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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251007
    작성자 : 로도뉴
    추천 : 1
    조회수 : 1407
    IP : 125.187.***.1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7/16 21:12:44
    http://todayhumor.com/?animation_251007 모바일
    [팬픽] 거미가 고양이를 만났을 때 (살짝수위)
    2334218-tumblr_loo3siclzg1qkz9yno1_500.jpg


     [스파이더맨x블랙캣] 거미가 고양이를 만났을 때




     "뺨 맞아본 적 있어, 스파이더?"


     화려한 야경을 발밑에 두고, 높디 높은 마천루의 옥상 난간에서 위태롭게 묘기를 부리며 블랙캣이 장난스레 물었다. 일반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걸 봤다면 혼비백산 허겁지겁 삶은 아름답다며 젊은 나날을 포기하지말라며 일단 뜯어말려야겠지만, 상대가 행운과 불행의 여신 블랙캣이라면 그리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 블랙캣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옆에 있는 남자가 스파이더맨이라면 충분히 구해내고도 남을테니말이다. 스파이디는 난간 옆에 앉아 무료한 듯 발을 흔들거리며 대꾸했다.


     "물론이지."
     "누구한테 맞아봤는데?"


     블랙캣은 아까보다도 더욱 더 위험천만한 자세로 되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뒤로 홱 젖히자 아름다운 은발이 허공에 살랑거렸다. 페르시안 고양이의 풍성한 꼬리가 스파이디의 뇌리에 떠올랐다. 캣이 실제로 집에서 그런 고양이를 여럿 키우는 것을 봤기에 스파이디는 더욱 더 선명하게 연상시킬 수 있었다. 스파이디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여태껏 자신의 뺨을 때린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어디보자. 베티 브랜트, 닥 옥, 에이미 스미스, 벌쳐, 고블린... 또 누가 더 있지... 너무 많은데."

     "역시 소문대로구나."
     "무슨 소문?"
     "스파이더의 뺨이 핫플레이스라는 소문!"


     커헉. 스파이디는 그소리를 듣고 하마터면 사래가 들릴뻔했다. 물이라도 마시고 있었다면 분명히 푸웁하고 뿜어버렸을게 분명했다. 무슨 소리냐고 묻는 표정으로 펠리시아를 보았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눈썹을 치켜뜨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능청스러워서 스파이디는 웃고 말았다. 


     "거짓말."
     "어머 얘는. 정말이야. 어찌나 손바닥이 착착 감기는지... 뺨이 손을 빨아들인다던데?"
     "대체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해?"
     "뭐, 여기저기서. 소문이라는게 그런거 아니겠어?"


     블랙캣은 휙 몸을 일으켜 공중에서 한 바퀴 돌더니 아주 가뿐하고 멋지게 스파이디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허리를 깊숙히 숙인채 스파이디를 빤히 바라보았다. 계곡처럼 깊게 파인 가슴골도 감탄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게 스파이디는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깊고 촉촉하고, 호기심에 가득 차서 반짝반짝 빛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둘은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 누구도 먼저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한참동안이나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서로를 관찰했다.

     

     "궁금해..."

     "뭐가, 캣?"

     "뺨이 손을 빨아들인다는 감촉말야."


     지금 그거, 내 뺨을 때리고 싶다는 말? 스파이디가 되묻자 블랙캣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파이디는 처음엔 농담인 줄 알고 블랙캣의 재치를 칭찬했지만, 곧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뼛속까지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스파이디는 허탈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이 여자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블랙캣쯤 되는 여인이 자신에게 뺨을 때려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여러모로 복잡한 스파이디였다.


     "나같이 매력넘치는 남자한테는 뺨을 때리지 않고서는 배기질 못하는 걸까..."

     

     푸념섞인 스파이더맨의 그 말을 청신호로 알아들은 블랙캣은 스파이디의 마스크를 집어 코까지 올리고는 잽싸게 뺨을 휘갈겼다. 쫙! 쫘악! 싸대기 때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했는지, 옥상에서 날개를 쉬고 있던 비둘기들이 화들짝 놀라서 날아가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진짜 놀란 것은 스파이디였다. 진짜, 진짜 진짜로 아팠기 때문이다. 얼얼한 뺨에서 뜨끈뜨끈한 무언가가 주륵 흐르는 것이 느껴져서 손으로 만져보니 새빨간 피가 묻어나왔다.

     

     "손톱까지 세웠어, 캣? 진심이야?"

     

     스파이디가 따지려는 찰나, 블랙캣의 도톰한 입술이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녀의 혀가 파도처럼 밀려와 서로의 타액을 섞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강렬한 키스는 몇 분 이어지다가 블랙캣이 얼굴을 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스파이디는 그제서야 자기가 여태껏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를 보고 캣은 깔깔거리며 푼수라고 놀렸다.  

     

     "소문이 날 만 하잖아! 뺨 때리는 맛이 있는 걸."

     "그래도 손톱세운 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잉. 이런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블랙캣이 혀끝으로 입술을 훑으며 애교있게 속삭이는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섹시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마음이 눈처럼 사르르 녹지 않는다면 그게 남자일까. 남자 다루는 법으로 대학 학과가 생긴다면 이 여자가 단연 1등으로 교수가 되리라 스파이디는 생각했다. 조금 쑥스러운듯 큼큼, 헛기침을 하는 그를 보고 블랙캣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얼굴에 담았다. 그녀는 몸을 틀어서 멀어질 듯하더니, 금방 다시 돌아와서는 스파이디를 때려눕히고 자신이 긁어놓은 스파이디의 뺨을 핥으며 야릇하게 속삭였다.  

     

     "나는 중간에 그만두는게 그렇게 싫더라..."

     

     그녀의 혀가 상처에 닿자 스파이디는 굉장히 쓰라린 탓에 크게 움찔거렸다. 그 반응이 재밌었는지 블랙캣은 낮게 웃으면서 왼손으로 다른 쪽 뺨에 난 상처까지 꾹꾹 찔렀다. 언제부터 이렇게 가학적인 취미를 만든거야? 스파이디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무리 방사능 거미덕에 일반인보다 훨씬 빨리 치유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상처를 자극하면 평소보다 느리게 아물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의 턱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살짝 밀면서 중얼거렸다.

     

     "나쁜 고양이 같으니라고."

     "이야옹."

     

     그러자 블랙캣은 장난기어린 미소로 답했다. 어 이런. 보통 저런 눈빛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었기에 스파이디는 저도 모르게 잔뜩 긴장하고 말았다. 최근에 저 눈빛을 보고 나서 허리에 시퍼런 멍이 들고 손목이 부러졌던 터라, 그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파이디가 긴장한 것을 눈치챈 블랙캣은 무서울 정도로 싱글거리면서 팽팽하게 세운 그의 목 심줄을 손끝으로 비볐다. 이걸 어떻게 놀려줄까? 사악한 빛이 어린 초록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뭘 긴장하고 그래. 이렇게 많이 했으면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한데.."

     "캣... 당신이 익숙해질만한 여자는 아니거든."

     

     아니고말고. 본인의 말에 백번 천번 동의하는 스파이디였다. 블랙캣이 눈부신 은발을 한쪽으로 넘기고 널부러진 그에게로 몸을 숙이자, 해변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진 파도 잔해처럼 머리카락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리고는 풍만한 가슴을 스파이디에게로 밀착시켰는데, 그 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얇디 얇은 스판덱스 사이로 전해져오니 스파이디는 으레 그렇듯 뜨끈뜨끈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흥. 그래서 네가 어린애라는 거야."

     "스물 여섯이면 다 컸지 뭐..."

     "아직 멀었어, 스파이더-보이."


     스파이디는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미끈한 굴곡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사이 캣의 입술은 스파이디의 쇄골에서 목, 그리고 턱까지 천천히 올라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마스크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스파이디의 갈색 머리칼을 아기고양이를 귀여워해주는 것처럼 살살 매만지다가, 마침내 입술에 닿은 키스가 격렬해지자 찢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게 쥐어 뜯었다. 그렇게 둘이 키스에 몰두하고 있을 때...

     쿵! 갑자기 굉음과 함께 커다란 땅울림이 뉴욕 전체를 흔들었다. 스파이디는 깜짝 놀라 블랙캣을 껴안은 그 상태 그대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아까의 괴성이 다시 울려퍼졌다.

     "오우. 난 이 자세도 좋더라."

     블랙캣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스파이디의 뺨을 단단히 쥐고 다시 입술을 겹쳐왔다. 하지만 스파이디는 그녀에게서 얼굴을 떼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스파이더 센스가 눈알이 찡하도록 울리는 것으로 보아 예삿일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그와중에 다시 키스에 집중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블랙캣은 그런 그에게 짜증이 났다. 그녀가 '히어로' 라는 녀석들이랑 엮이는 걸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거였다. 뭐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지.

     "방금 그 소리 뭐지."
     "뭐 핵전쟁이라도 났나보지."

     귀를 쫑긋 세우고 아까의 소리가 다시 나는지 집중하는 그에게 그녀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스파이디는 입을 꾹 닫고는 어마어마하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정말. 블랙캣이 짜증스레 말했다.

     "냅둬. 알아서 하겠지. 너없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어."
     "대개는 그래."

     캣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아쉬운듯 엄지손가락으로 입술 주변을 문질렀다. 

     "간만에 재밌었는데."
     "다음에."

     스파이디는 마스크를 쑥 당겨서 얼굴을 가리고는 난간에 폴짝 올라가 손목에 웹슈터를 조정했다. 블랙캣은 팔짱을 끼고 새침하게 대답했다.

     "다음 생에나 가능할 걸!"
     "그거야 어렵지 않지.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니까..."

     그렇게 말하는 스파이디는, 마스크를 써서 확실하진 않았지만 살짝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그리곤 허공으로 뛰어내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캣은 굳이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피융, 피융... 웹슈터에서 거미줄이 쏘아지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흥. 어디, 아홉 번 죽을 때까지 기다려보시지."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4/07/16 21:27:40  122.34.***.46  오징어짬밥  25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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