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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7377
    작성자 : 뿡분
    추천 : 11
    조회수 : 816
    IP : 112.146.***.6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5/11 23:58:45
    http://todayhumor.com/?panic_47377 모바일
    소설] 보고 있는 남자 下

     

    上>

     

    http://todayhumor.com/?panic_47348

     

     

     

     

     

     

    < 下> 

     

     

    또 한번 경찰이 왔다갔다. 젊은 청년과 나이 지긋한 중년으로 이뤄진 파트너였다. 신고한지 2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 그들은 내 좁은 집을 한번 쓰윽 둘러보곤 곤란하단 투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전과가 있는 놈의 소행 같습니다. 흔적도 전혀 남기지 않은데다가, 목격자도 존재하지 않는 걸 봐선 어떻게 행동해야 뒤탈이 없는지 알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들은 범인을 잡는 것보단, 이불 위에 웅크리고 떨고있는 내 주민등록 번호와 이름을 적는 게 우선인 것처럼 보였다.

    “현행범으로 잡지 않는 이상 증거가 필요해요. 감시카메라를 건물 입구에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 다른 주민들 사생활도 있고 하니 공용건물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그럼 어떻게 해요?”

    “후우.”

     

    젊은 경찰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답답함이 담긴 한숨이었다.

    ‘이봐요, 한숨 쉬고 싶은 사람은 나라구요!’

     

    나는 슬며시 그를 흘겨보았다.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걸 겨우 눌러 참고 있으려니 나이 많은 경찰이 젊은 경찰의 어깨를 잡아 뒤로 물러서게 하면서 자기가 앞으로 나섰다.

     

    “저희도 얼마나 악질적인 놈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 놈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 원룸에 종종 출몰하곤 해요. 순찰을 강화해도 피해 신고가 꾸준히 들어오는 걸 보면 아주 신출귀몰한 놈인데...딱히 피해도 주지 않고, 걸렸다고 해도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다고 해버리면 끝이거든요. 한두번 해본 놈들이 아니란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증거를 잡아서 붙잡는대도....사실 이런 놈들은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고 말아요.”

     

    “그럼 어떻게해야 잡을 수 있나요?”

     

    “그게.....”

     

    나이 많은 경찰은 곤란한 투로 말끝을 흐렸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뻔했다.

    “제가 다치거나, 막말로 몹쓸 짓이라도 당하면 바로 출동하고 수색해서 잡아넣을 수 있는 건가요?”

    “어허. 아가씨,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되죠.”

    “하지만 그렇게 들리는데요.”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이 아가씨가 참....”

    “그렇잖아요.”

     

    경찰이 잘못한 거라곤 신고하고 이십분이 훌쩍 지나서야 모습을 보인 것 뿐이었다.

    나에게 피해를 준 건 그 정신나간 남자였다. 자기 딸뻘이나 될 나를 몇 달째 훔쳐보고 있는. 그런데도 앞건물 남자가 경찰의 무능함에 대해 뜨거운 감정을 쏟아놓는 걸 들은 직후였기 때문인지, 나는 평소답지 않게 열이 바짝 오른 목소리로 경찰을 향해 쏘아붙였다.

     

    “들어보니 남의 집 창문에 붙어서 훔쳐보고 스토킹 하는 짓이나, 무단횡단 하는 일이나 똑같네요. 똑같이 걸릴 확률도 적고, 재수 없어서 잡힌대봤자 벌금만 내고 나오면 되니까.”

    “그런 비유가 어디 있습니까?”

     

    내 말이 불쾌했는지 그가 고개를 약간 옆으로 기울였다.

     

    “저희도 답답합니다. 법이 그런 걸 어떡합니까?”

     

    그들이 떠나고 나서도 한참동안 이불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기울어서 밤이 찾아왔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 덕분에 저녁시간을 송두리째 허투루 흘려버렸다.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법이 그런 걸 어떡합니까?’하고 억울하단 듯 항변하는 경찰의 목소리가 윙윙 울려댔다. 나는 눈물 자국이 말라붙은 볼을 소매에 문질러 닦으며 일어났다.

     

    “참 편리한 법이네...”

     

    죄를 짓는 사람들한테 편리한 법이라니, 이상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맘편히 화장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이런 세상 따위 정말 지긋지긋해. 나는 화장실 문고리를 놓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방 창문을 열고 밖에 누가 서성대고 있는지 확인했다. 서둘러 귀가하는 몇몇 그림자를 제외하면 골목은 한적했다. 게다가 따뜻한 봄바람에 물들어 있었다. 낮에 달궈진 거리를 저녁바람이 호호 불어서 식혀주는 듯했다. 딱 산책하면 좋을만한 날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그 미친놈은 어디 훔쳐볼 여자가 없나 기웃대고 다니리라 상상하니 욕지기가 치밀었다.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출근 시간이 되어서야 몸을 겨우 움직였다.

    한숨도 자지 못해서 눈앞이 어질어질하며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세상이 이지러졌다. 단순히 수면부족이라기엔 지나친 증세가 아닌가 생각됐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너무 많이 흘려버린 눈물 때문이겠지.

    가방을 챙겨 들고 운동화의 끈을 단단히 점검했다. 여차하면 달리기 시합이라도 벌일 생각이었다. 호신용 스프레이까지 챙기고 현관을 나섰다. 현관에서 건물 밖까지 나가는데 10분이나 걸렸다면 지독한 겁쟁이라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 무서웠다. 누가 나를 쳐다보고 있으리란 생각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지경이었다.

     

    그때 그림자 하나가 골목을 걸어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정신나간 작자 보다는 실루엣이 마른 편이었기 때문에 눈을 가늘게 좁히고 누군지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아!’하고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 앞 건물에 사는 남자였다.

     

    “벌써 출근하세요?”

     

    반갑게 다가오는 그의 숨에선 술냄새가 풍겼다.

     

    “안색이 안좋네요. 잠을 별로 못 잤나 봐요?”

     

    위로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다정한 목소리에 경계심이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나는 나처럼 밤을 꼬박 지새웠을 게 뻔한 그의 소매 끝을 살짝 잡아당겼다.

     

    “정류장까지 같이 가줄래요?”

    “그럴까요? 마침 편의점에 갈까 생각하던 참인데.”

    “......고마워요.”

     

    그가 대답대신에 씩 미소 지었다. 건강하고 시원시원한 웃음이었다.

    우리는 조금 떨어져서 거리를 유지하며 정류장까지 동행했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 하늘 아래 깨어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그게 어딘지 근사하게 느껴졌다.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위험에 닥칠 때 나타나 구해주는 이웃집 남자, 아늑하고 고요한 새벽 공기. 특히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내 잃어버렸던 순정을 일깨웠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혹시 만나는 사람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좋아하는 사람은요?”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있어요.”

     

    나는 실망감에 “아....”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내 속마음을 들킬새라 부러 밝은 목소리로 “왜, 고백하지 않으시구요?”하고 물었다.

     

    “사귀게 되면 의미가 없잖아요.”

    “네?”

    “저는 지켜보는 쪽이 좋아요.”

    “아....거리를 두고 서로를 지켜볼 시간을 갖고 싶단 말씀이시군요......”

     

    그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러고보면 대답하는 것보다 저렇게 애매모호하게 웃음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말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말을 감추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 모호함이 호감을 반감 시키지는 못했다. 어느새 정류장이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커피를 들고 서있는 젊은 여자가 기척을 느끼고 우리를 힐긋 쳐다보았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다녀와요.”

     

    다녀와요.

     

    그 달콤한 말을 들으니 나쁜 기억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버스에 올라타며 뒤쪽을 쳐다봤다. 그가 아직 그 자리에 서있었다. 마치 그가 ‘기다릴게요’ 하며 배웅하는 듯한 달콤한 착각이 일었다.

     

     

     

     

     

     

     

    다른 날보다 삼십분 정도 퇴근이 일렀지만, 나는 일부러 없는 약속을 만들어내며 늦은 시간까지 시내를 돌아다녔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가는 노선의 버스에 올라탔다. 벽에 붙어서서, 혹은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 남자가 날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하기를 바라며. 내 퇴근시간을 꿰고 있었다면 진즉부터 어슬렁대고 있을 터였다.

    주택가의 골목을 지나는 동안 따라오는 그림자는 없었다. 하지만 길 양옆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차들은 작정하고 몸을 숨기기에 충분했으니까 방심하기는 일렀다. 나는 함정이 설치된 길을 지나는 기분으로 조심조심 신중을 기하며 집 앞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도 나를 따라오는 발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건물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확인했다. 2층과 3층까지 올라가서 누가 숨어있는지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나는 재빨리 열쇠를 구멍에 넣고 돌렸다. 그리고 후다닥 뛰어 들어와서 문을 잠갔다. 곧바로 불을 켜고 창문으로 걸어가서 잘 잠겨있는지 확인했다.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늦은밤 찾아온 사람답게 지극히 조심스러운 노크소리였다. 하지만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에 찾아올리 없겠지. 나는 문에 얼굴을 대고 구멍으로 밖에 서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누구세요?”

     

    하고 물었지만 누가 찾아왔는지는 벌써 알고 있었다.

    앞 건물에 사는 남자였다. 그는 내가 보고 있는 걸 아는 것처럼 문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서둘러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경계는 풀지 않고 겨우 서로의 얼굴만 볼 수 있는 정도만 빼꼼 열었다. 문고리는 여전히 단단하게 틀어잡은 상태로.

     

    “무슨 일이세요?”

    “아까 내다보는데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서요.”

    “네???”

     

    나는 깜짝 놀라서 문고리를 놓쳐버렸다. 그는 놀란 나를 내려다보며 수줍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표정에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래서 괜찮은가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는 수줍은 것처럼 한손을 뒤로 숨기고 다른 손으론 콧잔등을 긁고 있었다. 나는 현관문이 스르륵 열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설마 아침에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람’이 나인 건가?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이 피어났다. 그래서 나한테 잘해준 거구나. 하고 멋대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저기.....잠깐......”

     

    퍼억!!

     

    ‘잠깐 들어오실래요?’

    라고 물으려고 했었다.

     

    퍼억!!!!!!!!

     

    그가 다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내 머리를 가격한 묵직한 무언가가 또다시 옆머리에 파고들었다.

    나는 이 둔탁한 파열음이 내 왼쪽 관자놀이에서 시작된 거란 걸 이해하지 못하고 ‘이게 무슨 소릴까’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눈꺼풀이 경련하면서 위로 까올려졌다.

     

    그가 피묻은 망치를 다시 들어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삐이익------

    이명이 들렸다.

     

    머리를 부딪친 충격때문이었다. 이를 털어내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그 바람에 중심을 못 잡고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나는 비틀대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너무나 어지러웠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문을 잠가야했다. 나는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를 가격당한 충격은 신체적인 기능을 정지시켜버렸다. 나는 고꾸라진 자세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손만 허망하게 뻗었다.

    그때 달칵, 하고 쇠로된 잠금장치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잠그지 못한 문을 그가 대신해서 잠그고 있었다. 그는 막 귀가한 사람처럼 평온한 태도로 마지막으로 체인까지 걸쳐놓는 일을 잊지 않았다. 천천히 돌아서는 그의 얼굴은 여유로웠다. 바쁜 일 같은 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힐끔 내려다보곤, 잠시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내가 일어나서 도망치지 못할 걸 아는 것처럼.

     

    “내 방에서 보이던 것보단 좁네....”

     

    나는 도움이 될 만한 무기를 찾아서 정신없이 눈알을 굴렸다.

    핸드폰을 어디에 뒀지?

    핸드폰이 들어있는 가방은 현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진득한 피가 그 위에 흩뿌려져 있었다. 현관 가까이에 있는 벽에는 온통 붉은 핏방울들이 벽지 무늬처럼 방울방울 매달려 있었다. 당장 문까지 기어갈 힘조차 없는 내가 핸드폰을 꺼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다른 게 필요했다.

    다른 것,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두리번 거리던 나는 이윽고 창문 앞에 서있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는 창문에 바싹 붙어 서서, 마치 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처럼 서서는 창문에 얼굴을 드밀고 있었다. 그의 등에서 비춰지는 가로등의 빛 때문에 짙게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때문에 자세한 이목구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그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나 같은 여자를 훔쳐보고 지켜보는데 취미가 있는 정신나간 작자가 분명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희번뜩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무엇을 봤는지 몰라도 그 때문에 잔뜩 흥분된 모양이었다. 늘 나를 숨어서 보고 있던 그 남자는 지금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서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서 고개를 돌렸다.

    앞 건물의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서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서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에 서있는 남자의 입술이 히죽, 하고 벌어졌다. 붉은 혀가 날름대며 입술을 핥아 올렸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응시하더니, 이내 각자 할 일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서로에겐 관심이 없다는 듯이.

     

    “사, 살려......왜..........????”

     

    묵직한 망치를 들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남자,

    그리고 창문으로 내가 살해당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

     

    그들이 내 숨통을 바짝 조여 왔다.

    심장이 갓 잡아 올린 활어처럼 팔딱거렸다.

     

    나는 비명을 길게 내질렀다.

    하지만 곧 입이 틀어막혀 단말마가 되었을 뿐,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다.

     

    코 앞에 쓱 드밀어진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그가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쉬잇. 조용히 해야죠. 누가 깨기라도 하면 어쩌려구요” 예의 그 다정한 말투 그대로였다.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대신 꺽꺽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문단속 잘하세요. 모르는 사람 문 열어주지 마시고요.'

    '면식범인 경우가 많다니까 조심하시구요.'

     

     언젠가 그가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나는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는 더욱 만족스레 씩, 하고 미소 지었다.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그 미소였다.

     

     

     

     

     

     

     

     

     

     

     

     

     

     

    /

     

     설명을 조금 붙이자면

     

     화자인 '나'를 보고 있는 남자가 두명 나오는데,

     그 중에 한명은 보고만 있는 남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진짜 보고 있는 남자죠.

     다른 한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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