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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뿡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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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4690
    작성자 : 뿡분
    추천 : 4
    조회수 : 336
    IP : 112.146.***.6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23:59:48
    http://todayhumor.com/?readers_4690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토끼와 고양이
    <P class=바탕글>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있었다. 내가 꼬리를 스윽 움직이자, 양쪽으로 나눠 묶은 머리카락이 토끼의 귀처럼 쫑긋거렸다. 내가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일라치면 저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달려오니, 저 작은 여자아이를 신경 쓰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 이곳을 관리하는 남자가 저애를 좀 쫓아내버리면 좋으련만, 그는 유리창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조차 두질 않았다. 그의 관심거리라곤 전화기와 노트북이 전부였다. 나는 동그란 눈을 피해 도망치려고 기세 좋게 홱 돌아섰지만 벽에 쿵 부딪혀버렸다. 작고 좁은 네모난 우리에 갇힌 상태로 저 애한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겠지. 화가 난 나는 콧방귀를 흥 뀌고 등을 돌려 앉아서 털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무시하고 싶었지만 여자애의 시선이 등에 콕콕 박혀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하얀 눈송이가 여자애의 머리 위로 내려앉는 소리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소리없는 신경전은 벌써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무렵 여자애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는 고양이, 그녀는 인간.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우리는 생김새부터 성격까지 비슷한 점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여섯 살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인간과 동물의 나이는 똑같아보이지만 달랐다. 우리는 주어진 수명이 달랐으니까, 내가 저 여자애보다 훨씬 연장자였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빛에선 공경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때였다. 딸랑, 작은 종이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온 손님 중에 한명은 나를 관찰하는 취미가 있는 그 애와 키가 비슷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가게 안으로 쳐들어왔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키가 비슷했을 뿐, 들어온 아이는 머리카락이 짧은 남자아이였다. 짧은 앞머리에 작은 눈을 가진 남자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바보처럼 헤죽 웃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엄마. 나 고양이 사줘. 키울래. 으응?”</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서 풍선껌이나 과자를 고르듯이 나에게 삿대질 하는 남자아이를 보면서, 내가 그 여자애를 싫어했던 건 나를 괴롭혀서가 아니라 단지 애들을 싫어해서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래, 나는 애들이 싫었다. 한때 나도 인간들과 한지붕 아래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두 명뿐이었는데, 금세 세 명, 네 명으로 불어났다. 나까지 돌보긴 힘들었던 것인지, 내 주인은 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나를 밖으로 내쫓았다. 아니, 나가기는 내 발로 나갔지만 유일한 출입구였던 창문은 굳게 잠긴 채로,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내가 돌아오길 바라지 않은 게 분명하다. 돌아오리란 걸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져서 안돼요. 그렇죠, 저런 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지죠?”</P> <P class=바탕글>“빠지긴 하죠.”</P> <P class=바탕글>“들었지? 안돼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엄마의 단호한 말에도 불구하고 남자애는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쥐어뜯고 잡아당기면서 어른 두 명의 혼을 쏙 빼놓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강아지 미용은 얼마나 하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가게 주인은 귀찮은 듯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머, 여긴 아랫집보다 오천원이나 더 비싸네.”</P> <P class=바탕글>“저희는 픽업차량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요.”</P> <P class=바탕글>“우리 집은 코앞인데, 좀 깎아주시면 안되나요?”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작은 실랑이 끝에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누가봐도 마지못해 하는 대답인데도 여자는 뭐가 좋은지 샐쭉 웃고 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일 이 시간에 와도 되죠? 그럼 수고하세요. 잘 있어, 고양아.”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들이 나가자마자 나는 콧방귀를 흥, 하고 뀌었다. 가게 주인도 나처럼 흥, 콧방귀를 뀌고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눈이 쌓이고 있는 바깥과 다르게 이 안은 따뜻했다. 시끄러운 손님들이 나가고 난 직후라서 인지 더 조용한 것 같았다. 나는 실실 감겨오기 시작하는 눈을 감고 살짝 졸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아직도 서있는 여자애 때문에 잠이 확 달아나고 말았다. 평소대로 그 여자애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빨갛게 얼어붙은 얼굴에 자꾸 눈길이 갔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나는 야옹, 소리 내 울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집으로 돌아가, 엄마한테 가라구.’</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는 고양이, 그녀는 인간. 내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야옹 대며 울었다. 저렇게 작은 아이들은 자주 아팠고, 기침이라도 콜록거리는 날엔 집이 발칵 뒤집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랑 같이 살던 아기들도 그랬으니까.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오늘따라 왜 이렇게 우니? 응?”</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갑자기 남자가 손을 쑥 집어넣어서 나를 꺼냈다. 찡그려진 눈을 보니 그가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자애가 유리창에 철썩 달라붙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나와 남자를 쳐다본다. 나는 또 야옹하고 울면서 경고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집으로 돌아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말을 알아들을리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로 신경쓰이게 만드는 여자애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고양이가 사라진 우리 안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여자애가 부름을 듣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곤 환하게 웃더니, 빨간색 우산을 들고 걸어오는 여자에게 달려가 품에 뛰어들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엄마. 우리 고양이. 나-비.” </P> <P class=바탕글>“나비? 아기 때 키웠던 고양이 말하는 거야? 이름을 용케 기억하고 있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자애는 엄마 손을 잡고 애완용품점 가게의 유리 앞으로 걸어갔다. 엄마가 입은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열고 사진을 보는 손길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바바. 똑같찌?”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사진 속에, 제 몸보다 약간 더 큰 아기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검은색 고양이가 있었다. 여자애는 그 고양이를 손가락으로 콕 찍으면서 가게 안을 가리켰다. </P> <P class=바탕글>아이 엄마는 무심코 가게 안을 쳐다보다가 가게 주인을 피해 가게 안을 뛰어다니고 있는 고양이의 검은색 꼬리를 발견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머. 그렇게 찾아다녀도 없더니...”</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이는 엄마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을 보며 손을 잡아 끌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의 작은 손에 이끌려 가게 문을 열었다. 딸랑, 종소리가 울리며 고양이가 이쪽을 쳐다본다. 이삿짐을 싸던 도중에 밖으로 나가, 그 뒤로 찾질 못했던 나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녀를 쳐다보았다. 집으로, 엄마 품으로 돌아가야 할 건 여자애가 아니라, 정작 고양이 본인이었는지도 모른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늦게 알고 11시부터 쓰기 시작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P> <P class=바탕글>다들 수고하셨어용.</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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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2 00:11:29  123.212.***.55  나의황금똥  320285
    [2] 2012/12/02 00:25:46  114.203.***.85  알루미늄티비  289948
    [3] 2013/06/16 14:11:25  14.42.***.89  고기는진리다  23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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