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삔거 아냐?" <div>"아뇨. 그냥 좀 취해서..."</div> <div><br></div> <div>현관문을 열고, 둘 다 안으로 들어가서야 아차. 했다.</div> <div>아니 ㅆㅂ 아무리 취했어도, 혼자사는 여자애 방에;;;;</div> <div><br></div> <div>이 생각은 그 방을 나오고나서야 한거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전역하고 지게차 속성으로 30분 배우고 냉동창고에서 3개월쯤 일한 적이 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그때 느낀 한기를, 초봄의 사람 사는 방에서 느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말그대로 냉방.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마 지난 겨울 내내 단 한번도 보일러를 틀지 않았던것 같은 냉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찌나 방 안이 차가운지, 술이 한번에 다 깨는 기분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흔한 전기장판이나 전기담요조차 없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차라리 어메리카스톼일로 신발을 신고 들어올 걸 그랬다고, 발바닥이 시릴 정도로 추운 냉방.</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그 냉기를 타고 풍겨오는 진한 곰팡이 냄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하지만 여자애가 곤혹스러워한건, 어찌됐든 손님이 들어왔는데 너무나 썰렁한 방 온도가 아니라,</div> <div>깨끗이 정리된 방에서 얼마나 들고 고민을 했는지, 꾸깃꾸깃해진...다음 주에 방빼란 주인집이나 복덕방에서 붙인 듯한 통지서였다.</div> <div><br></div> <div>"저기 이거 방세는 곧 해결돼요."</div> <div>"...짐싸."</div> <div>"네?"</div> <div>"너 오늘 이 추운데서 못 재워. 따듯한대서 자. 내일 학교갈거 챙겨."</div> <div>"무...무슨...오ㅃ...아니. 아저씨가 뭔데요?"</div> <div><br></div> <div>그래 남이다. </div> <div>우연히 그 비오는 날 특이한 인연으로 만나, 어찌어찌 초장부터 같이 커피도 마셔, 담배도 펴, 술도 마셔...딱 이뿐인 사이.</div> <div><span style="font-size:9pt;">거기다 나는 오래 만난 사람과 헤어지고, 사람과...특히 여자와 딱 어느 선 이상으로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span></div> <div>키다리아저씨가 될 생각도 아니었다.</div> <div>혼자 먹고 살고,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셔서 큰 돈 안들어가서 이렁저렁 사는거지,</div> <div>내가 뭐 누구 스폰하며 살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날 그 아이가 너무나 가여웠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잠시 옥신각신하자, 옆 집에 사는 사람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시끄러!!!하고 현관문을 발로 쾅!!! 찬다.</span></div> <div>현관문을 열어재끼자 초로의 사내가 나를 보고 움찔한다. </div> <div>사실 내 인상이 보통 인상은 아니다.</div> <div>"뭐?"</div> <div>"아니 거 보쇼. 한밤중에..."</div> <div>안 그래도 기분이 더러워져있는데, 현관문을 열고 나를 보고 움찔하면서도 내 등 뒤의 여자애를 얼른 눈으로 훑는걸 보니 기분이 더 더러워졌다.</div> <div>"꺼져."</div> <div>"아 네네. 그래도 좀 조용ㅎ..."</div> <div>"꺼지랬다."</div> <div><br></div> <div>상대는 도망치듯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보고는 조용히 하라더니 현관문 졸라 크게 닫더라. </div> <div><br></div> <div>여자애는 울기 시작했다.</div> <div>창피하고 서러웠을거다. </div> <div>현관문을 닫고, 우는 그 아이를 두고, 나는 대충 짐을 싸기 시작했다.</div> <div>가방이랄것도 책이 가득찬 그 낡은 백팩 밖에 없어서, 이 냉방에서 돌돌 매고 잤을 얆은 담요에다가 대충 다 때려박고 싸맸다.</div> <div>거기에 어지간한 짐은 다 들어갈 정도로 짐이랄게 없었다.</div> <div><br></div> <div>"...울지말고..."</div> <div>"...?"</div> <div>"너 속옷은 내가 차마 못 싸겠다. 그건 너가 좀..."</div> <div><br></div> <div>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댔는데, 그 아이는 그 말에 울면서 웃었다.</div> <div><br></div> <div>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div> <div>그 애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집을 나서며 아까 그 놈 현관을 발로 까주고, 그 냉방을 나섰다.</div> <div><br></div> <div>쌀쌀한 밤이었는데, 그 방보다 밖이 더 따듯하더라.</div> <div>피난민 보따리 같은 담요에 싼 짐 두개를 양 쪽으로 들고, 나는 뒤도 안보고 길가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div> <div>꽤 젊은 기사였다.</div> <div>"일행있어요. 미터기 켜시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div> <div>"어디 야반도주하시나봐욬ㅋㅋㅋ"</div> <div>"보쌈해갑니다. 좀 도와줘요."</div> <div>"휘이~미터기 안 켤께요."</div> <div><br></div> <div>잠시 그렇게 택시를 잡아놓고 기다리자, 쭈볏거리며 그 여자애가 골목입구에 나타난다. </div> <div>나이 차가 확 나는 남녀인지라, 기사는 잠시 멈칫했지만, 내가 그 애를 뒷좌석에 태우고 조수석에타고 문을 닫자 일단 출발했다.</div> <div>"XX아파트요. 짐있으니까 단지 안으로 들어가주세요."</div> <div>"아 네.XX아파트요."</div> <div><br></div> <div>기본요금보다 조금 더 가는 거리.</div> <div>얼마 안되는 그 거리에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div> <div>저질러버렸구나. 미친거지. 이 일을 어쩐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파트 현관들어올땐 ***호 누르고 샾 누르고 xxxx. 누르면 돼."</div> <div>"..."</div> <div>엘리베이터에서 무거운 침묵.</div> <div>"여기가 내 집. 이거 비밀번호 누르는거 고장나서 카드키로 따야 돼."</div> <div>현관문을 열고 내 집으로 들어섰다.</div> <div><br></div> <div>아무리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와 잠만 자는 집이어도, 어느 정도 온기라는게 있다.</div> <div>그나마 있는 그 온기에도 그 아이의 양 뺨에는 홍조가 올라왔다.</div> <div>"자. 이거 딱 두개 있는 카드키야. 이거 여기다가 두개 다 두고갈께. 보일러켰으니까 따듯한 물에 씻고, 옷 갈아입고 연락줘."</div> <div>나는 대답도 듣지않고, 현관을 나섰다.</div> <div><br></div> <div>아파트 상가에 편의점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사서 창가테이블에 어떤 애새끼들이 먹고 치우지도 않은 라면과 핫바 봉지를 치우고 앉았다.</div> <div>오늘은 오늘인데, 앞으로 어찌해야하나...시계를 보니, 들어가서 한두시간 눈붙이면 출근할 시간이 다 되어있었다.</div> <div>고양이 혓바닥이라 뜨거운거 잘 못마시는 내가 그 커피 다 마시는 동안 연락이 안 와서,</div> <div>헉!!!! 나 키없는데 잠들어버렸나??? 이러고 있는데, 다행히 그 애에게서 전화가 왔다.</div> <div>"저...다 씻었어요."</div> <div>"ㅇㅇ. 요 앞에 편의점이니까 곧 올라갈께. 현관문 노크하면 문 좀 열어줘."</div> <div>편의점에서 대충 이 애에게 필요하겠다. 싶은거 몇가지 더 사가지고 올라가서 현관문을 두드렸다.</div> <div><br></div> <div>가끔 오마니나 사촌여동생들이 와서 문 열어줄때랑 기분이 틀리더라.</div> <div>샤워를 한 듯한 그 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저녁 내내 울어서 충혈되고 부었던 눈이 좀 원상태가 되었고,</div> <div>씻고 나니까 안 그래도 한 살 정도 어리게 봤는데, 진짜 고등학생처럼 보였다.</div> <div><br></div> <div>"이거, 필요할것 같아서 몇개 골라왔어. 써."</div> <div>"고맙습니다. 저..."</div> <div>"넌 여기 큰 방 써. 부모님오시거나 손님오면 쓰는 방이니까 부담갖지 말고 써. 나 원래 여기 작은 방 쓰니까."</div> <div>"저기..."</div> <div>"일단 오늘은 자자. 너 내일도 아르바이트가?"</div> <div>"아뇨. 내일은 1교시부터 수업이 있어서, 오전아르바이트는..."</div> <div>"그래. 자고, 이거 현관키 너 써. 피곤하다. 방문잠그고 자도 서운해 안할테니까 어떡게든 편히 자고 내일 학교가."</div> <div>"아저씨는..."</div> <div>"나 이따가 출근해야돼."</div> <div>"네? 아...시간이 벌써..."</div> <div>"피곤타. 잘 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침 회의 때, 저번에는 지각해서 사장님이 나를 10분 기다리게 만들어놓고,</div> <div>이번에는 사장님계시는 회의자리에서 쿨쿨 자다가 </div> <div>사장님은 허허. 괜찮아, 새벽같이 나오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주셨는데,</div> <div>상무님 전무님 부장님들 팀장님들 차장님들한테 신나게 까였다ㅋ</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우리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되었다.</div>
5시에 출근해서 밤 10시 퇴근.
연말연초에 뭔 일들이 이리도 많은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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