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학회 참석을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다녀왔습니다 :)

(..설마 이것만으로 저를 특정할 용자님은 안계시겠죠..?

계시면.. 애게랑 자게에 쓴 야한 게시글 전부 지워야;;;)

중간중간 오유에 근황 올렸었는데, 호응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중간에 내팽겨치지 않고 끝까지 무사하게 다녀왔네요 ㅎㅎ

그럼,

자취방에 돌아왔겠다, 홈트도 끝냈겠다..

내일 출근전에 잠깐..

이번에 비엔나에 다녀온 소감이랑 후기를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그렇다고 월요일 출근을 안한건 아니었.. 왜 쉬질 못하는 걸까 나는..ㅠ)

원래는 장점과 단점을 번갈아 쓸 생각이었는데..

..그렇게까지 전문적으로 쓸 글솜씨가 안되어서..

그냥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으로 작성해볼께요.

1. 경치가 끝내주더라구요.

앞으로 후술할 장단점을 모두 제하고도..

경치 하나만으로 다녀올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엔나 관광명소에서 조금 떨어진 3성 호텔에서 머물렀습니다만,

그곳이 구시가지 근처여서 그런걸까요?

바로크 시대인듯 현대 시대인 듯한 묘한 시대감과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훌륭했습니다.

최대 편도 2차선인데 한쪽은 트림과 자가용이 공용으로 다니고,

영화속에서나 볼 법한 건물 안쪽에는 통조림과 과자봉지, 전자기기가 들어가 있으니

진짜.. 소설 속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더라구요.

거기에 학회 끝나고 잠깐 난 짬시간에 다녀온 관광명소도 훌륭했습니다.

특히 궁전과 성당을 다녀왔는데..

과거에 종교의 힘과 왕권의 힘이 대립했다는 것이 여기서 느껴졌네요.

흔히 만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왕궁 살롱은.. 커봤자 20평대 아파트 거실만할까요?

왕궁 그랜드홀 정도는 되어야 고등학교 교실 하나 반 만한 크기..

물론 이런 가지가지한 방을 꾸미기 위한 각종 인테리어가.. 하나 가격이 어마어마 한 것은 알겠지만..

...그런 자그마한 곳에 나라 각지의 귀족들이 바글바글 모인 것을 생각하면..

...어휴.. 땀내가.. 장난 아니었겠어요.

반면 성당은.. 명동성당 저리가라였네요.

관광객 백여명이 들어가도 자리가 널럴한데,

반은 철창을 치고서.. 진짜로 예배를 드리고 있더라구요.

내부 장식도 왕궁 못지않게 화려해서..

..종교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ㅎㅎ

덕분에, 만화나 게임, 영화 속 중세 표현을 보면서 트집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최근 만화 속 중세 풍경의 분위기가.. 너무 거리두기를 잘해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현실적이더라구요.

괜찮다면 여러 작가님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잠깐만 다녀왔으면 좋겠더라구요.

그럼 그렇게 불필요하게 큰 세트는 비현실적인 걸 이해할 거라구요. ㅎㅎ

2. (국제 학회 한정) 제공되는 음식이.. 와우..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한 격리가 끝나고, 위드 코로나 시대의 학회여서 그런걸까요?

마지막 뱅큇.. 보통은 뷔페로 끝을 내는데..

이번에는 시청을 대절해서, 매우 화려한 전문 양식을 대접받았네요.

그.. 포크가 4개, 나이프가 3개, 숟가락이 2개 있는.. 그런 식사요.

심지어 코스 요리였어요. 전채 요리(생선), 스프, 메인, 디저트 으로요.

거기에.. 단순히 공간만 대절한 것이 아니라..

무슨 정치인이 나와서 식사 전 인사를 한다던가, 전문 악단이 시종일관 연주를 한다던가..

웨이터가 돌면서 틈틈히 빈 물병을 치워주거나, 와인을 글라스에 따라주거나..

....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마 다시는 이런 높은 수준의 식사를 학회에서 제공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그만큼 비엔나가 작은 도시에, 힘든 사정이 있어서..

이런 작은 학회에도 크게 반응해주는게 아닌가 싶어요.

아니 솔직히.. 학회 등록에 그렇게 큰 금액 안넣었거든요.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뭐, 즐거웠지만요 ㅎㅎ

3. 친절한 사람들. 차별은 없었네요.

매우 걱정했던 문제 중 하나가 인종차별 및 치안 문제였는데..

다행히 이렇다할 일은 없었어요.

다녀온 음식점이나 가게, 명소의 후기를 보고 있자면

"차별이 너무 심해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같은 이야기가 있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치만 그런건 없었네요.

물론, 차별받는다고 느낄만한 내용은 있었어요.

예를 들어 관광명소에서 저녁을 먹는데,

웨이터에게 사인을 주었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리는 것 같은 경우처럼 말이죠.

..하지만 지난 미국에서 받았던 은근한 차별과 다르게, 이번에는 정말로 바쁜게 눈에 보여서요.

거기에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로 보이더라구요.

충분한 시간을 주어주고 틈틈히 문제 없는지 살펴주는 것이요.

제가 앉아있던 테이블 말고도 다른 테이블 역시 비슷하게 오랜 시간 텀을 두고 방문하였고,

심지어 같은 자국민인데도 사인 받은 웨이터가 오래 걸려서 와주더라구요.

환한 미소와 별 문제 없는지 인사와 함께요.

다른 분들도 아무렇지 않게 웨이터와 이야기했구요.

..그래서 어쩌면..

너무 우리나라 사람들이 빠른 응답을 기대하는게 아닌가,

거기에 속마음이 너무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아니 웨이터를 불렀는데, 한참을 무시하다가 오네? 이거 차별 아니야?!'하구요.

느긋한 마음으로 있으니 친절한 대접으로 느껴졌는데 말이에요.

..물론 아무래도 한국인인 저 역시 간단한 요기로 때울 식사에 2시간 이상 시간이 걸린건 '응?'하는 마음이었네요.

뭐, 그 시간 동안 교수님은 지인분과 끊임없는 이야기를 하셨으니.. 아마 만족하시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들어요.

3.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이렇게 몸이 좋지?♥

진짜.. 뭘 먹고 저렇게 다들 쑥쑥 크신 건지..

거기에 여름이라 다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와.. 무슨, 남자분 등짝이.. 눕혀두고 그 위에서 대자로 벌렁 누워도 될 정도..

키는 얼마나 큰지.. 여기가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네덜란드 아닌가 싶었네요.

심지어 가끔씩은 남자분인데.. 옷 사이즈를 착각한게 아닌가 싶은 분도 한 두분이 보여서..

특히 비엔나에 처음 도착한 날 도우미 제복 입으신 분과, 학회 끝나고 관광지 길거리를 지나가던 분.

배 부분이 헐렁한 걸 보면, 분명 알맞은 사이즈 였을텐데..

무슨 가슴이.. 터질 것 처럼 보여서.. 팔은 우겨 넣어서 소매가 찢어지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래서 다들 은근히 서양인에 대한 환상이 생겨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길거리에 다니는 일반인 분들도 오죽한데, 저기서 얼마나 더 잘나야 인플루언서가 되는 걸까.. 하구요.

정말.. 제대로 눈 호강 하고 왔습니다.

4. 그치만 음식이.. 아아.. 너무 소화 잘되는 건 아닌건지..

지저분한 이야기입니다만..

이곳에서 지내다가, 없던 "치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분류로 따지자면.. "치열"이군요.

네.. 살다살다, 본인의 변으로 항문이 찢어지는 건.. 처음이었네요.

아무래도 식문화의 차이인 것 같아요.

음식에 섬유질을 최대한 배제하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나마 있는 채소도, 전부 어린잎 채소 아니면, 과일 정도..

샐러드는 의식을 갖고 찾아야 간신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설까요?

첫날 크게 변을 본 후..

최대한 통밀 계열 빵을 먹고, 채소가 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고,

과일을 껍질까지 함께 먹었습니다만..

..결국 마지막날 까지 "화장실에서 큰일=피 보는 일" 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소양증까지 생겨버려서..

..학회 내내 집중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네요ㅠㅠㅠ

귀국한 지금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간지러운 건 여전하네요..

아마 몇 달 갈 것 같습니다ㅠㅠ

5. 내가 독일어를 조금만 할 줄 알았다면..

이건 다른 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지만요.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물론, 저희가 머물던 곳은 수도인 비엔나였기에,

만나는 사람들 모두다 영어를 어느정도할 줄 알더라구요.

가장 영어를 못했던 것이, 구멍가게 사장님 정도?

그래도 눈짓 손짓으로 의사소통은 되었습니다.

그치만..

저희 일행 중 가장 시끌벅적하신 분이 의도적으로 헤어질 때 "Danke"를 말하고 다녔는데,

점원 분도 그렇고, 안내원 분도 그렇고..

다들 환하게 웃으며 "Danke schon"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점원이 서툰 한국어를 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감사합니다"로 받아주는 것 이상이더라구요.

뭐랄까.. 마치 호들갑을 떠는 아주머니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전달하는 것 같다랄까?

"Danke" 한 마디에 저렇게 좋아한다면..

정말로 독일어를 한다면, 얼마나 좋아했을지..

독일어를 공부해가지 않은 것이 참.. 아쉬웠네요.

...뭐, 당시 상황으로 보자면 그럴 시간은 없었지만요.

입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발표 대본만 읽고 있었.. 그리고 발표 망했...ㅠㅠㅠ

6. 깨끗한 도시, 활발한 가게 바로 옆 그래피티와 노상방뇨

저희가 지내던 곳이 구시가지여서 그랬던 건진 모르겠지만..

건물에 그래피티가.. 엄청 많더라구요.

공사 현장도 참 많았구요.

그리고... 건물 곳곳에 노상방뇨 흔적도 보이고..

다들 큰 강아지를 산책시키시던데,

가끔씩 인도 한 가운데 커다란 개똥이 굴러다닐 때도 있고..

물론 산책시키시는 분들을 보자면 다들 잘 주워서 가시고,

강아지 교육도 충분히 잘 이뤄진 걸로 보이지만..

너무 깨끗하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런걸까요?

가끔씩 보이는 자잘한 문제점이.. 너무 크게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그래피티..

비엔나에서 머무르는 기간동안 본 그래피티가,

아마 제 평생 본 그래피티의 80%는 차지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넘처 흘렀습니다.

저걸 관리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동료의 주장 대로 아예 정부가 나서서 조장하는 건지..

참..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치안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겁먹었네요.

물론, 지내는 동안 치안과 관련된 문제는 없었습니다.

7. 물.. 생수가 마시고 싶어요..

기본으로 제공되는 물이 전부 탄산수 입니다.

생수 코너 절반이 탄산수로 이뤄졌다고 보시면 되요.

다만 이건 나중에 찾아보면서 알게된건데,

물에 탄산을 넣는 작업을 하면서, 물 속에 과하게 남아있는 석회질과 미네랄을 침전시킬 수 있게 되더라구요.

즉, 탄산 작업이.. 기본 식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던 것 입니다.

하지만.. 일반 생수도 탄산 작업을 한 번 거치는 건지..

일반 생수의 물 맛도 별로 안좋더라구요.

조금 시큼털털...

다행히 물갈이는 없었습니다.

8. 길빵은 기본이랍니다.

살면서 우리나라 만큼 비흡연자가 살기에 좋은 나라는 없다는 걸 다시한 번 깨달았네요.

흡연자의 기본은 길빵이었습니다.

관광명소도, 인적이 드문 길가도, 주요한 공공시설에서도..

흡연자는 모두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매번 담배냄새 맡고 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네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다녔습니다만..

그래도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몰상식한 사람은 없었네요.

그냥.. 건물 바깥 기본 상태가 흡연 비흡연이 뒤섞인 상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유모차가 다니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개인적으론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모르겠네요.

..이상 다녀온 소감입니다.

아마 찾으면 몇개 더 있을 것 같지만,

졸려서.. 그만 쓰고 자야겠어요.

그럼 다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요약

1. 건물도, 사람도, 매너도, 너무 좋으니, 독일어를 배워서 한 번 방문하자.

2. 음식이 훌륭하지만, 잘못하면 몸에 안맞을 수 있으니, 야채를 찾아먹자.

3. 탄산수가 기본이니 생수를 잘 찾아서 마시자.

4. 흡연 길빵에 그래피티와 개똥이 기본이니 길을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