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moonhyung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1-08-08
    방문 : 2149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46090
    작성자 : sss989
    추천 : 12
    조회수 : 885
    IP : 175.252.***.14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4/22 00:12:00
    http://todayhumor.com/?panic_46090 모바일
    붉은방5

     

    출처;무서운이야기

     

     

     

     

     

    방에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혜주는 수도가 불편에 세수밖에 하지 못한 것이 계속 찝찝했다.


    '과장님은 할 이야기가 있다더니 잊어버리셨나?'
    혜주는 과장이 다른 두 명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그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똑. 똑.


    혜주가 거의 졸음을 못 이길 지경이 되었을 즈음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과장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혜주는 벽 가까이로 귀를 붙였다.


    "혜주씨." 희미하게 과장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혜주가 벽에 입을 대고 대답을 하고서는 다시 귀를 벽에 붙였다. 그러자 다시 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혜주씨. 이쪽으로 좀 건너오겠어요?"


    "네. 갈께요."


    혜주는 벽에서 떨어져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보초 두 명은 마당 너머 길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혜주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살그머니 마루를 지나서 과장의 방문을 열었다.


    과장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창이 보초들이 선 반대편으로 나서 보초들은 불이 켜져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었다.


    과장은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 혜주가 들어서자 과장은 혜주를 보며 말했다.


    "일단 앉아요. 보여줄게 있으니까."


    혜주는 과장의 옆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여진 것은 폐조직의 표본 슬라이드였다. 과장이 휴대하고 다니는 간단한 실험용구 세트로 만든 것 같았다.


    "과장님 혹시 아까 시신의.....?"


    혜주가 놀란 얼굴로 과장을 보며 물었다.


    "맞아요. 혜주씨."


    "하지만 현미경이 없으니 어떻게 관찰을 해 볼 수도 없고."


    "내가 아까 내 전자 현미경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것 기억나죠? 내일 그게 도착하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거요."


    혜주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과장을 바라보았다. 혜주에게는 없는 철저한 임무에 대한 사명감이 과장에게는 있어 보였다.


    "육안으로는 아무런 짐작을 할 수가 없어요."


    "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폐조직에 섬유화가 일어났네요. 방부 처리 하셨나요?"


    "약품이 없어서 방부 처리가 안되있어요. 내일 안에 현미경이 도착하지 않으면 애써 만들어 놓은 게 썩어버릴 지도 몰라요."


    "그렇겠네요." 혜주는 걱정스럽게 대답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과장이 혜주에게 막연한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중요한 일이죠. 어떻게든 원인을 밝혀야겠죠."


    "그냥 중요한 일이 아니오." 과장인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요. 혜주씨도 이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이 나라는 5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순식간에 이만큼 발전해 온 나라요. 그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많이 지닌 나라이고. 이런 사소한 변수 하나 하나가 자칫 나라를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 모두가 공멸하는 거예요."


    공멸이라. 섬뜩했다. 어쩌면 아까 전에 죽어있던 그 청년처럼 우리 모두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혜주에게 섬뜩하게 다가왔다. 물론 전국민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일이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의료제도가 충분히 발달하였으므로. 하지만 만일 이 사태가 외부로 유출되어 국가의 경제가 파탄으로 이르게 된다면 의료혜택도 몇몇 돈 많은 이의 몫이 되어버릴 것이었다. 지금도 얼마나 수많은 의약품과 의료 기기들이 외국에서 값비싸게 수입되고 있는가.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록 전염병, 이번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가게될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안돼요. 우리가 실패하면 모두가 실패하는 거요."


    "과장님. 알겠어요."


    혜주는 새삼 비장한 과장의 말에 수긍을 했다.


    "하지만 전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1차 부검팀이 들어와서 전원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왜 우리에게 하지 않은 걸까요? 우린 속은 거예요."


    "그들이 그 이야기를 했다면 누가 여기에 오려고 하겠소."


    혜주는 순간 과장이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토록 쉽게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고 국가적 사명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순간 혜주의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과장은 혹시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미 모든 것을 알고서 여기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혜주는 망설였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그리고 물어본다 한들 과장이 사실대로 대답을 할까? 당연히 부인하겠지?


    "과장님."


    "네, 혜주씨."


    "혹시 제 짐작인데, 과장님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여기에 들어오셨나요?"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혜주는 과장에게 물었다. 어쩐지 과장이 사실을 이야기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된 마당에 숨길 건 또 뭐가 있겠는가?


    과장은 아무 말이 없이 혜주를 바라보았다. 뭔가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사실대로 말해주겠어요."


    과장은 혜주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 계급은 중령이오."


    과장의 첫마디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물론 그 뒤로 이어진 과장의 이야기도 충격의 연속이었다.


    "난 이미 두 차례나 이런 종류의 작전에 파견된 적이 있어요. 물론 두 차례 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어요."


    "그럴 수가."


    혜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과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난 민간인의 생활을 하면서 국가비상사태에는 군의관으로 차출이 됩니다. 물론 그런 사태는 주로 생명을 걸어야만 하는 위급한 상황이오. 그런 상황을 성공적으로 수습하는 대가로 내가 받는 보상은 엄청납니다. 가령 내가 사회에서 성공시킨 수많은 수술들은 이미 군 내부에서 먼저 성공한 수술들이오. 특수한 인물들을 살려놓기 위해 군에서는 실험적인 수술들도 곧잘 이루어지거든."


    "그렇다면 사회에서 이루어진 그 엄청난 업적들이 모두 국가권력과의 담합 하에......"


    혜주는 순간 배신감까지 느끼며 과장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한켠으로는 과장이 더욱 거대한 산으로 여겨졌다. 만일 오늘의 이 순간이 없었다면 혜주는 영원히 과장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담합이라는 표현은 좀 듣기 거북하군요. 혜주씨가 국가와 나의 관계를 뭔가 더러운 밀거래의 관계로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난 국가를 위해 언제고 목숨을 바치고 국가는 그 대가로 나에게 수많은 기회와 충분한 명성을 안겨주었어요. 그리고 난 언제고 다시 국가가 나를 원한다면 달려올 수 있소. 지금처럼."


    과장의 말에 혜주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편협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과장이 자신을 끌어들인 이유는 뭘까? 왜 이런 위험한 임무에 자신을 끌어들였을까? 혜주는 다시 과장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왜 저를 함께 오자고 하신 거죠?"


    "혜주씨가 학부생 시절에 쓴 글을 우연히 읽었어요. 반드시 폐암을 정복하고 말겠다는 그 글. 난 혜주씨가 뭔가를 해 낼만한 의사라고 생각해요. 재능뿐만 아니라 열정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난 늙었어요. 국가도 나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해요. 혜주씨. 단순히 연구를 하고 수술을 하고 하는 걸로는 뭔가를 이루어 내기 힘들어요.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나라는 성장 단계부터 정부의 주도하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군사 정권이지. 그런 전통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요. 알게 모르게 사회 각 분야가 정부의 통제와 지원 하에 굴러가는 거요. 혜주씨. 만일 혜주씨가 나처럼 국가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자신의 일을 한다면 난 혜주씨가 내가 이룬 것보다 훨씬 큰 업적을 이룰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장님."


    혜주는 과장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그가 나를 이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 일이 끝나면 혜주씨를 추천할 생각이었어요. 난 내가 혜주씨를 잘못 본 게 아닐 거라고 믿어요."


    혜주는 한참을 말을 못하고 과장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진정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혜주는 더 없는 불안감과 함께 그만큼의 기대를 느꼈다.


    "우선 지금은 방에 돌아가서 눈을 좀 부치도록 해요. 브리핑 준비와 당직 때문에 벌써 이틀을 꼬박 새운 걸 알아요."


    "네."


    혜주는 과장을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멀리 서 있는 초병은 꾸벅꾸벅 조는 듯 해 보였다. 자신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 혜주는 따뜻한 이불 속으로 몸을 뉘었다.


    혜주는 혼란스러웠다. 과장의 느닷없는 배려가 과연 정당한 것일까? 과연 과장의 뒤를 이어가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하지만 혜주는 그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그것을 이룰 수만 있다면 혜주는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암을 정복할 수만 있다면 이런 작전에 투입되는 것은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

    여섯시가 되자 밖이 소란스러웠다. 반쯤 잠이 들어있던 혜주는 아침 구보를 하는 군인들의 함성소리에 잠이 깨었다. 새삼 이 곳이 병영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혜주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머지 세 명은 이미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그들도 밤새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잘 주무셨어요?"


    혜주는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네, 잘 잤어요?"


    과장이 태연하게 혜주의 인사를 받았다. 혜주와 그토록 은밀한 대화를 나눈 것이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과장의 얼굴에는 약간의 어색함도 비치지 않았다. 혜주는 과장이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충성!"


    뒤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던 초병들이 큰 소리로 경례를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온 모양이었다.


    혜주가 뒤를 돌아보자 처음 보는 중사 한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잘들 주무셨습니까?"


    중사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일행의 옆으로 와서 섰다.


    "대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함께 아침 식사를 하자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모시러 왔습니다."


    "그래요? 잠깐만 기다려 줘요. 곧 준비를 하고 나올 테니까."


    과장이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옷 좀 걸치고 나오겠소."


    런닝셔츠 차림의 부검팀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보건부 관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혜주는 수돗가에서 세수를 했다. 샤워는커녕 머리조차 제대로 감지 못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보아하니 이 곳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런 호사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 같았다. 어떻게든 빨리 일이 수습되는 것만이 방책이었다.


    혜주는 제일 늦게 세수를 하고도 또 방으로 들어가서 화장을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했다. 평소에도 화장을 잘 하지 않는 혜주였지만 립스틱 정도는 바르고 가야할 것 같았다. 혜주가 대충 차비를 마치고 방에서 나오자 나머지 일행이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사를 따라 조금만 걸어 내려가자 지난밤에 보았던 대대장의 막사가 보였다. 혜주 일행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 안에는 테이블 위에 이미 5인분의 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서 와서 앉으시오."


    대대장은 일행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자신도 의자 하나에 앉았다.


    "간밤에 얼마 자지도 못했겠군요."


    "네. 중령께서는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과장이 대대장에게 공손하게 답했다. 어제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하하. 이런 작전상황에서야 어디 편하게 보내는 밤이 있겠소. 하지만 이런 일이야 워낙 익숙하니까."


    대대장은 은근히 과시하듯 말을 받았다. 그리고는 일행과 식사를 시작하면서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메뉴가 한 가지 뿐이라도 이해하시오. 이런 야전에서는 늘 밥이 이 모양이니까. 이렇게 다섯이서 함께 아침을 먹는 것만 해도 큰 행운 아니겠소. 오늘 아침이야 이렇게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밥을 먹지만 내일 아침이면 준비해야 할 식사가 4인분 혹은 3인분이 될런지도 모르는 일이지. 아니지. 당장 오늘 오후에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안 그렇소? 지난 번 일차 팀이 왔을 때도 처음에는 이랬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취사병만 일하기가 쉬워졌지. 하하. 붉은 손에 지금은 손가락이 다섯이지만 이 손가락은 순식간에 썩어져 나간단 말야. 아무 조짐도 없이 순식간에 쓰러져 버리지."


    대대장은 마치 이 공포를 즐기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대대장은 누구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도 몰랐다. 첫 번 파견된 붉은손이 모두 사망했다면 대대장도 희생자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 혜주는 대대장의 허세가 그런 공포를 이기기 위한 자기 최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쪼록 맛없는 찬이라도 든든하게 먹어두시오."


    "야전에서 먹는 밥이 다 그렇죠."


    아무도 대대장의 말에 대꾸하려 하지 않았지만 부검팀장이 혼잣말처럼 대답을 했다.


    "아, 이 사람 야전을 좀 아는 모양이군. 하긴 여기 있는 아가씨야 군대라는 걸 모를 테지만 남자들은 다들 군대를 다녀오니까. 그래 어느 부대를 나왔소?"


    대대장은 그렇게 혜주를 향해 한 번 비꼬고는 부검팀장에게 물었다. 혜주는 자신이 남자들만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이질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번 같은 미안함이 아니라 대대장의 말에 대한 불쾌감만을 느꼈다.


    "저는 백마부대를 나왔습니다."


    부검팀장은 은근히 자랑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혜주는 그의 그런 표정이 역겹기까지 했다.


    "아, 그래요? 그럼 혹시 월남전에 참전하셨소?"


    대대장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아닙니다."


    "그렇구만. 사실 내가 월남전에 백마부대 중대장으로 참전을 했던 사람이오. 정말 무시무시한 전투였지. 하하. 지금은 모두 추억거리지만 말야. 어쨌든 그런 전쟁터를 경험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당신들은 모를 거요. 지금 당장은 이렇게 전우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지만 바로 다음 순간에는 피 흘리며 죽어 있는 전우의 모습을 보게될 수도 있는. 전쟁터란 그런 곳이지."


    "말만 들어도 무섭군요."


    "무섭다? 하하, 무섭다? 하지만 말이오, 전쟁터에서는 한 번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면 다음 순간에는 죽는 거요. 두려움을 즐겨야지. 하하. 하긴 여기도 전쟁터는 전쟁터이니. 총알 대신 병균이 날아다니는 전쟁터. 다들 이 공포를 즐기길 바라오. 살아남기 위해서."


    혜주는 대대장의 말이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어떻게 보면 말없이 앉아있는 과장이 이런 비상사태를 더 많이 겪어 본 베테랑일 수도 있었다. 혜주는 과장이 대대장에게 '당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난 이런 일을 수없이 겪었어!'라고 큰소리를 한 번 쳐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대장의 코를 납작하게 해 버릴 수 있다면.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여기까지 온 부검팀장과 보건부 관리에게 비밀을 지키지 위해서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제가 보기에는 중령님께서도 무척 두려워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소독을 실시하시는 걸 보면."


    혜주는 참지 못하고 톡 쏘아붙였다.


    "내가 두려워한다고? 소독을 하기 때문에?" 대대장이 기분이 팍 상한 표정으로 혜주에게 말했다.


    "이봐 젊은 아가씨. 뭘 모르면 입이나 다물고 있어. 내가 시신 소각과 수시 소독을 명령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이 정도에 그쳤을 것 같아? 내 조치가 아니었다면 아마 아가씨도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걸? 이 병에 사람이 죽어 넘어지는 꼴을 아직 눈으로 못 봐서 그래.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죽어 넘어지는 그 꼴을. 아마 이 병이 내 구역을 벗어나 확산되기 시작하면 강원도부터 시작해서 이 한반도 전체가 시체로 넘쳐날걸."


    "아직 전염병이라는 증거는 없어요." 혜주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새벽에 아랫마을에도 희생자가 한 명 나왔소. 당신들이 피곤할까봐 깨우진 않았지만. 덕분에 내 관할구역은 두 배로 늘었지. 조만간 아랫마을 주민들도 하나둘씩 죽어 넘어질꺼야. 얼마 있지 않아 내 관할구역은 세배 네배로 늘어날테지. 그 전에 당신들이 뭔가 대책을 세워주어야 하오."


    "그 부분에 관해서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과장이 나섰다.


    "사태의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조건 시체를 소각한다는 게 난 좀 꺼림칙합니다."


    "어쩔 수 없소. 달리 방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은 지금의 체제를 유지할거요. 다른 최선의 방도를 당신들이 제안하지 않는다면 내가 생각하는 최선대로 내 구역을 관할할 거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과장은 보건부 관리 쪽을 향해 물었다. 모든 전염병에 관련한 비상 사태에서 여러 가지 수습책을 마련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 뭔가 생각해 둔 바가 있을 법도 했다.


    "글세. 저도 아직까지 뭐라고 할 말은 없습니다. 희생자의 거주지를 한 번 살펴보고 싶은데요. 뭔가 단서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희생자의 집도 모두 소각한 건 아니겠죠?" 과장이 농담처럼 대대장에게 물었다.


    "아, 그거 말이오? 첫 희생자의 집만 빼놓고는 모두 소각해 버렸소. 첫 번째 팀이 나머지도 다 조사해 봤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진 못했소."


    대대장의 말에 과장은 다시 한 번 기가 찬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대장의 처리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의욕조차 사라져 버렸으리라.


    "어쨌든 하나라도 남아있다니 다행이군요. 어서 그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지요."


    보건부 관리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혜주를 비롯한 나머지도 모두 숟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일어나는 일행을 향해 대대장이 또다시 말을 던졌다.


    "아, 정오에 서울과의 화상회의가 있을 예정이니 얼른 끝내야 할거요."

    -계속

    sss989의 꼬릿말입니다
    수구꼴통듣보잡 쥐때박멸 \'말로는 신의 종이라면서 뒤로는 개만도못한 나쁜짓 다하는 개독 사악한목사들 박멸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04/22 00:50:53  39.7.***.236  장구니엄마  393144
    [2] 2013/04/22 01:41:08  218.146.***.10  HUNT  400727
    [3] 2013/04/22 02:33:53  1.247.***.38  언제까지그럴  397626
    [4] 2013/04/22 06:08:02  112.172.***.147  바진히  355067
    [5] 2013/04/22 11:51:06  211.234.***.215  아그네스  181933
    [6] 2013/04/22 12:42:29  58.141.***.221  라듐  229140
    [7] 2013/04/22 13:59:00  112.145.***.19  케케묵은  384575
    [8] 2013/04/22 16:18:53  117.111.***.126  라푼첼  223309
    [9] 2013/04/22 17:34:24  203.229.***.106  더쿠스멜  281169
    [10] 2013/04/23 16:16:34  218.173.***.242  써니쨔응  14260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
    재등록 사진으로보는 대한민국근현대사 sss989 13/04/29 01:23 18 0
    53
    (펌)그것이 알기싫다 - 박용수·박용철 살인사건 [9] sss989 13/04/28 23:44 243 0
    52
    대한민국 근현대사 315의거 [3] sss989 13/04/28 04:08 29 2
    51
    대한민국 근현대사 장준하 의문사 sss989 13/04/28 02:37 11 0
    50
    대한민국 근현대사 인혁당사법살인 [1] sss989 13/04/28 01:50 13 0
    49
    (펌)잃어버린 세월 33년-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다시보기 sss989 13/04/28 01:02 21 1
    48
    민생추경예산에 쪽지예산밀어넣는 의원들 sss989 13/04/27 00:05 19 0
    47
    '4·19 혁명', 그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혁명입니다 sss989 13/04/26 04:56 23 0
    46
    안철수의 새정치 sss989 13/04/26 02:41 51 0
    45
    추천. 광신의늪 sss989 13/04/25 02:30 10 0
    44
    일본이 개드립 치는이유 [1] sss989 13/04/24 21:24 52 2
    43
    그것이알고싶다 [1] sss989 13/04/24 03:57 271 1
    42
    붉은방 완결 [1] sss989 13/04/23 08:00 130 3
    41
    붉은방9 [1] sss989 13/04/23 01:40 57 4
    40
    붉은방8 [1] sss989 13/04/23 01:14 65 6
    39
    붉은방7 sss989 13/04/22 11:04 55 1
    38
    붉은방6 sss989 13/04/22 05:31 101 0
    37
    친일파는 살아있다 sss989 13/04/22 03:02 27 0
    36
    김광규 미친카메오 [2] sss989 13/04/22 00:21 189 0
    붉은방5 sss989 13/04/22 00:12 32 0
    34
    붉은방4 sss989 13/04/21 23:55 35 0
    33
    붉은방3 sss989 13/04/21 20:22 76 3
    32
    놀라는것도 피곤한사회 [1] sss989 13/04/21 04:59 67 1
    31
    붉은방2 [2] sss989 13/04/21 03:58 87 2
    30
    붉은방 1 sss989 13/04/21 02:55 82 2
    29
    경찰이 시민에게 쉬운누명 휴대전화 동영상 덕분에 무죄를 [1] sss989 13/04/21 00:15 46 0
    28
    편의점주 또자살 [1] sss989 13/04/20 04:54 130 2
    27
    공정사회 sss989 13/04/20 00:21 5 0
    26
    자칭보수평론가의실체 [1] sss989 13/04/19 20:54 37 2
    25
    경찰 국정원녀수사 공직선거법혐의없음 봐주기수사 sss989 13/04/19 03:44 46 0
    [◀이전10개] [11] [12] [13] [14] [15]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