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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6955
    작성자 : 뿡분
    추천 : 9
    조회수 : 1371
    IP : 112.146.***.6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5/04 23:54:17
    http://todayhumor.com/?panic_46955 모바일
    소설] 넌 왜 날 모르니? 下
    <P> </P> <P> </P> <P>上편 ></P> <P> </P> <P>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panic_46763">http://todayhumor.com/?panic_46763</A></P> <P> </P> <P> </P> <P> </P> <P> </P> <P> </P> <P>< 下></P> <P> </P> <P> </P> <P> </P> <P> 그 순간 떠오른 이름을 중얼거렸다.</P> <P> </P> <P> "..........세준씨......"</P> <P> </P> <P> 그는 나에게 있어 늘 문제적 존재였다.</P> <P>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으로 만나, 단지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일때부터 그의 집착이 시작됐던 것 같다.</P> <P> 그는 스토커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나에게 집착을 했고, </P> <P> 그 정성을 봐서라도 한번 만나주라는 주변의 이야기에 혹해서 넘어갔던 게 실수였다.</P> <P> 자기 약점을 숨기기에 급급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그 집착을 숨길 생각같은 건 하지 않았다.</P> <P> 막 시작한 연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집요한 사랑은 나를 한때나마 들뜨게 했고 </P> <P> 점점 심해지는 집착 또한 정말 날 많이 좋아하나보다 정도로 넘기고 말았다. </P> <P> </P> <P> 그와의 연애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P> <P> </P> <P> 어쩌다가 연락이 안될때면 내가 갈만한 곳은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건 예사였고, </P> <P> 당시 서울에서 통학하기 위해 살고 있던 자취방은 물론 차를 타고 두시간 거리에 있던 부모님 집에까지 찾아가</P> <P> 망신을 주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P> <P> </P> <P> 심지어 내가 사용한 물건들을 전리품처럼 자기 방에 모으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P> <P> 더이상 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P> <P> 그 관계를 완전히 끊기 위해서 세준의 부모에게까지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받았다.</P> <P> 헤어지자는 말을 듣지도, 용납하지도 않아서 무작정 연락을 끊고 자취방을 옮겨봐도 </P> <P>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처럼 나타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내 힘으로 끊어내기란 불가능했으니까.</P> <P> </P> <P> 그때를 생각하자 등골이 싸늘해진다.</P> <P> </P> <P> 그 무서운 집착이 다시 시작되는 걸까. </P> <P> 이 익명의 기묘한 편지를 보낸 사람이 만약 세준이라면 편지 내용도 딱 들어맞았다.</P> <P> 왜 모른척 하냐는 둥,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둥 하는 내용은 세준같은 사람이 아니면 보낼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까.</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어딜 가면 세준을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P> <P>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안내하는대로 길을 따라 운전했다. </P> <P> 내가 사는 곳에서 삼십분거리에서 지내고 있었다. </P> <P>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P> <P> </P> <P> 그를 독하게 떼어낸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만남이 유쾌할리도, 쉬울리도 없었다.</P> <P> 어쨌거나 우리는 나쁘게 헤어진 케이스였으니까. </P> <P> </P> <P> 낮에도 한산한 순간이 없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P> <P> 세준이 있는 곳이었다.</P> <P> </P> <P> 차에서 내리며 건물을 잠시 올려다보며 그가 어디쯤에 있을지 눈으로 가늠해보았다.</P> <P> 똑같이 구멍을 내고 유리창을 끼워넣은 창문들이 수십, 수백개가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P> <P> 두리번거리며 세준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맸지만 </P> <P> </P> <P> "박세준씨 찾아 왔는데요."</P> <P> </P> <P> 간호사실에 물어보는 걸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P> <P> </P> <P> 또각또각.</P> <P> </P> <P> 구두굽이 조용한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 </P> <P> </P> <P> 새삼 세준이란 남자에 대해 생각해본다.</P> <P> 어쩌다가 스토커라는 바보같은 취미가 생겼는지 애석할 따름이다. </P> <P> 그는 일평생을 단 한번도 부모 곁에서 떠나본 적 없는 온실 속의 화초같은 남자가 어쩌다가 그렇게 변했을까.</P> <P> 전형적인 모범생. </P> <P> 사춘기때에도 사고 한번 치지 않고 곱게 자라나 명문대에 들어간 것까지는 아들로서 완벽했을 거다.</P> <P> 그런 자랑스러운 아들이 한 여자에게 무섭도록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무너져내리던 세준 부모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다.</P> <P> 순박해보이는 인상의 그들에게 아들의 집착을 털어놓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지만</P> <P> 때로는 내키지 않는 일도 참고 해내야되는 순간이 온다는 걸, </P> <P> 누구나 한번쯤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고 </P> <P> 나는 그 사실을 조금 일찍 깨달았을 뿐이다.</P> <P> </P> <P> 똑똑.</P> <P> </P> <P> 노크를 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P> <P> 삐걱대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눅눅한 습기가 느껴졌다.</P> <P> 증기기관차의 그것처럼 희뿌연 습기를 뿜어대고 있는 가습기 때문이었다.</P> <P> </P> <P> 반쯤 쳐진 커튼을 젖히고 그 안에 누워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P> <P> </P> <P> 박세준.</P> <P> 남성.</P> <P> 31세.</P> <P> </P> <P> 휘갈겨쓴 검은 글자들이 누워있는 환자가 내가 찾던 사람이 맞다고 확인시켜주었다.</P> <P> </P> <P> 쌔액......쌔액........쌔액.......</P> <P> </P> <P> 숨을 내쉬는 것이 버거운지 세준은 쇳소리를 내며 뒤척이다가 잠결에도 낯선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P> <P> 그리고 앞에 서있는 나를 보더니 눈을 크게 홉떴다. </P> <P> </P> <P> "......ㄴ.....ㅓ.........."</P> <P> </P> <P> 나는 무심한 눈으로 그의 가슴에 비죽 튀어나온 관을 바라보았다.</P> <P> </P> <P> 삑삑삑삑.</P> <P> 심장과 연결된 기계에서 그의 박동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리기 시작했다.</P> <P> </P> <P> </P> <P> "흥분하지마. 할 말이 있어서 온거니까." </P> <P> </P> <P> "너.....때문.........."</P> <P> </P> <P> 갈고리같은 손가락들이 내 옷을 움켜쥐려고 발버둥쳤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걸로 그의 사정거리에서 간단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P> <P> 나는 아까보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서서 세준을 똑바로 쳐다봤다.</P> <P> </P> <P> "보낸 편지 봤어. 누굴 시킨거야? 어머니? 아니면 아버지?</P> <P>  쓸데없는 짓 하지마. 세준씨는 이렇게 조용히 살다가 가면 되는 거야. </P> <P>  세준씨가 이렇게 된 건 스스로 자초한 거야. 먼저 제안한 거잖아. 나한테 했던 말 벌써 잊었어? </P> <P>  아님, 생각해보니까 아까워진 거야? 그때는 간이든 쓸개든 다 내줄 것처럼 굴더니....."</P> <P> </P> <P> 병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일조차 버거워보이는 세준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P> <P> 새삼 수술한 부위가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아플리 없는데도. </P> <P> 통증의 원인은 저 사람을 본 것 때문이겠지.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P> <P> </P> <P> "나라고 아픈 사람 찾아와 이런 말까지 하긴 싫었어. 그러니까 사람 놀래키는 것도 정도껏 해. </P> <P>  세준씨, 설마 나 원망하는 거야?"</P> <P> </P> <P> 그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 젓지도 않고 입도 벙긋하지 않은 채로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P> <P> 알고 있다, 그가 바란 게 이거라는 걸. 편지를 보내 나를 자극하고 내가 달려와 얼굴을 보여주길 바라는 거겠지.</P> <P> 예전에 '네가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 걸 안다'고 말해서 내 관심을 끌었을 때처럼, 지금도 만족하고 있을까?</P> <P> </P> <P> "당신이 원하는대로 사귀어줬고, 당신이 준다고 해서 받은 것 뿐이야.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짓 하지마.</P> <P>  부모님까지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꼴 보고 싶진 않겠지."</P> <P> </P> <P> 그가 보낸 편지들,</P> <P> 그의 부모나 아는 사람이 대필했을 그 편지 내용이 세준의 얼굴 위로 겹쳐보였다. </P> <P> 이런 나를 보며, 이런 상황에까지 와서도 아직도 사랑한다고 매달리고 싶은건지 궁금증이 잠시 피어올랐지만</P> <P> 할 말을 모두 마친 나는 자리를 떠났다. 그의 부모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상황이 곤란해질 테니까.</P> <P> 삐비비비빅.....!!</P> <P> 급박하게 올라가는 혈압수치가 기계에 경고음을 울리게 했고, 소리는 복도에까지 울려퍼졌다. </P> <P> 달려가는 간호사를 뒤로하고 태연하게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P> <P> </P> <P> 왜 나를 모르는 척해,</P> <P> 왜 날 모르니? </P> <P> 왜 넌 너밖에 모르니? </P> <P> </P> <P> 병실을 빠져 나온지 오래지만</P> <P> 세준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귀에 윙윙 울려댔다. </P> <P> </P> <P> </P> <P> 문득 그가 고백했던 밤에 나눴던 대화도 떠올랐다.</P> <P> </P> <P> '걱정하지마. 내가 다 줄 테니까. 너한테 필요한 건 다 줄게. 너는 나를 바라봐주기만 하면 돼.</P> <P>  내가 누군지 알아주기만 하면 돼.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내가 박세준이라는 걸.'</P> <P>   </P> <P> </P> <P>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P> <P> </P> <P> 자기암시를 하듯 중얼댔다.</P> <P> </P> <P> 나는 나쁘지 않아. </P> <P> </P> <P> 때로는 내키지 않는 일도 참고 해내야되는 순간이 온다는 걸,</P> <P>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달았을 뿐이니까.</P> <P> </P> <P> 그래, 나쁜건 박세준의 집착</P> <P> 그 집요한 마음이었다.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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