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밖은 새까만 어둠속이다.</div> <div>산골이다 보니 아무래도 빛이 닿는 범위는 매우 적다. 거기다 인가자체도 적어서 주변으론 솟아오른 전봇대나, 그림자로 뒤덮은 산이 시야의 대부분을 가려버리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내가 걷고 있는 곳은 주변에 논밭이 펼쳐져 한 곳 밖에 없는 길.</div> <div>아이인 나는 흰색 삼배옷(옛 장례의복을 닮은 듯한)을 입은채 나는 걷기도, 멈춰서기도 하며 그 길 위에 서 있었다.</div> <div>무서움이 있기도 하지만 태연하기도 했다.</div> <div>나는 빛을 갖고 있으니까. 그 빛은 모든 어둠을 밝히진 못했지만 내가 가야하는 길 만은 제대로 비추고 있었다.</div> <div>그 길을 어느정도 갔을까, 나는 어느 한 등불이 달려있는 초가집 앞에 서있었다.</div> <div>초가집은 옛 시대의 것과 같았으며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쳐놓은 옛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였다.</div> <div>나는 그 집에서 누군가를 마중하는 역할이며 적당한 자를 이끄는 역할이였다. 때문에 나는 문을 가로막으며 서 있었고, 올 누군가를,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있었다.</div> <div>거기에 서있던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div> <div>저 빛의 끄트머리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듯 팔자걸음을 걷는 발이 보이고 있었다.</div> <div>점차 그가 내가 닿는 시야범위 내에 들어오자 나는 찬찬히 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div> <div>그 누군가는 붉은색의 길쭉한, 하회탈을 닮은 듯 하면서도 괴상한 탈을 쓴 성인의 키를 한 누군가였다. 그의 옷은 하얗게도, 노랗게도 보였으며 탈춤에 쓰이는 의상을 입고, 소매는 길어 땅에 까지 닿을 듯 했다.</div> <div>그는 춤을 추듯 팔을 휘적휘적 저으며, 그러면서도 발걸음은 똑바로 이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div> <div>그는 안에 들어가려는 듯 내 앞에 서서 나의 확인을 바라듯 기다리자 나는 아무 말 없이 어둠속에 휩쌓인, 길의 옆 끄트머리에 서있는 전봇대를 가리킨다.</div> <div>그림자에 가려져 있어야 할 전봇대 이건만 내가 그 전봇대를 봤을 때는 전봇대의 형상과 색이 생생히 보였다.</div> <div>나는 그 전봇대를 가리키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div> <div>이 자는 들어와서는 안되는 자다. 그리고 내가 말을 꺼낸다면 그것은 나의 위험이 된다고 나는 확신하듯 예감했고, 그 가리킴의 거부의사의 표시에도 그는 내 앞에서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그를 상대하며 나 또한 끈질기게 전봇대─이 집이 아닌 다른 곳을 가리키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div> <div>그러자 그는 춤을 추었다. 아니, 춤이라기 보다는 발악과도 같은 몸부림을 흔들었다.</div> <div>내 눈 앞. 한 뼘도 되지 않는 눈 앞에서 나를 그 탈이 똑똑히 마주보며 몸을 흔들었건만 나는 꾿꾿히 그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슬슬 저으며 다른 곳을 가리켰다.</div> <div>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러자 그는 포기한 듯 보였고, 점점 형상이 흐트러지며 뿌옇게 변하며 주변과 함께 사라졌다.</div> <div>어느새 내 주변은 새하얀색으로 물들며 그것이 끝이 되었다.</div> <div><br /></div>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적는 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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