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는 너의 인형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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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38307

작성자 : 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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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2.146.***.6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2/10/31 22: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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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는 너의 인형 -마지막

<1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panic&no=38198&page=1&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8198&member_kind" target=_blank>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panic&no=38198&page=1&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8198&member_kind</A>= <2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panic_38225"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panic_38225</A> <3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panic_38304">http://todayhumor.com/?panic_38304</A> <DIV></DIV> <DIV class=writerInfoBgLeft></DIV> <마지막편> 내 몸은 마네킹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축 늘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속에서 뜨거운 게 울컥 치밀었다. 그녀는 그 일을 아무한테나 이야기하고 다니는 게 분명했다. 약을 먹는다고 했으니까 병원 치료도 받고 있는게 분명하겠지. 자살기도를 했었던 그녀의 전적을 감안하면, 부모는 분명 정신과 진료를 받게 했을 터였다. 정신과 의사가 얼마나 꼬치꼬치 캐묻을지 상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진짜 몸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은 채, 나는 침대로 가서 주저 앉아 버렸다. 관자놀이를 타고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물도, 땀도 아니었다. 붉은 피였다. 신경질적으로 모자를 벗어서 방바닥에 집어 던졌다. 털실로 짠 모자가 피로 물든 속을 보이며 뒹굴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아니, 점점 기억하기 시작한 거겠지. 자기한테 벌어진 일들을. 그녀의 몸이 주인에게 고해바치고 있는 거였다. 침입자가 들어왔었던 사실을... 처음엔 단순히 살인에 대한 걱정만 했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녀의 몸에 들어갔던 걸 기억해내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나를 혐오스럽게 쳐다보는 눈... 여전히 사랑스러울 테지만 증오로 물들었을 그 눈을 상상하니 미칠 것 같았다. 그녀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좁은 속에 분노가 치밀었다. "......" 어두컴컴한 방 안에 서서 여자를 쳐다봤다. 나는 어느새 진짜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의식의 흐름만으로, 자유자재로 몸과 몸을 오고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 분노와 희열로 인해 머릿속은 뒤죽박죽 뒤엉켜 있었다. "사,...살려줘...요...." 애원하는 목소리는 달콤한 것 같다. 그 소리를 경험하는 게 두번째였지만, 첫번째 살인을 할 때보다 더 감미롭게 들렸다. 여자가 손을 뻗어서 허공을 움켜 쥐었다. 생각하기에, 여자는 내게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 듯했다. 나는 가만히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보았다. 여자는 그렇게 허공을 허우적대며 움켜잡다가 팔을 툭, 떨어뜨렸다. 눈꺼풀이 가늘게 경련했다. 경련은 몇분정도 이어졌다. 여자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자, 그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손바닥으로 눈을 감겨주었다. 최소한의 도리였다. 다음날 아침,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죽은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것... 아무래도 생명이 없는 몸이다보니 영 꺼림칙했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이의 몸을 움직이는 게 가능했던만큼, 이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밤새, 이걸 실행에 옮기는 일에 대해 갈등했고 또 고민했다. 어제처럼 시체마냥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내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우선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여자의 몸을 생각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몸이 어제 부드럽고 유연했다면, 오늘은 마치 로봇 같았다. 몸의 모든 관절이 굳어진 것처럼 딱딱했고, 팔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삐걱댔다.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안에 들어가있는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나는 삐걱거리는 몸을 끌고 위로 올라가 그녀의 집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괜찮아??" "조금 어지럽네...잠깐 들어가도 될까??" 여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지만 추운 겨울이었던 덕분에, 그녀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너 지금 얼음장 같아."하고 걱정했다. 그녀는 나를 부축해서 안으로 데려간 뒤, 따뜻한 차를 준비하겠다며 부엌으로 갔다. 티백을 꺼내기 위해서 찬장을 여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곳에 있는 다이어리를 보았다. 원래 거기 있던 건 내가 가져갔으니, 새로 쓰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 "그 일 이후로 이상한 일만 일어나는 것 같아. 기억이 사라지질 않나....너도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고..." 그녀는 알몸으로 깨어난 당시를 떠올리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치를 떨었다.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가서 자기 몫의 차를 준비했다. 조르륵...물을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태석씨 꿈을 꾼다고 했었잖아. 어제도 꿨어?" "응." 제대로 된 잠을 못 이루는 듯 눈가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어제 너 가고나서 꿈을 또 꿨어. 악몽이라고 생각해버리기엔 너무 자세해...그리고..." "짐작가는 거라도 있어?" "그 남자가 자꾸 보여." "누구?" "아랫집에 사는 남자인데, 너도 어제 봤잖아. 생긴건 평범한데... 왠지 기분나쁘게 생겼지?" "그 남자가 왜...?" "그 남자, 다른 사람 엿듣는 걸 좋아해." "......" "내가 나오는 소리만 들리면 자기도 나온다니까? 우연이라고 하기엔, 한두번도 아니고..." 그녀는 잠시 숨을 돌렸다. "꿈에 그 남자가 자꾸 보여. 늘 자고 있어, 그 사람. 아무상관도 없는 사이인데, 내가 그 남자 자는 모습을 볼 일이 없잖아. 불가능하잖아. 그런데도 자꾸 보여. 그 남자가 태석씨랑 같이 앉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꿈을 꾸고 나면 몸이 가위 눌린 것처럼 꼼짝도 안해. 더 기가막힌 건 그 느낌이 너무 익숙하다는 거야.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살면서 가위에 눌린 건 중학생 때가 마지막인데도. 왜 이렇게 조용해? 듣고 있어, 내 말?" "........" "너 아무래도 이상하다. 손도 얼음장처럼 차갑고. 약 사다놓은거 있으니까 좀 먹어, 응? 가져올게." ".....고마워." 친구의 집요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을까, 그녀는 서둘러서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달칵 닫히자마자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찬장 안에 있는 다이어리를 꺼내서 뒤로 숨기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 뒤 그녀가 나와서 친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있어." "얼른 나와." "응." 다이어리를 넘기는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쓰기시작한지 얼마 안된 새 다이어리는 손을 벨 정도로 빳빳했다. 종이에 예리하게 베인 손가락에서 피가 한방울 떨어졌다. 몇장 안되는 다이어리는 의문에 관한 것들밖에 없었다. 나에 대한 의심과 사라진 기억, 그리고 악몽에 관한 것들. '아무래도 태석씨가 죽는 모습을 본 것 같다. 사라진 기억이 이걸까...꿈에 나오는 사람은 태석씨랑 그 남자밖에 없다. 그 남자는 아무래도....신고해야 되는 걸까?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줄까?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어떻게 해야되지?' "......." 거울엔 창백하다 못해 회색 빛이 나는 얼굴을 참혹하게 일그러뜨린 여자가 서있었다. 이런 걸 바란게 아닌데. 그녀는 왜 이렇게 어리석을까. 화장실에 있는 서랍을 뒤졌다. 뭔가 길고 질긴, 무언가를 묶고 조르기에 적당한 게 필요했다. 그때 마침 포장을 뜯지 않은 스타킹이 보였다. 포장을 벗기고 스타킹을 손에 돌돌 말아서 주머니에 숨겼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그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화장실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나오자마자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 좀 줄래?” <o:p></o:p> 작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기 위해선 몸을 굽혀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착한 그녀는 친구를 위해 물을 꺼내주었다. 꽈악. <o:p></o:p> “억!!!!!!!!” <o:p></o:p> 그녀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발버둥쳤다.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고, 그녀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손톱으로 내 손등을 할퀴고 발로 내 발을 짓밟으면서 바둥거렸다. 새삼스레 그녀가 살아있단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울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은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건지,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내 소리없는 통곡 속에 그녀는 점점 움직임을 멈춰갔다. <o:p></o:p> <o:p></o:p>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우선, 그녀의 친구를 처리해야만 했다. 나는 차를 몰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강변으로 가서 뒷좌석에 누운 여자를 끄집어 내서 물 속으로 굴렸다. 가는 동안에 강이 얼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얼어있지 않아서,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녀의 몸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태석을 증오해서 그를 살해했다는 내용과, 나를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 죽는 이유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다. 그녀는 나한테 강제로 목숨을 빼앗겼고, 그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다. 이 사실을 왜곡하고 싶지는 않았다. <o:p></o:p> 편지를 써서 식탁에 올려놓고 여행용 가방을 챙기는 것으로 준비를 모두 마친 나는 계단을 내려와 내 집으로 들어왔다. 혹시 방해하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으니, 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o:p></o:p> 그리고 내가 누워있는 침실로 향했다. 여행용 가방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조용한 집안에 울려퍼졌다. 나는 푹신한 이불을 덮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사실 영혼도 의식도 없는 빈 껍데기일 뿐이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날벌레가 내 얼굴 위에 앉았다. 벌레들은 쫓아도, 쫓아도 지치지도 않고 내 몸에 달려들었다. <o:p></o:p> 나한테서 그녀에게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걸까? 이내 벌레를 쫓아내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귀찮긴 했지만, 어차피 벌레따윈 상관없었으니. 나는 내 창백한 뺨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을 파먹던 벌레가 푹 꺼진 눈꺼풀로 툭 떨어졌다. 그것은 잠시 당황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가 이내 조금전에 맛있게 먹어치우던 살과, 새로 만난 살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은 듯 게걸스런 식사를 다시 개시했다. <o:p></o:p> 여자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서 운전한 시간을 제외하면, 한번도 내 진짜 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계속 그녀 안에 머물러 있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내 몸은 차츰 야위어갔고, 그녀가 부패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생명의 불을 꺼트려갔다. 몸을 숙여서 가까이에서 나를 쳐다봤다. 그때 마지막 숨이 내 얼굴에, 그녀의 얼굴에 뿜어졌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간지럽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마지막은 허무함 그 자체였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우리는 나란히 누웠고 눈을 감았다. 비로소 우리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와 그녀의 눈꺼풀에서 날아오른 날파리가 그 순간을 윙윙대며 지켜보고 있었다. ..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 스릉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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