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 내 집인데 선뜻 들어가지를 못하고 현관 앞에 서 있었다. <div><br></div> <div>씻고 있으면 어쩌나. 물론 큰 방 화장실을 쓸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div> <div>혹시 모르고 속옷같은거 베란다나 거실에 빨래다이에 널었으면 큰일인데...</div> <div>오만가지 생각을 다하고, 쓸떼없는 걱정은 덤으로 더 하고 나서, 깊게 심호흡을 하며</div> <div><br></div> <div>이리오너라 열려라참깨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등등...그냥 우어어어어~하고 집에 들어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컴컴했다. </div> <div>아직 안 들어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멋쩍게 내 작은 방에 들어가 (문잠그고)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거실과 부엌에 불을 켰다.</div> <div><br></div> <div>"음???"</div> <div><br></div> <div>데려와놓고 아차!!!했지만, 지난 며칠을 밀려놓은 빨래며 설거지가 말끔하게 되어있었다.</div> <div>막 담글때 가져와 계속 냉장고에 방치해 묵은지와 쉰김치의 중간쯤 가려던 김치는 참치김치찌개로 탈바꿈되어있었고,</div> <div>사놓고 계속 깜빡하는 계란들은 계란말이가 되어 식탁에 놓여있었다. 얼마전 엄마손에서 사들고와서 햄버거랑 프라이만 먹고 둔 케찹도 같이 있었다--</div> <div>난장판이나 다름없던 냉장고 안은 버려야했던 반찬들은 어디론가 싹 사라지고 남겨야할 반찬들만 남아잇었고...심지어 간장흘려놓고 귀찮아서 냅뒀던 자리까지 싹 닦여있었다.</div> <div><br></div> <div>화장실도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두던 샤워타올이며 면도기며 면도크림 샴푸 비누등이 </div> <div>음...이렇게 놓기만해도 차분한 기분이 들다니...라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리가 되어있었고</div> <div>요즘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손을 안대서 슬슬 피어오르던 곰팡이님들도 싹 사라져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애가 쓸 큰 방 쪽은 들어가보지도 않고, </div> <div>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들고 한잔빨까...하다가, 그냥 얌전히 밥 한공기 퍼서...음??? 맛있어???</div> <div>한공기 더 퍼서 터져라 먹고, 배 두들기며 앉아 축구를 보며 뒹굴거리다가 그대로 거실에서 잠이 들어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철컥.하고 오토락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 </div> <div>얼핏 눈을 뜨니, 그 애는 현관 옆 작은 방을 지날때 살금살금 지나다가 거실에 널부러져있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래더니, </div> <div>나 깰까봐 조용히 들어가려다가 아무리 보일러를 틀어놨어도 이불도 안 덮고 자는 나를 그냥 둘 수 없는지 내 방에 가서 이불을 들고와 덮어주고 큰 방으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시계를 보니, 새벽 2시. </div> <div>몸에서 음식냄새가 진동하는걸 보니, 또 어딘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모양이었다.</div> <div>큰방 화장실에서 샤워소리가 들리고 나는 이불의 온기에 다시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은 토요일이었다. </div> <div>그래서 모처럼 5시 기상이 아니라 푹 자려다가, 몸뚱이가 새벽 5시에 반응해서 눈이 떠졌다.</div> <div>"젠장...더 자도 되는데... ...?"</div> <div>큰 방에서 들려오는 물소리.</div> <div><br></div> <div>내가 그때 소스라치게 놀랐던 건, 몇 시간 전에 들어와 씻다가 피곤에 쩔어서 쓰러진거 아닌가???? 였기 때문이었다.</div> <div>"D!!!!...."</div> <div>큰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그 애는 겨우 2시간 남짓 자고 또 아르바이트 나가려고 세수를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아침운동 갈거라고. 가기 전에 모닝커피먹을거라고. 하필 헬스장이 그 맥날 근처라고. 딱히 너 태워주려고 그런건 아니라구!!!라며, </div> <div>기어이 걸어가겟다는 애 차에 태웠다. </div> <div><br></div> <div>마침 봄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애는 낡은 스니커에 물들어올까봐 결국 내 차에 탔다.(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걸어가면 한 10분거리인데, 토요일 새벽 차없는 시간에 나가니 신호 한번 안걸리고 도착했다. </div> <div>"이따가 아메리카노 시키면 젓지말고 흔들어서."</div> <div>"...내리는 그대로 드리는데요;;;;"</div> <div>"그래도 들고 올때 흔들잖아. 좀 더 쉐이크해줘. 이따봐."</div> <div><br></div> <div>일찍오셨네요. 이번 주는 또 얼마나 드셨어요. 옆구리에 살 찐거 봐. 여기 교회아니예요. 1주일 내내 먹고 하루이틀 운동한다고 안빠져요.</div> <div>내가 니 놈 보기싫어서 끝나면 헬스장 옮긴다-.-+ </div> <div>싸우면 질것 같아서 그냥 들은체만체하고는 옷 갈아입고</div> <div>런닝뛰고 쇳덩이 몇번 들었다놨다하고는 물통에 물을 받아, 창 밖의 비오는 풍경이 잘 보이는 런닝머신 건너편의 어째 오늘은 아무도 안쓰는 기구에 앉아서 물을 마시며 비오는 풍경을 바라봤다. 진짜로. 내가 원래 비오는 걸 좀 좋아하는 편이라, 아무 생각없이 비를 보고 있었는데,</div> <div>어느 새 그 비어있던 런닝머신에 올라탄 어느 여성분이 내가 자기 엉덩이 계속 쳐다본다고 트레이너한테 기분나쁘다는 듯이 꼬질렀다--</div> <div><br></div> <div>아니, 니가 거기서 런닝뛰기 한 10분 전부터 내가 앉아있었다고ㅠ.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행히 경찰을 부르네 마네 할것도 없이 끝이 났다.</div> <div>일단 내 뒤에서 흐읍!!!흐읍!!!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운동하는 아저씨와 그 사모님이 가 내가 더 먼저 와서 앉아있었다는걸 증명해주어서 </div> <div>끝까지 지가 잘했다는 그 여자에게 기어이 사과를 받아내고, </div> <div>나 기분나빠서 여기서 운동못함. 트레이너 니 처음부터 덮어놓고 여자편 들더라? 하고,</div> <div>남은거 환불받고 짐싸서 나왔다.</div> <div><br></div> <div>주차장에 내려오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div> <div>남은게 너무 많아서 울며겨자먹기로 주말이나마 나와서 운동하러가서 명상만 하고 오곤 했는데, 덕분에 몽땅 환불받고 나올수 있어서 말이다.</div> <div><br></div> <div>저녁은 치킨ㅋㅋㅋㅋㅋ하고 커피마시러 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주말 아침, 그 패스트푸드점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 </div> <div>"아...어서오세요."</div> <div>"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마시고 갑니다."</div> <div>"젓지말고 흔들어서요?"</div> <div>"??? 그냥 주세요."</div> <div>내가 시치미 뚝 떼고 이 아가씨가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div> <div>웃는 모습 우는 모습 당황한 모습만 보여주던 그 애가 처음으로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div> <div><br></div> <div>왜 너무 귀여우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어릴때 좋아했던 애의 그 표정에 더 신나서 괴롭혔던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 같은데, </div> <div>순간 볼이 빵빵해지면서 부우!!!하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div> <div>자리에 앉아 ㅋㅋㅋㅋㅋ거리며 앉아있다가 커피나왔습니다. 하는 소리에 가보니, 그 애는 들어가서 안나오고 웬 선머슴이 커피를 내주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멍하니 내리는 비를 보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컵을 치우러 일어나자 마침 홀 정리를 하러 나온 그 애랑 눈이 딱 마주쳤다.</div> <div>나보자 미간을 찌뿌리며 입을 삐죽이며 또 볼을 빵빵하게 하고는 흥!!!하고 고개를 돌린다.</div> <div>그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매일 학교에 아르바이트에 치여서 어른스러운 애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애구나. </div> <div>속으로 ㅎㅎㅎ 웃으며 얼음을 버리고있자니, 실례합니다~하며 그 애는 내 옆에 서더니 어깨를 힘껏 부딫혔다.</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제임스 본드인줄 알았더니 아니셨네요."</div> <div>"영어못함. 총 잘 못쏨. 싸움못함. 살찜. 안경씀. 뭣보다 여왕님께 충성할 생각없어. 살인면허결격자야. 본드라닠ㅋㅋㅋ"</div> <div>"당황했잖아요."</div> <div>"덕분에 좋은거 봤어."</div> <div>"뭘 보셨는데요?"</div> <div>"글쎄ㅋ. 몇 시에 끝나?"</div> <div>"...이거 끝나고 잠깐 쉬었다가 또 아르바이트..."</div> <div>"...잠은 자니?"</div> <div>"네?"</div> <div>"너 아까 2시에 들어왔잖아."</div> <div>"안 자고 있었어요?"</div> <div>"자다 깼지. 진격의 거인 들어온 줄 알았다."</div> <div>그게 뭔데요? 하는 표정. 있어 그런게. 라며 손짓을 한다.</div> <div>"점심은?"</div> <div>"여기서 나오는거요."</div> <div>"저녁은?"</div> <div>"4시부터 일하면 저녁 아르바이트에서 밥 나와요."</div> <div>"...그래. 알았어. 너무 무리하지말고. 비 심하면 연락해. 데려다줄께."</div> <div>"...네...아젔...아니 오빠도 주말인데 쉬세요."</div> <div>"너 걱정이나 좀 하세요. 간다. 무리하지마."</div> <div><br></div> <div>지하주차장에 가서야, 아차. 주차증...하고는 그냥 돈 내자 오늘 헬스장 환불받았는데 뭐. 하고 올라갔더니, </div> <div>주차관리인아저씨가 "아까 저기 알바생이 주차증주고 갔어요."라며, 통과시켜주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보았다. 역시나 동생집에서 빌려온거.</div> <div>3시가 다 넘어가도 집에 안 들어오길래, 어제 해준 김치찌개에 밥 비며먹고 책을 마저 읽었다.</div> <div><br></div> <div>"여보세요. 끊는다."</div> <div>"쥐뢀을 멈추라. 야. 이따가 AA랑 BB랑 너네 집 갈께. 술가지고. 장소만 제공해라."</div> <div>"오!!!!!...아니. 안돼. ㅆㅃ 깜빡했네. 나 지금 일하고 있어. 늦어."</div> <div>"집아냐?"</div> <div>"아냐. 그리고 집에 엄마와있어."</div> <div>"그래? 그럼 너네 동네 근처인데, 엄마한테 인사드리고 갈께. 어머니 롤케잌 좋아하시지?"</div> <div>"아니 나도 안하는 효도를 왜 니네가 하고 그래??? 됐어. 그냥 가. 니들 낯짝보면 엄마 또 장가가라 선봐라 그런단 말이다."</div> <div>"우리가 엄마한테 엄마작품이지만 아드님은 얼굴이 하자.라고 말해줄께."</div> <div>"너 제수씨한테 저번에 국밥집 60만원 나온거 해명됐냐? 됐든 안됐든 내가 오늘 너 처마 밑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자게 해줄께. 오늘 주말이라 신문지 구하기 힘들걸???"</div> <div>"그냥 갈께. 야~이거 좋은 술인데..."</div> <div>"밤에 운전해야할지도 몰라. 아. EE 오늘 집에 있을거다."</div> <div>"아~거기가 잇네. 너보다도 서비스 좋은 EE군. 친구를 개똥으로 안보는 우리 EE군. 거기로 간다. 다시는 너 안 찾을거다."</div> <div>"고맙다. 내 평생 소원이 오늘 이루어지는구나."</div> <div>하여간 입만 살아서!!!라며, 친구는 그 카드값 입 다물어라. 진짜. 라며 전화를 끊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고보니, 큰 방 옷장에 내 옷이 있어서 그거 꺼내러 들어갔다.</div> <div>가방. 몇 년을 쓴 듯 오래된 가방. 책이 가득들어서 군장인줄 알았던 그 가방.</div> <div>그 중에 몇 개를 꺼내서 조금 읽어보았다.</div> <div>역시나 전공책. 드럽게 재미없었다. 거기다 나랑 전공이 달라 내용도 얼른 안 들어왔다.</div> <div>하지만, 같이 들어있는 대학노트에는 강의내용에 책에서 적은 내용까지 정말 빽빽하게 적혀있었다.</div> <div>이제 보니, 이 애 대학생의 필수품인 컴퓨터가 없네.</div> <div><br></div> <div>나는 얼마 전에 회사에서 지급되서 지금은 쓰지 않는 예전 노트북을 꺼내서 </div> <div>살색영상들(...이거 하나 컴터에 없는 자만 내게 돌을 던져랏!!!)을 차마 못지우고 외장하드에 옮기고, 포맷을 했다. </div> <div>게임을 돌리는게 아닌 이상 아직도 무리없이 도는 노트북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녁 알바 언제끝나는지 물어볼걸. </div> <div>살짝 후회하며, 아직도 비가 오는 밤거리로 나섰다.</div> <div><br></div> <div>신발만 파는 마트를 지나려다, 새벽에 나올때 물에 철벅거리는 소리까지 나던 그 애의 스니커즈가 문득 생각났다.</div> <div>진짜 엄청 고민했다.</div> <div>나는 너 생각해서 사줬다고 해도, 이 애는 또 엄청 부담스러워할건데...이제 이틀이지만, 집에 얹혀사는것도 엄청 부담스러워할텐데...</div> <div>그치만 그 신발...하...어쩐다...그리고 신발 사이즈도 모르는데...</div> <div><br></div> <div>그리고 이미 여자 사이즈로 230 운동화를 지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허락받는것보다 용서받는게 더 쉬운 법이다. </div> <div><br></div> <div>이건 그냥 좀 암말 안하고 받아줬으면 좋겠다. </div>
신발을 선물하면 떠납니다.
2타수 2안타 .
두 번 다 그랜드슬램으로 얻어 맞아봐서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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