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유머글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해서 글을 올립니다.
게시판 구별 못한다고 욕하지 말아주세요..ㅜㅜ
우선 저는 눈이 매우 나쁩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백내장'으로 인하여
두 눈에 백태가 끼어 앞을 보지 못했고,
돌도 안되어 시작된 수술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7번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결과는 '실패'..
왼쪽 눈은 재발하여 백태가 다시 자리를 잡아 실명 직전이고,
그나마 살아남은 한쪽 눈으로 24년을 살아왔습니다.
초등학교 땐 미처 몰랐던 생활의 불편함을
중 고등이 되어서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1. 난 자지 않았어-_-..
- 매 학기초마다 반이 다시 편성되고,
또다른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서러움이 시작됩니다.
눈이 얼마나 좋지 않냐..
교과서나 책을 읽을 때 항상 코를 박고 글을 읽습니다.
아 물론 조금 떨어져서도 글을 읽을 순 있는데
몸이 버릇이 되어버려서인지 도통 허리를 펴고 보기가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엎드려 글을 읽는데 제 사정을 모르는 선생님들은
매번 이 새끼가 쳐 자빠자네!! 하며 머리통을 사정없이 후들겨 팹니다-_-..
자초지종 말씀 드리면 " 아 미안. " 이게 끝-_-..
모범생은 아니지만 수업시간엔 안자는 게 제 방식인데....
2. 죄송합니다..............
- 때는 철없는 초글링 5학년 때.
아파트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놀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14층에 살던 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입구 부근에서
저희 반에서 조금은 모자란 여학생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에야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사라지고 철 들었다 생각하지만
그때 그 초딩이 뭘 알겠습니까. 쟤가 우리 동네 살았나? 싶은 마음도 잠시
부담스런 얼굴을 들이밀며 혓바닥을 공개하며 놀리기 바빴죠.
아 물론 엘리베이터를 탄 상태로 말입니다.
근데 항상 웃음 보이던 여자애가 왠일인지 정색하는 얼굴로 절 쳐다보는 겁니다.
철 없던 초딩은 '네가 감히 날 무시햇??' 하는 마음으로 '넌 듀거씀.' 하는 마음과 함께
더 심하게 놀렸습니다.
12층을 눌렀던 그 여자애는 절 보더니 하는 말.
" 너 누구야? 나 알아? "
헉-_-.. 뭐지?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겁없는 초딩은 아랑곳않고
" 뭐래? 이냔이! " 하며 더 놀렸는데
갑자기 쌰대기를 때리는 여자애!!!!
너무 놀라 다시 보니 교복을 입은 여자애.. 가 아닌 나보다 나이많은 누님..
" 미친샊기야!!!!! "
죄송합니다.
3. 나도 군대가고 싶고....
- 쳐 맞을 발언임이 분명함을 알지만 제목 그대로입니다.
신검을 보던 당시엔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안될걸 알기에
병원에서 진단서 끊어오고 검사를 받으니 '면제'.
당연 너무 좋은 일 아닙니까!!!
물론 진단서 없었어도 이미 시력검사에서 측정불가였습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 전역한 친구들의 무용담과
군필자, 군미필자의 차이를 묘하게 느끼게 되고,
점점 위축되는 기분이 듭니다.
2년이란 시간을 벌어서 좋지만 결국은 눈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곤 합니다.
눈 좋은 분들.
이 밖에도 눈이 좋지 않으면 얼마나 큰 불편함을 느끼는지 참 많은 일이 있습니다.
전 그렇게 하고 싶은 운전도 못하고, 남들보단 흐릿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24년 살면서 제일 열받았던 게 뭔지 아시나요?
아폴로 눈병을 기억하십니까?
2002년 전국을 강타한 아폴로 눈병으로 인해
휴교령까지 떨어질 정도로 심한 질병이었더랬죠.
친구들은 너도나도 집에서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눈병에 걸리기 위해 서로의 눈을 비비고 비벼가며
자신의 소중한 눈을 망가트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눈만큼 소중한 게 없다고 봅니다.
만약 지금 당장이라도 앞을 볼 수 없다면?
아니 지금 당장 눈을 감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전 앞을 보지 못할만큼 눈이 나쁘진 않지만
생활하는데 크고 작은 불편함이 너무 많습니다.
15년간 안경을 쓰고 다닙니다.
남들처럼 라식, 라섹 수술로 시력을 교정하고 싶지만
의사 선생님은 눈에 이미 렌즈를 박아둬서 수술 불가능,
그러므로 지금 현재의 눈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임. 이라고 하십니다.
자신의 몸도 소중히 여길 줄 아시고,
몸의 8할을 차지할만큼의 위대한 눈을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눈이 불편한 분들께 적극적인 도움보단
속으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군대 안가서 좋겠다? 라는 말..
전 군대 가고 싶습니다. 보내주세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