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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6448
    작성자 : 뿡분
    추천 : 16
    조회수 : 2102
    IP : 112.146.***.64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04/26 15:37:01
    http://todayhumor.com/?panic_46448 모바일
    단편] 소설가 k씨
    <P> </P> <P> </P> <P> </P> <P> </P> <P> "이번에 영화화 된다면서요? 축하해요."</P> <P> "축하해요. 우리 동호회 사람들 중에 k씨가 제일 성공한 것 같아."</P> <P> "성공은요. 운이 좋았던 거죠."</P> <P> </P> <P> k씨는 쑥쓰러운 듯 볼을 긁으며 사람들의 축하인사를 들었다. </P> <P>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샴페인잔을 높이 쳐들고 영화의 흥행을 빌어주었다. </P> <P> 자기일도 아닌데 하나같이 들떠 있었고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P> <P> </P> <P> k씨는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자기 책의 표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P> <P>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여전히 어두운 방안에 앉아서 시간이나 죽이며 살고 있었겠지. </P> <P> 책으로 출판되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아직 얼떨떨한데, 영화화된다니...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P> <P> 게다가 주인공 역은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로 내정되어 있었다. </P> <P> 요즘엔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P> <P> 아주 행복한 꿈을.</P> <P> </P> <P> 아마추어 작가였던 k씨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작년에 웹상에 연재하기 시작한 글 덕분이었다.</P> <P> 연쇄살인범을 주인공을 다룬 소설은 충격적 소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금세 유명세를 탔다. </P> <P> 주인공은 비록 정신병력이 있는 살인마였지만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져든 독자들은</P> <P> 그의 유년시절의 상처에 깊이 공감하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손꼽았을 정도였다. </P> <P>  </P> <P> 유명 포털사이트를 가도 k씨의 소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고, 곧 팬카페가 만들어졌다. </P> <P> 그러니 출판사쪽에서 먼저 연락을 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P> <P> </P> <P>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고나선 주위의 평판이 달라졌다. </P> <P> 어딘지 음침한 구석이 있었던 성격은 고독한 사색가로 포장되었고, </P> <P> 서른이 넘도록 벗어나지 못한 반지하의 분리형 원룸은 작업하기에 안성맞춤인 '작업실'로 불렸다.</P> <P> </P> <P> 동호회 내에서의 입지도 올라갔다. </P> <P> 사실 가장 글을 잘 쓰고 잘나갔던 회원은 J씨로, 겉으로 보기엔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P> <P> 평범한 남자였지만, 동호회 회원을 통틀어 유일하게 출판사를 통해 출판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P> <P> 게다가 성격은 다정다감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소극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길 꺼려하던 K씨를 챙겨주기도 했다. </P> <P> K씨는 J씨의 글솜씨와 안정된 직장을 늘 부러워했다. 그는 빛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고 자신은 어둠에 속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P> <P> </P> <P>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J씨는 K씨의 열렬한 독자를 자청하며 늘 독려해주었다.</P> <P> 비어있는 냉장고를 채우는 일도, 새로 쓴 글을 퇴고하는 일을 돕는 것도 늘 J씨의 몫이었다.</P> <P> </P> <P> K씨를 성공으로 이끌어준 소설을 가장 먼저 읽어본 것도 J씨였다.</P> <P> 한밤중 충동적으로 써내려간 글이었다. 과연 이런 글이 평가받을 정도의 수준이나 될까 싶을 정도였다.</P> <P> 빠른 속도로 써내려간 글이었던 데다가</P> <P> 그에게 보여줄 때는 겨우 초입부만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에 쑥스러웠지만,</P> <P> 몇페이지 안되는 글을 정독한 J씨의 반응은 예상밖이었다. </P> <P> K씨의 걱정이 기우라는 듯, J씨는 상기된 얼굴로 극찬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늘 그렇듯 충고도 잊지 않았다.</P> <P> </P> <P> '주인공이 너랑 많이 닮았어. 작가의 삶이 소설과 인물에 반영된다고는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만큼</P> <P> 너랑 철저히 분리시키는게 어떨까? 나중에 의심받고 조사라도 받게되면 곤란하잖아.'</P> <P> </P> <P> '....그 정도예요?'</P> <P> </P> <P> '하하하. 당연히 농담이지. 네가 연쇄살인범은 아닐테니 말야. </P> <P> 소재부터 강렬하고 아주 근사해. 멋진 소설이야. 결말을 스포일러 당하고 싶을 정도로.'</P> <P> </P> <P> 확실히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소설의 완성도는 지금보다 낮아졌겠지. 그의 안목은 비평가에 버금가게 정확했으니.</P> <P> J씨를 보지 못한게 일년쯤 됐다. 동호회 모임이 열렸다치면 둘은 꼭 붙어다녔기 때문에 오늘따라 J씨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P> <P> 그런 생각을 한건 K씨만이 아닌지, J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여자가 다가와서 말을 꺼냈다.</P> <P> </P> <P> "요즘 J씨랑 연락하세요?"</P> <P> </P> <P> "아니요. 좀 오래됐습니다, 전화통화 한 것도..."</P> <P> </P> <P> "질투같은 건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봐."</P> <P> </P> <P> "질투요?"</P> <P> </P> <P> "사람들이 수근대는 소리 못들었어요? 솔직히 1년전만해도 J씨가 이 중에 제일 잘나가는 사람이었잖아.</P> <P> K씨가 자기랑은 비교도 안될만큼 성공하니까 쪽팔리기도 하고 배 아프기도 하니까 잠수탄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요.</P> <P> 내 연락까지 무시하는 걸 보니.... 온라인에서도 볼 수 없고.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가? </P> <P> K씨한테까지 연락을 끊었다는 걸 보면 정말 인 것 같아서요. 그래도 두 분이 단짝이었잖아요. J씨 그렇게 안봤는데 참 실망이야."</P> <P> </P> <P> "설마....개인적인 일 때문이겠죠."</P> <P> </P> <P> "아참. 마지막 희생자 말인데요. 그 다정하고 착한 남자 말이에요."</P> <P> </P> <P> "네."</P> <P> </P> <P> "캐스팅 누가 될까요? 마지막에 배신당하고 죽는 그 캐릭터가 인기가 많잖아요.</P> <P> 주인공이 누가 될지보다 그 남자 누가 연기할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P> <P> 그 역에 영화배우 S씨 어때요? 꼭 보고 싶다고들 난리야. K씨가 힘 좀 써줘요. 원작자니까 그 정도 입김은 있지 않겠어요?"</P> <P> </P> <P> "캐스팅에 대한 건 아직 의논중이라서요. 그래도 한번 의견을 내보겠습니다."</P> <P> </P> <P> "어머...."</P> <P> </P> <P> 여자는 감동받은 표정으로 K씨를 바라보다가 귓속말을 하듯이 목소리를 낮췄다.</P> <P> </P> <P> "K씨, 알고보니 다정했구나. 성공하면 콧대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자기는 그 반대야."</P> <P> </P> <P> 어느새 K씨에서 자기로 호칭이 변했다는 걸 여자는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P> <P> 여자가 내미는 연락처를 받아쥐고 책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P> <P> 오늘밤, 세번째로 받은 연락처였다. </P> <P> 돈과 명예를 손에 쥐니 여자는 자연스레 따라 붙는 모양이다. </P> <P> </P> <P> 쏟아지는 별을 보며 K씨는 새삼스레 생각한다. </P> <P> </P> <P> 역시, </P> <P> </P> <P> 자서전인 걸 밝히지 않은 게 다행이야.....하고.</P> <P> </P> <P> J씨 한명이면 몰라도 저렇게 많은 사람을 해치우는 건 </P> <P>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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