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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철전열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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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60594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8
    조회수 : 2202
    IP : 175.201.***.150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5/12/30 13:14:05
    http://todayhumor.com/?military_60594 모바일
    고스트 장기왕(들)
    어느 부대나 간부들은 병사들이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더라(아닌데도 있다고 한다.) <div>좁은 곳에서 군생활했기에 직접본 것은 적지만,</div> <div>육해공해병대에 병-부사관-장교-군무원 출신 지인들이 있어 들어본바로는...</div> <div>역시나 우리 행보관님이 甲이셨다.</div> <div><br></div> <div>축구 한판 농구 한게임 밖에 동시에 소화하지 못하는 좁디좁은 독립중대연병장. </div> <div>20대 끓어오르는 혈기를 분출할게 그것밖에 없는 병사복지의 사각지대 표본급 독립중대인지라,</div> <div>비가 오던 눈이 오던 날이 좋던 달빛에 공만 보이면 축구든 농구든 족구든 탁구든 체력단련장이든 뭐든 몸을 움직여댔다.</div> <div><br></div> <div>체육전공 ROTC중대장횽이야, 자기 특기적성인지라 회식없으면 우리랑 공차고 들어가곤했지만,</div> <div>우리 행보관님은 우리가 공놀이만 하면 물가에 새끼를 내놓은 어미마냥 안절부절하셨다.</div> <div>작업 좀 할라치면 조금만 이슬비만 내려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안개가 조금만 껴있어도, 서리라도 내려있어도, 일교차가 5도 이상만 벌어져도,</div> <div>이런 악천 후에 작업은 무리아니냐며 투덜대기나 하는 놈들이, </div> <div>공찰때는 천둥번개가 쳐도 뛰어나가싸돌아다니니 행보관님이 이뻐할래야 이뻐할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렇다고, 행보관님이 진급에 눈이 멀어그러는것도 아니셨다.</div> <div>부사관의 최고계급은 원사는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다시었고, 정년은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만큼만 남으신 분이었다.</div> <div>중대장횽도 나랑 군생활 수십일차이밖에 안나는 말년ROTC였고, </div> <div>진급에 조큼 목을 맬거라 생각했던 3사출신 소대장도 축구를 (정말 좋게 봐줘도 잘하는편은 아니었음)좋아하는지라, 이러다 다쳐서 진급못하면 내 팔자지 뭐ㅋ 내 밑으로는 다 발안보이게 뛰어ㅋ라고 하던 유쾌한 사람이었다.</div> <div>그저, 젊은 시절, 여느 군인들처럼 축구를 즐겨하시던 행보관님은, 축구하다가 크게 다치셔서 군생활 접을뻔했던 자신의 경험때문에, 우리가 공차다가 다치는걸 극도로 경계하실 뿐이었다.</div> <div>그래서 다른 간부들 점호와 달리, 행보관님 점호는 다친다고 구보도 없었고, 국군도수체조도 딱딱 끊어서하면 다친다고, 어느 아침 중국의 공원에서 태극권을 즐기는 중국인들마냥, 흐느적거리며 해야했다. </div> <div><br></div> <div><div>이거 중대에 내 편은 없군.이라며 행보관님은...</div> <div>우리가 뭔가 공놀이만 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연병장 간이단상에 올라가 우리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시다가,</div> <div>경기가 과열되어 조금이라도 위협적인 동작을 선보인다치면 "이 새끼가!!!!!"라며 경기 중인 연병장에 난입하여,</div> <div>즉시 가해자의 구렛나룻을 잡고 연병장 밖으로 내치어 퇴장시키셨고, 그런 일이 한 경기에 2번이상 벌어지면, 바로 몰수게임을 선언하셨다.</div> <div>(원사한테 뒷덜미잡혀 끌려나가는 소위 본 적 없음 말을 마세요.)</div> <div>군대축구란게 드로인 코너킥 핸드볼 말고는 경기가 멈출 일이 없는데, 우리 중대는 행보관님의 "이 새끼가!!!!!"라는 호통소리가 레프리의 휘슬소리와 같았다.</div></div> <div><br></div> <div>20대 혈기에 조금만 승부욕이 가열되면 최하가 피보고 조금만 더 나가면 금가고 뿌러지는게 군대축구인지라,</div> <div>그러다 정말 크게 다치면 행보관님은 급히 자신의 차에 환자를 싣고 시동을 걸며 어딘가로 전화하셨다.</div> <div>"위병소!!! 나여!!! 지금 환자나가니까 위병소에 바리게이트 다 치워!!!"</div> <div>그렇게 행보관님+선탑 서무계+환자+환자놈 분대장 넷이 읍내병원으로 내달려 행보관님 사비로 치료를 받고,</div> <div>중국집에서 행보관님이 사주시는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으며, 국문을 당하는 대역죄인의 심점으로 행보관님의 추상같은 꾸지람을 들어야했다.</div> <div>의무실을 두고 읍내병원으로 간 이유는, 군의관횽 전공이 "피부과"라...행보관님이 미리 양해를 구해놓았고...</div> <div>분대장만 10개월을 한 나는, 머리가 생각한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운동신경제로 몸치들만 모인 분대를 이끌던 죄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주 행보관님과 읍내로 동행하는 편이었고, 그만큼 혼이 났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복귀하면 군장도 돌아야지. 휴가도 짤려야지. 다친 놈 수발도 들어야지. 다친 놈 경계작전도 땜빵나가야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친 놈한테 야. 잠이 오고, 밥이 넘어가냐? 며 분대원들은 그 놈 밥타오고, 침구류 정리해주고, 빨래 돌려주며, 츤츤댈뿐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환자가 발생하면, 스읍~어쩔 수 없지. 조심히 뛰어놀아야겠어.가 아니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 행보관님은 중대에 동그란 것은, 각자 몸에 달린 두짝들 빼고는 다 수거해서, 당신의 차 트렁크에 싹 다 싣고는 퇴근하셔버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시에는 그런 표현이 없었지만, 지금 러시아 푸짜르의 대유럽압박카드인 "잠가라밸브"에 버금가는 "잠가라트렁크"였고, 효과는 엄청났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 겨울. 단 한 주만에 </div> <div>축구하다 갈비뼈 금가서 웃지도 못하는 놈.</div> <div>농구하다가 발목을 삐어 발목두께가 허벅지만큼 된 놈.</div> <div>탁구하다가 어깨빠져서 군인 주제에 앞에 총도 못하는 놈.</div> <div>벤치프레스하며 힘 빡주다가 혀 제대로 깨물어 안그래도 바쁜 취사병에게 죽을 만들어 대령하게 만드는 놈.</div> <div>까지, 다양한 환자가 발생하여 행보관님이 제대로 흥!!칫!!뿡!!!하게 만든 때가 있었다.</div> <div><br></div> <div>어지간하면 체력단련장이랑 탁구까지는 금하지 않으셨는데, 탁구채도 다 수거해가고, 체력단련장 열쇠까지 들고가셔버려서, </div> <div>다들 몸이 근질근질해서 죽으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div> <div><br></div> <div>작업나가서 그 엄동설한 땡땡언 땅에 삽질 곡괭이질도 몸쓰던 애들이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고,</div> <div>자진해서 연병장에서 수십바퀴 뜀걸음하는 애들이 나타났고,</div> <div>거의 명절때만큼 PX매출이 발생하자, PX관리관이 뭔일났냐며 매일 찾아오곤 했다.</div> <div><br></div> <div>운동좋아한다고 잘못 소문이 나서, 매일매일 강제로 뽈을 차야했던 나는,</div> <div>매일 내무실 방바닥에서 뒹굴거리는 본래 휴식모드로 들어갈수 있게되어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div> <div>그 짓도 삼일이 넘어가자,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div> <div>하릴없이 뜀걸음도 해봤는데, 늦게 배운 담배에 맛들려 개꼴초였던 시절이라, 연병장 반바퀴가 내 한계였고,</div> <div>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얼핏 뵌것같고, 일단 너무 추워서 다시 내무실로 들어왔다.</div> <div><br></div> <div>내가 그렇게 몇분 만에 내무실로 들어오자, 일이등병들이 긴장을 했다.</div> <div>오랜 분대장 생활 중이라, 몸이 한가하면 일단 일을 만들어 잔소리하는 스타일이라, 짧은 평화는 가버렸구나...라며. </div> <div>당시 일이등병도 병장들이 테레비안보면 마음껏 만질수 있던 리모콘을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div> <div><br></div> <div>"분대장님. 내 장기 가르쳐주시지말입니다."</div> <div>취미가 절대 운동이 아닌, 꽤 친한 후임이 내게 말을 걸었다.</div> <div>"장기? 갑자기 왜?"</div> <div>"내 요즘 한자공부하잖습니까. 장기알에 한자가 쓰여있으니까 공부삼아 해보려고 말입니다."</div> <div>"내 가르침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데 괜찮겠냐?"</div> <div>학창시절, 공부를 나보다도 안했던 이 후임은, </div> <div>어느날 중대장횽의 명으로 소대원들 이름을 붓펜으로 한자로 적고 있었는데, </div> <div>와~분대장님. 한자 읽고 쓸 줄 압니까로 시작된 질문이, 한자는 각자 뜻을 가진 글자들이 모여 한 글자로 뜻을 가진다.라는 나의 말에 충격을 받아, </div> <div>집에다가 천자문책을 보내달라해서 공부하던 아이였다. </div> <div>공부에 취미가 없다뿐이지, 머리는 좋은 친구인지라, 외우기는 금방 외워대서 다들 깜짝 놀랬던 기억이 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소대물통받침대로 쓰고 있던 습기 잔뜩 먹어버린 장기판이 몇개월만에 본래 역할을 하기 위해 꺼내졌고,</div> <div>몇개가 사라진 장기알은 PX에서 라면상자를 뜯어내어 대충 오려붙이고, 파란색 붉은색 매직으로 적어넣어 보충했다.</div> <div>한쪽 마상포차를 다 떼어주고, 각자 가는 길과 몇몇 수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하며 몇판을 진행하다보니...</div> <div>나조차도 오랜만에 하는 장기에 푹 빠져버렸고, 이 후임도 슬슬 요령을 알게되자 내 부연설명을 안 듣고도 착착 공수를 해나갔고, </div> <div>우리 주위에는 몇명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감사합니다. XXX-XXXX번입니다...아. 야. 잠깐만. X병장님. 소대 휴가복귀자 전화입니다."</div> <div>"어. 줘봐. 어. 니 분대장이시다. 집에서 출발했냐??? 충성은 와서 하시고, 너 지금 얼마있냐??...어. 너 올때 읍내 문방구가서 장기알 3세트. 장기판 그 반으로 접어지는거. 싼걸로 3세트 사와. 돈줄테니까. 부족하면 같이 복귀하는 애들한테 빌려서라도 사와. 돈줄테니까. 야. 너 복귀 몇시간 빨리 할 생각없냐???...아니, 너가 보고싶은게 아니라, 장기판이랑 장기알이 필요해서 그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겨울에 공도 못차, 너무 빨리 월급소비해버려 PX도 못가, 테레비는 보는 채널만 봐서 물려...</div> <div>우리에게 장기라는 이 오락은 신선을 뛰어넘어 컬쳐쇼크급의 파급력을 보였다.</div> <div><br></div> <div>소대당 하나 밖에 없는 장기판과 장기알로 부족해 종이로 판과 알을 만들어서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이등병때, 내무실 바닥장판 쪼가리로 화투장을 만들어 보일러실과 수공구실을 오가며 연초나 PX를 걸며 상습도박을 벌이던, </div> <div>병장파일당들이 행보관님에게 일망타진 당한 이후로, 유희는 오직 공놀이뿐이던 이 중대에 장기열풍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div> <div>처음에는 행보관님도, 다시 병장파의 부활인가???라며 잠시 경계를 하셨지만,</div> <div>그때가 마침 연초도 월급도 떨어지던 때라, 걸것도 없어서 비슷한 짬에서나 딱빰이나 손목때리기 정도 밖에 판이 안커져있었기에 그 의심을 푸셨다.</div> <div>그리고 처음에 장기를 두던 멤버들이 내기같은걸 싫어하던 퓨어한 인물들이라 내기나 도박같은게 성립될 수가 없었다. </div> <div>그리고 간부들도 중대원 소대원들과 장기를 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병력관리도 수월해지는것을 느껴, 중대에 장기열풍이 아니 불 수가 없었다.  </div> <div>1주일쯤 지나서 행보관님이 트렁크에 공들을 다시 풀어주셨지만, 이 장기열풍은 가실 줄을 몰랐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음...여기서 마를 전진시키면...이 쫄보가 포를 물리겠지??? 고럼 저쯤에 상을 올리면 외통수네ㅋ.'</div> <div>"자. 간다."</div> <div>"으흠.으흠!!!"</div> <div>"에헤이!!!!"</div> <div>"하..."</div> <div>"뭐??? 왜???"</div> <div>"아. 생각안합니까? 그렇게 마올려버리면, 쟤가 차로 밀어버리면 어쩔려고 그럽니까."</div> <div>"어...어...ㅆㅂ 진짜네...고맙다. 근데 고참한테 뭐 임마???"</div> <div><br></div> <div><div>전국팔도에서 모인 놈들 아니랄까봐, 전국의 온갖 장기꾼들이 우리 중대에 모여있었다.</div> <div>차마상-마상차, 차마상-상마차...등등 처음에 놓는 스타일도 제각각이고,</div> <div>나같이 처음부터 왕 앞에 포로 막아놓고 시작하는 스타일이 있는가하면,</div> <div>최강희 감독님이 전북현대감독을 맡아 아시아축구에 "닥공"이라는 개념을 선보이기 전부터, </div> <div>시작과 동시에 다섯 졸을 계속 전진시키며 닥공을 시전하는 스타일등등...</div> <div>온갖 사파가 난무하고, 내 문파가 전통오리지날이라며 입배틀이 벌어지고...</div> <div>남의 플레이에 훈수질을 하며, 아바타놀음에 빠진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div> <div>지면 딱밤이든 손모가지든 맞는건 플레이어지만, 이기면 내가 훈수둬서 이겼으니 내가 때리마.라며 나대는 놈까지 나타났다.</div> <div>장기는 히카루 혼자 두는데, 후지와라노 사이는 몇놈씩 빙의해서 달라붙으니, </div> <div>한몸뚱아리를 차지하겠다고 지박령들 몇놈이 지들끼리 싸워대고, 장기두는 놈은 신병이 들려 죽을 지경이었다.</div></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축구도 입축구가 제일 쉽고 재밌고,</span></div> <div>스타도 입스타가 제일 쉽고 재밌고,</div> <div>바둑도 입바둑이 제일 쉽고 재밌다.</div> <div>이건 앉아서도 누워서도 일어나서도 할수 있을 정도로 동작에 제약이 없고, </div> <div>혓바닥이랑 자존심만 있으면 되니 체력소모도 적었다.</div> <div>내 말대로 해서 잘되면 내탓이고, 안되면 히카루, 니가 못난 놈이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그래서 기성용이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고 싸이월드에 핵폭탄을 냅다 꽂아버렸고,</div> <div>내가 스타를 그만둔 이유가, 안그래도 못하는데 PC방에서 개초딩놈들이 뒤에서 비웃으며 조언질을 해대서이고,</div> <div>바둑은 뒤에서 진심으로 알려줘도 할줄을 몰라 들어처먹질 못해 아바타 구실을 못해 그만 둔거였다. 나는 히카루가 아니거든ㅋ</div> <div>나는 게임도 누가 훈수질하는 온라인게임은 일절 안하는데, 그나마 하던게 테트리스였다.</div> <div>다들 막대기만 꽂아넣느라 키배를 안해서 조용히 게임을 할 수 있어서였다.</div> <div>이런 멘탈이라 게임만 하면 모르는 사람이 부모님 안부를 여쭙는다는 LOL같은 게임은 언감생심이다.</div> <div><br></div> <div>그나마 그때 나는 중대에서 쓰리고던 상태라 잣같으면 짬으로 밀어버리기라도 했지만...</div> <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 니들 장기안두냐? 소대에 장기판 남아있던데?"</span></div> <div>전반야나가기 전, 빨래는 해두고 가려고 한 겨울 찬물에 손 호호불어가면 브레이브맨 빤스랑 양말 대충 빨아 빨래건조장에 널러가는데, </div> <div>평소에 내무실에서 장기를 참 재밌게 두던 이등병애들이 벤치에 앉아있길래 말을 걸었다.</div> <div>"충성. 경계작전나가십니까?"</div> <div>"어. 형은 전반야여. 니들이 장기판안잡고 있으니까 뭔 일 있나해서. 누가 분대장들 몰래 이등병들 장기통제했냐???"</div> <div>"아...아닙니다!!!"</div> <div>"야야. 형한테는 사실대로 말해도 돼. 웃고지낼일없는 군대에서 겨우 장기로 중대가 대동단결하여 웃고지내는데 어떤 새끼여?"</div> <div>"저...그게 아니고 말입니다..."</div> <div><br></div> <div>이등병 하나가 내 동기랑 장기를 두고 있었다.</div> <div>항상 운동만 해대다보니, 두뇌까지 그뉵그뉵하게 되서 머리가 참 안 굴러가는 내 동기인지라, 승패는 뻔하지만...</div> <div>모든 운동이 통제된 상황이라 할 건 이것밖에 없고, 그런데 하다보니 이게 또 꽤 재미있는지라 내 동기도 장기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div> <div>온 몸뚱아리가 그뉵그뉵한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승패는 깔끔하게 인정하는 친구라, 이등병애들도 내 동기랑은 뒷끝걱정없이 장기를 두곤했다.</div> <div>"...야. 차 전진해."</div> <div>"잘못들었습니다???"</div> <div>"아. 거기서 차를 저기 상옆으로 보내면 C병장 외통몰리잖아."</div> <div>"야. 저리 안꺼져? 나랑 애랑 두는데, 왜 와서 쥐뢀이야?"</div> <div>"보고있자니 갑갑해서 안 이랍니까? 그래두면 한방인데, C병장 잘못한다고 장난치는것 같아서 그랍니다."</div> <div>"못하는 놈이랑 하면, 잘하는 놈이 장난질쳐가면서 할 수도 있는거지. </div> <div>그리고 그렇게 들리게 알려줘버리면 나도 피하겠다. 이렇게 포 올려버리면 어쩔건데???"</div> <div>"어???...그게 그렇게 되네???"</div> <div>"훈수둘거면 가서 니 주특기나 공부해라. 오늘 점호때 한번 개털어줘?"</div> <div>하지만, 그렇게 멘탈이 흔들려버린 이등병애는 계속 실수를 반복하다가, 내 동기의 사상 첫 승 제물이 될뻔했고, </div> <div>동기는 이등병애 흔들리는 멘탈을 보다가 아이씨!!!! 저새끼땜에 흥 다 깨졌네!!!라면서 장기판 엎어버리고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 관물대에서 새 연초빼서 담배피러 나갔다고 한다.</span></div> <div>잡았다 요놈. 어째 한 갑이 비더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X분대장님. 행정보급관님이 각 소대 선임분대장 중대장실로 오시랍니다."</div> <div>2주에 한 번. 행보관님은 화장실 똥간마다 배치된 "마음의 소리함"을 따서, 영창보내야 할 놈은 누구누구인가 파악하시고, 경을 치신 후에,</div> <div>사소한 것들은 선임분대장들 불러 이런저런 불평불만이 재기됐으니, 조치하라. 고 명을 내리셨다.</div> <div>물론, 그걸로 뒤처리가 아닌, 뒤끝이 발생하면 선임분대장은 행보관님과 일대일 맞춤식 미니유격훈련을 하게 된다.</div> <div>"분대장들"이 아니라, 각 소대 "선임분대장"만 부르시는 이유였다. 빠르고 쉽게 조지기 위해서.</div> <div><br></div> <div>"어뗘? 분대원들 불만은? 그동안 행정보급관이 공 못차게했다고 심심해 죽겠다고 안해?"</div> <div>"요즘 다들 장기에 빠져있지 않습니까ㅋ. 춥기도 하고...운동하는 애들은 다시 볼 풀어주셔서 알아서들 하니까 별 불만은 없습니다."</div> <div>"그려?"</div> <div>행보관님은 "마음의 소리함"에 접수된 내용을, 당신의 필체로 다시 옮겨적은 것들을 보여주셨다.</div> <div>(필체알아볼까봐, 우리한테 보여줄때는 자기가 옮겨적은걸로 보여주시는 꼼꼼한 분이셨음.)</div> <div>예전같이 어떤 새끼가 갈궈요. 어떤 새끼가 욕해요. 어떤 새끼 너무 안 씻어서 냄새나요. 집에 가고 싶어요.같은 내용은 한 줄도 없고,</div> <div>장기둘때 훈수대는 놈들, 승패가지고 뒤끝쩌는 놈들 때문에 죽겠다는 일이등병들의 불만사항들이었다...</div> <div>"행정보급관이 말여, 니들이 오순도순앉아서 머리써가며 장기두고, 내무실에 웃음꽃이 펴서 참 흐뭇해. 보기도 좋고.</div> <div>그런데 요즘보면 이등병들은 내무실 밖에 돌아다니고, 상병장들만 장기판붙잡고 앉아있더라고."</div> <div>행보관님은 절.대.로. 일이등병들은 제재하고 상병장만 풀어지는 그런 꼴은 못봐주시는 분이라, </div> <div>이거 잘못 걸리면 군장내지는 휴가통제까지 가기 때문에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차게 식는게 느껴졌다.</div> <div>"잘혀. 내가 니들은 다 믿으니까, 이번 건은 길게 말 안하겄어. 금지도 안 시킬거고...</div> <div>그런데...사적제재걸다 걸리고 애들 노는데 훈수두고 하면...다들 알아서 혀."</div> <div>"아...알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이 놈의 훈수질은 아편과도 같은지라, 자기도 당하면 좀 짜증나는걸 알면서도 하게 된다.</div> <div>이 놈의 시아가 성불을 못하고 중대에서 떠도니, 훈수질은 멈추지를 않았고,</div> <div>옆소대에서 훈수질에 일병이 짜증을 냈고, 훈수하던 상병이 쳐돌았냐며 뭐라하다가 걸려서, 걔네 둘은 사이좋게 군장을 돌며 화해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일이 터지자 나는 점호 때, 행보관님이 요즘 장기둘때 생각없이 훈수두는 거, 지켜보고 계시니 주의하라고 알려야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중대의 장기열풍은 윗선의 개입과 내부의 문제, 봄이 다가오며 다시 공놀이로 관심이 쏠리자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 들었고...</div> <div>어느 말년이 장기두다가 흥분하여 "장군이요!!!"하며 알을 탁!!!내려놓다가 손톱이 부러져 장기판에 피를 보는 일이 발생하여, </div> <div>행보관님이 잠시 중대의 장기알과 판을 모두 수거하시며 쐐기를 박아버렸다.</div> <div>그 말년의 상대가 행보관님이었다는게 함정.</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참고로 이 장기열풍은 겨우 3주를 못 갔다. 그리고...</div>
    출처 군시절,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감사합니다. XXX-XXXX번입니다...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당직부사관님. 휴가복귀자 전화입니다."

    "어. 줘봐. 어. 니네 분대장이시다. 집에서 출발했냐??? 충성은 와서 하시고, 너 지금 얼마있냐??...
    너 들어올때, 돈줄테니까. 읍내 문방구가서 바둑알 싼걸로 사가지고 와.
    알까기 할려는데 장기알은 너무 아프니까, 바둑알로 하게 사가지고 와. 야. 너 몇시간 일찍 복귀할 생각없냐???
    미친놈아. 남자를 왜 보고 싶어.  알까기 할 바둑알님이 보고 싶어서 그래. 너 말고 바둑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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