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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전열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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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40811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22
    조회수 : 1698
    IP : 210.57.***.240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8/01/28 20:38:50
    http://todayhumor.com/?love_40811 모바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10).
    다음 날.  <div>울리는 알람 소리에, 망할 월요일이 되버렸어ㅠ.ㅠ라며, 꾸물대며 일어났다.</div> <div><br></div> <div>평소라면 혼자 사는 집이라 문 쾅쾅 열며 나갔지만, 자고 있을 D가 깰까봐, 조용히 나가서 물소리도 최대한 줄여가며 조용조용 씻었다...라고 생각했다.</div> <div>한 15분 면도하고 샤워하면서 머리 대충 깜고 나오자, 부엌에 불은 켜져있고, 사실상 식료품 창고로 쓰고 있는 식탁에는 밥이 한상 차려져 있었다.</div> <div><br></div> <div>똑똑똑.</div> <div>"D. 안자는거 안다. 나온나."</div> <div>쑥스러운 표정으로 D가 나왔다.</div> <div>"자라니까-_-;;;; 내 아침밥 잘 안먹어."</div> <div>"반공기라도 드시고 가세요."</div> <div>"...오늘만이다. 내일부턴 그러지마."</div> <div>"네. 내일은 저도 아르바이트때문에..."</div> <div>"그러니까 그 시간에 자라고-_-"</div> <div>술먹고 난 다음에 먹는 콩나물국이 그렇게 시원한데, 맨 속에 먹는 콩나물국은 또 더욱 시원했다.</div> <div>나도 자취 몇년 동안 스킬이 늘고 늘어, 전기밥솥으로도 밥 잘하는 편인데, 가마솥으로 밥 지은걸로 착각할 정도로 찰기 넘치는 밥이 완성되서 나왔다.</div> <div>찹쌀 섞은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음???"</div> <div>사무실에서는 회사잠바를 입고 있기 때문에, 속에 와이셔츠는 거래처만날때나 다려입고 나가는데, 잘 다려진 와이셔츠가 방 옷걸이에 걸려있었고, 양말까지 침대에 놓여있었다.</div> <div>이러면 내가 더 부담스러운데;;;;</div> <div><br></div> <div>아. 맞다.</div> <div><br></div> <div>자라는 잠은 안자고 D는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D."</div> <div>"네?"</div> <div>"이거 너 써."</div> <div><br></div> <div>살색영상(...)들을 제거한 내 예전 노트북.</div> <div>"너 노트보니까, 레포트 거기다가 작업하고 있더라. 이거 나 안쓰는거니까 너 써. 다른건 다 지워도 되는데, 거기 내가 심시티 해놓은거 있어. 그것만 지우지말고, 너 써."</div> <div><br></div> <div>한쪽에는 검은색 다른 한쪽에는 빨간색 카드만 두고, 니가 고른 카드 다른 쪽에 넣고 섞으면 오빠가 찾아줄께...수리수리마하수리~요거?할때 보여주던 나이차 많이 나는 사촌동생들의 표정을 21살 여자애한테서 볼 줄은 몰랐다.</div> <div>"이...이거...비싼거..."</div> <div>"비쌋지. 살때는. 나 회사에서 지급받은거 있어서, 이거 안써. 너 써도 돼."</div> <div>"고...고맙습니다..."</div> <div>사실상 대학생들의 필수품이고, 1학년때야 어영부영 교양과목하느라 그렇다쳐도, 본격적으로 전공과목듣는 2학년부터 얼마나 필요한 컴퓨터인데...</div> <div>D의 대학노트에는 레포트 초안이 잡혀있었고, 시간날때마다 학교전산실같은데서 레포트를 쓰고 있었을거다.</div> <div>"고마울것 까지야. 잘 쓰다가 반납해줘. 언젠가 심시티 다시 시작할거니까."</div> <div>"네. 정말 잘 쓸게요."</div> <div>"열공해라. 어이쿠. 시간이. 난 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과장님."</div> <div>"뭐?"</div> <div>"집에 뭐 두고 오셨어요?"</div> <div>"...정신머리??? 왜?"</div> <div>"어째 오늘 주초부터 집중을 잘 못하시네욬"</div> <div>"ㅎㅎㅎ. 너도 뭐 두고 온거 없냐?"</div> <div>"뭐요?"</div> <div>"개념. 탑재 안해오냐?"</div> <div>"택배 올거 있어요? 몇번이나 핸드폰보시고 말이죠."</div> <div>"택배 여기로 시키는데 무슨-_-"</div> <div><br></div> <div>남들 보기엔 그렇게 보였나보다.</div> <div>그러면 안되는데, 꼰대아저씨처럼 D한테 무슨 연락 올까봐 전화오면 아씨...거래처...라며, 짜증이나 내는 내가, 몇번이나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으니, </div> <div>수년째 내 부사수인 이대리보기에는 신기했나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김과장? 어디가?"</div> <div>"법정근로시간이 지나서요. 가려구요."</div> <div>"야. 월요일 아니냐. 월래대로 술빨러 가자."</div> <div>"우리 팀장님이랑 가세요."</div> <div>"마누라 생일이래. 벌써 튀었어."</div> <div>"아. 형수 생일이네. 깜빡했다. 팀장님. 저도 오늘 일찍 가야되는데요;;;;"</div> <div>"집에 어머님 오셨어?"</div> <div>"...그런 셈이죠."</div> <div>"오셨으면 오신거지, 그런 셈은 또 뭐야...하...누구랑...아!!! 박차장!!!"</div> <div><br></div> <div>평소같으면 자. 오늘의 도전자를 받겠습니다. 라는 표정으로 술상대를 찾던 내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려들자, 나의 주 술파트너 옆 팀의 송팀장님이 이 쉐킼ㅋㅋㅋㅋㅋ 나랑 술빨려고 벌써 준비중이었구나???하고 오셨다가, 퇴짜를 받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의 또 다른 주 술파트너 박차장님을 찾아간다. </div> <div>미안해요. 송팀장님. </div> <div><br></div> <div>평소같음 집 근처에서 국밥말고 들어가거나 분식집에서 대충 떼우고 들어갔는데, 혹시나 하고 집으로 들어가니, </div> <div>역시나 아까 집에 왔다 아르바이트 갔는지,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국에 반찬들이 식탁 위에 제대로 정렬되어 신문지로 덮혀있었다.</div> <div>이거 참...안 먹을 수도 없고...</div> <div><br></div> <div>그거 먹고 회사일 몇 개 해놓고 까무룩 잠들었다가, 얼핏 잠결에 현관문 여닫히는 소리를 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 힘들어???"</div> <div>"네. 전 괜찮아요."</div> <div><br></div> <div>월화수금토 저녁에 알바를 하는 D랑 모처럼 보게 된 목요일.</div> <div>아. 왜 쉬는 날 밥을 하려고 그래??? 라면서,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다고 초밥집에 갔다...주방장이 올려주는데 말고 빙글빙글 도는데.</div> <div><br></div> <div>그 150중반 키에 날씬하다기보다 마른 편인 그 뱃 속에 참 잘도 들어가더라.</div> <div>나도 어디가서 뭘 먹으면 먹방찍는 사람인데 나한테 전혀 밀리지를 않았다. </div> <div><br></div> <div>D는 그런 애였다. 뭐 먹을거 사주면 진짜 아깝다는 생각 안 들 정도로 잘 먹어주었다. 그래서 더 사줬음.</div> <div><br></div> <div>물론 외식 한번 할때마다, 비싸다. 차라리 내가 밥을 하겠다. 오빠는 식비 좀 아껴야한다.며 온갖 잔소리를 해댔지만,</div> <div>시러시러 단비는 외식할꼬야!!!하고 그러면 결국 얹혀사는 입장에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하고 따라나서곤 했다.</div> <div><br></div> <div>"레포트는 잘 돼?"</div> <div>그 말에 D의 얼굴이 확 펴진다.</div> <div>"???"</div> <div>"우와. 진짜 최고예요. 노트북 진짜 감사해요. 정말 잘 쓰고 있어요."</div> <div>"옛날꺼라 그리 안빠를텐데;;;;"</div> <div>"아뇨아뇨. 진짜루. 인터넷도 금방 찾아보고 해서 정말 편해요."</div> <div><br></div> <div>아. 그냥 알바하지말고 그 시간에 공부해라. 라는 목구녕을 치고 다시 내려갔다.</div> <div>나도 그래본적 없는 주제에 말할 자격이나 있나 싶고, D의 생활을 보건데, 집에서 한푼도 지원못받거나, 정말 벌새눈물만큼 지원받고 있을터였다.</div> <div><br></div> <div>원래는 밥만 먹고 집에 들어가서 재우려고 했지만, 모처럼 긴장이 풀려서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D를 보니, 더 놀다 들어가고 싶어졌다.</div> <div>"밥먹고 놀러갈래?"</div> <div>"네? 아뇨. 레포트써야되고 오빠 오늘 이것만 해도 돈 많이 들었어요. 이거 먹구 얼른 집에 가요."</div> <div>"꾹 참으면 쾅!!!하고 터져."</div> <div>"네?"</div> <div>"너는 모르겠지만서도, 쌓이면 터진다구. 내일만 나가면 나도 쉬지만...아니...또 토요일에 출근할지도 모르지. 놀다 들어가자."</div> <div>"저 내일 아침에 알바있어요."</div> <div>"저도 내일 6시에 사장님 회의있어서 오늘보다 30분 일찍 나가야됩니다. 가시죠."</div> <div><br></div> <div>겨우 네.라는 답을 들었는데, 노는거라고는 술 당구 피씨방 밖에 모르는 나랑,</div> <div>학비며 생활비를 버느라, 남들 놀때 바쁜 삶을 산 D나...뭐하고 놀아야 하나. 여기서 또 답이 안나왔다.</div> <div>커피마시러가자니, 여기서 더 먹으면 넘어올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아, 그래. 너 볼링 쳐봤어?"</div> <div>도리도리.</div> <div>"가자. 지금은 좀 움직여야 돼."</div> <div><br></div> <div>아마, 저녁시간 볼링장 게임비를 알면 죽어도 안 갈 애였지만, 다행히 D는 그날 볼링장을 처음 가보는거였다.</div> <div><br></div> <div>"여자신발 230이랑, 남지신발 270이요."</div> <div>"아...신발도 빌려주는구나..."</div> <div>그 말에 또 가슴이 아련해진다.</div> <div>"가자. 공 고르러."</div> <div><br></div> <div>나도 볼링은 잘 치는 편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친구들한테서 볼링열풍이 불었을때 게임비 안낼라고 이를 악물고 치다보니 150은 왔다갔다하게 치는 편이었다. </div> <div><br></div> <div>"나도 진짜 야매로 배운건데...이것만 기억해둬."</div> <div>마치 처음 영점사격쏘러 사선에 배깔고 누워 조교 설명을 듣는 듯한 훈련병의 눈빛을 하고 있는 D. 너무 귀여웠다.</div> <div>"이걸 던진다고 생각하지말고...여기서 저기 1번핀까지 100까지라고 할때, 한 110정도 갈 정도로 '굴린다'라는 느낌으로 볼을 바닥에 놓고 밀어.</div> <div>너가 야구를 좀 알아서 너클볼을 던진다거나, 군대에서 수류탄을 던지지 않고 민다는 느낌으로 투척하거든...</div> <div>나는 딱 그런 느낌으로 던지지 않고 굴리거나 민다는 느낌으로 볼링치거든."</div> <div>"던지지 말고...굴리거나 밀라구요?"</div> <div>"그렇지. 일단 내가 하는거 잘 봐..."</div> <div><br></div> <div>원래는 좌측 끝에서 출발해서 스핀먹여서 던지는데, 초보자에게 알려줘야 하니, 가운데에서 살짝 우측으로 서서 1번핀 스치고 3,4번핀 뚫고나가는 느낌으로 공을 밀었다. </div> <div>이거 최소한 8개는 그냥 넘어감.</div> <div><br></div> <div>"엌ㅋㅋㅋㅋㅋㅋ"</div> <div>초장부터 스트라이크. </div> <div><br></div> <div>"우와아아아아아."</div> <div>"봤지? 이런 식으로 어찌됐든 1번핀 옆을...정면으로 치면 좌우가 남아버려서 스페어처리가 힘드니까, 가급적 1번핀 옆구리를 치고 지나가는 방향으로 공을 굴리면 돼."</div> <div>"네!!!"</div> <div><br></div> <div>D의 사상 첫 투구는 역시나 거터.</div> <div><br></div> <div>저번 토요일. 그 맥날에서 보여줬던 부루퉁한 표정이 다시 나왔다. </div> <div><br></div> <div>"ㅋㅋㅋㅋㅋ."</div> <div>탁탁탁 소리를 내며 걸어오더니, 내 팔뚝을 찰싹 치고 다시 나온 볼을 들고 레인 앞에 섰다. </div> <div>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 아이가, 이제 나한테서 긴장을 많이 풀었구나. </div> <div><br></div> <div>"어어어어?"</div> <div>다음은 공이 흐리멍텅하게 구르는것 같은데도 용케 스페어처리를 해내었다.</div> <div>"꺄아아아아~봤어요??? 봤어요???"</div> <div>'어...어...저게 넘어가네?"</div> <div>꺄악꺄악. 원래대로면 뭔데 이래 시끄러운데???하고 다들 째려볼테지만, </div> <div>쪼끄만 애가, 너무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걸 보더니, 동호회 아저씨들고 아빠미소를 하고 있었다. </div> <div>아님, 그 옆에 파트너쉬키 인상이 너무 더러워서 표정관리들을 하셨거나.</div> <div><br></div> <div>나는 평소대로 150 왔다갔다하게 쳤고, D는 합해서 100점도 안나왔다. 그래도 애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될 정도로 너무 즐거워했다.</div> <div><br></div> <div>"가자. 이제...아. D야. 오빠 차키랑 핸드폰 두고왔다. 좀 가지고 와."</div> <div>"네."</div> <div>D가 내 차키랑 핸드폰 두고 간 사이에 얼른 계산을 했다. </div> <div><br></div> <div>저녁시간대 볼링비 알면 다시는 안올려고 할 것 같아서, 깜빡한 척 핸드폰이랑 차키 두고 온거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집까지 슬슬 걸어오는데, 볼링이 너무 즐거웠는지 D는 평소 이상으로 재잘재잘 말이 많았다.</div> <div>몇번인가 게임비이야기를 꺼냈지만, 나는 능구렁이처럼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는 그게 참 좋았다. 별것 아닌거에도 정말 즐거워한다는거.</div> <div>한창 이것저것 해봐야 할 나이에 안해본게 많아서, 정말 뭐든지 즐거워했다.</div> <div>친구들이나 회사사람들이랑 술마시거나 할때 아니면 혼자 있는게 좋고, 말많은 사람은 질색인 나조차도 D의 그 즐거운 재잘거림은 너무나 좋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훗날, 우리의 첫 데이트.라고 D가 정의한 이 날. 우리는 너무 즐거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마침 집에 가서 틀었던 스포츠채널에서 볼링이 나와서 우리는 마트에서 산 맥주 한캔을 나눠마시며, 스핀 오오...폼 장난아닌데??? 저 옷 색깔 너무 언발란스햌ㅋㅋㅋㅋ라며 신나게 떠들다가 각자 내일 일정이 있어서 잘자.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랬다. 처음 사귄 남자친구가 나였고, 어지간한건 나랑 하는게 처음이던 10년 가까이 사귀고 헤어진지 2년이 넘었던 그 여자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잊을래야 내 20대 전부여서 잊지못하던 그 여자를...나도 모르게 D를 통해서 다시 떠올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랬다. D와 나는 그냥 신세지는 오빠, 도움 좀 주는 나이차많이 나는 동생. 딱 이 사이가 좋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D와 그 여자를 겹쳐보면 안되는거였다.</span></div>
    출처 내 가슴 속.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구성이 기승전결이라면, 이제 승 쯤으로 들어갑니다.

    더 달달한 이야기 많음.

    가급적 오유 베스트 베오베가 정상이 되기 전에 끝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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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8/01/28 21:22:09  210.99.***.111  블루문0109  757439
    [4] 2018/01/28 22:09:52  122.43.***.173  돼지아재  644866
    [5] 2018/01/28 22:09:58  39.121.***.219  하얀대지  48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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