고 무언가를 두들기고 있었다. 범석으로서는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아부지. 그게 뭐예요?”

     

    깡!

     

    대답대신 망치를 휘두르는 소리만 돌아온다.

     

    “아부지!”

     

    범석아범은 두 번째 부름이 있고야 고개를 돌렸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방금 등목을 끝내고 닦지도 않고 옷을 입은 것처럼 윗옷이 온통 젖어 있었다.

    범석아범이 목의 수건으로 땀을 대강 훔치고 손을 휘휘 저었다.

     

    “너는 들어가 있어.”

     

    “구경할래요.”

     

    “들어가래도.”

     

    괜히 재수 없는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어린 것이 조금이라도 연관된다면...

    박희완의 말대로 정말 이걸로 귀신을 베어버릴 거라면, 귀신이 죽어가면서 칼을 만든 사람을 저주할지 누가 알겠는가. 자기야 칼을 만들어서 그렇다치지만, 아들한테까지 불똥이 튀는 건 미연에 방지해야했다.

     

    최근 마을에 돌고 있는 역병도 그렇고, 외지인 부녀를 못살게 구는 것도 그렇고, 불길한 일들 투성이었다. 돈만 있다면 당장 아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도 몇 번을 떠났을 거다.

    그는 생각 끝에 소녀가 떠올라 혀를 쯧 찼다.

     

    “걔만 불쌍하게 됐지. 쯧.”

     

    “누구요?”

     

    “그 여자애 말이다.”

     

    “아부지. 아줌마는 걔를 싫어하나봐요. 이상하긴 해두 착한 애 같았는데....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어허. 어제 본 건 입에 담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어.”

     

    어린 범석이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본 걸 못 본 척 하라니. 뻔히 아는 걸 모른 척 하라니.

    아버지가 이상했다. 하지만 말대답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범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부엌으로 가 배를 채우고 평소에 그렇듯 무작정 밖으로 달려나가 놀잇감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자연히 소녀가 떠올랐다.

     

    “아직도 거기 있을까?”

     

    어제 밤을 지샜기 때문인지 어른들 대부분은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그나마 어울리던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범석은 쥐죽은 듯 조용한 길을 걸었다. 그리고 겁도 없이 등이 걸려 있는 대문을 지나 농부의 집으로 쑥 들어갔다.

     

    “아줌마.”

     

    대답이 없자 그는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자리를 비운건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범석은 마지막으로 안채로 향했다.

     

    끼이익...

     

    “콜록. 콜록...!! 우웩.”

     

    지독한 악취에 구역질부터 나왔다. 어찌나 독한 냄샌지 기침을 콜록콜록 나왔다.

     

    “어? 너 아직도 거기 있는 거야?”

     

    소녀는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아저씨도 어제처럼 천장을 쳐다보고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소녀는 이불도 없이 맨바닥에, 아니, 까끌거리는 자루 위에 누워 있었다. 햇빛 아래 보니 꼴이 엉망이었다. 피로 얼룩덜룩 했고 치맛단은 찢겨져 있었다.

    범석은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야. 일어나봐. 자는 거야?”

     

    소녀는 어깨에 닿는 손길에 놀라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내 안심했다. 그녀를 깨운 사람은 밤새 그녀를 괴롭혔던 농부도, 소름끼치는 그의 아내도 아니었다. 순박한 인상의 눈망울이 선한 남자아이였다. 이름이 범석이었지.

     

    “응? 뭐라고?”

     

    범석이 소녀의 입가로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사.....ㄹ.....ㄹ....ㅕ....”

     

    “뭐어? 살....려달라고?”

     

    동그란 눈이 더욱 동그랗게 떠졌다. 소녀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직 어린 범석이었지만 일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단 것만은 눈치챘다.

    여자애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아줌마가 잘못한 일이다. 게다가 불쌍한 사람을 도와준 거니까 아버지도 혼내지 않겠지.

    범석은 입의 재갈부터 풀어주고 밧줄을 푸르기 시작했다. 재갈이 풀리자마자 소녀는 피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얼른 빠져나가자. 아줌마 오기 전에.”

     

    소녀는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밤새 똑같은 자세로 묶여 있어서였다. 범석이 재빨리 소녀의 팔을 붙잡고 부축했다.

    절뚝 절뚝... 툇마루까지 나왔다. 범석은 소녀를 마루에 앉히고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신발을 신기 위해서였다.

     

    “어?”

     

    소녀의 맨발이 범석의 눈앞에서 왔다갔다 했다. 범석은 한쪽 신발을 들고 멍하니 소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신고 있던 한쪽 마저 벗어서 소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신어.”

    “네꺼잖아....”

    “난 괜찮아. 집에 또 있으니까.”

    “괜찮아. 네가 신어.”

    “신으래도!”

     

    실랑이가 몇 번 오가고, 범석이 소녀의 발을 붙잡고 신발을 억지로 신겼다. 처음엔 반항하던 소녀가 이내 얌전히 범석의 손에 발을 내맡겼다. 그들은 절뚝 거리면서 마당을 지나 길로 나왔다. 사람들이 슬슬 일어나기 시작하는지 멀리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녀가 범석에게 의지해 절뚝 절뚝 걸으며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우리 어디로 가지?”

    “.........”

     

    범석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땅히 갈데가 없다. 좁은 마을이었으니 숨을 곳도 마땅찮다. 궁리하던 그는 대장간에 들어가서 일을 하느라고 정신없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따라와. 우리집으로 가자.”

    “그래도 돼?”

    “아버지 지금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헛간에 숨어 있으면 아무도 모를 거야.”

    “너희 엄마는?”

    “없어, 엄마는.”

    “.........미안.”

    “네가 왜 미안하냐?”

     

    그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조금 뒤 소녀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기다란 속눈썹이 동그랗게 말려올라간 게 보였다. 피부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딴판으로 하얗다. 예쁘다.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른들은 얘를 왜 그렇게 미워할까? 아버지도 모른 척 하라고 하고.

     

    “그런데 너희 아버지는 어디 갔어? 너만 혼자 내버려두고.”

     

    소녀가 쓸쓸하게 웃었다.

     

    “이제 혼자야.”

    “산에서 잃어버린 거야?”

    “.......응.”

    “어제 어른들이 하는 얘길 들었는데, 산에서 너희 아버지를 봤댔어. 아마 널 찾아다니시나봐. 조금만 참아. 내가 아버지한테 데려다줄게.”

    “정말 그래줄 수 있어?”

    “그럼. 거짓말은 나쁜거라고 했어. 우리 아부지가.”

     

    소녀의 입술이 범석의 볼에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졌다.

     

    “뭐, 뭐야???”

    “고마워.”

     

    그녀는 수줍게 웃고 있었다. 범석의 볼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소녀의 입술이 닿았던 볼을 문지르고 멍하니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

     

     

     

     

    “어르신.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박희완은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식솔로 데리고 있는 황 씨가 곤란한 얼굴로 서있었다.

     

    “여자애가 도망친 모양입니다.”

    “그래?”

     

    박희완은 속으로 ‘잘 도망쳤다!’고 외쳤다.

     

    “그것 때문에 온 겐가? 그런 것 치곤 자네 표정이 어두운데.”

     

    황 씨는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은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러니 소녀가 도망을 쳤다고 애석해할 일은 없었다. 황 씨는 말을 꺼내기 껄끄러운지 뜸을 들였다.

     

    “그게.....그 애 아버지 말입니다, 어르신.”

    “그래. 그자가 왜?”

    “분명히 어젯밤에도, 그제밤에도 산에서 그 남자를 봤다는 사람이 있었는데.....알고보니.”

     

    이어지는 말을 듣고 박희완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그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나갈 채비를 했다. 이불을 펴던 아내가 놀라 물었다.

     

    “이 시간에 어딜 가시려구요?”

    “내 급히 가볼 데가 있으니 먼저 주무시게나.”

     

    그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황 씨와 함께 서둘러 대문을 나섰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잡을 새도 없었다. 중요한 일인 모양이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범석아범의 집이었다.

    마루에 앉아서 목을 축이고 있던 범석아범이 사발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손님이 찾아올만한 시간이 아니었던데다, 그 예의 차리기 좋아하는 박희완이 도포도 걸치지 않고 달려온 걸 보니 무슨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심상찮은 일이 분명했다.

     

    “아니, 어르신 어쩐 일로?”

    “내가 부탁했던 건 완성되었나?”

    “그게 벌써 됐을 리가 있나요.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평소 얌전한 양반이 오죽 급했던 모양이다.

    “자네, 날 좀 따라갑세.”

    “예?? 허지만.”

     

    범석아범의 눈이 등뒤의 문으로 향했다. 마을 분위기가 이런데 어린 아들을 두고 밤에 집을 비우기 꺼림칙했던 것이다. 박희완이 이를 눈치채고 옆의 황 씨를 불렀다.

     

    “황 씨가 범석이를 지키고 있게.”

    “안심하고 다녀오십시오.”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믄야....”

     

    이제 거절할 거리도 없었다.

    범석아범은 목의 수건을 빼서 내려놓고 박희완을 따라 나섰다.

    그들은 횃불 하나에 의존해 어둑한 길을 지나갔다. 이상하게 달빛도 사라진 밤이었다. 비가 쏟아질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하게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무당 집으로 가고 있네.”

    “이 밤중에 거길 가신다구요?”

     

    우뚝.

    범석아범이 크게 놀라며 멈춰섰다.

     

    “조금 전에 황 씨한테서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네.”

    “무슨 일인데요?”

     

    박희완이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범석아범이 여러차례 되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백발 성성한 몸으로 잘도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범석아범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얼른 옆으로 따라 붙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당 집은 폐가나 다름없었다. 부녀가 살았다곤 해도, 숨어지냈던 거라 세간 하나 들이지 못했다. 청소도 못하고 지냈는지 툇마루에 먼지가 자욱했다. 먼지 쌓인 마루 위로 작은 손바닥 자국과 발자국이 몇 개 나 있었다. 아마 소녀의 것인 듯 했다.

    박희완은 횃불로 이를 비춰보다가 마루로 성큼 올라섰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 올랐다. 범석아범이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박희완을 뒤따랐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았다.

     

    무당 집이라 그런지 화려한 그림들이 벽에 잔뜩 걸려 있었다. 그 강한 색채에 소름이 쭉 끼쳤다. 범석아범은 평소에 겁이 많아서 무당 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무당은 살아있을 때 굿판도 자주 열었을 정도로 용했다. 무당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것도 죽은지 나흘만에. 같이 사는 가족이 없어서 발견이 늦어진 거였다. 그런 용한 무당이 자기 죽음 하나 점치지 못했다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박희완과 범석아범이 동시에 코를 틀어쥐었다.

     

    “이게 무슨 냄새람. 송장 썩는 냄새도 아니고....”

     

    범석아범이 중얼대며 쪽문을 열어젖혔다.

     

    파드드득.....!!!

     

    “으어어억!!!!”

     

    날벌레들이 일제히 날아 올랐다. 침입자를 공격하는 건지, 불빛이 반가워서 달려드는 건지 모르겠다. 범석아범이 괴성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부딪쳤다.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언뜻 보이는 건 사람의 발이었다. 검게 썩어있는 발.

     

    “이, 이게 도대체!”

    “..........”

    “그게 뭡....니까? 예? 어르신!”

    “아무래도......”

     

    횃불이 찬찬히 시체를 비추기 시작했다. 보이는 건 발과 다리 뿐이었다. 상체 쪽은 벌레가 새까맣게 뒤덮혀 있었다. 범석아범이 바닥을 더듬어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들었다. 그리고 다가가서 벌레를 휘휘 내쫓았다.

     

    “이, 이사람은.....!!”

     

    키가 멀대처럼 컸던, 희멀건한 인상의 그 남자였다.

    소녀의 아버지.

     

    “죽은 지 적어도 보름은 된 걸로 보이는군.”

     

    다가가자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눈알과 뱃속을 구더기가 파먹고 있었다. 이정도 부패가 진행되려면 하루 이틀 사이에 죽은 건 아니리라. 범석아범이 박희완을 쳐다봤다.

     

    “그렇담 산에서 봤다던 그 남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분명히 두 부녀가 함께 도망치고 있는 걸 봤다고 했는데.”

     

    “......귀신이 돼서도 딸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었던 게지.”

     

    “언제부터일까요?”

    “언제부터라니?”

     

    “어느게 사람이고 어느게 귀신이었을까요? 저 남자가 음식을 구하러 다니는 걸 훨씬 전에도 봤었습니다. 우리집 부엌에 숨어들었더라구요. 누가 휙 뛰쳐나가는 뒷모습을 봤는데 키가 길쭉 하니 딱 저 남자더란 말입니다. 확인해보니 감자 몇알이 비더라구요. 어린 딸 배 채워주려 한 도둑질이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적선한 셈치고 내버려뒀단 말입니다. 일이 터지기 전날에도 최 씨네 집에 다녀갔다고 했어요. 달걀을 훔쳐가다가 닭을 놀라게 했다고 화가 잔뜩 났었어요. 잡히면 가만 안두겠다고 씩씩댔는데.......”

     

    그가 도중에 말을 멈추고 박희완을 쳐다봤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르신. 마을 사람들이 어제 오늘, 산에서 그림자를 봤다고 했습니다. 그 작자가 딸을 찾아 헤매는 거라구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내, 그래서 자네한테 서두르라고 한 거네.”

     

    “정말 귀신이 있는 겁니까?”

     

    “자네가 방금 얘기했지 않는가.”

     

    하지만 마을에 떠도는 이 끔찍한 광기가, 부성애 때문에 딸을 위해 음식을 훔치는 아버지의 혼령이 만든 거라곤 생각되진 않았다. 그는 오히려 피해자였다. 소녀의 아버지는 언제 죽었을까? 부패 상태로 봐선 아주 오래되진 않았을 것이다. 박희완은 허리를 굽혀서 남자의 시신을 자세히 살폈다.

     

    “아무래도 농부와 같은 증세인 듯하군. 사람들하고 접촉은 없었지만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얻어먹었으니.....딸이 아직 멀쩡한 게 용하군.”

    “귀신은 지금 밖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엄한 사람만 잡고 있는 거로군요.”

     

    둘은 동시에 소녀를 떠올렸다.

     

    “그애는 벌써 달아났다네.”

    “그렇담 다행이지만, 어디로요?”

    “글쎄. 운 좋게 이 마을을 빠져나가길 바랄 수밖에....어쩌면 아버지의 혼백이 딸을 지켜줄 수도 있겠지.....”

     

    며칠째 산을 헤매고 있는 그림자.

    애타게 딸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혼령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 *

     

     

     

    빼꼼.

     

    헛간 안에서 작은 얼굴이 들어왔다. 범석이었다. 그는 씩 웃으면서 “배고팠지?”하고 주먹밥과 찐감자를 내밀었다. 소녀는 달려들어선 물도 없이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었다.

     

    “황 씨 아저씨가 집에 와계셨는데, 도통 갈 생각을 안하시는 거야. 그래서 좀 늦었어. 아버지는 바로 대장간으로 가셨으니까 몇 시간은 걱정 없어.”

     

    말을 마친 범석은 소녀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건강해서 다행이다. 어른들이 그러는데 꼼짝없이 병에 걸렸을 거랬어. 사람이라면 병이 옮을 거라고....”

    “나 귀신 아니야. 너도 날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다행이라고. 네가 건강해보여서 좋아서.”

     

    볼이 터져라 감자를 우걱우걱 씹어먹던 소녀가 동작을 멈췄다. 가느다란 팔이 힘없이 치마 위로 툭, 떨어졌다.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왜 울어? 내가 한 말 때문이야?”

    “내가 나빠. 나 때문이야......”

    “어른들 말은 신경쓰지마. 다들 조금 이상해졌거든. 아마 병 때문일거야.”

    “전에 있었던 마을에도 전염병이 돌았어.”

    “정말?”

    “그래서 아빠랑 같이 도망쳐온 거야. 우리는 멀쩡했지만, 그래도 병이 돌던 마을에서 온 거라 쫓겨날까봐 아무하고도 만나지 않고 쭉 숨어 지냈어.”

     

    그래서 겉돌았던 거구나.

    그렇다면 마을에 돌고 있는 병은 저 애한테서 옮아온 건가?

    범석은 도리질쳤다. 얘가 병에 걸렸던 거면 농부 아저씨보다 먼저 쓰러졌어야 된다. 그는 눈물 범벅이 된 소녀를 쳐다봤다. 물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 놓으니 살결이 더 뽀얗다. 큰 눈에 작은 입술, 아주 예쁘게 생긴 애였다. 저 복숭아빛 뺨을 보라. 어딜 봐서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단 말인가.

     

    “그날.....아저씨랑 같은 방에서 잔거야?”

     

    그는 말을 돌리려고 다른 얘기를 꺼냈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저씨 너무 무서웠어. 꼭 그 아줌마같았어....”

    “아저씨네 아줌마?”

    “아니. 그 사람도 무서웠는데.....그 아줌마는 훨씬 더 무서워. 그 아줌마는 온몸이 새빨개. 눈도, 이빨도, 손도, 발도, 다....”

    “으엑.”

     

    온몸이 빨간 사람이라고?

    범석은 상상을 하다가 토하는 시늉을 했다. 생각만 해도 징그러웠다.

     

    “그 아줌마를 어디서 봤는데?”

    “전에 있던 마을에서.”

    “여기엔 없어. 병 때문에 몸에 뭐가 나긴 했지만, 이빨까지 빨간 사람은 아무도 못봤어. 내가 여기서 태어났으니까 제일 잘 알아. 병이 나으면 다시 멀쩡해 질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그래. 그러니까 걱정마. 내가 아버지한테 데려다줄테니까.”

     

    그는 부엌으로 가서 물을 가져와서 소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감자를 다시 손에 쥐어주고 어서 먹으라고 말했다.

     

    “답답해도 여기 조용히 있어. 나는 산에 가서 너희 아버지 찾아볼 테니까.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올게.”

     

    사람이 안에 있는데 헛간을 잠그기 꺼림칙했지만, 열려있는 걸 보고 아버지가 의심이라도 하면 안 되니 별 수 없다. 게다가 소녀가 사라진 것 때문에 화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온 마을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하지만 범석을 의심하는 사람은 다행히 없는 듯했다. 하긴, 어린애가 무슨 일을 꾸밀 거라 생각하겠는가. 범석은 소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고리를 걸었다. 해가 지면 어두워서 무서울 테니 빨리 돌아와야지. 범석은 머리 위의 해를 확인하고 산으로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황폐해져가고 있는 마을과는 다르게 산은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얼마전에 내린 비 덕분이었다. 푸르게 우거진 수풀을 지나가니 바지에 금세 풀물이 들었다.

     

    “아버지한테 한소리 듣겠는데....”

     

    범석은 걷다가 말고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별다른 놀이거리가 없어서 주변 산과 들을 놀이터 삼아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 근처는 범석의 손바닥 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거랑 사람을 찾는 거랑은 별개였다.

     

    “그 아저씬 왜 마을엔 내려오지 않을까?”

     

    하긴, 사람들이 그 난리니까.

    어쩌면 숨어서 딸을 찾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도 모를 때, 잠들어 있을 때 다녀가는 지도 몰랐다. 아저씨가 숨어있으면 곤란한데.....범석은 길쭉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서 이리 저리 흔들면서 풀을 헤쳐서 길을 만들었다.

     

    그때였다.

     

    쉬익.

     

    검은 그림자가 쉭, 스쳐지나갔다.

     

    “어어??”

     

    어른들도 봤다고 했다. 산을 돌아다니는 그림자를. 이 산은 산세가 깊고 길이 험해서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으니까, 누가 있다면 소녀의 아버지일 수밖에 없었다.

     

    범석은 재빨리 그림자를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한참 뒤를 쫓던 범석은 가쁜 숨을 내뱉으며 자리에 멈췄다.

     

    “어디로 간 거야?”

     

    기기긱.

    기기긱...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무둥치를 긁는 소리 같기도 했고, 이빨을 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아주 소름끼치는, 불쾌한 소리였다.

     

    “이게 무슨 소.....!!”

     

    소리 나는 쪽으로 몇발짝 걷던 범석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어깨를 웅크리고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게’ 고개를 휙 돌렸다.

    온통 빨갛다.

    눈도, 토끼를 산채로 뜯어먹고 있는 송곳니도, 그것을 잡고 있는 손가락들도,

    모두 다 빨갛다. 피를 뒤집어쓴 것처럼. 게다가 그것의 머리는 아주 길었고,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 있었다. 저런 게 그애 아버지일 리가 없어.

     

    사, 살려줘!

     

    범석은 속으로 외치면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돌부리에 걸려 휘청거렸지만 개의치 않고 온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헉헉.”

     

    쿵쾅쿵쾅!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저게 뭐지?”

     

    범석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쫓아오면 어떡하지? 엄청 빨라 보였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걱정 때문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 범석의 어깨를 덥썩 쥐었다.

     

    “너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거냐?!”

     

    낯익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 어깨를 잡은 사람을 확인한 범석이 그의 품에 달려들었다.

     

    “아, 아버지!!! 으아앙!!”

     

    “어허? 이 녀석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버지가 있으니까, 아까 그게 뭐든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울음을 그친 범석이 아버지한테 꿀밤을 한 대 얻어맞았다.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으면 어쩌냐는 이유에서였다. 범석은 불이 나는 머리를 문지르다가 눈을 반짝 빛냈다. 아버지가 들고 있는 걸 본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예요?”

     

    범석은 아버지가 들고 있는 기다란 칼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버지가 대장간에서 두들기고 있던 거랑 비슷한 모양이었다. 저걸 만들고 있었던 거야? 박희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나타났다. 그의 옆에는 황 씨가 따르고 있었다. 둘 모두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걸 보니 오랫동안 산을 돌아다닌 듯했다.

     

    “그런데 아까 뭘 숨어서 기웃거리고 있었던 거냐?”

    “맞다! 아버지, 저 이상한 걸 봤어요. 온몸이 새빨간 사람이었는데....!”

     

    박희완이 눈을 빛내며 범석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웠다.

     

    “자세히 말해보려무나. 무엇을 봤다고?”

     

     

     

     

     

     

     

     

     

     

     

    /

     

     좀 길죠? ㅠㅠ

     하편은 곧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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