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간 탄 성애자 분 글 보고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냥 한번 끄적여 봅니다..
금요일 아침. 기상 송 울림. 힘세고 강한 아침! 칼기상!
오늘만 지나면 휴일이다!! 하지만 기쁘지 않다. 무릇 일주일 중 월요일이 가장 고통스럽다면 금요일은 가장 힘든 날인 법.. 각오를 다진다.
생환관엔 이미 짬이 찬 인간들뿐이라 다 모포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나 역시 상병이지만 나에겐 시간은 금과 같으므로 그렇게 낭비할 시간 따위 ㅇ벗다.
아침 점호 방송을 못들어서 복도로 나와 애들한테 물어본다. 아직 15분 남았다. 환복하고 씻고 사무실 컴퓨터 켜놓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엄청난 스피드로 세수+머리감기를 마친 후 아직도 누워있는 인간들에 대한 분풀이 삼아 최대한 허리띠를 짤랑거리며 옷을 갈아입는다. 괴로워한다. 기쁨이 솟아오른다.
환복을 마치고 모자를 챙기고 사무실로 뛰어내려간다. 커튼을 겆고 행보관 + 부소대장 + 내 컴퓨터 전원을 킨다. 1차 암호를 입력한다. 2차 암호를 입력한다. 애들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밖으로 나간다.
점호 집합 전 막사 앞에서 열을 맞춰 인원 점검을 한다. 내가 마지막에서 세번째이다. 누가 안나왔나 싶었더니 같은 생활관의 두 병장 맞선임이다. 미적미적 내려온다. 인원 점검을 하던 막내 분대장이 다 모였다고 이동을 하잔다. 연병장으로 내려간다.
함성 + 도수체조 + 이제 기억도 안나는 뭐시기 외치는걸 한다. 다 하고 나면 구보를 한다. 병장 맞선임이 쳐진다. 옆에서 평소에 담배를 피니 그리되는거라고 깐죽댄다.
구보를 마치고 돌아오면 당직사관이 아침 식사 집합을 알려준다. 시간이 10분정도 있다. 점호를 마치자마자 사무실로 돌아간다.
인트라넷에 로그인을 한다. 메일과 공문을 확인한다. X발. 분명히 어젯밤까지만 해도 없던 [긴급] 붙은 공문이 2개나 와있다. 다행히 메일은 온게없다.
지금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선 XX XX XXXX(욕 아님! 보안 검열!)에 입력해야 할 사항들을 입력한다. 평소 금요일에 하는 일들은 죄다 꾀고 있으니 미리 써도 문제는 없다. 나중에 일이 더 생긴다면 그 때 입력하면 된다. 일병놈이 와서 식사집합이란다. 일이 바쁘면 퍼놓으라고 하고 작업을 계속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건 다 해놨으므로 따라가기로한다.
막사 앞으로 간다. 이번엔 내가 마지막이다. 바로 취사장으로 이동을 한다. 가면서 군가를 부르는 동안 병장 맞선임들과 나는 노가리를 깐다.
취사장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은 뭘까. 금요일이니 군데리아는 아니다. 메뉴판을 확인해본다. X발. 계란국이다. 난 밍밍한 계란국이 싫다. 하지만 밥을 빨리 먹어야하니까 국에 밥을 말아서 1분만에 먹어치운다. 먼저 간다고 얘기하고 혼자 취사장을 나선다.
막사로 복귀하고 있는데 당직사관과 병부사관이 식사를 하러 오고있다. 식사 맛있게 하십쇼~ 인사를 한다. 금요일이라 바쁘지? 오늘도 수고해라~ 난 집에 간다~ㅎㅎ 하고 당직사관이 놀린다. 통합막사의 타부대 급양관이다... 원래 자기도 나처럼 바쁜날인데 자기는 집에 간다고 놀린다. 짜증난다.
막사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바로 간다. 밥먹으러 갔다오는 그 짧은 5분 사이에 행보관이 와있다. 항상 저 사이에 와있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인사를 하고 커피드시겠슴까? 물어본다. 커피 ㄴㄴ 유자차 ㅇㅇ란다. 유자차 3개를 탄다.
막사 옆 흡연장에서 하사 분대장과 얘기를 하던 부소대장이 들어온다. 이럴 줄 알고 3잔 탔다. 나 행보관 부소대장. 그런데 하사 분대장도 따라들어왔다! 행보관에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자기껀 안타주냐고 꼬장부린다. 내가 먹으려던걸 준다. 농담이라고 뺏어먹으려던거 아니란다. 그래도 방금 식사하고 와서 다시 양치하고 와야된다고 얘기하고 내걸 준다.
커피포트와 컵, 컵보드를 가지고 위로 올라간다. 양치를 하고 컵, 컵보드를 씻고 커피포트에 물을 채운다. 다시 사무실로 내려간다.
다시 인트라넷을 확인한다. 그 사이에 또 [긴급] 하나가 와있다... 얘네들은 왜이리 긴급을 좋아하나 모르겠다. 솔직히 한 페이지에 반 이상이 긴급딱지가 붙어있으면 그게 진짜 긴급인가!?!? 그렇다고 씹을 수도 없고... 눈물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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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생각나서 한번 일기형식으로 적어봤는데 일과 시작도 안했는데 엄청나게 기네요. 분량조절 초 실패...
천천히 기억을 되새겨보면서 끄적여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