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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37378
    작성자 : 뿡분
    추천 : 25
    조회수 : 2697
    IP : 112.146.***.6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0/08 12:21:11
    http://todayhumor.com/?panic_37378 모바일
    단편] 열두 마리 물고기의 그림자

     

    .

     

     

    간밤에 꿈을 꾸었다.

    나는 아직 유치원생이었고 언니는 중학생인 모습이었다.

    무릎께까지 내려오는 교복치마에 잡힌 주름이 예뻐보여서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던 것까지 고스란히 재현되어 나타났다.

    나이터울이 있었던 때문인지 언니는 나를 유달리 예뻐했었다. 휴일이면 늘 날 데리고 놀이터에 갔고, 평소에도 엄마보다 더 많이 안아줬을 정도였다. 언니는 집앞 슈퍼에 갈 때에도 내 손을 잡고 가기를 좋아했다. 그럴 때면 언니는 늘 웃고 있어서, 나도 덩달아 웃었던 기억이 났다.

     

    장면은 삽시간에 바뀌었다.

     

    어느새 우리는 먼 곳에 나와있었다.

    우리가 손을 잡고 걷던 동네 길은 비포장도로로 바뀌었고, 해가 쨍쨍하던 정오의 하늘은 노을로 곱게 물들어 있었다. 노랗게 익은 갈대가 사방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언니도 나도 처음보다 조금씩 자란 모습이었다. 언니는 고등학교 입학을, 나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놀란 내가 목을 움츠리자 언니는 내 어깨를 잡으면서 말했다.

     

    “추워? 먼저 돌아가있어. 언니는 조금만 더 찾고 갈게. 곧장 쭉 가면 할아버지 집이 나올 거야. 갈 수 있지?”

     

    나는 소리쳤다.

     

    ‘싫어!!!’

     

    하지만 내 입에선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다.

     

    “알았어. 언니두 금방 올 거지?”

    “응.”

     

    하고 곱게 웃으며 뒤돌아 떠나는 언니를 보며 비로소 이게 꿈인 걸 깨달았다.

    꿈에서나마 나는 언니를 붙잡으려 했지만,

    내가 꿈의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건 언니하고 영원히 헤어지게 된 날의 기억이었다.

     

    마지막 목격자는 나였다.

    내가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고 엄마가 언니를 찾아 나서기까지, 고작 2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부모님도 경찰도, 어린아이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끝으로 관심은 두 번 다시 내게로 향하지 않았다.

    홀로 머리를 끌어안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내 기억에 존재하는 언니는 그 모습이 전부였다.

    치마를 나풀대며 갈대 사이로 걸어가던 모습...무언가를 찾아서 두리번 대느라 바람에 흩어지던 머리칼...

     

    그날에 대해 생각해봐도 단서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때 왜 같이 따라가지 않았을까,

    왜 함께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만 커질 뿐이었다.

     

    언니가 그렇게 떠나고 나는 스무살이 되었다.

    언니의 생사를 몰랐기 때문에 부모님은 명절이면 언니 사진조차 올라가있지 않은, 주인없는 제사상을 차리고는 했다.

    우리 가족을 뒤덮은 침울한 안개는 아주 더딘 걸음으로 조금씩 걷혀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언니를, 그날을 잊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언니가 가져보지 못한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넣게 되자, 갑자기 막연하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몇달뒤 스무살 생일을 맞은 나는 할아버지 댁을 찾아 나선 것이다.

    언니와 함께 뛰어놀던 할아버지 집이 있는 그곳...

    혼자 기차를 타고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간밤에 꾸었던 언니의 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피어난 죄책감은 악어처럼 내 다리를 꽉 깨물곤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악어의 이빨을 피해 달아날 생각도 못한 채 서글픈 눈으로 나를 집어 삼키는 놈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마저 떨쳐버리면 언니를 버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역전은 한산했다.

    세상이 변함과 함께 이곳도 많이 변하긴 했지만 손으로 쓴 글씨의 큼직한 간판이 달린 가게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지금 가고자 하는 곳엔 주변에 마땅히 요기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택시기사인 듯 보이는,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 두 명이 주문한 백반을 상에 받으면서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들의 테이블에 반찬 접시를 내려놓던 아주머니가 약간 멈칫하는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하며 인사했다.

    그녀의 시선은 나를 지나 내 뒤를 향하고 있었다.

     

    그곳엔 일행없이 홀로 앉아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도 외지인임에 틀림없었다. 하얀 광대뼈 위로 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쪽을 쳐다보지 않아서 정확한 생김새는 알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호감형이었다.

    나이로 가늠하자면 서른을 훌쩍 넘고 어쩌면 마흔 줄에 들어섰을지도 몰랐지만, 그에게선 젊은 사람 특유의 생기가 느껴졌다.

    주먹 쥔 손에서 느껴지는 힘과 균형잡힌 몸의 근육은 장시간의 운동을 통해 가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는 낚시 조끼를 입고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가게 앞에 세워진 차가 이 남자의 소유인 게 분명했다. 지나면서 차 안에서 아이스박스를 봤으니까.

     

    “학생은 뭘로 드릴까요?”

    “아무거나....빨리 되는 걸로 주세요.”

     

    무관심을 가장한 조용한 시선 속에서 나는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나는 계산을 하려고 일어나면서 두리번거렸지만 낚시 조끼를 입은 남자는 이미 나간 뒤였다.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하루에 몇 대 없는 버스를 타고 할아버지 집 근처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 길이 맞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헤맬 것도 없이 이내 작은 집이 모습을 보였다.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반가워서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나를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젠 마당에서 키우던 노란 황구도, 할아버지도 없었으니까.

    비어있는 쓸쓸한 마당을 천천히 걷다가 마루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뽀얗게 쌓인 먼지가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엉덩이가 더러워지는 걱정은 접어둔 채로 마루를 닦지도 않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 한조각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다.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부름을 들은 것처럼 나는 갑자기 일어나서 갈대가 우거진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로 솟아있던 갈대들은 이제 나보다 아래에서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대로 기분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람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

     

    얼마나 놀랐는지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나타난 사람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는지 모자가 땅에 떨어진 것도 모르고 얼른 다가와서 나를 일으켰다.

     

    “괜찮아요?”

     

    좀전에 식당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

    그는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니 안도의 한숨을 후우 내쉬었다.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매년 찾아오지만 요 몇 년 사이에 여기서 누굴 본건 처음이에요.”

    “매년 오신다구요?”

     

    그가 입을 다물고 나를 잠깐 쳐다봤다.

     

    “우리 아까 봤었죠? 식당에서.”

    “네.”

    “목적지가 같은 줄 알았으면 태워드렸을 텐데. 쯧. 옷이 엉망이 됐네. 잠깐만요, 가방에 물티슈가 있을 텐데...”

    “괜찮아요.”

     

    진흙위로 넘어졌기 때문에 엉덩이에 묻은 흙은 손으로 터는 걸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낯선 아저씨의 도움을 받기도 껄끄러워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저기다 놔두고 왔나 봐요. 난 어차피 차에 다녀와야 되거든요. 이 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낚시 도구랑 보일 거예요. 가방에서 물티슈랑 꺼내서 써요. 손도 씻어야 될 것 같은데...”

    “아뇨, 정말 괜찮아요.”

     

    사양하는데도 그는 나를 혼자 두고 도로 쪽으로 걸어가버렸다.

    남자가 사라지자 바짝 긴장했던 몸이 풀어졌다.

    숙박할 장소조차 염두에 두지 않은 충동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옷이 더러워져서 난감하기는 했다.

    나는 잠깐 그가 사라진 쪽을 살펴보다가 얼른 물티슈만 빌리기로 하고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댁에 올 때마다 아빠가 낚시를 한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매번 빈손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근처에 낚시터가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갈대밭을 벗어나자 특유의 비린내와 함께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말한 낚시도구와 함께 큼직한 가방과 아이스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낚시하는 곳이라기 보다 밖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완벽한 은신처 같았다.

    갈대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나는 서둘러 물티슈를 꺼내 옷을 닦아냈다. 그리고 돌아가려는데 때마침 남자가 나타났다.

     

    “또 놀라는 거예요?”

     

    남자가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경계하고는 있었지만 나도 슬쩍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먹을래요? 아까 식당에서 조금밖에 안 먹는 것 같던데.”

     

    그가 내민 것은 과자였다.

     

    “이렇게 외진 곳까지 혼자 여행할만한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친척집에라도 온 거예요?”

    “할아버지 댁이 이 근처에요.”

    “부럽네요.”

    “네?”

    “난 여기서 사는 게 꿈이거든요. 풍경이 그림 같잖아요.”

     

    나는 받기만 하고 들고 있던 과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내가 너무 경계하고 있는 걸까?

    낯선 사람하고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서 가지 않고.

     

    하는 생각이 공존하며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네. 참...예전에 여기서 누구더라, 할아버지 댁에 놀러왔던 여자애가 실종됐다던데. 혹시.”

    “저희 언니예요.”

     

    늘 숨기고만 싶었던 이야기인데 어째서 이렇게 술술 흘러나오는 걸까.

    언니가 사라진 장소로 돌아와서 그랬을까.

     

    “그렇군요....”

     

    남자는 어쩐지 실망한 기색이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스쳐가는 눈빛에서 실망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는 경쾌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그것도 모르고 실례할 뻔 했네요.”

    “??”

    “신경 쓸 것 없어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그보다, 낚시 한번 해볼래요?”

    “네에??”

    “생각보다 쉬워요. 그냥 물에 던지면 되니까. 뭐가 낚일지는 운이죠.”

    “그래도 이건 좀...”

    “괜찮아요. 저도 종일 앉아있어도 한 마리도 못 잡을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엉겁결에 낚싯대를 들게 되었다.

    그는 또다른 낚싯대를 꺼내서 능숙하게 정비한 뒤에 물쪽으로 미끼를 던졌다.

    멀리까지 갔는지 한참 뒤에 퐁당...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어를 낚는 날은 운이 무척 좋은 거죠. 대부분 한 마리도 못 건질 때가 많아요.”

    “여기까지 와서요?”

    “솔직히 말하면 고기를 잡으러 오는 건 아니에요. 여기에 있는 게 좋은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내 꿈은, 언젠가 이곳에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거예요. 영원히 바라보는 거죠. 이곳의 모습을...”

     

    바람을 쐬거나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장소라는 것엔 찬성하지만 꿈의 전원생활을 그릴 정도로 기막힌 경관은 아니었다.

    평범한 시골 풍경이었다. 물가라는 특별한 점이 없다면 너무도 평범한 곳이었다.

     

    “여긴 언제부터 오셨어요?”

    “음...올해로 열두해 됐네요.”

     

    할아버지랑도 아는 사일까 싶어서 물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언니가 실종된 해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계셨으니까.

     

    “12년 전에 여기서 특별한 물고기를 만났거든요. 그 후로 올 때마다 매년 한 마리씩 기념으로...”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순간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의 말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12년....

    언니가 사라진 건 12년 전이었다.

     

    나는 팔에 돋은 소름을 감추면서 황급히 낚싯대를 그에게 건넸다.

     

    “아무래도 가봐야겠어요.”

    “그래요?”

     

    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나는 핑계를 붙이면서 자리를 피했다.

     

    “버스 시간이 다 돼서...”

    “그래요. 조심해서 가요.”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자마자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불안감과 공포가 나를 달리게 만들었다. 할아버지 집이 보이고 나서야 뛰기를 멈출 수 있었다.

     

    그때였다.

     

    “잠깐만요.”

    “!!!”

     

    남자는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워낙 놀란 터라 심장은 튀어나올 기세로 뛰고 있었다.

     

    언제부터 따라온 걸까,

    날 잡으려고 뛰어왔을까??

     

    “이거, 기념으로 가질래요?”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내밀었다.

     

    “.....기념이요?”

    “이렇게 만난 것도 기념이잖아요. 살면서 또 만나게 될지 혹시 아나요. 아가씨 처음 보는 순간 줘야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싫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손에 쥐어주고는 가버렸다. 잡을 새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따라가는 건 싫었다.

    나는 자리에 서서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갈대들은 순식간에 남자의 모습을 감춰버렸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그의 위로 솟은 낚싯대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가 주고 간 물건을 멍하니 쳐다봤다.

     

    “하지만...이건 반지잖아요. 왜 나한테 이런걸....”

     

    은으로 된 작고 동그란 반지가 손바닥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남성용 반지는 아니었다. 손가락이 길고 마른편인 내가 끼기에도 작을 것처럼 보였으니까.

    길쭉한 손가락에 낀 반지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렇게 은으로 된 물건은 색이 바래기 마련이잖아. 그래서 신경 써서 관리해줘야 돼.’

     

    언니는 수줍게 웃으면서 나한테 반지를 보여줬었다.

    막,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가 백일 기념으로 준 반지였다.

    커플링이란 말은 어린 나로선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신기하게 쳐다보던 기억이 남아있다.

    다시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이, 저들끼리 부대끼며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은 더이상 평화로워 보이지 않았다.

    갈대를 헤집고 이를 드러낸 악어가 달려나올 것만 같았다.

     

    왜 이 순간 언니가 생각나는지

    나는 추측조차 하지 못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는데 집중했다.

     

    버스가 오지 않아서 정류장에서 발을 동동 거리다가 기차역에 도착해, 기차에 오르고서야 겨우 생각해냈다.

     

    언니가 그날 갈대 사이를 헤매며 찾고 있었던 물건이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서둘러 부모님한테 전화를 걸어 일을 설명했지만 서울에 올라가서 만난 부모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 남자는 이미 자취를 감췬 뒤였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내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빗방울을 보며 강가에서 풍겼던 그 비릿한 냄새를 떠올렸다.

    그날 만난 남자에 대한 생각들은 나를 오랜시간 괴롭혔다.

    낮에는 악어에게 한쪽 다리를 더 물어뜯긴 상상에 사로잡힌 채로,

    밤이면 언니와 그 남자에 대한 꿈을 꾸고는 했다.

     

    그는 강가에 앉아서 뭘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뭘 보고 싶었던 걸까.

    물아래에...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그림자를 지켜보며 무엇을 추억하고 있었을까....

     

    나는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한채 텅빈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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