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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38304
    작성자 : 뿡분
    추천 : 13
    조회수 : 1478
    IP : 112.146.***.6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10/31 20:42:42
    http://todayhumor.com/?panic_38304 모바일
    소설] 나는 너의 인형 3

     

    <1편>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panic&no=38198&page=1&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8198&member_kind=

     

    <2편>

    http://todayhumor.com/?panic_38225

     

     

     

     

     

     

     

     

     

     

     

     

     

     

     <3>

     

     그녀의 집은 한동안 갈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낙엽이 하늘을 유영하다 거리를 뒤덮은지 이미 오래건만 그녀의 집에는 때늦은 가을이 찾아왔다. 차라리 우중충한 회색이었다면, 위로와 안부를 핑계삼아 찾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건 깊은 고독의 빛깔이었고, 그녀를 철옹성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낯선 이웃의 친절 따윈 파고들 틈을 주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그녀의 근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그녀와 그녀의 지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동안 흘리는 소음들 밖에 없었다.

     우리를 둘러싼 고독과 상관없이 하루 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녀의 부모가 남자친구를 자청했던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겠지만 내 정체를 완전히 밝히지 않은 탓에 그녀는 내가 한 짓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모르는게 분명했다. 내 정체를 알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어느덧 거리는 눈으로 뒤덮여갔다.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길을 걸어가며 그녀가 오늘도 높은 굽이 달린 구두를 신지는 않았을지 따위를 걱정하며 겨울을 보냈다.

     

     당연하겠지만, 나는 더이상 그녀의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가 돌아온 이후로 그녀의 부모가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난 마음놓고 집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었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녀 곁에 남고 싶어서 집 계약을 연장했지만 그녀는 이사갈 준비를 하는 듯했다. 며칠에 한번씩 부동산업자가 윗층에 들락날락 거렸다.  

     초조했고 불안했다.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어서, 가벼운 알콜 의존증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지붕을 덮은 눈이 녹아 사라질 즈음이었다.

     그녀는 다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죽이고 현관문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대곤, 그녀가 친구와 통화하며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를 듣고는 했다.

     어떤날은 옛남자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흐느껴 울기도 했다. 그런 날에는 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오고는 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내 범행은 발각당하지 않았다.

     완전범죄였다.

     

     남자의 참혹한 죽음은 몇몇 매스컴에서 다뤄지기도 했지만 여태 있었던 거의 모든 사건들이 그러했듯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녀가 그 남자의 죽음에 대해 가여워하며 울 때마다 ,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를 죽인 건 어쨌거나 그녀였으니 말이다. 난 아직도 그녀의 손으로 남자를 해치웠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몸을 조종했던 시간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작은 의혹을 품어본다. 그걸 기억해낸다면 나와의 추억도 기억해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그리웠고, 내 범죄를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만다.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찾아왔다.

     

     "계세요?"

     "누구...시죠?"

     

     낯선 사람의 방문이었다.

     나는 문의 구멍을 통해 낯선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십대 후반의 예쁘장한 여자였다. 여자는 키가 컸고, 예전의 그녀처럼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호감형의 여자였지만, 난 낯선 사람한테 문을 열어줄정도로 조심성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이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텐데.

     

     "윗집에서 왔는데요."

     "....."

     

     놀라서 서둘러 잠금장치를 풀었다.

     겨울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품은 바람이 집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여자는 얇은 셔츠를 입고 추운지 팔을 감싸안고 있었다.

     

     "혹시 이사 오셨나요?"

     

     여자가 머리를 흔들었다.

     새로 온 사람이 아니면 누구지, 이 여자는...

     

     "윗층엔 다른분이 사는데..."

     "어? 아시네요. 전 걔 친구예요."

     "그런데 저희집에는 왜...?"

     "죄송한데 집에 망치 있으세요? 앞집에서 빌리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요."

     

     윗집 남자가 주말마다 지방에 내려간단 사실을 그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낯선 여자를 집안으로 들이기 꺼려졌지만, 망치를 받으러 가는 구실로 그녀의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볼 수 있을까 희망을 품으며 여자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잠깐 들어오세요. 있긴 한데 찾아야 돼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수다스러운 여자였다. 날씨가 어떻고, 이 건물이 어떻고,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혼자 떠들어댔다.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망치를 찾는 척 서랍을 뒤적이며 거실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을 힐끔거렸다. 마른체형과 찰랑거리는 짧은 단발 아래로 드러나는 우아한 목선...그녀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그런데 왜 세현씨가 안오시고."

     

     여자는 내가 자기 친구의 이름을 알고 있단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여자는 젊었고, 그래서그런지 경계심이 없었다. 그게 그녀와 다른점이었다.

     

     "약 먹고 자고 있어요."

     "그래요?"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고 있을 때 그녀가 얼마나 무방비하고,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조종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알고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친구가 있으니 부모도 오지 않을 테고, 그녀도 약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서 누군가 침입해도 모를 테니까.

     평소에 집안 물건이 어디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망치는 잡동사니와 함께 서랍 맨 아래칸에 들어가 있었다. 어디있는지 빤히 알면서도 나는 이곳저곳을 뒤적거렸다. 달그락 달그락, 서랍 안에서 물건들이 자기들끼리 부딪치며 몸싸움을 해댔다. 여자가 뭘 하고 있는지 힐끔대며 확인했다. 지루한지 텔레비전 옆에 있는 장식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서랍에서 꺼낸 물건들을 도로 집어넣곤 망치를 잡으면서 말했다.

     

     "근데 망치는 왜요? 혹시 못 박으려고 그러세요? 도와드릴까요?"

     "아뇨. 저희가 할 수 있어요. 망치만 빌려주세요."

     "못 하나쯤은 금방 박아요. 마침 할 일도 없었는데 도와드릴게요."

     

     도와달라고 해. 그럼 부탁드려요, 하고 받아들이란 말이야.

     나는 망치를 꽈악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며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여자는 끝내 거절했다.

     

     "실은, 세현이가 모르는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싫어해서요. 전에 있었던 일도 있고..."

     "그래요? 아. 망치가 거기 있었네요. 내 정신 좀 봐."

     

     여자의 등 뒤에 있는 베란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베란다 유리창 너머로 공구상자가 보였다. 여자는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여자를 뒤따라 가, 재빨리 손을 휘둘렀다.

     

     퍼억!

     

     여자는 무엇에 맞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나는 저벅저벅 다가가 여자의 몸을 뒤집었다.

     눈은 더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장돼 있었고, 초점없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를 죽였을 때와 다르게 피는 분수처럼 뿜어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꽤 많은 양의 피였다. 급한대로 옆에 있는 휴지를 풀어서 눈에 보이는 핏자국을 닦아냈다. 

     여자를 해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쨌거나 그녀의 친구였으니까.

     생각보다 상처가 컸다.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여자의 상처부위 밑에 비닐을 깔고 그 앞에 앉아서 잠시 상태를 지켜봤다.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죽을 것 같진 않았다.

     판단이 서자마자 서둘러 점퍼를 껴입고 약국으로 달려갔다.

     지혈제와 붕대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노점상을 발견했다. 모자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서 여성용 겨울 털모자를 구입했다. 아래쪽에 방울이 매달린 끈이 달려있는 깜찍한 디자인의 모자였다.

     

     집에 도착했는데도 여자의 머리에선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망치로 가격한지 5분이, 아니, 10분이 다 돼 가니까 서둘러 지혈하지 않으면 의도치않게 두 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이 될 판이었다.

     상처 위에 지혈제를 뿌리자마자 가루들이 빨갛게 물들었다. 피는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통의 뚜껑을 열어서 부었다. 머리 반쪽을 하얗게 뒤덮였다. 눈이 내린 것 같았다.

     혹시라도 여자가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여자는 팔다리를 발작적으로 경련하는 증세를 빼고는 괜찮아 보였다.

     여전히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필요한 건 여자의 몸이었으니까.

     

     모든 준비가 끝나고 여자 옆에 의자를 가져다놨다.

     의자에 앉아서 여자를 쳐다보면서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녀를 대상으로 수도없이 시도했고, 또 수도없이 성공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저 여자를 움직일 수 있을까? 

     

     "아..."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여자의 몸에 들어가는데 무리없이 성공했다.

     하지만 약간의 부작용이 따랐다. 무고한 여자한테 가한 폭력이 나한테 고스란히 돌아왔던 것이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고개를 돌려서 구역질을 했다. 노란 물과, 소화되지 못한 음식 덩어리들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참을 있는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머리가 아팠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면서 사물들이 춤을 췄다.

     약국에서 사온 약을 한움큼 집어서 입에 쑤셔넣었다. 컵의 물을 반 이상 흘리고서야 약을 겨우 삼킬 수 있었다. 약효가 돌기 시작하면서 차츰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우선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상처가 젖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면서 거울에 비친 여자의 헐벗은 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뼈 밖에 남지 않았던 그녀와 다르게 이 여자는 살집이 적당히 있었다. 잘록한 허리에 볼록한 가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여체였다.

     피 묻은 옷들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리고, 장롱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그녀의 옷을 꺼내어 입었다.

     요즘같은 날씨에 입긴 무리인 얇은 원피스였다. 내가 선물해준 옷이지만 그녀는 기억 못할 게 분명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점상에서 구입한 모자를 눌러썼다.  머리에 감은 붕대를 완벽하게 가리기 위함이었다. 

     여자가 신고 온 높은 구두를 신고 계단을 올라갔다.

     여자 옷을 입는 것도, 구두를 신는 것도,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몇달만의 일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그녀가 서있었다. 나는 숨을 집어 삼켰다. 온몸이 굳어버리는 듯했고, 다리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깼...어?"

     

     그녀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엉덩이가 원피스 모양의 잠옷 아래에서 실룩거리며 움직이는 윤곽이 드러났다. 그 사이에 살이 좀 붙은 모양이다. 다행이었다.

     

     "망치 빌려온다더니..."

     

     방금 일어난 사람처럼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어, 그게..."

     "없지?"

     "응?"

     "그 남자. 망치 같은 건 없을 거라고 했잖아."

     ".....맞아. 없다고 그러더라. 결국 못 빌렸어."

     

     컵없이 물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는 지는 처음 알았다. 젖은 입술 옆으로 물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요염하다. 

     그녀는 페트병 안의 물을 반이나 마신 뒤에야 갈증이 풀린 표정이었다. 아무렇게나 뒤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이 목을 타고 흘러내려와 있었다. 이마 위로 늘어지는 머리칼을 쓸어 넘이자 뒤의 빠져나온 머리들도 덩달아 어깨 위로 흩어진다. 시선을 알아차린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안 추워?"

     "응? 괜찮아. 밖에 나갈 것도 아니고."

     "도은아."

     "...응." 

     "이렇게 와준건 고마운데... 그래도 내 옷 허락도 없이 꺼내입고 그러지 마."

     "....옷에 뭐가 묻어서 그랬어. 미안."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쳐다봤다.

     이 원피스를 기억...하고 있는 건가?

     그때 째깍째깍. 등 뒤에서 시계소리가 들렸다. 

     포장지도 채 벗기지 않은 벽시계가 소파 위에 놓여져 있었다. 그 위의 벽에는 못을 박다가 실패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약은 사왔어?"

     

     문 틈새로 얼굴만 내민 그녀가 말했다.

     나는 당황해선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녀는 내 머리를 보고 있었다.

     

     "너, 머리에 그거 뭐야? 피야?"

     

     축축하게 젖은 털실이 만져졌다. 붕대를 감긴 했지만 이렇게 큰 상처를 치료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무언가 실수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지혈됐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지혈이 안된거였다.

     

     "피?? 무늬겠지...."

     "피라면 지긋지긋해. 태석씨 일 말이야. 꿈에 나온다고 했잖아. 꿈이라고 하기엔 직접 겪은 일처럼 너무 생생해..."

     "....."

     "몸도 무겁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 집에 갈까?"

     "그럴래? 아무래도 누워야겠어. 나 계속 자면 너 심심하잖아."

     

     나는 서둘러 겉옷과 가방을 챙기고 그녀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표정에 진심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걸 귀찮아하고 있었다.

     1층까지 내려간 뒤, 조금 후에 구두를 벗어서 손에 들고 위로 올라와 내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보이는, 벽지에 묻은 핏자국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아니, 날 우울하게 하는 건 그녀가 한 말이었다.

     

     '태석씨 일 말이야. 꿈에 나온다고 했잖아.'

     

     황태석.

     내가 죽인 남자의 이름이었다.

     주인의 영혼이 부재중인 상태였는데도, 육체에 각인되어 버린 걸까.

     영원히 기억 못했으면 좋았을 텐데...

     

     

     

     

     

     

     

     

     

    ..

    3편까지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다음편이 마지막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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