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예. 오마니. 큰놈입니다." <div><br></div> <div>고향 어머니의 전화.</div> <div><br></div> <div>"너 어디 아퍼?"</div> <div>"놉. 물려주신 몸뚱아리 어디 아파야 쓰겠습니까."</div> <div>"핸드폰 요금 안냈냐?"</div> <div>"카드로 자동이체요."</div> <div>"어디 외국나갔다 왔냐?"</div> <div>"그럼 집에다가 선물 하나 보냈죠."</div> <div>"그런데 요즘 왜 전화 안해?"</div> <div><br></div> <div><div>나랑 동생이나 무소식의 희소식이라고 연락 잘 안한다지만, 고향집에다가 그랬다간 혼나는데,</div> <div>요즘 바쁘고해서 연락이 뜸했었다.</div></div> <div><br></div> <div>"...바빴습니다. 아시잖아요. 월급쟁이들 이러고 사는거."</div> <div>"난 너 어디 드러누운지 알았지. 내일 올라간다."</div> <div>"...예?"</div> <div>"내일 서울 올라간다고. 할머니 모시고."</div> <div>"할머니???....아!!!! 병원????"</div> <div>"응. 왜 놀래?"</div> <div>"어우. 내가 놀래긴 뭘 놀래요...곤란한데."</div> <div>"뭐가?"</div> <div>"아니...저기 뭐시냐...나 지금 집에 후배 하나 데리고 살아서...;;;;;;;;;;;;;;;;</div> <div>아!!!! NN이!!!! NN이 집에 가서 계세요."</div> <div>"여자애 혼자 사는 집에 원룸인데 거기서 어떡게 할머니 자고 가라 그래."</div> <div>"어...어...엄마!!! 나 사장님이 찾으신대. 금방 전화드릴께요!!!!"</div> <div><br></div> <div>중국출장가신 사장님이 나를 찾는다고 오마니께 거짓말을 하여 지옥행티켓 한 장 더 끊어놓고, 냉큼 D한테 전화를 했다.</div> <div>안받아;;;;;;;;;;;;;;;;;</div> <div><br></div> <div>알바? 학교? </div> <div>집 알바 학교 알바 집.</div> <div>패턴이 대충 이 정도인걸로나 알지,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아놔서 </div> <div>이 긴급사태에 속만 타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정말, 그렇게 하루종일 전화가 안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 혹시 모르니까 너 집 좀 치워놔. 내일 버스시간맞춰서 반차내서 모시러 갈거여. 어. 야 YY는 신혼인데, 거기다가 모시면 퍽도 편히 계시겄다.</div> <div>아. 사줄께사줄께. 어, 그려. 오빠가 이 은혜는 이따 굿나잇똥하면서 잊을께. 오냐."</div> <div><br></div> <div>급히 내가 임시숙소로 권고한 사촌동생한테 전화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집 좀 치워놓으라고 했다.</div> <div><br></div> <div>동생들이 대부분 원룸에 사는지라, 그나마 방 한칸 더 있는데 사는 내 집이 고향에서 부모님 할머니 삼촌네 오면 베이스캠프가 되곤했는데,</div> <div>할머니 검진 받으러 오는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받지않는 D의 전화 덕에 내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일도 손에 안잡히고 심난해서 앉아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있다. 핸드폰번호는 아니었다.</div> <div>"보험안합니다."</div> <div>"오빠. 저예요. D."</div> <div>"어어어어어어!!!! 잠깐만!!!!!"</div> <div>나는 급히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div> <div>"왜 전화를 안받아? 어디야? 밥은 먹고 다니니?"</div> <div>"밥은 먹었구, 지금 아르바이트하는 가게 근처 공중전화예요."</div> <div>"공중전화?"</div> <div>"네. 핸드폰이 고장나서..."</div> <div>"아, 어, 그랬구나;;;; 어? 내 번호는???"</div> <div>"그때 지갑에 사회인 명함 하나정도는 넣고 가라고 주셨잖아요. 그거보구요."</div> <div>"휴...다행이다..."</div> <div><br></div> <div>여하튼 비상사태가 라운드하우스에서 파스트페이스. 데프콘3에서 데프콘2로 격상된 상황이라, 나는 급히 상황전파를 했다.</div> <div><br></div> <div>12시간내로 할머니 오마니 상경예정.</div> <div>상황을 전파받은 D는 급히 치장물자...아니아니...모든 짐을 꾸려, 내 방에 다 때려박던지 하고 어딘가 임시숙소를 정할것. </div> <div>거실 테레비장 우측 서랍 꺼내서 저 안 쪽에 보면, 도둑놈 엿먹일려고 숨겨놓은 30만원 든 봉투가 접착테이프로 붙어있으니, 그 돈을 활용할것. </div> <div>현 상황은 훈련상황이 아닌, 실제상황임. </div> <div><br></div> <div>D는 네.알았어요. 이따 얼른 집에 들를께요. 저 잔돈 없어요. 라고 전화를 끊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겨우 한숨을 돌렸다.</div> <div>어디 친구집에나 있겠지. 그 친구 폰으로 연락줄거야. </div> <div><br></div> <div>하지만 안될라니까 상황은 더럽게 꼬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ㅆㅂ...이거 왜 이래???"</div> <div>워낙에 폰을 험하게 쓰고 다녀 여기저기 잘도 떨구는 주제에 케이스도 안하는데,</div> <div>아까 창고들어갔다가 돌바닥에 핸드폰 떨어뜨리고 다시 주머니에 넣고 전화 좀 하려는데, </div> <div>전원이 안들어온다;;;;;</div> <div><br></div> <div>급하게 AS센터로 들어갔는데, 예약안하고 갔더니 휴일날 놀이동산 줄마냥 끝도 없이 서 있다. 망했음.</div> <div><br></div> <div>"메인보드랑 액정이 동시에 나가셨어요."</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바꾼지 1년도 안됐는데요?"</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 수리비 견적서입니다."</div> <div>"이게 뭐얔ㅋㅋㅋㅋ 잠깐만요."</div> <div><br></div> <div>나는 업무폰을 꺼내서 더듬더듬 번호를 기억해내서 폰팔이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div> <div><br></div> <div>"어 나. 좋은 말씀 좀 전하려고. 핸드폰 좀 급히 하나 하자. 너한테 맡기느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데, 지금은 좀 맡겨야겄어. 24개월 약정으로. 어. 옛날거 말고 신형. 임마. <span style="font-size:9pt;">보조금 막 때려넣어서 싸게 해줘봐. 너 내 주민번호 알잖아. 위약금 얼마있냐? 그래? 그럼 그거 니가 내줘야지. 안돼? 야이씨. 지금 개통해주잖아. </span><span style="font-size:9pt;">얼마까지 알아보셨냐고??? 너는 얼마까지 해먹으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니 대가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까지 들린다. 단전수련으로 뇌호흡 안하고, 내가 뚜껑따줘서 다이렉트로 뇌호흡 하기 전에, 적당히 해먹을 가격으로 하나해라...아!!! 한 대 더 개통할수도 있으니까 졸라게 싸게 맞춰. 무제한 쓰면 뭐하냐. 집에 와이파이 터지고 회사도 와이파이 터지는데. 아씨 뭐가 그렇게 복잡해. 너 내꺼 신분증 복사한거 있잖아. 일단 내 번호 개통해서...아니아니 기변. 뭘 졸라게 잘 알긴. 너같은 놈들한테 눈탱이 안당할라믄 이 정도는 알고 있어여지. 어. 빨리 하나해서 우리 회사로 퀵 보내. 냉큼 당장 롸잇나우 허리업 하야쿠하야쿠 무브무브무브 너 이 손보인다????"</span></div> <div><br></div> <div>이 핸드폰 덕분에 그 날 도망안치고 D랑 인연이 이어졌는데...그는 훌륭한 핸드폰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귀찮아서 외장메모리도 안끼워놨다가 데이터랑 사진도 다 날아갔는데, </span></div> <div>다행히 친구가 내 구글아이디를 연동해서 연락처 다 살려서 보내왔다.</div> <div>아니 잠깐 이 쉐키가 내 지메일 비번을 어떡게 알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니, </div> <div>마치 이 집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D의 흔적이 싹 사라져있었다.</div> <div><br></div> <div>D가 쓰던 그릇들은 말끔히 설거지되서 찬장으로 올라갔고, </div> <div>D가 쓰던 칫솔 샴푸같은것도 다 없어져있었다. </div> <div>내일 오마니랑 할머니가 쓰실...그동안 D가 쓰던 큰 방은, D가 오기 전처럼 정리되어있었다.</div> <div><br></div> <div>가슴이 휄~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잠시 후, 파스트페이스가 카크트피스톨로 격상될 상황이라, 나는 혹시 모를 어머니의 잔소리에 대비해 청소를 시작했다. </div> <div>사실 D가 워낙에 깨끗하게 치워놔서 큰방 거실 화장실 부엌 베란다는 그닥 치울게 없었는데, D가 손대도 답 안나오는 내 방이 문제였다.</div> <div><br></div> <div>나는 얼른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그 문제의 쓰레기들을 치우고, 방바닥을 대충 닦고, 간만에 이불도 털고 하며 부산한 밤을 보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마니랑 할머니는 딱 1박 2일 머물다 가셨다.</div> <div>귀농하신 아버지 농사일때문에 오마니도 금방 가신다고 하셨고, 할머니 서울가자 할머니랑 같이 자는 24살 28살 차이나는 사촌동생들이 할머니 어디갔냐고 밤새 전화해서 울고불고해대서 할머니는 손녀들 재우러(...)얼른 내려가셨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도착하셔서 버스타고 간다하지말고 택시 타세요. 꼭!!! </div> <div>다음에 올땐 좀 빈손으로 와. 혼자서 다 못어. 꼭 빈손으로 오시라고요 꼭!!!</div> <div>뭘 애들 나눠줘. 내는 뭔 택배기사요.추석때나 내려갈게요. 여름휴가??? 내가 언제 여름에 휴가쓰는거 봤어요. 가을에 가지. </div> <div>술 많이 안먹어. 적당히 먹을께. </div> <div><br></div> <div>아오...기차문 닫히니까 전화까지 거셔서 독거노인...아니아니 총각아들한테 미우나고우나 잔소리하시는 오마니 바래다드리고, </div> <div>얼른 회사들어가서 일처리하고, 마침 목요일이라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도 갑작스런 상황에 훌륭하게 대처해줬기에 저녁 맛있는거 사줘야지.하고 주둔지로 귀환하라고 알려주기로 했다.</div> <div>"지금 저희 고객 전화의 전화기가 꺼져있어..."</div> <div>"!!!!!! 아!!!!!!!!! D도 전화기 고장났댔지...뭐 내 명함가지고 있으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텔레비전다이의 우측서랍을 꺼내야 보이는 30만원 든 봉투는 그대로 들어있었다.</div> <div>같이 지낸지 반년 가까이, 무간섭 사생활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친한 친구가 누군지도 묻지않았고...</div> <div>생각해보니까 D가 다니는 학교가 어딘지도 몰랐다.</div> <div><br></div> <div>학교랑 병행하다보니 알바도 장기적으로는 못했고,</div> <div>방학을 맞아 새로 알바구했다고 했는데, 어디서 하는지도 안 물어봤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은 비가 오려고 상당히 습한 날이었는데 </div> <div>내 등에서는 덥고 습해서 흐르는 땀이 아닌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div> <div><br></div>
오늘은 그 애 와의 이야기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 케이스에 보호필름 다 하고 다닙니다.
그래도 폰 떨어뜨릴까봐 걍 스마트워치 차고 다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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