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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7758
    작성자 : 뿡분
    추천 : 5
    조회수 : 978
    IP : 112.146.***.6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05/16 23:30:12
    http://todayhumor.com/?panic_47758 모바일
    소설] 환생 - 돌아오는 사람들 2

     

    1편>

     

    http://todayhumor.com/?panic_47604

     

     

     

     

     

     

     

     

    2. 승재

     

     

     

     

    ‘악마를 보았다’는 영화 제목만으로 쓰이는 말만이 아니었다.

    태현의 오랜 친구 승재는 ‘악마’를 보면서 자라났다.

     

    승재의 어머니가 집을 나간 시점부터 아버지의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일과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온몸을 시퍼렇게 두들기는 걸로 끝났다. 쭈그리고 앉아 훌쩍이는 아들을 내버려두고 저 혼자 밥을 챙겨먹고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자상한 아버지를 연기했다. 치 떨리는 이중성. 학부모 모임에 간식을 들고 나타나 다른 부모들의 환심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의 뺨이 부어오르도록 손찌검을 했다. 덕분에 승재의 상처들은 질나쁜 녀석들과 어울려서 얻은 상처로 여겨졌다. 세상에 승재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태현은 승재는 해바라기 같다 생각했다. 그가 태어난 곳이 컴컴한 창고 안일지는 모르나,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빛만 바라보며 성장해 꽃을 피웠다. 딴에는 불운한 환경 속에서 자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지도 모르지만. 주변의 평가는 정말 괜찮은 녀석이었다. 태현의 생각도 같았다.

     

    아버지의 이중성과 폭력적인 성격을 조금도 닮지 않아 다행이다.

     

    태현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승재를 발견하고 씩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승재의 뒷모습이 조금 마른 듯도 했다. 태현은 깔끔하게 깎아 올린 친구의 뒷머리를 보며 “박승재!”하고 외쳤다.

     

    “웬일이야? 술을 다 마시자하고.”

     

    승재는 장난스레 웃었다. 안경알 속의 눈이 둥글게 휘어졌다. 술자리에 어울리는 편이 아닌 태현이 자청해서 술약속을 잡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삼겹살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 식사 겸 술자리를 가졌다. 어차피 둘 다 주량이 센 편은 아니니 소주 한두병이면 알딸딸하게 기분좋게 취하기에 충분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만나자고 한 것 같은데. 태현은 말없이 고기와 소주잔만 번갈아 입에 털어 넣고 있었다.

     

    승재가 힐끔 힐끔 자기를 반복해 쳐다보자, 태현이 젓가락을 타악 내려놓으며 소주잔을 들어서 입가심을 했다.

     

    “너도 그런 생각 해봤냐?”

    “어떤 생각?”

    “다시 태어나고 싶단 생각.”

    “당연히 해봤지.”

    “어른이 돼서도?”

    “.......가끔, 있어.”

     

    ‘나도 사람인데’하고 중얼대는 승재의 표정이 어둡다.

    그의 어린시절 얘기를 꺼내려던 것은 아니었다. 태현이 아차 하며 얼른 말을 이어 붙였다.

    “아까 지애 만나러 나갔다가 봤어.”

    “누구?”

    “그.....환생을 믿는 사람들 말이야.”

    “나도 봤어.”

    “진짜?? 언제?? 그런 말 없었잖아.

    “그야......요즘엔 너무 흔해져버렸으니까. 옛날 같았으면 난리가 났겠지. 뉴스에도 나오고.”

     

    드라마에서 자극적인 소재가 반복해 쓰이다보면 시청자들이 무덤덤해지는 것과 같았다.

    처음엔 사회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자살자들의 이야기는 이제 “또?”하는 반응만 낳았다. 이젠 놀라울 것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눈살찌푸리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이 그러려니 넘어갈 것이다. 개인의 믿음이고 취향이니까. 어느새 자살자들도 그런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도 있지’하고 그들의 생각과 결정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맹신도도 아니고. 웃기지.”

     

    승재가 다소 시니컬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내버려둬. 자기만 손해 아닌가? 말이 쉬워 환생이지, 개나 소나 다 환생할 것 같으면 대대손손 이야기가 전해졌겠어? 확률이 극히 적으니까 그렇지.”

    “그럴까? 어느 나라에선 환생 하는 사람들을 믿어왔대. 우리나라에서 환생이 유행처럼 번지기 훨씬 전부터. 그들은 환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그쪽에선 그게 당연한 거지. 위인처럼 떠받들지. 그러려면 환생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되는데,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확인한다고 해.”

    “그래서?”

    “그런 걸 보면 정말 환생이란 게 있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어.”

    “그게 슬프냐? 왜?”

    “내가 슬퍼한다고?”

    태현이 술기운에 뜨겁게 달아오른 볼을 문질렀다. 술이 들어가서 혀가 느리게 꼬일 뿐이지 울거나 징징대는 주사를 부리진 않았는데. 승재가 젓가락으로 태현의 얼굴을 콕 가리켰다. 정확힌 눈을.

     

    “눈빛이 슬프잖냐. 작금의 세태를 통탄하는 젊은 혁명가 같다, 꼭.”

     

    승재 딴에는 농담을 던진 거다. 하지만 웃을 분위기는 아니다.

    태현이 조금 느리게 고개를 끄덕댔다.

     

    “어. 맞아. 나 슬픈 것 같어. 그 아저씨 말이야, 뛰어내린 사람.... 우르르 몰려 나와 구경만 하고 다가서는 사람 한명 없더라. 사람들 관심은 오직, 내일 뛰어내리기로 약속한 양아치같은 놈한테 밖에 없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곤 요만큼도 없었다니까? 나는 그게 너무 슬프다, 승재야?”

     

    “그게 슬프면 너는 자살 안하면 되잖아.”

     

    “내 말은....이 이상한 분위기가 너무 싫다고. 사람을 서글프게 만들어. 그동안 그렇게 살기 힘들었나? 그렇게 삶을 쉽게 포기할 정도로? 꼭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 같아.”

     

    “그건 눈에나 보이지. 침을 질질 흘리고 인육을 먹으러 뛰다니니까.”

     

    “너 요즘 일은 어떠냐? 사업한다고 했잖아. 사귄다는 여자애는 어떻게 됐고. 통 연락을 안 해서 궁금한 것 투성이다.”

     

    승재는 따분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봤다.

    ‘너까지 그런 얘기냐?’는 의미가 명백한 시선이었다.

    일이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긴, 젊은 혈기에 무작정 뛰어든 사회가 그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그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승재의 눈가가 거뭇거뭇해 보인다. 숙면을 못한 사람처럼. 게다가 여위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승재의 표정과 목소리는 예전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이 술자리에서 우울한 사람은 태현밖에 없었다.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두 사람은 두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온몸에 고기 냄새가 풍기고 있었고, 입에서는 플러스로 술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다.

     

    고작 한병 반을 마시고 비틀대는 태현을 택시에 태워 보낸 승재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섰다. 담배 연기가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그 연기 속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흩어지길 반복했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불 속에서 가족의 따뜻한 온기와 그리운 할머니, 그리고 배를 채워줄 음식을 찾던 것처럼. 승재의 눈에는 지우고 싶은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는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를 닮았단 소리를 듣느니 자살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군대에 있을때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드디어 그 인간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부고 소식을 듣고 부들부들 떠는 승재를 보고 주변에선 충격 때문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사실, 환희에 젖어 있었다.

     

    다시는 '아버지 살려주세요, 아버지 그만 때리세요!'하고 매달릴 필요도 없겠지.

     

    사회로 돌아가면 그 인간이 없는 삶을 살 수가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버지란 인간이 이곳저곳에 사업을 벌려놓으며 빚을 진 탓이다.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당장 살 집과 통장에 든 돈들이 허공에 흩어져 버릴 거였다.

    빚은 재산의 몇배나 됐지만,

    부모도 형제도 의지할 곳도 없는 승재는 그 빚을 고스란히 끌어안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친구들은 그가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벌려놓는 사업을 죽느니 못해 이어나가고 있는 것뿐이다.

     

    승재는 밤거리를 무의미하게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막차였기 때문에 사람은 많았고, 대부분이 취객이었다. 그들은 모두 겉보기엔 평범했고, 행복해 보였다.

    자기처럼 죽지 못해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또 있을까? 자신이 가장 불행한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버스가 전복되어 사망하는 사고를 상상한다.

     타고 오는 내내 그런 끔찍한 상상을 하는 미치광이가

     바로 뒤에, 바로 앞에 앉아있는 걸 사람들을 꿈에도 모르겠지.

     승재는 비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달칵, 현관문을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우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일회용 기저귀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응애.....응애....!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어린 아기가 목이 쉬어라 울어재끼고 있었다.

    누가 돌아온 걸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어쩌면 몇시간 전부터 울었던 건지 모른다.

     

    “이 년이 애 놔두고 또 어딜 나간거야.....!”

     

    성난 목소리가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승재는 울음소리가 나는 방으로 들어가 형광등 불을 켰다.

    몇시간이나 방치당했을까. 아기는 몹시 배가 고픈 것 같았다.

    그는 서둘러 부엌으로 가 서툰솜씨로 분유를 탄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 아기를 안아 올린다. 쭉쭉 빨아 삼키는 탐스러운 입술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하지만 그것은 부성애의 발현이라기 보단 ‘인간’으로 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행동이다.

     

    ‘나는 그 인간하고 똑같이 되기 싫어.’

    ‘아버지처럼 내 자식을 버리지 않을 거야.’

    '끝까지 내가 책임질거야.'

     

    그는 필사적이었다.

    자신을 비정상의 세계로 밀어내려는 사람들에게서 버티려면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는 아기를 다시 침대에 내려놓았다. 아기는 몹시 배가 고팠는지 분유를 순식간에 꿀꺽꿀꺽 삼켜버렸다. 저러다 배앓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승재의 눈동자에 온기가 비치려던 순간이었다. 그는 아기의 베개 밑에서 반으로 반듯하게 접힌 종이를 발견했다. 혼인신고서도 올리지 않은 아기 어머니가 남긴 편지였다.

     

    ‘오빠 아들이니까 오빠가 책임지고 잘 키워줘. 나 찾지 마. 안 돌아갈 거니까.’

     

    세달의 연애 끝에 여자는 아기를 가졌고,

    1년의 동거 끝에 여자는 아기를 남겼다.

    그리고 떠났다.

     

    우울의 그림자가 승재를 뒤덮는다.

    그리고 승재의 그림자가 아기의 몸을 뒤덮는다.

     

    아기는 다시 빽빽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마치 발정기의 고양이 울음소리 같다.

     

    내 자식만은 나처럼 악마를 보며 자라게 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여자가 어머니처럼 떠나버렸다.

    어두운 방안에 자기 아들을 내팽개치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말하며.

    기기긱, 기기긱.

    승재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멍하게 풀린 눈에 부드러운 베갯잇이 들어온다. 여자가 세일을 한다며 사왔던 거다. 우유자국과 침 자국이 군데군데 동그랗게 자국남아 있었다. 분홍색 베갯잇은 점점 크게 클로즈업 돼서 곧 온 시야에 가득 찬다. 승재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푹신한, 아주 부드럽고 포근할 것 같은, 솜이 꽉 찬 베개를.

     

     

     

     

     

    *

     

     

     

     

     

    온 세상이 어둡다. 아니, 새카맣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손발이 달려있어야 할 곳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보이는 건 새까만 ‘공간’ 뿐이니, 사실 나한테 눈이 달려있는지 눈꺼풀이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검은 공간을 둥둥 떠다니다가 문득 내가 죽었음을 깨닫는다.

    그것도 아주 오래.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고 해가 바뀔 정도로 오래전에.

    나는 죽었는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 거지?

    이게 저승이란 건가?

     

    하지만 저승사자도 보이지 않고, 저승길로 가고 있는 귀신 행렬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나만 둥둥 떠다닐 뿐이다. 놀란 것도 잠시, 곧 무료하고 적적해졌다. 얼마나 여기에 이렇게 떠다니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를 악마나 귀신을 보듯 쳐다봤던 아들녀석의 눈빛이 새삼 생각날 건 또 뭐람. 그 자식, 내가 잘 죽었네 싶겠지.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제 애미를 닮아서.

     

     

    쏴아아.....

     

    그때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다.

    물을 가득 받은 욕조의 마개를 뽑았을 때 물이 수채구멍으로 빨려들 때, 그럴 때 나는 소리다.

     

    어어??

     

    덩달아 내 몸이 쑤욱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니, 떠내려간다.

     

    그리고 무언가에 걸려서 턱, 멈춰서고 말았다. 너무 좁아서 내가 빠져나갈 수 없을 게 뻔한데도 모종의 힘이 나를 구멍 밖으로 끌어당겼다. 내려가, 내려가, 나가란 말야! 하고 나를 괴롭혀댔다. 그럴수록 온몸이 쪼개지는 듯 고통스러웠다.

     

    이 좁은 델 나가려면 몸이 완전히 분쇄돼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나보고 또 한번 죽으라고?

     

    나는 씩씩대며 허공을 향해 외치다가 문득 깨달았다.

    몸이 생겼다. 손도 발도, 얼굴도, 다리도 느껴진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축축하고 따뜻한 무언가도. 배꼽에 연결된 무언가도.

     

    그러다가 갑자기 머리가 쑤욱, 밖으로 밀려났다.

    입구가 조금 넓어진 덕분이다.

     

    일단 머리가 나가자 몸은 나가기 수월했다.

    이제 고통도 끝이다!

    나는 해방감을 느끼며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밖은 눈이 부셨다.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가 어두운 곳에 있어서 더 그러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내 몸을 잡고 있던 손이 내 엉덩이를 세게 내리쳤다.

    내 입에서 씩씩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울음소리?

     

    나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니, 이건 잘된 건가?

    나는 어쩌면 다시 태어났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말하는 ‘환생’이란 걸 통해.

     

     

     

     

     

     

    내 어머니는 아주 어렸다. 젊다는 말보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여자였다.

    전화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십대들처럼 유치했다. 내용은 남자 이야기, 클럽 이야기, 학교 이야기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로 짐작하건데 어머니는 갓 스무살이 됐거나 많아도 스물 둘셋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머니의 젖가슴은 아주 부드러웠고 충만한 젖이 흘러넘쳤다. 어머니의 가슴과 품은 나에겐 신성한 영역이었다. 그것을 흑심을 품고 바라보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품을 파고들어 젖을 물고 세차게 빨아들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언젠가부턴 이상한 감촉이 나는 무언가를 물려주기 시작했다. 나도 아들을 키워봤으니까 그게 뭔지는 알았다. 젖병이겠지.

     

    왜 이런 걸 주는 거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몸뿐이 아니라 사고방식마저 한없이 연약해져서 어머니의 품이 그리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댔다. 거의 하루종일 울었던 것 같다. 몸이 쉴 정도로 울어야만 겨우 내다보고 안아줬기 때문이다. 그 기분은 아주 쓸쓸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누군가랑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목소리인 걸 보면 아버지인 모양이다. 나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말을 할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이라곤 우는 것밖에 없었으니.

    방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

     

    “왜 이렇게 울어대는거야!! 오빠 아들이니까 오빠가 달래! 나몰라라 내빼지 좀 말고! 오빠가 키운다고 했잖아, 보살핀다며! 그래서 낳았는데 매일 술이나 마시러 쏘다니고, 사업한다면서 집에 가져오는 돈은 없고!”

     

    “조용히해. 애 듣는다.”

     

    “아직 눈도 안 보이는 애가 듣긴 뭘 들어? 괜히 말 돌리지 마.”

     

    내 부모님인 건가.

    뱃속에서부터 들었던 목소리라서 그런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무척 낯익다.

    아주 많이 들어본 목소리 같았다. 친밀감이 드는 목소리다.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만져보고 싶어.

    하지만 먼 자리에서 서로를 헐뜯고 물어뜯는데 혈안이 돼있지, 나를 안아주진 않는다.

    흐릿한 눈으로 그들이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는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이 아주 크게 싸운 뒤로 어머니는 자주 술을 마셨다.

    나에게 분유를 줄 때 나던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술냄새. 담배냄새. 그리고 때때로 남성용 스킨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어느 날, 늦어도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왔던 어머니가 온 집이 어두워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너무나 두려웠다. 비록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이런 몸으로는 침대 밖으로 나가는 일 조차 불가능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였으니까.

    울다가 지쳐 잠들고, 깨서 다시 울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동앗줄을 잡는 심정으로 빽빽 울었다. 뱃가죽이 갈비뼈에 들러붙을 정도로.

    그러자 기적처럼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머니는 아니었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내 상태를 보곤 ‘그년’이라고 어머니를 욕하며 방밖으로 나갔다.

    그도 나를 버릴까 두려웠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는 분유가 든 젖병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가 내게 분유를 타 먹인 건 몇 번 있었지만 그때는 이렇게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야 말로 그가 누군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갈증을 해소하며 아버지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

     

    나를 쳐다보는 싸늘한 눈.

    안경 알 속에서 나를 쳐다보는 눈.

    저 눈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거였다.

     

    아내를 쏙 빼닮았던,

    내 아들의 눈.

     

    아이러니 하게도 갓난아기가 된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사람은

    내 아들이었다.

    상황이 역전돼서 나는 그의 아들이 되고, 그는 내 아버지가 돼있었다.

     

    놀라운 것도 잠시, 반가운 마음에 그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바둥거리는 꼴 밖엔 되지 않았다. 아들은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다 먹었다 여겼는지 나를 다시 침대에 내려놓았다.

     

    ‘날 좀 봐라! 응? 내가 다시 태어났어!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이 아버지를 보거라!’

     

    하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나를 알아보는 기색도 아니었다.

    그는 내 침대에서 웬 종이 쪽지를 하나 꺼냈다. 그것을 읽는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너같은 새끼는 태어나지 말았어야해! 나가 뒈져, 이 새끼야! 네 애미 따라가란 말야! 넌 내 자식이 아니야, 넌 짐승새끼야! 죽어, 죽으란 말이야!!!’

     

    내가 퍼부었던 독설. 그게 왜 이때 생각나는 걸까. 나는 잘못한게 없어.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그년이 날 버리고 도망만 안쳤어도....!

    녹음기가 틀어진 것처럼 또렷이 들렸다. 환청이 분명한데도 나는 소름이 쭈뼛 돋았다. 

     

    아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눈동자에 언뜻언뜻 비치는광기, 멍한 표정, 포악하게 벌어지는 입술, 그 안에 꽉 맞물린 치아들.....그건 내가 아들에게 폭력을 가하던 순간을 연상시키게 했다.

     

    아들이 베개를 집어 올렸다.

    베개의 그림자가 점점 내게로 가까이 다가온다.

     

     

     "걱정마, 아들아. 너를 혼자 보내진 않을게."

     

     

    이건 말도 안 돼.

     

    나는 살려달라고 외쳤다.

     

    내가 다시 찾은 두 번째 기회를 끝내지 말아줘!!!

     

    제발!!

    살려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버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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