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 너랑 별 짓을 다하는구나...남자 둘이 앉아 빵을 다 쳐먹고..." <div>"왜 옛날 생각나지 않냐? 학생때 빵집에서 막 여자애들 만나고ㅋㅋㅋㅋ"</div> <div>"이의있소!!! 피고는 위증을 하고 있소!!! 니가 학생때 여자를 만났다고?"</div> <div>"왜 옆에 여중애들 있잖아."</div> <div>"까고계십니다. 중딩때 땀내에 쩔던 남중에서 남자들하고만 지낸 과거가 너무 슬퍼서, 과거를 망상하고 그게 진짜 기억처럼 덮어버린거 아녀?"</div> <div>"까지말고 쳐잡수세요."</div> <div><br></div> <div>아. 이 놈은 내 모근개수까지 아는 새끼지.</div> <div>친구는 과거를 들키자 내 입에 지가 먹던 고로케를 쑤셔넣었다.</div> <div><br></div> <div>그 날은 친구랑 요즘 빵집에 까페까지 운영하는 프렌차이즈빵집에서 빵을 먹고 있었다. 우걱우걱.</div> <div><br></div> <div>"빵을 3개씩 먹었나?"</div> <div>"넌 4개. 방금 내가 고로케 양보했잖아."</div> <div>"아밀라아제 맛 밖에 안나더라. 이 좀 닦아라. 정화조가 친구하자고 그러겠다. </div> <div>목젖에 걸려서 토할뻔한게 아니고, 니 주둥이 냄새땜에 토할 뻔했다."</div> <div>"닥쳐. 야 가서 빵 2개만 더 사와라. 커피 좀 남았어."</div> <div>"배 안부르냐?"</div> <div>"사주면 처먹을거잖아."</div> <div>"졸라 비싼거 먹을거여."</div> <div>그 놈 카드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고만고만한 빵들을 고르고, 카운터로 갔다.</div> <div>"어?"</div> <div>"어?"</div> <div><br></div> <div>무슨 산업의 역군이신가...이번엔 그 빵집에서 그 애를 만났다.</div> <div>그 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슈크림이랑 애플파이랑 얼마입니다. 하고 얼른 계산해주었다.</div> <div><br></div> <div>"뭐 사왔냐? 딱 지 좋아하는것만 사왔네."</div> <div>나는 그나마 딱딱한 애플파이를 그 주둥아리에 정통으로 던져주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div> <div>"아이씨. 왜 사줘도 쥐뢀이야."</div> <div>"..."</div> <div>"뭐 왜?"</div> <div>"야. 우리 21살때 주말에 뭐했냐?"</div> <div>"뭐하긴 븅쉰아. 이뼝XXX!!!! 하면서 뭐빠지게 걸레질이나 하고 다녔지."</div> <div>"아니. 군대가기전에."</div> <div>"놀아재꼇지. 내일 세상이 망하니까 오늘 놀아야지하고."</div> <div>"그랬지? 21살이면 그래야지?"</div> <div>"졸라 놀아재끼고 성적표에 쌍권총 몇개는 그어줘야지."</div> <div>"나 그러다가 4학년때도 48학점 듣고 계절학기도 9학점씩 들었어-_-"</div> <div>"나보다 더 븅쉰이 여깄다닠ㅋ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 먹고 다른 친구들이랑 당구치기로 한 시간이 되어 나가며 슬쩍 카운터를 봤는데, 그 애는 보이지 않았다.</div> <div>어째 기분이 얹짢아져서 그 날 당구도 잘 안쳐져서 게임비 다 물었다.</div> <div>이 기분에 술마시면 기분이 더 안 좋아질것 같아서, 게임비만 내고 그냥 간다고 했다.</div> <div>드디어 왔군. 간경화 간경병 간염 간암. 귀찮으니까 서로 조문 안가는걸로 퉁치자. 안간다? </div> <div>그 주둥아리들에 초크칠을 해주고 집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div> <div>"이거 이대로 팀장님께 품의 올릴께요. 고생했어요."</div> <div>긴장모드로 서 있던 여직원의 얼굴에 안도감이 확 퍼진다.</div> <div>"왜요?"</div> <div>"과장님 어디 고쳐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div> <div>"그건 틀린게 있으니까 그런거지, 오늘같이만 해오면 내가 왜 고쳐오라고 해요. 이거 자료만드느라 고생했어요."</div> <div>"네에~감사합니다."</div> <div>"아. B씨."</div> <div>"네?"</div> <div>"그러고보니까 B씨 몇 살이죠?"</div> <div>"과장님~같은 팀인데 제 나이도 모르세요?"</div> <div>"내가 채용했나. B씨 나이를 내가 어떡게알아-_-;;;;;;;;;"</div> <div>"26살이요."</div> <div>"에????? 20대 꺽였었어????"</div> <div>"호호호호호호. 제가 좀 동안이죠????"</div> <div>차마 아니. 내가 그만큼 너한테 관심이 없었어.라고는 말 못하겠더라. </div> <div>"너무 애기같이 봤네. B씨. B씨는 21살때 뭐했어요?"</div> <div>"학교다녔죠~"</div> <div>"아르바이트 뭐 했어요?"</div> <div>"아뇨.안했는데요? 집에서 등록금 다 내준다고, 그냥 공부만 하랬어요. 과장님은요?"</div> <div>"주유소에서 총잡았지. 그러다가 성적표도 총잡고."</div> <div>"아~그래서 셀프주유소가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름넣으시는구나."</div> <div>"그런가?"</div> <div>"그런데 갑자기 21살때는 왜 물으세요?"</div> <div>"그냥. 갑자기???"</div> <div>여직원은 아리송한 얼굴을 한다.</div> <div>"왜요?"</div> <div>"아뇨~과장님 여직원들한테 이런 질문 전혀 안하시잖아요. 개인적인 질문 이런거. 갑자기 물으셔서요."</div> <div>"...그러게. 왜 이러지? 뭐...이번 건은 정말 고생했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날 안하던 짓 한다고, 김과장 곧 죽는대. 왜 사람이 죽기 전에 안하던짓 하잖아.</div> <div>사인은 <span style="font-size:9pt;">간경화 간경병 간염 간암 중에 하나.로 알아서들 사망진단서 끊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그 시간 이후로 보고서 품의서 들고오는 대리 사원들은 퍽 고생을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그 날은 일찍 끝난 날이었다.</div> <div>씻고 방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플스를 좀 할까 그냥 테레비나 볼까...하다가, 그냥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div> <div>나는 혼밥 혼술 이런거 유행하기 전에 이미 혼자 뷔페며 횟집이며 심지어 전주에서 막걸리집 이런것도 다 섭렵한 사람이라, 혼밥 이런거는 전혀 거부감이 없는데 그 날은 어째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영 땡기지가 않았다.</div> <div>그렇게 무턱대고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애 집으로 가는 언덕배기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div> <div>아직 봄이라 해가 짧은 때였다.</div> <div>아직도 이런 가로등이 있나. 싶을 정도로 어두침침한 가로등 아래, 작고 갸냘픈 여자애가 책더미를 안고 위태위태하게 걷고 있었다.</div> <div>그 애가 매고 있는 낡은 백팩도 터질것 같이 무거워보였다.</div> <div><br></div> <div>"어?"</div> <div>"가방줘. 들어줄께."</div> <div>"안녕하세요...그리구 괜찮아요."</div> <div>"내가 안 괜찮아. 줘."</div> <div>그렇게 반강제로 가방을 뺏아들고 움찔했다.</div> <div>"혹시 여군 이런거 준비해?"</div> <div>"네?"</div> <div>"...이거 군장무게잖아-_-+ 이걸 지고 안고 여기까지 온거야?"</div> <div>"...네...레포트가 있어서..."</div> <div>"...그러고보니 감자탕집 아르바이트 안가?"</div> <div>"...학교때문에 자꾸 빠지니까..."</div> <div>"일단은 집까지 가자. 들어줄께."</div> <div>주저하는 표정이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안한다. 허리가 펴지고 발걸음이 퍽 가벼워졌다. </div> <div>그 몇 분동안 그 애는 한 백번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div> <div>힘든 내색을 안내려니, ㅇㅇ. 이 간단한 대답 한번을 못해줬다.</div> <div><br></div> <div>"헉헉...이거 입에서 내는 소리가 아니여...그냥 내가 오늘 몸이 좀 안좋아서...헉헉..."</div> <div>"하아하아...정말 고맙습니다."</div> <div>"고마우면, 가서 물 한컵만 가져다줄래?"</div> <div>"아!!! 네!!! 잠시만요!!!"</div> <div>"찬물찬물. 나뭇잎 그런거 띄우지말고...도대체 뭔 책들이야..."</div> <div>안고들어간 책들 말고 미처 들고가지 못한 가방을 슬쩍 열어보았다.</div> <div>척 봐도 전공책들이다. 꽤나 낡은걸 보니 교수가 표지만 바꿔가며 책장사하나보다. </div> <div>아마 그 사이에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이 확립되었어도, 이 책들은 아직도 천동설을 논하고 있을 법한 비쥬얼이었다. </div> <div>짠했다. 나는 대학생때 책값받아다가 수업시간에 출튀하고 당구장 피씨방 막걸리값으로 그 책값을 소비하고, 시험은 선배들 족보들고와서 시험보고 개망하고 교수님께 싹싹 빌어도 학고를 못 면했는데;;;;;</div> <div>"여기요. 천천히 드세요. 체해요."</div> <div>"(벌컥벌컥벌컥) 땡큐. 어 시원하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물 한컵을 단번에 비우고 숨을 고르고, 그 애는 가방이랑 컵을 들고 낑낑대며 반지하방에 들어갔다가, 수건을 들고나왔다.</span></div> <div>"아. 땀?"</div> <div>"네. 감기들어요. 아직 바람 차요."</div> <div>"센스쟁이시네. 고마워."</div> <div><br></div> <div>수건에서는 여자애의 냄새가 아닌, 반지하방 특유의 곰팡이냄새만 났다. </div> <div><br></div> <div>"...이제 뭐할거야?"</div> <div>"네???...레포트쓰기 전에 책 좀 보려구요."</div> <div>"저녁은?"</div> <div>"먹었어요."</div> <div>참으로 슬프게도 그 순간 그 애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div> <div>신사라면 못 들은체 해주겠지만, 난 신사가 아니다. 오히려 망나니과지.</div> <div>"3일 전에 먹은 저녁말고, 오늘 저녁 말이야-_- 가자. 밥먹자."</div> <div>"아뇨. 저 괜찮아요."</div> <div>"여기까지 짐들어줬는데, 혼자가서 쓸쓸하게 저녁먹으라고?"</div> <div><br></div> <div>그 애는 순간 고민했다. </div> <div><br></div> <div>그때의 나는 내가 이런 아저씨랑 밥을 먹으러 가야하나.하고 고민하는 줄 알았다.</div> <div>아니었다. 그 애는 체크카드의 잔액을 계산하고 있었던 거다.</div> <div><br></div> <div>신사도 아닌 주제에 눈치도 없는 나는. 아. 얼른. 밥먹자고 밥. 이러면서 그 언덕길을 책을 안고지고 갈때보다 더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그 아이 손...은 못잡고 낡다못해 소매가 다 헤진 잠바 소매를 잡고 큰 길로 향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땀흘리면 고기 먹어야 돼. 내가 안물어보고 들어왔는데 혹시 독실한 베지테리안이야?"</div> <div>"네??? 아...아뇨."</div> <div>"좋아좋아. 이모~여기 삼겹살 둘에 목살 둘이요!!!"</div> <div>"네? 저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div> <div>"걱정마. 내가 그렇게 먹어."</div> <div>음료는 뭘로? 쐬...아니. 사이다 주세요. </div> <div>나오는 고기를 자기가 굽겠다고 가져가는데, 얼마나 무겁게 책을 안고 지고 왔는지, 집게 든 손이 달달달 떨리고 있었다.</div> <div>내가 안다. 차도 못가는 대공진지에 대공탄 인력으로 옮길때 </div> <div>그 산길을 탄박스지고 올라가서 <span style="font-size:9pt;">반합에 반찬 다 때려박고 비빈 밥을 먹으려는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수전증 걸린 사람마냥 손이 달달달 떨려, 서러워서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아 비강으로 넘어온 그 눈물의 소금기를 입안으로 느끼며 손으로 퍼먹었던 그 비참한 기억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리내, 내가 고기굽기 검빨띠여.라며 집게랑 가위를 뺏아다가 막내때 굽던 솜씨대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굽기 시작했다.</span></div> <div><br></div> <div>나는 개인적으로 먹을 것 앞에 두고 내숭떠는 여자를, 문자 그대로 밥맛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애는 정말 잘 먹었다.</div> <div>배고파서 먹는 고기가 아니었다. 오랜만에 먹는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먹는 거였다.</div> <div><br></div> <div>"D"</div> <div>"네?"</div> <div>"우리 저번에 둘이 합해 딱 한병씩 먹자고 했잖아."</div> <div>"아. 그때요? 그때 술값 많이 나오셨죠?"</div> <div>"한번씩 그렇게 미치는 날도 있으니까 신경쓰지마. 우리 그때 약속한 둘이 합해 한병. 오늘 딸래?"</div> <div>"네? 그래도 돼요?"</div> <div>"ㅇㅇ. 쐬주없이 먹으려니 삽겹살이 퍽퍽하네. 이모!!! 신선한거 하나!!!"</div> <div><br></div> <div>잠깐이었지만, 중노동하고 소주 한잔을 탁 털어마시니, 뒤틀렸던 척추가 펴질것 같이 술기운이 확 퍼졌다.</div> <div><br></div> <div>"아저ㅆ...아니...그..."</div> <div>"편하게 불러. 솔직히 오빠라고 부르기는 부담스러운 액면가지, 내가."</div> <div>"혹시...몇 살이세요?"</div> <div>"21살이랬지? 11살 많아. 1살만 더 차이났어도, 띠동갑이니까 말 놓으라고 했을거야."</div> <div>"에엑?"</div> <div>"에엑? 왜 한 40대인줄 알았어?"</div> <div>"아뇨. 거기까지는 안봤어요."</div> <div>"그 언저리로 봤구만? 옛다. 좀 탄거 먹어라."</div> <div>"잘 먹을게요."</div> <div>"이리 내. 암걸려."</div> <div><br></div> <div>나 그때 진짜 그 다 탄 고기 치우려니까 안타까운 눈빛 보내는 사람. 태어나서 처음 봤다. 진짜로.</div> <div>나도 모르게, 갈매기살을 두개 더 시켰다.</div> <div>서빙하는 아줌마도 그래, 니가 처먹겠지. 이 아가씨가 먹는거겠어?라며 주문을 착 받아갔다.</div> <div><br></div> <div>"이거, 오늘은 반드시 제가 사드릴거예요. 꼭이예요."</div> <div>"아. 오케이오케이. 그래. 그때 나 죽일뻔한거 깽값 한번 받아보자."</div> <div>고기가 7인분. 후식으로 물냉에 누룽지, 된장찌개 서비스. 한병은 개뿔. 벌써, 3병째였다. </div> <div><br></div> <div>저번처럼 우리는 또 쓸떼없는 이야기들만 나누었다.</div> <div>그 애는 내 아재개그도 잘 웃어주었고, 나도 (빠른 년생이라) 12학번이나 차이나는 이 애의 대학생활을 들으며, 강산이 변하긴 변했군. 지금 대학생들은 그런단 말이지?라며, 세상 다 산듯이 한탄을 했다.</div> <div><br></div> <div>그 애에게 저번에 이 핸드폰 바꾸고 요금도 한번 안낸거라, 너가 나 죽이려든다는거 알면서도 다시 빽도했다며 핸드폰 보여주고, 그 애는 나름 최신형인 내 핸드폰을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만지고 있었다. </div> <div>"어? 아젔...아니. 오빠. 전화요."</div> <div>"전화? 아...매너 졸라게 없네. 시간이 몇개인데...예~부장님. Z사에 김과장입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div> <div>갑에서 온 전화라 울컥하는걸 참고 영업용 한 옥타브 올라간 솔을 유지하고,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늦은 시간에 전화한 갑의 개소리를 들으며, 가게 문 밖에서 나는 다 보고있었다.</div> <div>화장실을 한번 다녀온 그 애는 가방에서 통장까지 꺼내서 잔액을 확인하는듯 하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낡은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내서 카운터로 향했다. </div> <div>아이씨...그냥 내가 사주려고 했는데...</div> <div>그런데, 카드 마그네틱이 닳았는지 어쨌는지 카드가 계속 안 긁히나보다.</div> <div>당황한 그 애의 얼굴을 보니 또 가슴이 아린다.</div> <div><br></div> <div>'부장님. 제가 내일 담당부서에 관련자료랑 견적서 오전 중에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죄송한데 전화끊겠습니다."</div> <div>"안될리가 없는데;;;;;"</div> <div>"한도초과라고 떠요. 카드가 안 읽히는게 아니고."</div> <div>"내가 말했지. 나랑 나이대 두 자릿수 이상 차이나는 애한테 밥 안 얻어먹는다고. 여기요. 일시불이요."</div> <div>야속하게 한방에 긁혔다.</div> <div>"가방챙겨. 가자. 이모 잘 먹었어요."</div> <div>"네~또 와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애가 좀 더 취했더라면 또 그 날처럼 업고 왔을거다.</div> <div>그런데 그 날은, 조선시대 양반님들처럼 남자인 나는 앞서서 걷고, 그 애는 조금 떨어져서 걸어왔다.</div> <div>얼른 집에 가시라는걸, 그 컴컴한 골목길에 여자 혼자 보내고 그러는 사람아니라고, 억지로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div> <div>내가 그렇게 배웅해주고 있으니 저렇게 뒤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지, 혼자 보냈으면 정말 엉엉 울면서 집에 갔을거다. </div> <div><br></div> <div>내가 안 우는 만큼, 남들 우는거에 대처를 못하는 사람인지라, 뒤돌아보면 정말 당황할 것 같아서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고맙습니다. 맛있는거 사주셔서요."</div> <div>"별 말씀을. 독거노인이랑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노인도 공경할줄 알고. 복받을껴."</div> <div>애써 감추고 있지만 그 사이에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하고는, 그 웃기지도 않는 말에 풋!!!하고 웃는다. </div> <div><br></div> <div>"아. 맞다. 바람막이. 오늘은 가져가야지."</div> <div>"아 참. 지금 드릴께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조금 취한 통에 그 애가 반지하방 내려가는 계단에서 휘청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애를 부축해서 따라내려가지 않았을거다.</div> <div>조금 취한 통에 그 애도 정신이 없어서 내가 따라내려오는데 별 제지를 하지 않았다.</div> <div>조금 취한 통에 나는 다른 여자 집에 발을 들여버렸다.</div>
그 날, 라면 안 먹었습니다.(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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