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4
by 슈헤르트
" 지금부터 죄수 7723번의 사형집행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
교도소장이 차트를 바라보며 소리쳤고 , 곧바로 또 하나의 사형수가
단상위로 끌려 올라왔다 . 사형수는 아무런 반항없이 무기력하게
마스크가 씌워져 사형대에 올라섰다 . 곧이어 그의 목에 밧줄이 들어오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교도소장은 헛기침을 한번 한뒤 , 평소처럼
사형집행자 엔퍼서에게 말했다 .
" 사형집행자는 형을 집행하도록 . "
교도소장이 큰소리로 명령했지만 , 엔퍼서는 그저 레버만 바라보고 있었다 .
교도소장은 별 신경쓰지 않고 집행을 기다렸지만 , 레버는 내려가지 않았다 .
평소와 다른 그의 행동에 교도소장은 다시한번 말했다 .
" 집행자 , 형을 집행해 . "
" . . . . "
" 집행자 ? "
" . . . . "
" 엔퍼서 ! "
" 앗 , 예 . "
" 형을 집행하라는 소리 못들었나 ! "
" 아 , 그 . . 죄송합니다 . "
엔퍼서는 멍하니 있다 들려오는 교도소장의 고함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옆에있던 레버를 잡았다 . 그리고 그는 레버를 잡은채 사형수를 바라보았다 .
무기력하게 추욱 처져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한마리의 포니를 바라보자
갑자기 불현듯 그 모습에 레인보우 대쉬가 겹쳐졌다 .
그는 자신이 잡고있는 은색 레버가 저주스럽게 느껴졌다 .
아니 , 자신 자체가 저주스럽게 느껴졌다 . 다른사람이 보기엔
그냥 한마리 사형집행자일 뿐이지만 , 아니다 . 난 살마자다 .
레버라는 하나의 단도를 사형수의 심장에 박아넣는 살마자 .
여전히 레버를 내리지 못한채 사형수를 바라보고 있을쯔음 , 그런
엔퍼서를 바라보는 교도소장의 눈빛이 느껴졌다 . 아니다 , 현실로
돌아와야 할때다 . 그냥 이건 나의 직업일 뿐이고 난 살마를 하는게
아니라 죄수에게 최고형을 내리는 작업중 하나를 이행하는것일 뿐이다 .
잠시후 , 엔퍼서는 떨리는 발굽을 부여잡고 레버를 내렸다 .
항상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인사도 잊어버린채 ,
" 수고하셨습니다 . "
주변 경비를 서고있던 포니들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 단상에서 내려오자 앞에서 교도소장이 자신을 가로막았다 .
" 할말이 있다 엔퍼서 , 내방으로 따라와 . "
" . . . . "
교도소장의 근엄한 한마디에 , 엔퍼서는 한마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는 분명 나에게 오늘 있었던 실수에 대해 문책할것이다 .
엔퍼서는 어떻게 변명할지를 생각하며 교도소장을 따라 걸었다 .
아직 변명거리도 다 못찾았을쯤 , 교도소장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
단순하면서도 넓은 사무실안에서 교도소장은 말없이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 자신의 책상에 앉아 반대편에 앉아있는 엔퍼서를 바라보았다 .
" 저 , 그러니까 오늘 왜 그런거냐면 . . "
" 레인보우 대쉬 , 그녀때문이지 ? "
" . . . ! "
엔퍼서가 머리속에서 겨우겨우 완성한 변명거리를 내놓으려 할때 ,
교도소장은 조용히 입을열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순간 , 엔퍼서의 눈빛에 당황이 서렸지만 그는 이내 침착했다 .
"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 . . . "
" 네놈이 포니 하나 찾으려고 그렇게 군데군데 들쑤시며 물어보는데
이게 수상한거지 안수상한거라고 생각한거냐 ? 레인보우 대쉬사건의
담당형사를 찾아갔었더군 . "
' . . . 다 보고 있었구나 ! '
교도소장의 말에 엔퍼서는 말문이 막혀버린채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
교도소장은 한숨을 쉬곤 ,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밖을 바라보았다 .
엔퍼서에게 등을 돌린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
" 그녀에게 마음을 두고있구나 , 엔퍼서 . "
" . . . "
" 그녀는 범죄자야 , 승부에 미쳐서 포니를 죽였지 .
네놈이 마음을 둘 포니가 아니다 . "
" . . . 대쉬는 그들과 달랐어요 . "
" 뭐 ? "
" 푸른 창공을 날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그 눈빛 ,
망자의 짙은 안개속에서 죽어있던 저를 깨운 그 눈을 봤죠 .
. . . 그래요 , 전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요 . 부정할수 없네요 . "
여전히 등을 돌린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교도소장은
엔퍼서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다가 ,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한참 이야기를 하던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 한숨을 쉰뒤 엔퍼서에게 말했다 .
" 그녀를 만나게 해주겠다 . "
" . . . 예 ? "
" 착각하지마 , 면회일 뿐이야 .
네가 대쉬를 처형할때 무슨 난동이라도 부릴까 싶어
마음의 정리라도 하라고 시켜주는거야 . 하지만 그녀에게서
니가 원하는 대답은 얻기 힘들꺼다 . 다른 포니들 말고도
심지어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들의 면회마저 모조리 거절하고 있거든 . "
엔퍼서는 벙쪄있다가 , 급 정신을 차린뒤 끄덕였다 .
그런 엔퍼서를 바라보던 교도소장은 자리에 앉아 방에서
나가라는 눈치를 주었다 . 엔퍼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으며 말했다 .
" 아참 , 그리고 . . . 너에게도 , 그녀에게도 남은 시간은
이제 5일밖에 남지 않았다 , 엔퍼서 . 잘 생각해봐 . "
" . . . 감사합니다 . 아버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