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실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b> <div><b><br></b></div> <div><b>"어?"</b></div> <div><b>"..."</b></div> <div><br></div> <div>6.25가 왜 일어났게??? 방심해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고향집 안간다고?"</div> <div>끄덕끄덕.</div> <div><br></div> <div>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나는 고향에 간만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D는 안간댄다.</div> <div>차비없냐? 빌려줘? 이자는 3부 복리. </div> <div>아냐...그냥 서울에 있을래. 할 것도 있고...</div> <div>...알바하는거 아니지?</div> <div>아냐아냐. 회사가느라 레포트도 많이 밀렸구 그래서...</div> <div>...돈없음 전에 말한 테레비다이 우측서랍꺼내서 그 돈 써도 돼. 배곪지말고.</div> <div>다녀와. 그런 눈 하지마. 나 진짜 안가봐도 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왜 벌써가?"</div> <div>"여기 더 있다간 배터져. 안돼. 더는 못 먹어."</div> <div>"하루 더 자고 가지?"</div> <div>"지금 가야 길 그나마 덜 막혀."</div> <div>그때 테레비에선 지금 나가면 서울올라가는데 6~7시간은 그냥 넘을거라고 그러고 있었다.</div> <div>"저런데 간다고?"</div> <div>"아우. 군대있을땐 휴가 자주 나온다고 중대장한테 전화해서 휴가 다 짜르더니, 이제는 또 간대니까 뭐래. 다음 달에 또 내려올께요. 나오지마요. 소자 갑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실은 연휴기간 동안 종종 보내오던 D의 까똟이 무려 6시간 넘게 없어서였다.</div> <div>전화를 해도 안받고, 마침 오마니가 반찬 싸놨으니까 내일 싣고가. 냉장고에 있는거 싹 다 버리고 이걸로 다시 채워놔.라고 하자마자, 어이쿠 귀한 음식 상할라. 출발합니다!!!하고 하고 나선거였다.</div> <div><br></div> <div>길은 종나게 막혔다. 몇번이고 전화해도 D는 받질 않는다.</div> <div>어쨌든 오후 늦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나올때 좋은 핑계가 되었던 반찬들은 꺼낼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차 대자마자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div> <div>안 그래도 느린 구닥다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급하니까 또 드럽게 느리더라.</div> <div><br></div> <div>지하주차장에 대놓고 올라와서 집에 불켜져있는것도 못보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집에 있을 시간이라 불이 켜져있을 줄 알았는데 집안은 컴컴했다.</div> <div>"나갔나?...이거 또 알바하러 간거 아냐?...어?"</div> <div>D가 알바하러가거나 외출할때 신는...내가 예전에 사준 신발이 그대로 있다. </div> <div>금방 떨어지니까 차라리 비싼거 신는게 더 났다고 억지로 사준, 브랜드쓰레빠도 그대로 있다.</div> <div><br></div> <div>"D. 오빠왔다. 자?"</div> <div>큰방문을 노크했는데, 안에서도 대답이 없다.</div> <div>"...다른거 신고 나갔나?"</div> <div>그러며 큰방문을 등지려는데, 조용한 집이라서 들었다. 큰방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를...</div> <div>"!!!!! D!!!!! 오빠 들어간다!!!!"</div> <div><br></div> <div>조금 다르지만,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가 이런 심정이었겠지. </div> <div>그 희미한 소리를 듣고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div> <div><br></div> <div>열기로 후끈한 방. 이건 보일러열기가 아니라, 사람 몸에서 나는 온기로 채워진거였다. 그것도 아픈 사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div> <div>D는 침대에 누워 하아하하. 하며 열에 들뜬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div> <div>"D. 야 너 오빠 왔는데 내다 보지도 않아?"</div> <div>운수좋은 날의 김첨지마냥 애써 태연한 척 물었는데, D의 대답은 없다.</div> <div>"...야....잠깐만 실례."</div> <div>몸이 상당히 찬 D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D의 이마는 앗뜨거!!!...할 정도로 뜨거웠다.</div> <div>"어? D. 야야."</div> <div>"...하아하아...아...오빠왔어? 벌써 오는 날이야?"</div> <div>"야. 너 말하지마. 일단 이불 푹 덮고 있어. 야이바보야!!! 내가 보일러 틀어놓으랬잖아!!!!"</div> <div>"...아냐...오빠...나...더워서 끈거야...괜찮아..."</div> <div>"...아니다. 너 옷 입어. 병원가자."</div> <div>"...아냐....한 숨 더 자면 괜찮아져..."</div> <div>"너 지금 병원비 때문에 그래? 너 진짜 바보냐?"</div> <div>"...오빠...소리...나 어지러워."</div> <div>방금 막 이불 덮으래놓고는 이불을 확 걷었다. 그러자마자 D는 춥다는 듯이 몸을 웅크린다. </div> <div>아 그러고 보니, 불도 안켰네. </div> <div>불을 켜자 D는 눈이 부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데 애가 진짜 몸이 안 좋은 듯, 그 얼굴 찌푸리는 것도 힘없이 느릿느릿하다.</div> <div>"일어나. 병원가서 주사든 링겔이든 맞자."</div> <div>"...오빠...나...진짜 괜찮아...한숨 더 자면 될거야..."</div> <div>"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div> <div><br></div> <div>나는 억지로 D를 안아일으킨다.</div> <div>그렇게 처음 잡은 D의 허리는 놀랄정도로 가늘었다. </div> <div>그리고 그보다 더 놀랄 정도로 등이 축축했다. 식은땀.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그렇게 안간다고 버티는 애를 들처업고 차에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div> <div>이 갸녀린 몸을 가진 주제에 힘은 퍽 쎗던 애가 꼼짝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div> <div><br></div> <div>어떡게 갔는지도 모르게, 병원으로 내달려서 응급실로 들어갔다.</div> <div>"어디...아~해봐요."</div> <div>"...선생님. 저 괜찮아요."</div> <div>"얼른 아~해. 의사양반이 말걸면 그때부터 병원비청구여. 고집피우지 말고."</div> <div>그제야 D는 포기한듯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일단 편도가 굉장히 심하게 부었어요. 편도염같으니까..."</div> <div>"아항. 편도염이예요?"</div> <div>"...편도염 많이 힘들어요???"</div> <div>"알아요. 저도. 그것땜에 담배 끊었거든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응급실 한 켠 침대에 D는 힘들게 누워있었다. </div> <div>나도 편도염이 상습적으로 와서 잘 아는데, 차라리 잠들어있는게 편함. 의식있으면 진짜 온 몸이 아픔. </div> <div>"...오빠..."</div> <div>"...전화기 줘. 가족들한테 연락하게."</div> <div>"아...안돼...오빠...나 진짜..."</div> <div>"...그래그래. 알았어. 연락 안 할테니까 신경쓰지말고 누워있어."</div> <div>안 그래도 열에 들떠 힘든 애가 그 말에 벌떡 일어나려 들길래, 도로 눕혔다.</div> <div>"...오빠...오늘 오는 날 아니잖아."</div> <div>"그냥 올라왔어. 신경쓰지말고 누워있어."</div> <div>"...오빠..."</div> <div>"오냐."</div> <div>"저기 있잖아...나 손잡아주면 안돼?"</div> <div>"...애낳냐? 산모여?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잡아드리지."</div> <div>그렇게 잡은 D의 손은 뜨끈뜨끈했다. </div> <div>"고마워."</div> <div>"ㅇㅇ 그려. 한숨 더 자. 잘때까진 손잡아줄께."</div> <div>"고마워 오빠."</div> <div>"ㅇㅇ. 눈감아. 금방 잠 올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 밤. 응급실은 온갖 환자들과 온갖 취객들과 온갖 진상들로 시끌시끌했다. </div> <div>그 와중에 D는 참 잘 잤다. 화장실 좀 가게 손 좀 놓으려하면 분명 자고 있는데 잡고 있는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div> <div>점점 예전의 그 악력이 나오는것 같아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약빨이 들었는지, 열도 많이 내리고해서 다음 날, 오전 중에 병원을 나섰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병원 근처에 반드시 하나는 있는 죽가게에 들어가서 죽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죽먹자. 이거 먹고 약먹고 푹 쉬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D를 큰방에 뉘이고, 보일러 틀어주고 밥상에 죽을 세팅해서 대령해드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왜 안먹어? 입맛없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먹여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_-...아 해라. 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픈 애한테 평소처럼 까불지마. 뭐여? 병명이 편도가 아니라 술병이었어???라고는 못하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려 얼른 먹고 자라. 나도 장시간 운전하고 와서 너 병원에 데려다주고 응급실서 제대로 못 자서 잠와 죽겄다.라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순순히 떠먹여주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왜? 배불러?"</div> <div>"아니...죽 뜨거워서..."</div> <div>"어? 뜨거워? 많이 식은 줄 알았는데?"</div> <div><br></div> <div>상식적으로 그럼 그 죽이 든 숟가락을 내 입쪽으로 가져와 후후. 불어줘야 맞다. 아니, 인간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있다. 그게 더 편한 자세거든.</div> <div>그러나 여기, 온갖 버그로 가득찬 내 두뇌는 D 입 앞 까지간 숟가락으로 머리통을 옮겨 후후 불어줘라.라고 잘못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div> <div>신교대에서 앞에총과 받들어총을 구별해서 행하는데 3일이나 걸렸던 몸뚱아리 다웠다. 거기다 머리까지 훌륭하게 안 좋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br></b></div> <div><b>실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b> <div><b><br></b></div> <div><b>"어?"</b></div> <div><b>"..."</b></div> <div><br></div> <div>6.25가 왜 일어났게??? 방심해서.</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