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날씨가 더워 정신이 없으므로 음씀체.</span></p><p><br></p><p>본인은 닉넴대로 K55 자주포를 모는 포병부대에 사격지휘병(FDC)으로 근무함.</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포병부대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K-55 자주포는 아래 사진처럼 생긴 자주포임.</span></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6/dbb929dcda4c56a27b7eddf0700822d0.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사진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www.donga.com/e-county/sssboard/board.php?tcode=03015&s_work=view&no=82&p_page=7&p_choice=&p_item=&p_category="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http://www.donga.com/e-county/sssboard/board.php?tcode=03015&s_work=view&no=82&p_page=7&p_choice=&p_item=&p_category=</a> )</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사격지휘병(FDC)은 관측반이 적 위치를 알려주면 어떤 각도로 포를 쏴야 할지 계산해서 포대에 알려주고,</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준비! 쏴!" 명령을 직접 하달하는 병사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본인은 6월 군번인데, 본부포대 작전과에 배치 받고 갔더니 1월 군번, 5월 군번 이등병이 빠글빠글한 안습한 상황.</p><p>(부대에 이등병이 많다는 건, 후임병 받기까지 엄청 오래 걸린다는 말임)</p><p>게다가 그 1월, 5월 군번들이 죄다 나랑 같은 지휘통제실 근무자임. 사격지휘병이라거나, 통신병이라거나, 행정병이라거나...</p><p>(임xx, 김xx, 김xx, 이xx... 너희들 잘 살고 있냐? 사회에선 보지 말자... ㅅㅂ)</p><p><br></p><p>암튼 그렇게 길고 긴 쫄따구 생활을 보내고 일병생활도 마무리될 쯤에, 드디어 부사수가 신병 받아라 하고 들어옴.</p><p><br></p><p>지금은 아마 금지됐겠지만, 예전엔 부사수를 "아들"이라 부르곤 했음.</p><p>부사수한테는 사수를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갈구던 시절임.</p><p><br></p><p>이제야 아들놈 생겼다고 좋아라 하던 내게, 이 녀석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았음.</p><p>비록 소싯적에 무쇠 솥뚜껑을 한 10년동안 쓰고 놀았는지 키는 작달막했지만, 군대에서 그게 무슨 대수임?</p><p>군복 사이즈만 대충 맞으면 드워프라도 김리 뺨치는 전투병으로 만들 수 있는 게 군대이거늘...</p><p>다만, 그때 그 녀석 겁먹은 눈동자가 어릴 적 낚시해서 한나절 동안 아이스박스에 담아뒀던 우럭마냥 흐리멍덩하단 걸 미처 못알아차린 게 내 일생 일대의 한임...  </p><p><br></p><p>암튼 이녀석, 자대배치 받고 한 달도 안됐는데 사격지휘병 후반기교육 받으러 "이등병의 천국"인 상무대로 휙 떠나버림.</p><p>간부들 생각엔 대학 다니는 사병이 드물던 시절, 그래도 전문대지만 공과계열 졸업도 한 아들놈이 FDC로는 적격이었던 것임.</p><p><br></p><p>그렇게 내 쫄따구 생활은 거의 2달이나 늘어났음.</p><p>(내 밑에 후임병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육군 전체를 뒤집어봐도 꿀리지 않을 고문관이었기에 패스... (눈물 좀 닦고)...이눔 얘기는 다음 기회에...)</p><p><br></p><p>이제 상병도 달고 한참 바쁠 시절에 아들놈이 룰루랄라 복귀함.</p><p><br></p><p>때맞춰서 군단포술경연대회가 몇달 안남았기에, 아들놈을 포함해서 FDC들은 끝이 안보이는 집체교육(이라고 쓰고 갈굼과 얼차려의 향연이라 읽음)에 들어감.</p><p>아들놈 후반기교육도 짱짱하게 받아왔겠다, 바로 집체교육에 투입됨.</p><p><br></p><p>설명을 좀 더하자면, 집체교육이란 게 문제집 푸는 것이라 생각하면 됨.</p><p>문제집에는 적 좌표, 포대 좌표 등이 나와 있고 FDC는 정해진 시간 내에 편각, 사각, 장약, 신관 등을 계산해야 하는 것임.</p><p>근데 포탄은 당연하게도 정확하게 떨어져야 하므로, 포병이 사용하는 각도는 일반적인 360도의 1도를 20으로 나눠서 6400밀로 계산함.</p><p>1~2밀 정도 계산이 틀리는 건 가능하겠지만, 10밀 정도 틀리면 탄착지에서는 1km 이상 빗나간다고 보면 됨.</p><p>100밀 틀렸다? 적군에 떨어져야 할 포탄이 아군 머리 위나 민가에 떨어지는 모양새임.</p><p>(실제로 xxx사격장에서 모 해병 포병대대에서 쏜 포탄이 우리 부대 관측반 코앞에 떨어짐. 구멍이 숭숭 뚫린 닷지차를 바람같이 몰고 내려온 관측장교(중위)가 해병대대장(중령) 멱살 잡고 항의하는 거 봤음. "관측반 다 죽일 셈입니까~~~!")</p><p>실제로도 이렇게 포 쏘면 바로 FDC 전체가 영창 직행임.</p><p><br></p><p>어라라... 아들놈 영창가게 생겼음.</p><p>흔히 틀리는 자릿수 올림 실수 정도가 아님. 몇십밀이 문제가 아니라 몇백밀, 심지어는 천밀 단위까지 왔다갔다 중구난방임.</p><p>정신 안차리고 계산한다고 디지게 혼나고 얼차려 받으며 반나절동안 풀어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임.</p><p> </p><p>이등병이라 얼어서 그런가 싶어 시간을 충분히 줘보기로 함.</p><p>3분 안에 풀어야 할 문제(저사계)를 30분이 걸려도 괜찮으니 풀어보라고 함.</p><p>심지어는 선임병들도 다 나가게 하고 혼자 풀게 함.</p><p>25분쯤 혼자 낑낑거리더니 다 풀었다고 사격제원지 내밈.</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6/e8ac89d852096d3c77b07f28651b8c63.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br></p><p>이런 ㅅㅂㄹㅁ...</p><p>한 600밀 차이 남. 망했음. </p><p>600밀이면 시밤... 각도로 쳐도 30도임.</p><p>평양쪽으로 쏠 대포를 개성공단에 쏠 놈임.</p><p>이정도로 실사격 했으면 14박 15일 영창을 3회 연속 가도 모자람.</p><p><br></p><p>애비인 날 비롯해서 선임병들 머리 빠개지기 시작함.</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6/5e197ace0b3e42b9adb85aa082f860fa.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선임들이 모여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원인 분석이 안됨.</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대표로 내가 풀이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로 함.</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한참을 지켜보는데...</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어라라....???</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3 x 6 = 15?</p><p style="text-align: left;">4 x 8 = 26?</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 그랬다, 무려 전문대 공과 졸업생인 내 아들놈은</p><p style="text-align: left;">구구단을 못했던 것이었다....</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난 아직도 아들놈의 그 환한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span></p><p style="text-align: left;">분대장의 읍소로 전출간 옆 포반에서 40kg짜리 고폭탄을 양 어깨에 맨 채로 뛰어가다가 날 보고는</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래도 한때 애비였다고 싱긋 웃어주던 그 환한 미소가...</span></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 style="text-align: left;">끝.</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br></p><p><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