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녀왔습니다." <div>"어...어서와. 수고했어."</div> <div><br></div> <div>어? 오늘은 저녁알바없나???</div> <div>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한겨울 집에서도 반팔에 반바지 입고 살던 나였지만, 이 애가 오고나서 몇일.</div> <div>내 방에 있을때 빼고는 항상 긴팔 긴바지 입고 있었던지라, 드러난 내 속살이 너무나 민망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잠깐 이야기 좀 할까???란 말을 하기에는 이 애의 얼굴이 너무나도 피곤해보인다. </div> <div>"...얼른 씻고 좀 쉬어."</div> <div>"네."</div> <div><br></div> <div>문이 닫히고나면 이 방음안되는 아파트 옷벗는 소리 들릴까봐 얼른 테레비 소리를 키워버린다. </div> <div>평소라면 ㅋㅋㅋ대며 보고있었을 무도를 무표정하게 앉아 보고 있자니, 그 애가 나온다.</div> <div><br></div> <div>촉촉히 젖은 머리와 비누냄새.</div> <div>그리고 기초화장품마저 거의 없어서 완전히 드러난 생얼.</div> <div>남자의 로망을 한업이 자극하지 좋은 조건을 갖추고 나타나셧지만, </div> <div>밤에 들은 말이 있어놓으니, 로망이가 뭐고, 오죽하면 나한테 그런 소리까지...가슴만 한번 더 아파왔다.</div> <div><br></div> <div>"...찌개 끓여드릴께요...아직 식사안하셨죠?"</div> <div>"응??? 어??? 아 그거."</div> <div>"금방 끓여드릴께요."</div> <div>"어. 고마...아니아니. 스톱스톱. D. 잠깐만 여기 앉아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도 그랬지만, D도 올게 왔군. 하는 표정으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식탁에서 밥 안먹으면 밥상이 되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한달에 36번쯤 술상이 되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지금은 쇼파없는 거실에 테이블로 쓰이고 있는 작은 밥상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마주 앉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막상 앉혀놓으니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지 말문이 딱 닫혀버렸다.</span></div> <div>다행히도 그 애가 먼저 말을 꺼내주었다.</div> <div>"...신발 고맙습니다..."</div> <div>"어?...아. 신발...사이즈는 맞아? 그냥 대충 찍어서 샀는데;;;"</div> <div>"네. 저 230신어요. 고맙습니다...그런데 밤에 태우러 와주시기까지 했는데 그런 소리나 해버리구..."</div> <div>"...그래 좀 울컥했다...그런데 꿀밤 때린데는 좀 어때???"</div> <div>"...혹이..."</div> <div>"뭐어??? 어디 어디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뭘 해도 덤덤하게 있지만, 그래도 웃을 줄은 아는 사람. </div> <div>그 애가 보는 내 인상은 그랬다고 한다. </div> <div>그런데, 혹났다니까 나라잃은 표정으로 자기 머리를 막 헤집는걸 보니...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div> <div>호적상 11살 차이...액면가는 그 이상 가는 아저씨한테서 말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으아...미안...이렇게 쎄게 때려버렸던가...남의 집 귀한 딸한테 이런 짓을..."</div> <div>"..."</div> <div>그 시간쯤 지나면 붓기가 빠질법도 한데, 여전히 머리를 헤집고보면 보일정도로 또렷이 나있는 혹에 나는 엄청 당황했다. </div> <div>"병원..."</div> <div>"네?"</div> <div>"응급실가자. 혹이 너무 커. 두개골에 금 간건지도 몰라."</div> <div><br></div> <div>푸하하하하하하.</div> <div>처음으로 그 애는 크게 소리내서 웃었다.</div> <div>날아가는 참새 똥꼬만 봐도 웃을 나이인데, 이 아이는 그동안 참으로 웃음을 아끼고 있었다.</div> <div>평범한 21살 여대생의 웃음이었다. </div> <div><br></div> <div>그 웃음으로 우리의 어색함을 풀렸다.</div> <div>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div> <div><br></div> <div>"집은 다음집 보증금을 구하거나, 그 전에 룸메이트를 구해 집세문제등이 해결될때 이사가고 그동안 적절하게 집세를 낼게요,"</div> <div>"안받아."</div> <div>"받아주세요, 그래야 제가 편해요..."</div> <div>"...응 그래."</div> <div>"빨래나 밥하는것 다 제가 할께요."</div> <div>"...식모 구한거 아닌데? 그리고 원래 이 집에서 그런거 안했어;;;;"</div> <div>"할께요. 집세 부족한건 그런거라도 대신할께요...그래야 제가 편해요..."</div> <div>"...일단은 그리 하되, 각자 측간 청소는 각자가 하고...분리수거같은건 내가할께. 그거 내가 안하면 경비아저씨가 심심해하셔."</div> <div>"그리고 식비라던가도 최대한 낼께요."</div> <div>"스톱스톱. 이건 안내도 돼. 이 집에서 여자사촌동생들도 몇달씩 살다 나갔는데, 나 걔네들한테 딴건 다 받아도 식비는 안받았어. </div> <div>혼자 쓸쓸하게 밥 안먹게 해주는데 내가 돈 드려야 할 판이야. 식비건은 각하."</div> <div>"그치만..."</div> <div>"안돼."</div> <div>"...네...아. 그리고 신발값은..."</div> <div>"다음에 이자쳐서 받겠다. 다음 건."</div> <div>그렇게 당분간 동거할 동안의 일들을 그 애는 진지하게, 나는 만담같이 듣고 넘겼다.</div> <div><br></div> <div>솔직히 비는 방 하나 내주는거고, 그 날로 3일째지만, 여자애가 씻는데 그렇게 물 조금 쓰는거 처음 봤다. </div> <div>처음엔 샤워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 그 물 조금 쓰고 샤워에 양말빨래까지 다 하고 나오더라. </div> <div>전기세같은건 뭐 말할것도 없겠지.</div> <div><br></div> <div>나도 내 처지를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너보다 11살 더 많은 32살 아저씨다. </div> <div>또래들보다 좀 더 벌고 혼자사니까 돈 이렇게 쓰고 있지, 막 억단위연봉받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div> <div>내가 너한테 뭐 하나하나 주고 그러는거, 다 내가 생각하는 지출범위 이내다. 나 그거 넘어가면 담날부터 밥 안먹는 사람이다.</div> <div>참으로 희한한 인연으로 만났는데, 너가 새 방 구하고 나갈때까지는 좀 편하게 있다가 나가줬으면 좋겠다.</div> <div><br></div> <div>내 의사를 이렇게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기승전돈이야기돈이야기...회사에서도 돈이야기에 치여사는데 여기서까지 이러고 있으니 골치가 욱신거렸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헉. 벌써 시간이...오늘이...장보러 간다."</span></div> <div>"네?"</div> <div>"너가 냉장고 다 치워놔서 새 식료품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어. 채우러 간다."</div> <div>"다...다녀오세요..."</div> <div>"...넌 왜 안가?"</div> <div>"네?"</div> <div>"넌 안먹을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배고플때가면 충동구매한단 말이예요. 밥먹고 가요.라는걸,</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번 달에 사야되는거 벌써 이렇게 적어놓았다고 보여주고서야 간신히 마트로 갈 수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밥먹자."</div> <div>"네?"</div> <div>"시식코너 한바퀴 돌고나서 쇼핑시작하는거지. 그 전에 사면 충동구매하게 되거든."</div> <div>의외네요. 막 사지를것 같은데. </div> <div>예전엔 그랬는데, 라면도 유통기한 지나서 버린 이후로, 못 먹고 사는 애들 생각해서 안 그래.</div> <div><br></div> <div>하던대로, 어차피 사갈 요구르트랑 우유를 사다가 카트에 넣어놓고, 우리는 호호호~네~우리는 고객이랍니다. 티를 풍기며 진짜 시식코너를 싹 돌고 왔다. </div> <div>세상 참 꿋꿋이 사는 애인줄 알았는데, 시식코너에선 머뭇거리는 애를, 아. 잡솨봐 글쎄. 라며 내가 하나 더 입에 넣어주고 다녀야했다.</div> <div><br></div> <div>역시나 술 사시네요.</div> <div>ㅇㅇ. 해외맥주 행사하잖아. 12개 살건데 6~8개는 내가 먹던거. 나머지는 새로운 시도. </div> <div>한달에 30일인데 의외로 그거 밖에 안사시네요?</div> <div>...나머지는 밖에서 먹거든-_-;;;</div> <div>세상에...안돼요. 건강버려요.</div> <div>그럼 절반쯤 너가 먹어.</div> <div>네에?</div> <div>ㅋ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가전제품매장도 기웃거리고, 이거 가성비최악인데...이거 마셔보니까 별로드라. 그러면서 우리는 일요일 저녁 마트를 누비고 다녔다. </div> <div><br></div> <div>"아. D."</div> <div>"네"</div> <div>"할인이 많이 걸려서 지출액이 줄었다."</div> <div>"네..."</div> <div>"가서 너 먹을 과자 사와."</div> <div>"네?"</div> <div>"과자사오시라구요."</div> <div>"괜찮아요."</div> <div>손까지 내저으며 사양.</div> <div>"사. 결국에 내 안주야. 나 따로 살거 있으니까 이따 과자코너에서 봐."</div> <div>"뭐 사시려구요."</div> <div>"...빤스-_-"</div> <div>"아!!!! 네!!!! 다녀오세요!!!!!"</div> <div><br></div> <div>빤쓰는 개뿔...나는 요리조리 가서 D 줄 앞치마를 사러갔다. </div> <div>집에서 갈아입을 옷도 몇 장 없어보이던데, 김치국물 튈라...신발 하나에 저 호들갑을 떠는데 옷 사줘봐...또 무슨 일이 날라고.</div> <div>이건가...아니아니...고니한텐 코발트블루가...아.참. 내가 정마담이 아니지 참. </div> <div><br></div> <div>이 정도면 어울리겠지 뭐. 하고 카트 저 밑에 넣어두고, 과자코너로 돌아갔다.</div> <div><br></div> <div>나도 거기서 꽤나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은데, 그 애는 아직도 과자 하나 손에 못 들고 이 중에 어떤걸...하고 고민 중이었다.</div> <div>특히 갈매기주면 잘 먹지만 먹고 토하는 그 과자를 들었다놨다하고 있었다. 으이구. 답답이.</div> <div>"이거이거이거이거이거."</div> <div>나는 그 갈매기밥 포함 과자 몇개를 카트에 집어넣었다.</div> <div>"내가 이거 좋아해. 기억해 둬. 뭐 고를지 모르겠으면 너가 내 입맛 맞춰."</div> <div>"네??? 네."</div> <div>"가자. 집에....너 또 알바있어?"</div> <div>"아뇨. 내일은 수업."</div> <div>"가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인파가 너무 몰리자, 나랑 세 걸음두고 따라오던 그 애는, 어느새 내 등 뒤에 딱 붙어 내 옷자락을 꼭 잡고 따라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푸쉭."</div> <div>"어어어. 흔들었나. 넘치네. 넘쳐."</div> <div>들어와서 대충 장봐온걸 정리하려는데, 제가 할께요. 라며, 나를 거실로 떠민다.</div> <div>앞치마보고 눈이 동그래진다.</div> <div>안비싸. 옷에 김치국물 튈까봐 샀어. 라니까, 이건 순순히 고맙습니다.하고 받아준다. </div> <div><br></div> <div>노래방용 큰 갈매기밥가져다가 한모금 하니까 그 애가 온다.</div> <div>"정리다했어요."</div> <div>"고생했어...D. 요거 쪼끔 마셔볼래?"</div> <div>"네?"</div> <div>"목타지? 이거 한캔은 좀 많아보이시고, 쬐끔만 따라줄께."</div> <div>"...무슨 맛인지 궁금하긴 했어요."</div> <div>"맛은 무슨 맛. 맥주 맛이지."</div> <div><br></div> <div>우리는 잠시 그렇게 앉아 예능재방송을 보고 깔깔 웃고, 과자를 조금 나눠먹고, 잘 자. 안녕히 주무세요.</div> <div>나는 월요일 아침에 회의가 있어서 더 일찍 나가니까 신경쓰지말고 자. </div> <div>그 시간에 아침먹으면 더 부대끼고, 회의끝나고 아침먹으니까.</div> <div>너 진짜로 새벽에 일어나지마. 푹 자고 학교 가. 예전 집보다 학교가는 시간 15분은 단축되니까 그 시간만큼 더 자. 알았지? 꼭이다?</div> <div>그렇게 몇번이나 다짐하고 방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난 3일. 어떡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div>
감자칩인줄 알고 먹는데 감자반죽인 그 ㅍ과자를 좋아하는데, 
(자기 생각에...그리고 솔직히...) 너무 비싸서 차마 집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말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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