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어제 경기 최진행 등장 장면을 TV 너머로 전부 보았습니다. <div><br></div> <div>들어오자마자 1루와 3루쪽에 각각 고개숙이고 정중하게 사과. 그리고 투런포. </div> <div><br></div> <div>홈런을 쳤지만 특별히 방방 뛰거나 하는 기색 없이 조용히 돌아서 조용히 덕아웃으로 들어왔고.</div> <div><br></div> <div>3타수째에 교체 (이건 구설수에 선수가 휘둘리지 않게 하려는 감독의 배려인 것 같습니다)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고</div> <div><br></div> <div>경기 이후 코멘트에서도 다른 말은 일절 없이 "팬에게 죄송하다"라는 사죄의 말만을 남겼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최진행이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div> <div><br></div> <div>약물이라는 건 승부조작과 함께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이고, 30경기 출전정지 따위로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중징계이지요.</div> <div><br></div> <div>사건이 터진 뒤 "모르고 먹었다"라고 한 변명 역시 얼척없었던 게 사실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나 최소한, 진짜 최소한 당일 경기에서만큼은 최진행의 대처에 문제는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저지른 뒤"라는 전제 하에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절제된 행동을 보여준 겁니다.</div> <div><br></div> <div>솔직히 이제 와서 잘해봤자 이미 붙은 꼬리표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새로이 욕을 들어처먹을 행동만큼은 안 해야 합니다.</div> <div><br></div> <div>일부러 타석에서 머리를 숙인다거나, 인터뷰를 피하고 덕아웃에서 묵묵히 있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그런 점에서는 괜찮았습니다. 실제로 동정심을 표한 한화팬분들도 많았지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왜 그걸 굳이 "속죄포"니 뭐니 하는 단어로 포장해야만 했을까요?</div> <div><br></div> <div>물론 드라마틱하죠. 스스로의 잘못으로 한동안 근신하고 있던 선수가 복귀하자마자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다. 시청률도 잘 나오겠네요.</div> <div><br></div> <div>근데 약물복용이라는 행위는 음주운전, 간통 이런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div> <div><br></div> <div>물론 후자들도 무거운 죄이죠. 행위 자체만 따지고보면 더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것들은 "야구 외적"인 사건입니다. 즉 저런 걸로 인해 "프로야구 전체"나 "타팀 팬들" 이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는 소리입니다.</div> <div><br></div> <div>다만 선수가 소속되어있는 팀은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 팀의 팬들도 끝없는 놀림거리로 전락하겠죠. 김X주 시절 두산이 그랬던것처럼요.</div> <div><br></div> <div>이런 경우엔 속죄포라는 단어가 의미를 갖습니다. 자신이 실추시킨 팀의 명예를 실력으로 되돌려놓겠다- 있을 수 있는 장면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약물은요?</div> <div><br></div> <div>약물사건이 터지면 피해입는 건 그 팀뿐만이 아닙니다. 메이저의 스테로이드 시절은 지금까지도 큰 얼룩으로 남아있죠.</div> <div><br></div> <div>그들이 약을 빰으로써 피해입은 사람들은 다름아닌 상대 팀의 투수들과 그 팬들, 그리고 메이저리그라는 프로야구판 전체였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 상황에서 속죄포? 어이없는 단어사용입니다. 피해자를 두드려패는 걸 대체 누가 속죄라고 한답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번 사건으로 인해 오유, 엠팍, 한화갤 등등에서 많은 의견을 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징계가 끝났으니 상관없지 않냐는 의견, 자체징계를 주지 않은 한화구단이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 약쟁이는 타협 없이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div> <div><br></div> <div>여러가지 시선들이 교차했고 숱한 추천과 비공이 오갔지만, 저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div> <div><br></div> <div>머리로는 무엇이 옳은지 알아도, 차마 말로써 꺼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약물을 한 선수는 라인업에 없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선수조차도 부족해서 1할타자를 대타로 돌려쓰는 팀의 팬으로서 그런 말은 절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한화팀이 자체적으로 더 징계를 때려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3년 연속 꼴찌라는 굴욕을 당했던 팀에게 처음으로 가을야구의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팀과 감독에게 정해진 것 이상으로 철저한 도덕적/윤리적 엄격함을 강요하기란 어렵습니다. 말마따나 어쨌든 징계는 치뤘으니까요.</div> <div><br></div> <div>암흑기를 버틴다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딱히 이해해주시길 바라진 않겠습니다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기에 팬으로서는 바라는 겁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더라도, 오늘 이 시기만큼은 조용히 야구하다 갔으면 좋겠다고.</div> <div><br></div> <div>지금처럼 가만히만 있으면, 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응원을 보낼 용의가 있습니다.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요. 빌어먹을 팬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세상이 도저히 그를 가만히 두지를 않네요. 알아서 웅크리겠다는 선수를 일부러 끌어내려 화젯거리로 삼고 포장을 합니다.</div> <div><br></div> <div>어제는 2타석 치고 대타로 교체된 그를, 그 교체의 저의가 뭔지 뻔히 알면서도 중간에 당당히 인터뷰 예고를 하더군요. 뭐하자는 겁니까 진짜? 인터뷰에서 정현석처럼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리길 바라는건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제발 가만히 냅뒀으면 합니다.</div> <div><br></div> <div>비판은 피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모든 욕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판을 키우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div> <div><br></div> <div>빠가 까를 만든다는게 딱 이 짝입니다. 엠스플을 포함한 야구판은 지금 절대 옹호해선 안될 것을 옹호해서 오히려 비판여론을 키우고 있습니다. </div> <div><br></div> <div>이 모든 미화의 끝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기에, 값비싼 미사여구조차 무척 불편하게 느껴지네요.</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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