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키스 상대는 그로부터 얼마 후, 그래 사귀자사겨. 하고 여자친구가 된 애였다. 고등학생때였다. <div>내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당한 그 여자애는 내 싸다구를 날렸고, 눈이 퍽 안좋았던 나는 내 안경이 저멀리 날아가는걸 진짜 똑똑히 보았다.</div> <div>볼 수 밖에 없었지. 그 쪽 방향으로 고개가 150도 쯤 꺽였으니까.</div> <div>졸라 아픈 와중에도 "역시 내 여자다!!!"라고 쎈 척 하자, 그 애는 친절하게도 돌아간 고개의 발란스를 맞춰주고자 반대쪽 싸다구도 갈겨주었고, 그 쪽으로도 한 150도는 아니고 90도 쯤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양손잡이 였으면 완벽하게 발란스 잡았을건데...</div> <div>그렇게 기독교신자도 아닌데, 예수님의 말을 충실한 이행한 나였고. </div> <div>그 애랑 헤어지고 초등학교 반창회 못가고 있다. ㅇㅇ 6학년때 같은 반이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11살...애가 초등학교 입학할때 빠른년생이라 이미 대학생이었던 나와 이 아이는 단 한번도 같은 학창생활을 영유한 적 없는 아이였다.</div> <div>나는 국민학교 졸업하고 애는 초등학교 졸업함.</div> <div><br></div> <div>군대있을때 위병소에 잇으면 초등학교가 부대 근처에 있어서 종종 하교시간에 부대 앞을 지나가거나 엄마아빠가 군인이면 관사로 하교하곤 했는데,</div> <div>딱 D만한 나이대 여자애들 보고 무슨 생각했냐면...아무 생각없었음. 그냥 옆 부락 애들 1,2,3이 지나가나보다. 이 정도.</div> <div><br></div> <div>D와 나의 나이차이가 그랬고, 그 어린 나이에 삶에 치여 있어서 그랬지. D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였다.</div> <div>그에 비해 나는, 약 3년전...딱 추석 그 즈음에 10년 사귄 여친에게 씨원하게 차이고, 한때 회사에서 정당한 사유로 해고통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술에 찌들어 살기도 하며, 몸이고 마음이고...특히 안 그래도 상태 안 좋던 얼굴이 정말 폭삭 상해버려서, 그 전에도 성공한적 없지만 이제 얼굴로 여자만나는걸 포기하고 살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10년 사귄 여자한테 채이고 나니까 상실감에 연애에 대한 의욕이 쑥 사라질뿐만 아니라, 연애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div> <div>D의 갑작스런 입맞춤은 안 그래도 피곤하고 멍청해서 제대로 활동안하던 두뇌의 활동을 깔끔하게 중지시켜버렸다.</div> <div><br></div> <div>왜 폭풍칠때 컴터하다가 번개 잘못 떨어지면 컴터 아작나고 그러잖아. 연기도 난다드만.</div> <div>아마 내가 그때 그랬을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겨우 정신을 차린건, 슬픈 눈빛의 D의 눈과 마주쳤을때였다.</div> <div><br></div> <div>오빠도 나 좋아하는줄 알았어. 그래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보니까 아니네.</div> <div>라는 이 세 문장을 다 담은 눈빛이었다.</div> <div><br></div> <div>지금 D를 만지면 위험해. 라는 생각이 이성회로가 긴급하게 상황보고를 하고 있지만,</div> <div>훌륭하게 안 좋은데다 방금의 기습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내 두뇌는 그딴거 싹 무시하고 D를 만져라.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신교대에서 앞에총과 받들어총을 구분해서 하는데, 3일이나 걸린 내 몸뚱아리는 그 명령대로 를 만지기는 했는데 엉뚱한데로 손이 갔다.</div> <div><br></div> <div>D의 이마.</div> <div><br></div> <div>두뇌는 그 쪽이 아니라고!!!라고 재차 명령을 내리는건 같았지만, </div> <div>그 한방에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 이성회로가 간신히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어우...아직도 이마가 불덩이네. 약먹고...열 좀 식히자. 너나 나나."</div> <div>나는 D에게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고, 애써 침착하게 죽그릇과 반찬그릇을 정리하고 나가려했다.</div> <div>"...컥!!!"</div> <div>언제부터 잡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D가 뒤돌아서 그릇 정리하는 내 옷을 잡고 있었더라. 제대로 목걸림. </div> <div>그리고 내가 항상 감탄하던 그 악력도 어제 밤부터 회복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지마.</div> <div><br></div> <div>눈빛으로 배우해도 되는건지, 그냥 내가 때려잡은건지 모르겠는데</div> <div>편도때문에 목소리도 안나오는 D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설거지 하고, 좀 씻고 올께. 너 싱크대에 설거지 쌓이는거 싫어하잖아. </div> <div>나 어제 오늘 너 들쳐업고 부축하고 다녀서 땀내나. 내 코에도 맡아져. 환자한테 이 이상 병균덩어리들을 제공할 순 없잖아. 금방 올께."</div> <div><br></div> <div>꼭이야.</div> <div><br></div> <div>"어어. 너 약도 맥여야 하니까 금방 올께. 좀 쉬고 있어."</div> <div><br></div> <div>그렇게 태연한척 나와, 싱크대에서 씻은 그릇에 또 퐁퐁질을 하고 헹구고 나서 또 퐁퐁질을 하는 뻘짓을 하며 긴 시간동안 설거지를 하고, </div> <div>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머리 안감았지 참. 하고 머리를 감고, 아. 샤워안했다.하고 또 바디로션을 샤워타월에 찍찍 눌러 짜고있다가. </div> <div>아이구 이런. 하고 겨우 몸을 말리고 나오니 한시간 금방 가더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똑똑. 노크를 하고, 조심히 D의 방문을 열었다.</div> <div>편도에 의한 고열로 인해, 많이 혼란하거나 많이 더운 D가...혹시라도 옷벗고 있을지도 몰라 진짜 조심히 들어갔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div> <div>등따시고 배부른 D는 곤히 자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약먹어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깨워말어. 하고 있는데, D가 눈을 뜬다.</div> <div><br></div> <div>몇시?</div> <div><br></div> <div>아까처럼 혼을 실은 눈빛연기는 안하더라. 독순술 이런건 할 줄 모르지만, 입모양이 너무 또렷해서 나는 시간을 알려주었다.</div> <div><br></div> <div>"...고마워..."</div> <div>"야. 말하지마. 내가 편도유경험자라 잘 아는데, 말하면 또 목구멍 간질거려. 침도 겨우 삼키니까 웬만하면 말하지마."</div> <div>"...오빠."</div> <div>"어."</div> <div>"...오늘도..."</div> <div>"술안마실께-_-지난 3일 폭풍처럼 마시고 왔어."</div> <div>"아니..."</div> <div>"마셔도 돼?"</div> <div>"안돼."</div> <div>"그럼? 오...늘도...어제밤...처럼...옆에..."</div> <div>"말 하지말라니깐. 알았어. 아. 너 일어난 김에 약 좀 먹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적당한 감기였으면 D는 아픈걸 핑계로 엄청 응석 부렸을거다.</div> <div>아니, 그게 원래 자기 성격인지도 모르지. 그저 그 성격을 누르고 힘겹게 살았을뿐일지도.</div> <div>지난 반년 같이 살며 느낀건데, D는 세상의 모든 짐은 다 내가 지고 있어요.할때보다 나랑 투닥거리고 놀때가 훨씬 자연스러웠다</div> <div>그러기엔 D는 너무 아팠고, </div> <div>그러기엔 나는 그 편도염에 자주 걸려놔서 이게 얼마나 주옥같은 병인지 잘 알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D에게 평소 억양과 다르게 조용히 말장난을 쳤고, D는 다시 잠들기 전까지 조용히 그 예쁜 미소를 보이며 듣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는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고, 피곤에 쩔어버린 나도 그 침대 밑에 자리를 펴고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새벽 세시쯤이었다. </div> <div>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놀래서 깼다. </div> <div>내가 코를 골다니...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네....하고 잠이 살짝 깼다가.</div> <div>어? 여긴 어디?? 헉!!!! 큰방이잖아!!!!라는 생각에 잠이 확 깼다.</div> <div><br></div> <div>가만히 몸을 일으켜 침대 위의 D를 보니, D는 평소처럼 피곤에 쩐 상태가 아닌 진짜 아파서 자는듯 자고 있었다.</div> <div>내일 하루 더 쉬어서 다행이다. </div> <div>D가 찾으면 줄려고 떠다 놓은 물을 그 10발짝 움직이기 싫어서 내가 절반쯤 마시고, 다시 머리를 베개에 댔다.</div> <div><br></div> <div>짧은 시간에 얼마나 딥슬립을 했는지, 잠이 안왔다.</div> <div><br></div> <div>조금은 불편한 듯한 D의 숨소리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파서...열땜에 그런걸거야. 열역한 1법칙이던가. 플레밍의 법칙인가. 머피의 법칙인가가 그랬던거 같은데...</div> <div>에이..아무리 생각해도 쟤가 날 이성으로 볼리가 없지. 좀 꾸미니까 나도 가끔 놀랠 정도로 한창 예쁜 앤데...</div> <div>11살 차이...아무리 사랑에 국경선이 없어도 쟤 정도면 나랑은 거의 휴전선 155마일이지.</div> <div>아!!! 그래!!! 갑자기 열나서 현기증땜에 그런걸거야!!! 나도 밥안먹어서 배고플때 현기증 일으키면서 라면끓이거나 치킨집에 전화하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애써 그렇게 무시하는 쪽으로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전에 나를 포옹한건 술김에.</div> <div>어제 나에게 입맞춘건 약빨에.</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약은 약사에게 술은 바텐더에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 속을 계속해서 맴도는게 있었다.</div> <div><br></div> <div>D의 기준으로는 어제부터가 1일이었지만,</div> <div>그로부터 20일 지나, 내 기준으로 1일이 되는 날. </div> <div>D에게 했던 그 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b></div>
그 날 닿은 D의 입술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편도염이 이렇게 무서운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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