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제 지난 게시물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저는 늦게나마 제 진로를 찾아 대학에 입학했습니다.</p><p>많은 고민도 했고 다니면서도 난관을 만나는 일이 많아 괴롭기도 했지만 저는 </p><p>제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p><p>게다가 여섯살이나 많은 저를 너무나 좋아해주는 동기들은 물론이고</p><p>어린 선배들도 저에게 오빠나 형 이러면서 워낙 잘해 주었기 때문에</p><p>어떤 대가를 무릅쓰고라도 저는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었습니다.</p><p>학교에 와서 제가 동안이라거나 잘생겼다는 말을 처음 들었고</p><p>빈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학교에 팬클럽까지 생긴 것을 보면서</p><p>좀 무섭기도 했지만 한 구석에서는 이렇게나 나를 환대해 주는 곳이라느</p><p>싶어서 정말 기뻤습니다.</p><p> 하루하루가 늘 감사한 날들이었고, 하루에 3시간도 잠들지 못하고 주말에도 알바하는 </p><p>휴일없이 사는 날들이 지옥같았지만 그럼에도 학교가 너무 좋았습니다.</p><p>그리고 저와 함께 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았습니다.</p><p>방학 때에도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바다에도 두 번이나 다녀올 만큼</p><p>돈독한 사이였죠.</p><p><br></p><p> 하지만 제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지난 학기에 아이들에게 기뻤던 만큼</p><p>실망한 일들도 많았습니다.</p><p> 자신에게 고백한 남자아이가 불편하고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있는대로 </p><p>기분나쁜 티를 내면서 지난 학기 내내 불편한 분위기를 유지한 여자아이가 있는가 하면</p><p>여자친구가 있는(좀 애매한 사이가 되긴 했지만) 남자선배랑 희희낙락하며 거의 사귀다시피</p><p>그 여자친구가 마찬가지로 선배인데도(씨씨였죠.) 무서운 줄 모르고 사귀다가 미움 여럿 받고</p><p>마음을 접은 아이도 있었죠. 결과적으로 그 두 선배인 아이들은 헤어졌고, </p><p>그 와중에 남자선배인 아이는 저랑도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남자 선배는</p><p>휴학을 하게 되었고, 여자선배인 아이는 마찬가지로 휴학하려다 실패하고 </p><p>힘겨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원래 둘 다 저와 친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p><p>여자선배인 아이와 저는 여전히 친합니다만, 아마 남자선배인 아이와는 얼굴 안볼거 같네요.</p><p><br></p><p> 게다가 시간이 흘러 남녀가 뒤섞인 패의 특성상 러브라인이 싹트기 시작했는데</p><p>이게 또 너무나 분위기 망치는데 일조를 한 것이, 예로 A가 B를 좋아하는데 </p><p>B는 C를 좋아하며 C는 D를 좋아하는, 이른바 기차놀이처럼 애정전선이 꼬이다보니</p><p>특히 술자리만 가지면 여자건 남자건 진상이 되어서 봐주기가 힘들었습니다. </p><p>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걸 지난 학기 내내, 거기다 방학 중에도</p><p>저희 과 특성상 학교를 많이 나왔기 때문에 방학 때도 내내 보고, 또 자꾸만 </p><p>위태해지는 아이들 간의 관계를 보면서 인간관계에 염증이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p><p><br></p><p> 그러다 개강 첫날 술자리에서 사고가 터졌습니다.</p><p> 여기서 러브라인과 호칭을 좀 정리하겠습니다.</p><p> 위에서 말한 두 여자아이 중 첫번째로 언급한 아이는 이미 동기 남자애랑 씨씨가 된 상황이고</p><p>이 아이는 X로 두겠습니다.</p><p> A라는 여자아이를 시작으로 남자 B, 여자 C, 남자 D에 그 깨진 여자선배가 E입니다.</p><p>그리고 위에서 씨씨브레이커가 되었던 여자아이가 C입니다.</p><p>그리고 아까 언급했듯 A에서 E로 짝사랑을 하는 구도인 겁니다.</p><p>C는 기존의 그 선배에 대한 마음을 접고 D를 좋아했는데 </p><p>악연도 무슨 악연인지 D가 그 여자선배 E를 좋아하면서 구도가 뒤집혔죠.</p><p>하도 술만 먹으면 진상을 부리는지라 제가 술자리에 안 가려고 하다가</p><p>E가 좀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같이 집에 가야 할 것 같기도 했고(집이 같은 방향)</p><p>또 태풍 볼리베인지 뭔지 때문에 다음 날이 휴강이라는 소식을 듣기도 해서 </p><p>서둘러서 학교 업무나 과제를 처리해 봐야 그리 보람이 없겠다 싶어</p><p>결국 그 술자리에 끼게 되었습니다.</p><p>그리고 술이 약한 B에게 A가 억지로 술을 먹였다가 B가 토하고 난리가 나서</p><p>A는 울적해져서 자신도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폭음하기 시작했고</p><p>저를 제외하고 유일한 커플인(저도 커플입니다. 학교 입학 전부터 사귄 사람이죠.)</p><p>X는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그리 헌신적이지 않다는 푸념을 하며 짜증을 부렸고</p><p>C는 D가 취한 상황에서 E에게 무리한 스킨쉽을 시도하는 걸 보더니</p><p>자신이 예전에 E에게 한 것은 생각도 않는지 울면서 중간에 뛰어나가버렸죠.</p><p>하아...그렇습니다. 개판이었습니다.</p><p>A는 이 와중에 무리해 마시면서 계속 짜증을 부렸기에</p><p>가뜩이나 금연 2주째인 저는 쌓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p><p>수요일부터 아는 채도 안하기 전에 그만 마시라고 </p><p>최대한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말했습니다.</p><p>그런데 그 소릴 듣더니 매우 서럽게 펑펑 울더군요.</p><p>졸지에 여자를 울린 나쁜 남자가 된 저는 점점 더 기분이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p><p>그렇게 그 술자리는 어색함을 남기고 나쁘게 끝났습니다.</p><p><br></p><p> 저는 페이스북이나 여러 함께하는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많이 기분이 나빴으며</p><p>이후에 같이 술자리를 가지지 않겠다는 것을 장문의 글로 표현했습니다.</p><p>전 오랫동안 각박하게 생활한 탓인지 제 기준에 어긋나면 저 자신이라도</p><p>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이고, 전부터 나의 성격에 대해서, 또 많이 참고 있다는</p><p>사실을 계속 언급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기분이 매우 나빴습니다.</p><p>분명 제 성격이 깐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조절도 못하고 술을 먹는 일이건</p><p>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는 일이건 술자리의 미덕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p><p>아이들은 점점 더를 피했고, 특히 저와 1학년에서 저와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p><p>저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한 A는 저에게</p><p>다가서지도 못하고 말도 걸지 못했습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A가 사과하려고 </p><p>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에게는 연락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p><p>거기에 D와도 사소한 다툼이 있었는데 그것이 또 꽤나 제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죠.</p><p>그것이 더 화가 났습니다. 태풍 볼리베처럼 창문 단단히 닫고 지나가길 기다리는</p><p>자연재해 취급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금단증상 때문에</p><p>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웠죠. 나이가 제가 많기 때문에 많이 참아왔지만</p><p>이번에 결국 참지 못하고 금요일에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A를 불러내</p><p>쏟아내듯이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다신 너희 A, B, C, D, X와는 상종도</p><p>않겠다고 하고 소위 말하는 쌩을 깠죠.</p><p><br></p><p> 솔직히 말해서 제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탓은 큽니다. 그러나 제가 후회하는 것은</p><p>이 친구들과 싸운 것보다 제가 너무 마음을 많이 줬다는 거죠. 그러니까 많은 기대를 했고</p><p>고스란히 실망이 된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언제나 진솔히 다가가는 것이 지나치게</p><p>많은 애정을 쏟는 것은 아니었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너무 순수하게 좋아하지 말 것을 </p><p>그랬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란 곳에 소속되어 기뻤던 것이 제 눈을 흐리게 했습니다.</p><p><br></p><p> 이제 저를 위로해 주는 것은 학교 안에서는 E와 남자아이 한명 뿐이고, 가족들과 </p><p>여자친구 덕분에 힘을 잃지는 않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합니다. 우울해서 죽겠죠.</p><p>그래도 이럴수록 웃으며 힘을 내려고 합니다. 어차피 이제 관계 회복은 이래저래</p><p>어렵게 되었는데 겹치는 활동이 많아 걱정이지만 저 자신에게 당당해서</p><p>저 쪽이 저에게서 도망치지 않는 한 최소한 저 자신이 도망치진 않으려 합니다.</p><p>뻔뻔할지도 모르지만 저도 상대도 서로 굽힐 생각이 없다면 눈치나 보며</p><p>바보같이 쭈그러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p><p> 다만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마음을 열어 대하는 것에는 </p><p>주의해야겠죠. 실망감에 한 말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그 실망감이</p><p>얼마나 많은 애정을 바탕으로 했던 말일 것인지 그 아이들이 알아주길 바랬지만</p><p>무리겠지요. 나이 많은 제가 좀 더 처신을 잘했어야 했는데 너무 깊이 빠져 있었네요.</p><p>이제 침체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거 같습니다.</p><p>위로라면 위로, 충고라면 충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p><p>휴일이 없이 살아가니까 자꾸 마음이 각박해지고 외로운 참에 말을 털어놓을 곳도 없어</p><p>힘든 건 사실이니까요.</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