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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nhyung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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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6102
    작성자 : sss989
    추천 : 10
    조회수 : 766
    IP : 175.252.***.14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4/22 05:31:27
    http://todayhumor.com/?panic_46102 모바일
    붉은방6

    출처;무서운이야기

     

    일행이 첫 희생자의 집에 도착한 것은 대대장의 막사에서 차를 타고 30분쯤 산길을 달렸을 때였다. 어제와 다름없이 중간중간 소독이 행해졌고, 이제는 다들 거의 익숙해져 버렸다.


    "여기입니다."


    상병이 차를 세웠다. 어제 새벽까지 혜주 일행을 태우고 다녀서 그런지 상병의 얼굴에도 피곤이 묻어 나왔다. 혜주는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상병에게 연민을 느꼈다.


    외진 곳에 위치한 첫 희생자의 집은 주위에 겹겹이 바리케이트가 둘러쳐져 있었다. 보초를 서고 있는 군인들도 모두 화생방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화생방 중 한 명이 혜주 일행에게 다가왔다.


    "보호복을 착용하시죠."


    "꼭 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나?" 과장이 물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우린 됐네."


    과장이 그렇게 먼저 대답을 하고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과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넷은 부검 때처럼 위생복과 위생장갑, 그리고 마스크만 착용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조그마했다. 방이 둘 있었고, 조그마한 마루가 방 앞에 나와 있었다.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을 따로 나 있었다. 화장실은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


    방이 두 개라고는 하지만 한 칸은 광처럼 이것저것이 쌓여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박스였다. 박스에는 '진수버섯'이라는 상품명이 적혀 있었다.


    "희생자가 버섯재배조합에서 일했다고 하더군요." 보건부 관리가 일행에게 말했다.


    "부부만 한 집에 살았대요. 아마 한 쪽 방만 썼을 겁니다."


    일행은 옆방으로 건너갔다.


    방에는 사람이 살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조그마한 장롱과 낮은 화장대가 놓여있었다. 선반 위에는 이것저것 집기들이 놓여있었지만 뒤져봤자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재배조합에서 일해서 외지로도 많이 나다닌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보건부 관리가 서랍을 열어 살펴보면서 말을 했다.


    "그럼 외지에서 병원균이 묻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겠군."


    "하지만 외부에는 발병보고가 없었잖아요." 혜주가 과장의 말을 받았다.


    "그렇긴 그렇지. 하지만 만일 변종 바이러스 같은 거라면."


    툭.


    텔레비전 옆을 지나가던 혜주가 텔레비전 위에 놓여있던 작은 통 하나를 떨어뜨렸다. 혜주는 조심스럽게 통에서 쏟아진 것을 관찰했다. 과장과 부검팀장도 혜주 옆으로 와서 섰다.


    안에서 나온 것은 지난 버스 승차표였다. 스무 장 가까이 모여있는 버스표는 모두 마산행이거나 마산에서 원주로 오는 왕복표였다.


    "경남엘 자주 간 모양이지?" 부검팀장이 흐트러진 버스표를 보면서 말했다.


    "버섯재배조합에서 일을 했다니 뭔가 일 때문에 가지 않았을까?" 과장이 추측을 덧붙였다.


    "경남에도 버섯을 많이 하죠."


    혜주가 말을 했다. 그러자 과장이 되물었다.


    "그래요? 어떻게 알았죠?"


    "제가 고향이 경남이잖아요. 경남에 친구도 있어요. 그 친구도 버섯을 재배한대요. 얼마 전에 소식이 닿아서."


    혜주는 진규의 소포를 생각하면서 말을 했다.


    "그렇군요."


    과장은 다시 다른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혜주는 진규와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면서 버스표를 다시 통 안에 넣어서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았다. 이 곳에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진규를 만날 수 있겠지. 혜주는 잠시 서글퍼졌다.


    "어서 마무리하시죠. 곧 출발해야 회의 시간에 맞춰 제1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생방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일행에게 알려왔다.


    "젠장. 여기서는 어딜 가나 시간 제한에 걸리는 군."


    부검팀장이 화생방이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불평을 터뜨렸다.


    "이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이만 정리하고 사진이나 찍어갑시다."


    과장이 이렇게 말을 하고 보건부 관리가 주머니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서 방 안 구석구석을 찍었다.


    혜주와 과장, 부검팀장이 방을 빠져 나오는 동안에도 보건부 관리는 번쩍번쩍 플래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댔다.

    대대장의 막사까지 오면서 일행은 디지털 카메라와 자신들이 육안으로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뭔가 단서를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알 수 없다'였다.


    난감한 표정으로 소독 연기만 수 차례 맡으면서 갔던 길을 되돌아 대대장의 막사로 돌아온 것은 정확히 정오였다. 일행은 서둘러 대대장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자 빨리들 앉아요. 회의가 지금 시작되니까."


    대대장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사 안에는 한 쪽에 스크린이 쳐져 있었고,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스크린 위에는 조그마한 카메라가 장착되어있었다.


    "우린 그냥 앉으면 되는 겁니까?"


    과장이 대대장에게 물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머지 세 명도 따라 각자의 의자에 앉았다.


    "아, 참 좋은 세상 아니오. 이런 강원도 산골과 서울이 얼굴을 마주보고 회의를 할 수 있다니. 정말 기술이 많이 발전을 했어."


    이윽고 실내의 조명이 조금 어두워지며 스크린에 서울 회의실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화면에 나타난 사람은 모두 네 명이었다. 국무총리와 육군 참모총장, 그리고 군단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양복을 입은 사내가 앉아있었다. 정부의 고위관료쯤 되겠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아주 젊어 보였다. 이 곳에 오기 전에 혜주 일행에게 브리핑을 했던 소령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나온다면 거짓말을 한 것에 좀 따지고 싶었던 혜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수고하십니다."


    대대장은 군장성을 앞에 두고도 경례도 붙이지 않은 채 앉아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이구, 수고는 중령께서 하십니다. 그래, 그쪽 상황은 어떻소?"


    "저희 다섯은 보시는 대로 아직 살아있습니다. 하하. 그리고 간밤에 사병 한 명이 더 죽어서 총 사망자 수는 세 명이 되었고, 아랫마을에서는 두 명이 죽었습니다."


    대대장은 아주 여유롭고도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했다. 하긴 발병의 징후가 아예 없다니 사망자만 보고하면 하면 되는 것이었다.


    "네 분께서는 뭔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양복이 혜주 일행에게 물었다.


    "애석하게도 아직 없습니다."


    과장이 대답했다. 혜주는 마치 자신들이 임무를 게을리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혜주 일행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 사태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가 아무 것도 짐작을 할 수가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혜주는 갑자기 대대장이 원망스러워 졌다. 대대장이 이상한 명령으로 혜주 일행의 활동에 지장만 주지 않았다면 일은 훨씬 수월하게 진척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대대장의 비합리적인 지휘에 대해 한마디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무능을 대대장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 같아 보일 것 같아서 그러지는 못했다.


    총리가 입을 열었다.


    "병이 번지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소. 그렇다면 네 분께서 아랫마을에 가셔서 진찰을 좀 해 주시죠. 감염의 기미가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격리수용을 한다면 병의 확산을 좀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게 워낙 징후가 없어서 말입니다. 아무런 증세도 보이지 않던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숨을 못 쉬고 넘어가 버리니 이거 원."


    대대장이 총리의 말을 그렇게 받았다. 그러자 참모총장이 총리의 눈치를 슬쩍 보면서 말을 했다.


    "그렇지만 네 분 중에 두 분은 전문의이시니 진찰을 하면 뭔가 감염자를 찾아 낼 수도 있지 않겠소."


    "하지만 아직 병에 의한 감염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습니다." 혜주의 말이었다. 그러자 군단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혜주의 말을 받았다.


    "그건 그렇소. 이북에서 간첩 놈의 새끼들이 넘어와서 그 일대에 독극물을 풀었을 수도 있다, 그 말이오. 내가 처음부터 말한 게 바로 그거란 말이지. 중령! 일대 수색은 확실히 하고 있겠지요?"


    혜주는 자신의 말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군단장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쨌든 대대장은 군단장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을 했다.


    "하하. 그건 염려 마십시오. 철저하게 수색하고 있습니다. 그치만 간첩이 있대도 어디 살아있겠습니까? 제가 푼 독에 벌써 죽었을 겁니다. 하하."


    "하여튼 앉아 계신 여러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나라가 망하느냐 살아남느냐가 결정되는 겁니다."


    총리가 비장한 표정으로 마무리 말을 했다. 이런 비밀스러운 일을 국무총리의 직접적인 지휘하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혜주에게는 놀랍기도 했다.


    총리의 옆에 앉아있던 양복이 총리의 말에 덧붙였다.


    "하여튼 사태가 성공적으로 수습되고 나면 차후에 보상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 질 것입니다. 약속드립니다."


    "하하. 보상이 문제겠소. 국운이 걸린 문제인데, 안 그렇소?" 대대장이 나머지 네 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양복은 대대장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회의는 이만 끝내기로 하지요. 차후 경과가 있을 때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뭔가 진척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바로 회의 소집을 요구해 주십시오. 저희는 24시간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만 이것은 국가 비상사태입니다. 보고에 한 시도 지체함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걱정 마시오." 대대장이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 양복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럼." 양복이 간단한 인사말을 하자 스크린이 꺼졌다. 그리고 막사 내에 불이 들어왔다.


    대대장은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내심 그도 회의 내내 긴장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대대장은 네 명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이 또 생겼군요. 아랫마을로 가서 환자를 보셔야지요."


    "그치만 보고에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면서."


    과장이 자신 없는 듯 말꼬리를 흘렸다.


    "까짓 거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해야지 별거 있겠소? 숨만 조금 헐떡거리는 놈 있으면 보고해요. 바로 격리시켜버리면 되니까."


    일행은 난감한 표정으로 과장과 대대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12.

    아랫마을에 도착해서 진료를 한 것은 결국 과장과 혜주 뿐이었다. 둘만이 전문의요, 폐에 관해서 전문가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부검팀장도 간단한 의학지식이 있기는 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법의학가였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고시에 낙방한 후 과학수사연구소에 특채로 들어가서 거의 불모에 가까웠던 우리 나라의 과학수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이었다. 그 과정에서 부검의가 되기는 했지만, 이제와서 진료를 하기에는 그 쪽 길로 너무 굳어져 버렸다.


    아랫마을의 조그마한 마을 회관에 진료실을 마련했다. 진료실이라고 해 봤자 혜주와 과장이 앉을 책상 두 개와 온도계, 청진기, 혈압 측정기 따위의 간단한 의료기구가 전부였다. 혜주와 과장이 조금 간격을 두고 책상을 놓고 앉고, 마을 사람들은 두 줄로 서서 모두 진료를 받았다.


    마을 사람들을 모두 강제로 진료를 받는 중이었다. 그들은 아직 그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군인들이 와서 무료 검진을 받으라고 하는 통에 귀찮은 몸을 일으켜서 이곳 마을 회관까지 나온 것이었다.


    혜주는 이미 대여섯 명을 진료해 보았지만 다들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순박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건강하게만 보였다.


    "다음 분."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 다음으로 혜주의 앞에 앉은 이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윗도리 좀 올려보시겠어요?"


    할아버지는 바지에서 윗도리를 뽑아 가슴께까지 걷어올렸다. 혜주는 할아버지의 가슴에 청진기를 들이댔다.


    별 이상한 징후는 느껴지지 않았다.


    혜주는 청진기를 떼며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데 없어요?"


    "아픈데? 없어."


    "숨이 가쁘다거나 그런 거 없구요?"


    "없어. 우리야 늘 산길 다니는 사람들인데 숨쉬는 게 불편하면 어찌 사누? 아무 이상도 없어. 우리 가족들도 다 아무 이상도 없어. 윗집 박씨하고 저 아래 나주댁이 죽고 이리 군인들이 들어와 자꾸 사람들을 소집하는디, 여기 아픈 사람 아무도 없어. 물 좋고 공기 좋은데 사는 사람들 아픈 데가 어디 있갔어?"


    "네, 그렇게 보이네요. 할아버지 어디 아프시면 바로 말씀 하셔야 해요. 아셨죠?"


    "아 그럼."


    할아버지는 윗도리는 추스리고는 일어났다.


    그 때였다. 잠시 전 혜주에게서 진료를 받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저 뒤에 서있던 아주머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혜주가 아주머니를 불렀지만, 아주머니는 얼굴이 파래지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혜주와 과장은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아주머니 쪽으로 달려갔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정신차리세요!"


    과장이 쓰러진 아주머니를 붙잡고 뺨을 때렸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눈을 까뒤집고 이미 경련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쓰러진 아주머니 주위로 몰려들었다.


    "위생병!"


    혜주가 목청이 터져라 밖에 있는 군인들을 불렀다. 뭔가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쿵쿵쿵.


    달려오는 군인들의 군화소리가 문 쪽에서 들렸다. 군인 두 명이 들어오더니 모여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혜주와 과장이 아주머니 주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군인 한 명이 소리쳤다.


    "여기 봉쇄해!"


    그리고는 무전기를 들고 뭐라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화생방 요원들 투입해! 그리고 나머지는 전원 소독처리 후 철수!"


    "응급조치가 필요해요! 구급차까지 옮겨야 해요!"


    혜주가 군인을 보면서 소리쳤다. 그러나 군인들은 듣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봐요! 사람이 죽어간다구요!"


    혜주는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답 대신 갑자기 화생방 복장을 한 군인이 호스를 들고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마을 회관 안으로 흰 소독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눈앞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제각각 비명을 지르며 출구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혜주와 과장 쪽으로 달려오다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앞이 보여야 치료를 하지!"


    과장이 고함을 질렀지만 사람들의 괴성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출구 쪽에서 군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오지마! 모두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말라구!"


    군인들이 입구를 봉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다. 그리고 입구가 막히자 온통 하얀 공간 속에서 서로 밀리고 밀치는 모양이었다.


    "경고한다! 나오는 자는 사살하겠다!"


    탕!


    군인의 경고 후 한차례 공포가 발사되었다.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나오는 자는 사살하겠다! 이 곳은 작전구역이다!"


    조용해진 마을 사람들 위로 군인의 섬뜩한 경고가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두려움으로 가득 차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연기가 걷혔다. 과장의 무릎 아래 누워있는 아주머니는 이미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혜주과 과장은 망연한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손 써 볼 시간도 없이 차갑게 죽어버린 것이었다.


    혜주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건, 이건 아냐. 죽어 가는 환자를 살려야지. 이게 무슨 짓이야."


    혜주는 낮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과장 역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냐. 이건 아냐."


    화생방 두 명이 들것을 들고 혜주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둘이서 들것에 아주머니를 실었다.


    혜주는 화생방 중 한 명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럴 순 없어요. 당신들은 사람을 죽였어."


    "어쩔 수 없습니다. 발병하는 사람이 있으면 즉각 구역을 봉쇄하고 소독 및 사체 수습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혜주는 대꾸한 힘조차 없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너무나 피곤했다. 깊은 잠을 자버리고만 싶었다.


    혜주는 갑자기 지난 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떠올랐다. 엔지니어. 자신은 인간이라는 기계를 만지는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그런 혜주에게 인간의 생명이 이토록 소중히 여겨진 적은 없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고 의사가 되면서 습관처럼 죽어 가는 환자와 그들이 흘리는 피를 보면서,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일일뿐이라고 치부했던 그녀였다. 혜주는 부끄러움이 몰려옴을 느꼈다. 혜주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화생방은 아주머니의 시신을 그대로 들것에 실어서 나가버렸다. 주민들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혜주와 과장, 그리고 군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혜주와 과장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입구 쪽으로 사람들을 밀치고 나아갔다. 입구에서는 군인 여럿이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혜주과 과장은 주민들을 뒤로하고 입구를 빠져 나왔다.


    혜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순박한 산골 사람들의 잔뜩 겁을 집어먹은 눈망울이 혜주와 과장을 공포와 부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혜주는 옆에 서 있던 군인에게 물었다.


    "모두 보균자로 처리됩니다. 그리고 여기 이 곳에 격리될 겁니다."


    혜주는 미안함에 몸이 떨렸다. 아주머니가 그렇게 죽은 것도 여기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격리된 것도 모두 자신이 무능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 같았다. 과장도 혜주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민들 쪽을 쳐다보지 못했다.



    숙소 쪽으로 되돌아가는 차안이었다. 평소처럼 몇 번이나 소독을 하면서 차는 꽤 먼길을 올라갔다. 바로 인접마을이라고 해도 산길로 꽤나 떨어져 있는 까닭이었다.


    "혜주씨."


    과장이 낮은 소리로 혜주를 불렀다.


    "네, 과장님."


    "선뜻 나를 믿고 따라와 준 것 고마워요. 혹시 다음에 기회가 없을 지 몰라 미리 말해두는 거요."


    "아니예요. 저야말로 과장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혜주씨. 부탁할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만일 내가 죽거든 혜주씨가 책임지고 내 시신을 부검 해요."


    "과장님……."


    혜주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래도 아랫마을에서 죽은 아주머니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과장도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혜주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약속해줘요."


    "네. 대신에 과장님께서도 제가 죽으면 부검을 해 주세요."


    "알겠소."


    혜주는 과장의 인간됨에 다시 한 번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허준에게 자신의 해부를 맡긴 스승 유의태가 생각이 났다. 혜주에게 과장은 이미 유의태와 같은 존재였다.


    "과장님. 혹시 다음에 기회가 없을 지도 몰라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말해요."


    "과장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과장님을 모시게 된 건 제 생애 최고의 행운이에요."


    "나도 혜주씨를 만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그리고 차가 다시 한 번 멈췄다. 차안으로 흰 연기가 가득 찼다. 덕분에 혜주와 과장은 눈물을 흘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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