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0살 정도 무렵, 나는 몸이 이상하리만치 약했다.</div> <div><br></div> <div>일주일 정도 감기로 드러눕고는, 또 일주일은 무척 건강하다.</div> <div><br></div> <div>그러다가 또 일주일간 드러눕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것도 매번 40도가 넘는 고열이 나서, 의사가 장기입원을 권유할 정도였다.</div> <div><br></div> <div>그런 탓에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일이 잦았다.</div> <div><br></div> <div>그날 역시 집에서 자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소에는 어머니만 계시지만, 이날은 우연히 아버지도 계셔서 옆에서 간병을 해주고 계셨다.</div> <div><br></div> <div>내가 자던 방은 가족 침실 역할을 하던 일본식 방으로, 북쪽에는 벽장이, 남쪽에는 베란다가, 서쪽에는 거실로 가는 문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동쪽에는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천장까지 닿는 장롱이 벽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그 장롱 쪽으로 발을 뻗고, 문으로 머리를 향한 채 누워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다리가 장롱 쪽으로 쭉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div> <div><br></div> <div>아버지는 언제나 짓궂은 장난을 치곤 하셨기에, 나는 또 아버지가 장난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거실 쪽을 바라보며, 어머니에게 말했다.</div> <div><br></div> <div>[아버지가 또 장난치니까 멈춰주세요.]</div> <div><br></div> <div>그랬더니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거실에서 나를 바라보시는 게 아닌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걸 알아차리자마자, 다리가 또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처음처럼 슬슬 잡아당기는게 아니라, 엄청난 기세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거기 잡아끌려 머리가 이불 속으로 파묻힐 무렵, 부모님이 내 이름을 외치며 달려오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는 내 양손을 잡고 위로 잡아 끌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나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뭐야? 뭐에요? 왜 그래?] 라고 외치다가, 다리 쪽을 봤다.</div> <div><br></div> <div>어머니는 [보면 안돼!] 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내 눈에는 그게 들어온 뒤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장롱 아래쪽 서랍에서 손 2개가 튀어나와 내 발목을 꽉 잡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손은 요괴인간 벰처럼 손가락이 3개였다.</div> <div><br></div> <div>손은 마치 대리석처럼, 검은 바탕에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있어서 마치 무당벌레랑 반대인 느낌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장롱 안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div> <div><br></div> <div>그러는 사이 아버지는 물 같은 것과 나뭇잎을 가져오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는 그 손과 내 다리에 물 같은 걸 뿌리고, 나뭇잎으로 손을 마구 내리쳤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손은 전혀 놓을 것 같지가 않아, 나는 계속 무서워 울었다.</div> <div><br></div> <div>내 울음소리를 듣자 아버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지, 다리를 잡은 손을 직접 두드려패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몇십번이고 온힘을 다해 때렸을 것이다.</div> <div><br></div> <div>갑작스레 손이 스르륵 내 발을 놓더니, 장롱 안으로 빨려들어갔다.</div> <div><br></div> <div>내가 손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울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손을 꼭 잡아줄테니까 걱정말고 한숨 자렴.] 이라고 말하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어떻게든 잠을 청했다.</div> <div><br></div> <div>그 이후 그 손은 다시 본 적이 없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그 이후 벽장이나 장롱 쪽으로는 결코 발을 뻗고 자지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손이 나타나고 3개월 뒤, 우리 집은 이사를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이사한 후, 지금까지 그렇게 심하던 감기몸살이 싹 사라졌다.</div> <div><br></div> <div>이윽고 반년에 한번 감기가 걸릴까말까 하는 수준까지 회복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물론이고 부모님까지도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믿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어린 시절의 공포 체험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1192"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1192</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