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도가니'를 이어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국민들의 분노가 생겨났음을
새삼 와닿는 요즘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 보육교사입니다.
남자 보육교사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예. 있습니다. 많지만 않지만 생각보다 남자 선생님들 많이 있습니다.
저는 유아체육을 전공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활동하는 정교사 입니다.
3년이라는 경력 타이틀을 새기고 아이들과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렇게 오유에 들어와 글을 남기게 된 이유는
답답한 이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시고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또 그런 몰상식한 인간들이 있는 반면에
제 자식 키우듯 부모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까지도 열심히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5년 전, 아동보육이라는 전공을 선택하면서부터
제가 지금까지 어린이집 선생님이 될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덜컥 원서를 냈는데
합격을 했다는 소식에 대학의 환상을 품고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해야 할 과제물과 레포트,
현장실습과 본실습 등, 너무나도 많은 일에 지칠데로 지쳐
휴학도 자퇴도 고민했습니다.
눈이 나빠 군대 면제라는 판정을 받고
닐리리 놀자판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2학년 때 본 실습을 하고부터 생각이 바꼈습니다.
해야 할 업무들은 수두룩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맛본 뒤로
조금씩 어린이집 교사를 꿈꾸고
현재 3년동안 7세반 담임을 도맡아왔습니다.
남자교사라는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힘들 줄 알았는데
나름 열심히 한다고 노력해서인지 학부모님들은
절 믿어주시고 또 많이 배려해주셨습니다.
그런 고마우신 마음 때문이라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작년 이맘때 SBS 긴급출동 SOS에서
'공포의 어린이집' 편이 나오고부턴
혹시 내 아이도? 하시는 부모님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학부모님들이 실시간으로 CCTV화면을 보실 수 없지만
민간 어린이집에서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 각 반마다 CCTV가 설치하고
간혹 아이의 원 생활을 궁금해 하시는 어머님들께 보여드리곤 합니다.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으시는 원장님 덕분인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주시는 동료 선생님들 덕분인지
아무 탈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MBC 뉴스데스크에서 교사들의 여름방학 휴가로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라는 보도 때문에
저희 학부모님들은 아무 말씀 없으신데 괜시리 눈치보면서 휴원을 했습니다.
단면적인 부분만 극대화해서 일방적 보도로 인해
기분 좋아야 할 휴가마저 눈치보기 바쁩니다.
그거 아세요?
어린이집 선생님에겐 월차, 연차, 조퇴, 결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한 반에 1명의 선생님이 배치되는 현실에서 나 하나 편하자고
10~15명이 넘는 아이들을 다른 교사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이 직업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번 뉴스에서 보여진 CCTV 화면을 보면서
정말 저런 인간이 교사인가? 싶었습니다.
교사같지 않은 인간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께
피해가 될까봐 걱정이 앞섰는데 결국은 많은 분들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계십니다. (유아관련 사이트에서)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 땅에서의 보육현장은
그야말로 천대받고 홀대받는 현장 중 하나입니다.
교사 대 아동비율이 정해져있지만
나아지지 않는 처우개선과 국립과 사립의 국가지원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우린 너흴 감시할거야. 우리가 원하는 걸 그대로 따라해줘야해.
이렇게까지 하면서 너희가 살아남을 수 있으면 살아남아봐. 그럼 지원금 대줄께.'
라는 보이지 않는 협박으로 사립 어린이집 죽이기에 앞장서는
국가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던지요..
어린이집 폭행관련 기사에 댓글을 봤는데 어린이집 교사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더군요.
"돈타령 하지말고, 애들 보기 싫으면 하지마.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면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돈만 축내는 돈벌레들아."
글을 쓰면서도 손이 부르르 떨립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몰상식한 인간들에게
분노한 마음으로 내뱉은 말씀이겠지만
여타 다른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입니다.
교사도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아이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활동을 하지만,
교사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에 급여 문제에선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 직업이던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가해자의 인성과 자질 문제입니다..
정말 속이 상하네요..ㅜㅜ
오유인 여러분들.
두서에 맞지 않는 긴 글 읽어주시느라 감사합니다.
오유인 여러분들..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똥은 똥이지. 된장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많이들 심기 불편하시고 열받으시겠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열심히 일하시는 선생님들께
응원과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 정부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정작 도움주어야 할 사람들을 등한시 하는 나라입니다.
어제 추적 60분에서 재개발 문제로
상인들의 고충을 다루는 내용을 시청하던 중에
마지막 상인이 하신 말씀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 돈 있는 사람들은 돈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뭉치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저 멀리 쫓겨나고 있다. "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이 국공립 보육교사에게 처우개선을 더 해줘야한다며
떠들어대지만 과연 이루어질까요?
이 나라 대한민국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가해자에겐 심한 채찍을, 선량한 사람들에겐 포용과 사랑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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