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유독 불어오는 칼바람에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휘저으며 다닌다.
『 하늘아~ 제발 그 사람 가는 길 힘들지 않도록...』
어라.. 모르는 번호다. 지역번호가 경기권이네.
딸칵..
" ..여보세요? "
" 박규현(가명)씨 핸드폰 번호 맞나요?"
" 네.. 그런데요? "
" 안녕하세요. OO대 아동보육과 주임교수 박주희(가명) 입니다. "
.......
아무런 꿈도 욕심도 야망도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는
지루하고 따분하며 정해진 것에 따라가야만 하는 이 세상이
그토록 무의미함을 느끼곤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러 다니는 게 일상.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아무리 노력해봐야 정할 수 있는 대학은
얼마 없다는 현실이 그저 싫었다.
" 야~ 오늘 클랜전 하러 가자! 다 발라버려야지! "
같은 게임 클랜원의 수장(?)이 내뱉은 한 마디에
모두들 초 폐인 모드로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갔다.
" 아오! 야! 거기서 폭탄을 그 따구로 던지는 새끼가 어딨어!! "
" 야!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 진짜 존나 뭐라고 해대네. "
그저 의미없는 아우성으로 시끌벅적한 PC방 안.
" 어이~ 거기 학생들! 조금만 조용히 해! 시끄러워 죽겠네. "
' 아오~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
물론 모든이의 생각은 저리 했으나
" 아.. 네. 알겠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없는 게임의 연속이었지만
그 당시엔 미친 듯, 게임에 빠져든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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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예! 안녕하세요! "
" 네. 박규현씨. 이번 수시에서 저희 대학 아동보육과에 합격하셔서 이렇게 전화드렸어요. "
듣던 중 반가운 합격 소식.
" 아.. 네!! 감사합니다. "
" 아. 그럼 이번 25일까지 필요서류 등기우편이나 팩스, 직접 방문하셔서 제출하시면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 아.. 네.. 25일까지 보내드리면 되죠? "
" 네. 25일까지 보내주시고 다음 달에 등록금과 입학료 보내주시면 되요. "
" 그렇군요.. "
" 아참. 원랜 제가 직접 전화를 안 드리는데 남자 분이라서 전화 드려봤어요.
저희 과엔 남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호호.. "
' 아동보육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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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아! 언제까지 그렇게 놀고만 있을거야? 대학 안 갈거야? "
우리 엄마의 잔소리는 가면 갈수록 그 말의 뼈가 굵어진다.
" 아.. 간다고.. 지금 수시 넣었잖아. "
" 확인해 봤어? 몇 군데 떨어졌잖아. 그러길래 중학교 때 지금처럼만 공부했으면 됐잖아. "
" 아유.. 알았어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마음 편히 놓으시고 기다려주세요~ 네? "
" 에휴.. 알았다.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
드디어 끝난 잔소리..
그나저나.. 안경광학과 넣었는데... 붙었으려나...
- 불합격 -
' 에휴.. 또 떨어졌네. 아~ 모르겠다~ '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워 생각에 잠긴다.
' 아.. 뭘 해야할 지 모르겠네.. 하고 싶은 게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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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러세요? 혹시 저 말고 이번년도에 남자가 더 있나요? "
" 네. 박규현씨 포함해서 주간은 5명, 야간은 3명이 들어왔어요. 이번에 저희 과가 흥하려나봐요. "
" 아..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필요서류 보내드리고 등록금 낼께요. "
" 네~ 아참! 다음 달 12일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해요. 자세한 건 과사 조교가 전화 드릴거에요. "
" 네.. 알겠습니다. 그 때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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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가 한창이다.
" 넌 뭐하고 싶냐? "
" 몰라. "
" 아오! 새끼야. 너 아동보육과도 넣었다매. "
" 뭐 사회복지나 그런 거 하겠지. 저번에 봉사 갔을 때 할만해서. "
지난 겨울에 장애노인분들을 도와드리는 봉사를 했었는데
생각만큼 힘들지도 않고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 그런가? 합격했어? 수시 넣었잖아. "
" 모르지 뭐. "
" 에라이~ 븅신아! 왜 이렇게 무성의해. 몰라~ 니 알아서 해. 임마 ㅋㅋ "
또 옆에서 나불나불..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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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 합격했어!! "
" 뭐??? 진짜?? 어디 넣었댔지?? "
" 아동보육과!! "
" 아동보육과..? 거긴 뭐하는 데야? "
흠.. 아동이니까 장애아이들 돌보고 그런데 아닌가?
" 아이들 돌보는 곳이지. "
" 엥? 그런 걸 왜 했어? "
" 사회복지사나 하려고. "
부모님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그땐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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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남자이구요.
현재 만 4세(6세)반 15명의 아이들을 캐어하는
경력 5년차 당당한 남교사입니다.
요즘 가족사, 친구 이야기 등
소설틱한 연재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걸 보고
제 이야기를 조금은 각색해서 소설틱하게 써보려고 해요.
문학에 대해 관심도 없고, 글 맥락도 잘 모르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가끔 미니홈피에
판타지 러브러브 소설을 써보긴 했는데
창작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만 뒀거든요 ㅋㅋㅋ
근데 이번 이야기는 제 이야기를 쓰는 거라
창작하는 게 아니라 조금은 이어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지만
그냥 읽고 반응 보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책게에 썼는데 너무 안 봐주셔서..(슬픔)
자유게로 이동한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