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려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습니다. 저희 아버지. 좀 않좋은 직업을 가지고 계세요. 네. 사기꾼이요.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하는 저희 아버지한테 속은 사람은 여러명 되세요. 더군다나 교도소만 벌써 3번째..
물론 저는 사기꾼 아들이란 소리를 들으며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까지 지내왔답니다. 그만큼 저에겐 딱
히 행복한 순간이 없었던 것 같네요.
2. 그런 아버지가 28일에 출소하셨습니다. 보통 영화 같은 데 보면 아침에 나오는데, 실제론 새벽에 보내주
더군요..새벽에, 나오시자마자 제가 공익 활동으로 있는 지하철 역으로 오셨다더군요. 물론 저는 그 새벽
에 집에서 자고 있었구요. 근데 웃긴 게 원래는 29일이 비번이라 나오지 않는 날이었는데 바꿨더랬죠.
아침에 출근하는데 선임 공익분이 얘길 꺼내셨습니다. '너희 아버지 오셧다고'..
3. 아버지와 마주한 아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막막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나오는 말..
'내 친구 아버지는 회사에서 당당하게 휴가비 받아서 가족 데리고 휴가도 가는데 난 뭐냐'...
이 말을 제가 아버지에게 얘기를 해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말 없이 웃으시더니 '아들이 원하는 게 그거였
구나, 미안해, 10년 뒤에 보자'라는 얘길 꺼내시고 무덤덤하게 뒤로 돌아 가셨습니다.
4. 그 때..뒤돌아 가던 아버지의 등..다른 아버지들의 등과 달리 왜 이리 처량해 보이던지요.
너무나 부러웠고, 너무나 행복해 보였던 다른 친구 아버지의 등과 달리..왜 그리 작고, 처량해 보였을까
요.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말 미안해서,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웃음만 나오더군요.
5. 부모님의 이혼..뒤이어 누나와 저를 데리고 온 아버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석유배달을 다니셨어요.
그러던 중, 석유 배달점이 화재로 인해 아버지는 한쪽 다리 전체와 손이 화상을 입으셔서 피부 이식을 받
으셨습니다. 물론 그 때 부턴 인력소 조차 받아주질 않았구요. 이런 상황에서 저희들은 커갔고, 어떻게
든 아버진 생활비와 학비를 벌으셨어야 햇습니다.
6. 여러분의 아버지는 어떻신가요? 무뚝뚝하고, 소리 치며 잔소리 하고, 항상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시나요?
하지만 때론 웃으면서 아들, 딸에게 용돈 하라며 건네주시고, 혹은 '오늘 아빠랑 같이 갈래?'라며 어색
한 미소를 보이고 있진 않으신가요. 아버지이기 이전에 아들의 친구, 혹은 딸의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아
버지. 그런 아버지를 오늘 한번 쯤 사랑한다고 안아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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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런 글 쓰면서 눈물 짓는 게 가식적이겠죠...?
아, 물론 피해자 분에게 직접 사과도 드리고, 법정에서 제대로 판결을 받아 형기도 채우셨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피해자 분들에게도 사과 드리고 싶구요.
...그렇다고 너무 욕만 하지 말아주세요..
세상에 이런 아버지도 있구나. 라고..한번쯤..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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