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바탕글>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P> <P class=바탕글>그녀는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는지 머리에 소북히 눈이 쌓여 있었다. </P> <P class=바탕글>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P> <P class=바탕글>그녀에게 이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 그를...</P> <P class=바탕글>갑자기 그녀 앞에서 번쩍이는 선광이 비추었다. </P> <P class=바탕글>그녀는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했던 16년 전 그 날을 회고한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녀는 태어났을 때 부터 너무나 병약해서 거의 밖으로 </P> <P class=바탕글>나간 적이 없었다. </P> <P class=바탕글>5살이 되던 해, 그녀는 부모님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P> <P class=바탕글>태어나서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집 밖으로의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P> <P class=바탕글>그녀는 집 뒤 쪽에 있는 조그마한 산(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은 언덕)에 올랐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 정상에 오른 그녀는</P> <P class=바탕글>커다란 나무 옆 잔디에 앉아 </P> <P class=바탕글>햇살이 따뜻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P> <P class=바탕글>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장관을 지켜볼 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렇게 그러한 경치를 보던 중</P> <P class=바탕글>갑자기 산에 오르느라 썼던 체력의 소모와 빈혈로 </P> <P class=바탕글>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얼마나 지났을까?</P> <P class=바탕글>정신을 차리고 보니 머리에는 차가운 손수건이 올려져 있고</P> <P class=바탕글>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있었던 것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깜짝 놀라 </P> <P class=바탕글>그녀가 일어나려고 하니 </P> <P class=바탕글>그가 말했다. "괜찮아~ 조금 더 누워 있어도 돼"</P> <P class=바탕글>어리게 보이는 그의 외모와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중저음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 둘은 </P> <P class=바탕글>노을 지는 마을을 그렇게 한동안</P> <P class=바탕글>물끄러미 쳐다보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윽고 그가 말했다.</P> <P class=바탕글>"만약 이 장소에 눈이 내린다면 그건 내가 당신의 대한 그리움으로 </P> <P class=바탕글> 눈의 결정체가 되어 쌓이는 거야~ </P> <P class=바탕글>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하지만</P> <P class=바탕글> 당신는 이걸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텐데..</P> <P class=바탕글> 함박눈이 내리면 나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는 그녀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말을 되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는 서서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P> <P class=바탕글>"잘가 ~ "</P> <P class=바탕글>그녀가 뒤 돌아보니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P> <P class=바탕글>그녀는 다시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P> <P class=바탕글>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P> <P class=바탕글>부모님께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하려 했지만</P> <P class=바탕글>왠일인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P> <P class=바탕글>무언가 따뜻했던 기억이라는 것은 잔상으로 남지만</P> <P class=바탕글>말하려고 하면 어느새 그 기억이 휘발류처럼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P> <P class=바탕글>그리고</P> <P class=바탕글>그 사건이 있은 후 </P> <P class=바탕글>그녀는 몸이 제법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P> <P class=바탕글>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녀는 도시로 이사를 했고,</P> <P class=바탕글>그와의 추억은 모두 잊은 채</P> <P class=바탕글>그리고 조금씩 남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렇게 16여년의 세월이 흘러간 겨울 어느 날</P> <P class=바탕글>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는</P> <P class=바탕글>어느새 눈이 내려 버스 창가에 눈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P> <P class=바탕글>창가쪽에 앉아 있던 그녀는 </P> <P class=바탕글>창가에 붙어 있는 눈을 보다가 </P> <P class=바탕글>어둠속에서 갑자기 빛이 솟아나는 것처럼</P> <P class=바탕글>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에 대한 생각이 나기 시작하더니</P> <P class=바탕글>마지막에 했던 "당신을 기다릴께~" 란 말이 머리속에 울려퍼졌다. </P> <P class=바탕글>그녀는 바로 버스에서 내려</P> <P class=바탕글>어렸을 때 살았던 그 동네로 </P> <P class=바탕글>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헉 헉"</P> <P class=바탕글>숨을 몰아쉬며</P> <P class=바탕글>16년전 꼬마시절 올랐던 그 언덕 커다란 나무에 </P> <P class=바탕글>올라가서 </P> <P class=바탕글>그녀는 미친 듯이 그 기억에 쫓으며</P> <P class=바탕글>그를 찾았지만 </P> <P class=바탕글>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P> <P class=바탕글>그녀는 눈을 맞으며 그 자리에 서서 </P> <P class=바탕글>그날 그와 같이 봤던 경치를 떠올리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그러다 갑자기 하늘에 커다란 성광이 반짝하더니</P> <P class=바탕글>물체 하나가 그녀가 있는 자리로 떨어졌다. </P> <P class=바탕글>무서웠지만 그녀는 그 물체로 조금씩 다가갔다. </P> <P class=바탕글>가까이 가본 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P> <P class=바탕글>거기에는 그녀가 애타게 찾던 그가 있었던 것이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러나 그는 예전의 아름답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P> <P class=바탕글>얼굴은 곧 죽을 것처럼 심하게 주름이 잡혀 있었으며</P> <P class=바탕글>화려했던 그의 옷은 예전의 그 옷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P> <P class=바탕글>낡고 구멍마저 여기저기 나 있었으며</P> <P class=바탕글>누구한테 심하게 맞았는지 몸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녀는 입고 있던 겉옷으로 그를 덮고</P> <P class=바탕글>그를 흔들었다. </P> <P class=바탕글>잠시 후 그는 가느다란 눈을 뜨며 그녀의 얼굴에</P> <P class=바탕글>그 쭈글쭈글한 손으로 볼을 만지며 </P> <P class=바탕글>말을 했다. </P> <P class=바탕글>"아 소녀...정말 와 주었네..</P> <P class=바탕글> 나를 잊은 줄 알았는데..</P> <P class=바탕글>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는 조금씩 힘겹게 말을 이었다. </P> <P class=바탕글>"난 원래 하늘나라에서 일하는 하느님의 비서야 </P> <P class=바탕글>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빛을 가지고 있는데 </P> <P class=바탕글> 어느날 하늘에서 일하다 보니 너무나 이쁜 빛이 보이는 거야</P> <P class=바탕글> 이 빛은 너무 이뻐서 자꾸 신경이 쓰였어 </P> <P class=바탕글> 그래서 그 빛이 궁금해서 몰래 하늘의 망원경으로 내려다 봤는데</P> <P class=바탕글> 아주 작은 소녀 그래 너였던 거야.. 근데 그 빛이 너무 약해 곧 없어질거 같더라고..</P> <P class=바탕글> 그래서 기회를 보다가 </P> <P class=바탕글> 그날 산에 오른 너를 보고 내려갔던 거야..</P> <P class=바탕글> 너를 보고 오니 얼마 안 있어 하늘에 니가 오는게 안타까워서 </P> <P class=바탕글> 그날 나는 생사부를 뒤져서 너의 수명을 80으로 고쳤어...</P> <P class=바탕글> 그 일로 나는 곧바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P> <P class=바탕글> 하늘나라의 교도소에 갇혔고 </P> <P class=바탕글> 너를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매년 내 눈물을 눈으로 바꿔서 창 살 사이로 내려보냈어</P> <P class=바탕글> 혹시라도 나를 기억해 줄까 해서</P> <P class=바탕글>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인 너를 보고 싶다고 하느님께 청해서</P> <P class=바탕글> 이렇게 내려온거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여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P> <P class=바탕글> 그는 피를 한모금 입밖으로 뿜어냈다. </P> <P class=바탕글> "그...그래도 이렇게 이쁘게 자란 것만 봐도 </P> <P class=바탕글> 나는 여한이 없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그의 얘기를 듣고 있던 그녀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P> <P class=바탕글> "안돼...이렇게 만났는데...이렇게...갈 순 없어"</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그는 사랑스런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P> <P class=바탕글> "슬퍼하지마...내 육신은 여기까지지만 난 눈이 되서 </P> <P class=바탕글> 언제나 너를 지켜볼꺼야.."</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이윽고 그는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P> <P class=바탕글> 그렇게 눈을 감았다. </P> <P class=바탕글> 그가 죽자 그의 시신은 노란색으로 빛이 나며 사라져 갔다.</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P> <P class=바탕글> 오열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어느날 그녀는 아이와 함께</P> <P class=바탕글> 그 산을 다시 올랐다. </P> <P class=바탕글> 그 날도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아이가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엄마 왜 매년 여기에 오는 거야?"</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추억에 잠기듯 눈을 감았다가</P> <P class=바탕글> 뜨며 말했다. </P> <P class=바탕글> "엄마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기다리니깐"</P> <P class=바탕글>그녀와 아이 머리위에</P> <P class=바탕글>눈은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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